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되돌릴 수 없는 업보의 끝에서: Chapter 11 - Chapter 20

23 Chapters

제11화

신서연은 고개를 돌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집에 있어도 딱히 할 일도 없고, 너랑 아이들 푸짐하게 먹이고 싶어서 준비했어. 별거 아냐.”진서준이 안으로 들어오자, 식탁 가득 차려진 음식과 맛있게 먹고 있는 두 아들, 그리고 온화한 신서연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속에 행복감이 밀려왔다.그는 신서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고생 많았어, 서연아.”“정말 별거 아냐, 서준아. 내가 잘 돌보겠다고 말했잖아, 이건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인걸.”신서연은 담담하게 말하며 진서준의 뺨 위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당신도 얼른 밥 먹어.”“응, 그래.”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외투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쳐 두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유나는 아직 안 내려왔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진하준이 말을 받았다.“엄마 이제 없잖아요, 아빠 잊어버렸어요?”진하윤이 말했다.“이제 서연 엄마뿐이라고요!”그제야 진서준은 강유나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하지만 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여전히 의구심이 들었다.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던 강유나가 정말로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진서준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 뭔가를 회상하는 듯하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게 화제를 넘겼다.하지만 그의 반응은 신서연의 눈에 고스란히 포착되었다.그날 밤, 진서준이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신서연이 따뜻하고 부드럽게 껴안았다.“서준아, 아직도 유나를 못 잊은 거야? 그 여자도 얼마 뒤면 분명 돌아올 텐데, 요 며칠 동안만이라도 온전히 내 남자가 되어주면 안 돼?”신서연이 서운한 기색으로 말했다.“서연아, 난 언제나 네 남자였어.”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이 이런 표정을 짓자 마음이 약해진 진서준은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강유나를 떠올렸을 때의 이상한 기분도 이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신서연은 얇은 실크 잠옷 한 장만 입고 있어서 고스란히 몸매가 드러났다. 그녀의 손이 진서준의 몸을 훑어 내리자 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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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서연 엄마, 우리 밥 좀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진하준이 입을 열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무슨 밥이야? 아침에 아줌마가 해줄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면 되잖아.”신서연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하지만 우리 너무 배고프단 말이에요! 서연 엄마, 사실은 우리 안 사랑하죠? 아빠한테 다 말할 거예요!”진하윤이 진하준의 옷을 꼭 쥐며 말했다.아이들은 그저 신서연이 해준 밥을 다시 한번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서연의 안색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두 아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진하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신서연의 손바닥이 뺨을 사정없이 내리쳤다.진하준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서연 엄마! 왜 하윤이를 때려요!”그러나 다음 순간, 신서연의 손바닥이 이번에는 진하준의 뺨을 후려쳤다.여자의 손길이지만 어린아이들의 피부가 워낙 연했기에, 진하준과 진하윤의 뺨은 순식간에 새빨갛게 부풀어 올랐다.아이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지만, 신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만약 너희들, 서준이 앞에서 입 하나라도 뻥긋했다간 다음엔 밥 굶는 정도로 안 끝날 줄 알아. 내 말 알아들었어?”진하준과 진하윤의 눈에 신서연은 순간 무시무시한 악마처럼 보였다. 감히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서연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바로 그때, 아래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서연아, 하준아, 하윤아, 나 왔어.”진서준이 퇴근해 돌아왔다.신서연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아이들을 향해 매섭게 눈을 부릅떴다.“방금 내 말 잊지 마. 아빠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 하기만 해봐.”진하준과 진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서연의 뒤를 따라 방을 나섰다.아이들은 아빠가 자신들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 주길 바랐다. 하지만 진서준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신서연에게만 머물러 있었고, 새빨갛게 부어오른 아이들의 뺨 따위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결국 진서준이 서재로 들어갈 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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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나쁜 엄마!”“서연 엄마는 나쁜 엄마예요!”진하준과 진하윤이 신서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신서연은 테라스에서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진서준의 앞에 섰을 때, 그녀의 눈가는 이미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서준아, 하준이랑 하윤이가 날 이렇게 모함할 줄은 정말 몰랐어. 내가 어떻게 애들을 때리겠어?”신서연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진서준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계속 말해봐.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하준이랑 하윤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기에 내가 타이르니까, 자기들 얼굴을 스스로 때리면서 이렇게 다치면 아빠가 집에서 쉬게 해줄 거라고 하더라고.”말을 잇던 신서연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당신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말 안 한 건데, 애들이 나한테 앙심을 품고 이럴 줄은...”신서연은 뒷말을 잇지 못했지만, 그 애처로운 모습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소명된 듯 보였다.진서준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진하준과 진하윤을 바라보았다.“너희가 감히 서연이를 모함해? 서연이가 타이른 건 다 너희 잘되라고 한 소리야. 그 조그만 것들이 벌써부터 거짓말을 배워?”“아니에요, 아빠!”진하준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서연 엄마가 그랬단 말이에요! 진짜로 우리 때리고 밥도 안 줬단 말이에요!”진하윤도 자지러지게 울어댔다.“서연 엄마는 나쁜 여자예요! 우리 거짓말 안 했어요!”하지만 온종일 회사 일로 치이다 돌아온 진서준에게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그저 짜증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가정부를 불러 진하준과 진하윤을 방에 가두고 반성하게 하라 지시한 뒤, 진ㅅㅓ준은 신서연을 품에 끌어안았다.“마음고생 많았어, 서연아.”진서준이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로 위로했다.“괜찮아. 하준이랑 하윤이가 아직 어리니까 딴마음을 먹을 수도 있지.”신서연은 눈물을 닦아냈다.그녀는 슬며시 진서준의 품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고,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지며 이내 깊이 얽혔다.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진서준은 밀려오는 자극에 휩싸여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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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나 다녀올게. 요즘 너무 바쁘네. 이틀만 지나면 집에서 시간 많이 보내면서 네 옆에 꼭 붙어 있을게.”진서준은 신서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회사로 향했다.거실에서는 진하준과 진하윤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아침을 먹고 있었다.진서준이 저택을 나서자마자 신서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음산하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두 아이 앞으로 다가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내가 어제 분명히 아빠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밤중에 감히 아빠 방에 찾아가서 고자질을 해?”그녀는 진하준을 덜컥 잡아챘다. 고작 네다섯 살배기 어린아이가 저항할 수 있을 리 없었고, 아이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이 나쁜 여자야!”진하윤은 손에 들고 있던 식기를 신서연에게 집어던지며 형을 놓아주라고 소리쳤다.하지만 그 행동은 신서연의 분노를 더욱 부추길 뿐이었다. 어차피 진서준도 없고, 이 두 아이는 강유나가 낳은 핏줄에 불과했다. 나중에 자신과 진서준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이 애들이 재산을 두고 자기 자식과 경쟁하게 될 것 아닌가.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신서연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한층 더 냉혹해졌다.그녀는 주방에서 팔팔 끓는 기름을 국자에 한가득 퍼 왔다. 그러고는 진하윤을 붙잡아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 뒤, 뜨거운 기름을 그대로 부어버렸다.순간, 아이의 비명이 저택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진하윤의 혀와 식도는 순식간에 붉게 부풀어 오르면서 피가 흘러내렸다.가정부가 비명을 들으며 뛰어나와 그녀를 가로막았다.“신서연 씨! 도련님한테 무슨 짓이에요!”“비켜!”신서연은 가정부를 거칠게 밀쳐 넘어뜨리고는 두 번째 기름 국자를 퍼 왔다. 그리고 진하준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진하준이 겁에 질려 입을 꾹 다물자, 신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 위로 기름을 들이부었다.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진동했고, 진하준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신서연은 바닥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두 아이를 냉랭하게 내려다보며 국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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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비서는 USB를 꺼내 진서준에게 건넸다.“이 안에 신서연 씨가 저지른 다른 일들도 조사되어 있습니다. 도련님들에게 손을 댄 정황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하준이와 하윤이에게 손을 대?’진서준은 황급히 USB를 받아 컴퓨터에 꽂았다. 화면 속 영상이 재생될수록 심장은 점점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자신이 없는 사이, 신서연이 두 아들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니. 가소롭게도 어제 두 아이가 자신에게 고자질을 했는데도, 정작 아이들을 믿지 않고 신서연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강유나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조금만 신경 써서 진실을 조사했더라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서연의 말 한마디에 조사를 미루다 결국 지금까지 와서야 모든 전말을 알게 된 것이다.순간 진서준은 커다란 손이 심장을 꽉 움켜쥔 듯이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받을 기분이 아니었지만, 화면에 뜬 발신인이 아이들의 학교 담임 선생님인 것을 보고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선생님, 하준이랑 하윤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그는 억지로 이성을 붙잡으며 물었다.[아니요, 진 대표님. 다름이 아니라 아이들이 결석계를 냈는데 어떤 병인지, 병원에 입원한 건지 자세히 말씀을 안 해주셔서요.] [반 친구들이 병문안을 가고 싶어 하기에 정확히 여쭤보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선생님이 정중하게 말했다.하지만 그 한마디에 진서준의 심장을 단박에 죄어왔다.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 집에서 신서연과 함께 있다는 뜻이었다. 학교에 결석계를 낸 것도 분명 신서연의 짓이 틀림없었다.쨍그랑!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책상 위의 화병을 밀쳐서 깨뜨렸다.[진 대표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선생님이 의아한 듯 물었다.“아닙니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요. 아이들 상황은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진서준은 곧장 전화를 끊었다.“집으로 가자, 지금 당장!”그는 휴대폰을 부숴버릴 듯 꽉 쥔 채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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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서준아, 진정해! 하윤이가 워낙 장난이 심해서 그래. 방금 튀겨낸 기름 찌꺼기를 몰래 집어먹다가 이렇게 된 거야...”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서준은 신서연의 목을 덜컥 움켜잡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걷잡을 수 없는 분노만이 이글거렸다.“대체 언제까지 날 속일 작정이지? 신서연, 내가 집을 맡겼더니 하준이랑 하윤이를 이 지경으로 돌본 거야?” “등하교 마중은 고사하고 밥도 안 주고, 내가 없는 틈을 타서 애들을 때려? 그 어린것들을 네가 이렇게 짓밟아 놓은 거잖아!”진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신서연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진서준이 모든 전말을 알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그게 아냐, 서준아...”그러나 돌아온 것은 한층 더 냉혹한 처사뿐이었다. 턱뼈가 부서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진서준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내리꽂혔다.“그게 아니라고? 내가 그동안 네 체면을 너무 세워준 모양이군. 내 앞에서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거짓말을 해?”“신분 빼고는 다 주겠다고 수없이 경고했을 텐데, 감히 그것도 모자라 이딴 짓을 벌여?”남자의 눈에서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신서연은 이런 진서준의 모습을 태어나서 처음 봤기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눈물을 흘렸다.“미안해, 서준아. 널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 참을 수가 없었단 말야. 그러니까 화 풀어. 앞으로는 정말 네 말만 잘 들을게.”신서연은 전처럼 가련한 척 눈물을 흘리며 애교를 부렸다. 그저 진서준이 조금 화가 난 것뿐이니, 자신이 울며 매달리면 금방 풀릴 줄 알았던 것이다.하지만 지금 진서준에게 그 눈물은 역겨움 그 자체라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네가 유나 남동생까지 죽였잖아, 신서연. 넌 줄곧 날 속여왔어. 감히 유나에게 그딴 짓을 저지르다니!”두 아들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할 만큼 만신창이가 되었고, 강유나는 그녀에게 등을 떠밀려 집에서 나갔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가 겨우 이런 괴물이었단 말인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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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진서준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멍해졌다. 강유나가 떠난 이후,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녀의 방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떨리는 걸음으로 강유나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 역시 텅 비어 있었다.창문이 활짝 열린 채 커튼이 흩날리고 있었고, 가득 들이친 햇살이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보고 싶은 그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왜, 대체 왜일까.함께 찍은 사진도, 자신이 선물했던 물건들도, 강유나가 이곳에 존재했다는 흔적조차 그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진서준의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뒤늦은 통증이 촘촘하게 밀려왔다.그는 미친 사람처럼 방 안의 물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증거를 하나라도 찾고 싶어 단 한 구석도 놓치지 않고 샅샅이 뒤졌다.그들의 약혼반지, 기념일 선물, 생일 선물. 진서준은 강유나가 자신이 준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소중히 여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령 그가 대충 산 물건이라도 그녀에게 주기만 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고이 간직하곤 했다.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찾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흔적조차 없는 빈방을 바라보면서 거대한 공포가 그의 내면을 잠식해 들어갔다.애당초 강유나와 결혼한 건 오직 그녀를 책임지기 위해서였다. 강유나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알았기에, 진서준은 결혼으로 보답하려 했다. 당시에는 신서연이 이미 죽었다고 믿었기에 그의 마음에는 강유나 한 사람뿐이었고, 이대로 평생을 함께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누구도 신서연이 살아 돌아오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그 순간 그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신서연에게로 향했고, 그간의 공백을 채워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결과적으로 강유나의 존재를 용납하지 못한 신서연이 이토록 많은 만행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진서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가슴이 저린 통증이 무엇 때문인지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유나야. 어디 있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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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신서연은 지하실로 끌려간 뒤 고스란히 사흘 밤낮을 갇혀 있었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빛 한 줄기조차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녀는 낮과 밤은커녕 시간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온몸의 감각이 마비되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렸다.눈이 부실 정도의 강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신서연은 처음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았다.한 남자가 문턱에 서서 오랫동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자신을 향한 차가운 시선을 뒤늦게 감지한 신서연은 둔해진 머리를 굴리며 서서히 초점을 맞추었다.진서준이었다.순간 구원의 밧줄이라도 잡은 듯, 미친 듯이 기어간 신서연은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서준아!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 다 고칠게, 다신 그런 짓 안 할게!”“전부 내 잘못이야. 당신이 용서만 해준다면 뭐든지 할게. 서준아, 나 좀 살려줘. 여기 너무 무서워, 정말 무서워 죽겠어. 그리고, 그리고...”“나, 네 아이를 가졌어!”신서연은 눈물콧물을 쏟아내며 애원했다. 눈 속의 공포는 거짓이 아니었지만, 가녀린 희망을 품은 채 자신의 배를 황급히 감싸 안았다.진서준이 시선을 내리깔자, 신서연의 아랫배가 아주 살짝 볼록하게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하지만 신서연에게는 아직 용서받을 기회가 남아있어도 강유나는 이미 자신의 곁을 떠나고 없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진서준의 마음에는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내 아이? 이 아이가 내 자식이라는 걸 네가 어떻게 증명할 건데?”얼음장 같은 진서준의 목소리에 신서연의 가슴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낳으면 되잖아. 낳아서 친자 확인을 해보면 알 거 아냐? 이건 틀림없는 네 아이야, 서준아...”진서준이 싸늘하게 헛웃음을 쳤다.“내 아이든 아니든, 이제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그 아이가 태어날 일은 없을 테니까.”“신서연, 네가 온갖 수작을 부리며 이 집에 들어앉으려던 목적이 고작 이거였어?”“분명히 말하는데, 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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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진서준이 매정하게 몸을 돌려 막 문가로 걸어갔을 때, 등 뒤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진서준이 고개를 돌린 순간, 수술용 칼을 든 신서연이 달려들어 남자의 몸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마지막 희망마저 잘려 나간 여자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증오만 남아 있었다. 그야말로 눈이 뒤집힌 상황이었다.미치광이나 다름없는 표정을 한 신서연은 깡마른 몸에 아직 유산된 태아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그녀는 핏발 선 눈으로 칼을 뽑아 들고 다시 한번 찔러 넣었다.공기 중으로 피비린내가 더욱 짙게 풍겼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눈앞에는 그동안 자신을 짓밟고 괴롭혀 온 남자뿐이었다.이것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복수의 기회였다.“진서준! 같이 죽자고!”끝을 알 수 없는 증오가 신서연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칼이 그의 몸에 박히는 것을 보며, 신서연은 처음으로 통쾌함을 느꼈다.두 번째로 칼을 들어 올리는 순간, 진서준의 손이 날카로운 칼날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손바닥이 찢겨 나가며 핏방울이 배어 나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을 주어 미쳐 날뛰는 여자를 거칠게 내팽개쳤다. 그의 눈빛이 음산하게 가라앉았다.“그렇게 죽고 싶어 안달이 났다면 내 기꺼이 들어주지. 네가 지은 죗값을 한 번에 청산해.”이윽고 펄펄 끓는 기름 가마솥이 안으로 들려왔다. 그 광경을 보자, 신서연의 얼굴에서 광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면서 이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밖에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조차 외면한 채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이러지 마, 제발 이러지 마...”무언가를 직감한 듯, 그녀는 지하실 가장 깊숙한 벽에 닿을 때까지 물러섰다.가마솥 안의 기름은 온도가 오를 대로 올라 무섭게 기포를 터뜨리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에게는 실낱같은 연민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지시를 받은 경호원들이 신서연의 온몸을 꽁꽁 묶은 뒤, 펄펄 끓는 가마솥 바로 위 허공에 매달았다.아래에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열기가 신서연의 피부를 자극했다. 눈물이 아래로 떨어지자마자 기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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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진서준이 확신에 찬 어조로 몰아붙이자, 신서연은 머리를 감싸 쥔 채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며 오열했다.그녀는 마치 진서준이라는 사람을 태어나서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숨이 턱 막혀올 지경이었다.“진서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한 짓들은 전부 우리 둘이 함께하기 위해서였단 말이야.”“내가 언제 너랑 함께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어? 유나는 평생 내 아내야. 네까짓 게 감히 그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어.”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의 전조처럼 서늘했다. 신서연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를 경악스럽게 바라보았다.“애초에 너도 강유나한테 마음이 없었잖아! 정말 그 여자를 신경 썼다면 나랑 한 침대에 누웠겠어?” “정말 아꼈다면 그 여자 손을 그렇게 망가뜨릴 수 있었겠냐고! 유나를 사랑했다면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을 리가 없잖아!”“네 마음속에도 분명 내가 있었어! 당신은 강유나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던 거라고!”신서연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진서준의 더욱 음산해진 눈빛뿐이었다.“네까짓 게 어디 감히 유나와 비교해? 네가 도대체 뭔데!”“대가를 치른다는 게 어떤 건지 똑똑히 가르쳐주지.”곧 밧줄이 아래로 툭 떨어지며 신서연의 온몸이 펄펄 끓는 기름 가마솥 안으로 처박혔다.지하실을 찢을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서준은 다시 그녀를 위로 끌어올렸다.고작 몇 번의 숨을 들이쉬는 짧은 찰나였음에도 신서연의 살점은 이미 처참하게 짓무르고 녹아내려 있었다. 온몸을 파고드는 극심한 통증에, 그 아름답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떡이 되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아악! 아아악!”그녀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내가 잘못했어, 서준아! 내가 잘못했어!”그러나 그 처절한 애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서준이 다시 밧줄을 놓아버리자, 신서연은 또다시 기름 솥 안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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