All Chapters of 되돌릴 수 없는 업보의 끝에서: Chapter 21 - Chapter 23

23 Chapters

제21화

과다출혈로 인해 진서준의 호흡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누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황급히 부축해 옮겼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직 강유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빛바랜 지난날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신서연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 그는 매일같이 술에 절어 사람 구실을 못 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집안사람들조차 대책 없는 자신을 방치하고 외면했을 때였다.자신의 곁을 지키며 수렁에서 건져내 준 사람이 바로 강유나였다. 진서준이 인사불성이 될 때마다 해장국을 끓였고, 위출혈로 쓰러졌을 때는 밤을 꼬박 새우며 간호했다. 심지어 진서준을 대신해 회사 업무까지 척척 도맡아 처리할 만큼, 강유나는 자신의 온 마음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진서준도 그 사실을 몰랐던 게 아니었다. 다만 신서연의 죽음이 안겨준 충격이 너무나 컸을 뿐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술김에 강유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품에 안아버렸고, 그제야 억지로라도 이 관계를 마주해야만 했다.‘그때 나는 과연 유나를 사랑했을까?’이후 책임감이라는 명목하에 결혼했고, 다행히 신서연의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나 아이까지 갖게 되었다.당시 진서준은 이대로 평생을 함께 지내는 것도 참 괜찮은 삶이라 여겼다.그러나 인생이란 늘 예기치 못한 미련을 동반하는 법이다. 신서연이 다시 눈앞에 나타난 순간 그의 이성은 과거의 추억에 송두리째 사로잡히고 말았다.진서준은 애써 자신을 세뇌했다. 강유나에게는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면 될 일이라고, 결국 자신이 처음부터 사랑했던 사람은 신서연이었다고 말이다.하지만 막상 강유나가 일말의 미련도 없이 그의 세계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 뒤에야, 진서준은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진서준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유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수많은 낮과 밤을 함께 보내며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은 신서연이 아니라, 늘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준 강유나였다.그저 놓지 못한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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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안타깝게도 진서준의 깨달음은 너무 때가 늦었다. 결국 강유나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후회만 남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미 생각을 확고히 정리했으니, 강유나가 자신을 용서해 주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강유나가 다시 자기의 곁으로 돌아와 함께하는 삶을 상상하자, 진서준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행복감과 설렘이 가슴 벅차게 차오르며 그녀와 마주할 순간이 미치도록 기다려졌다.8시간의 비행 끝에 마침내 비행기가 착륙했다. 진서준은 한시가 급하다는 듯 약속된 장소로 번개같이 달려갔다. 오직 사무치게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장소는 한 한적한 카페였다. 진서준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딸랑이는 풍경 소리가 맑게 울렸다.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강유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고작 한 달 동안 보지 못했을 뿐인데, 마치 일 년의 세월을 앓은 듯 고통스러웠던 터였다. 마침내 그녀를 마주하자, 진서준은 현실이 아닌 듯 아득한 기분에 휩싸였다.강유나는 참 많이 변해 있었다.자신의 곁에 있을 때는 가정을 돌보느라 늘 수수하고 단출한 옷차림이었던 그녀였다.그런데 지금은 편안한 캐주얼 차림에 머리를 자연스럽게 묶어 올리고 하얗고 가녀린 목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아주 먼 옛날, 풋풋한 모습으로 자신을 남몰래 짝사랑하던 그 시절의 강유나로 돌아간 것만 같아 가슴이 아려왔다.진서준은 잠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서 있다가, 이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유나야, 오랜만이야.”당장이라도 강유나를 품에 와락 안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진서준은 목마른 사람처럼 그녀의 얼굴을 애틋하게 눈에 담았다.“그래, 긴말하지 말고 본론만 얘기해. 내가 널 만나겠다고 한 건 우리 사이의 일을 확실하게 매듭짓기 위해서니까.”강유나에게는 옛정을 나눌 마음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축인 뒤 가차 없이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진서준이 다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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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강유나는 진서준을 따라 돌아왔다. 집 안은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가정부들로 북적였고, 인기척을 들은 진하준과 진하윤이 위층에서 단숨에 뛰어내려왔다.“엄마!”“엄마! 이제 다신 안 가는 거죠? 예전엔 저희가 다 잘못했어요. 저희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요!”진하윤은 말을 이어가기 힘겨운 상태였음에도, 강유나를 마주하자마자 가슴속에 쌓인 그리움을 어떻게든 쏟아내려고 애썼다.강유나의 눈에도 당연히 아이들의 몸에 남은 상처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강유나가 버린 것은 진서준뿐만이 아니라, 진하준과 진하윤 역시 마찬가지였다.자신들을 반겨주는 아이들의 뜨거운 고백에도 그녀는 줄곧 덤덤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건만, 아이들은 뭔가를 직감한 듯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엄마, 정말로 저희를 버리시는 거예요?”강유나가 아이들을 쓱 한 번 바라보며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진서준이 다급하게 그 앞을 가로막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빠가 지금 엄마한테 보여줄 게 있어서 그러니까, 너희는 얌전히 여기 남아있어.”진서준이 다정한 어조로 말했지만, 강유나는 한 번 흘겨보기만 할 뿐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진서준의 뒤를 따라 지하실로 향했다. 그 오랜 세월 이 별장에 살면서도,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던 비밀 통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통로는 빛 한 점조차 모조리 집어삼킬 듯 깊고 어두운 지하 세계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은 기대감에 부푼 걸음으로 앞장서 내려갔고, 마침내 밀폐된 어느 방 앞에 당도했다.별장의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는 대조적으로, 그곳은 음산하고 캄캄할 뿐 온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진서준이 벽면에 달린 조명 스위치를 켜고 나서야 방 안의 풍경이 강유나의 눈앞에 온전히 드러났다.강유나는 방 안을 한 번 훑어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이윽고 진서준이 빔 프로젝터를 켜자, 텅 빈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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