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짜리 진하준은 팔짱을 낀 채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증거가 이렇게 확실한데, 아직도 발뺌하는 거예요?”네 살배기 진하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천진하면서도 잔인한 어조로 거들었다.“엄마, 외삼촌이 죽는 게 그렇게 무서웠으면 서연 이모를 차로 치지 말았어야죠. 이모는 우리한테 소중한 보물이라고요.”강유나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신서연이 아이들의 보물이라면, 자신은? 자신은 대체 뭐란 말인가?강유나는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수년간 부부로 지내온 정을 생각해서라도 강태양을 살려주길 바랐다.그러나 남자는 그저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마치 낯선 타인을 보듯 말이다.강유나는 문득 실소를 터뜨렸지만, 눈물은 여지없이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결국 이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신서연뿐이었다.추억은 칼날이 되어 심장을 사정없이 헤집었다.강유나와 진서준, 그리고 신서연 세 사람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소꿉친구였다.그녀는 진서준을 남몰래 좋아했지만, 진서준의 시선은 늘 신서연만을 향해 있었다. 강유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묵묵히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심지어 진서준의 고백 이벤트를 남몰래 도와주는 것뿐이었다.하지만 진서준이 고백을 앞두고 있던 바로 그 전날 밤, 신서연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대참사였다.그날 이후 진서준은 매일같이 술로 나날을 보내며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강유나는 그런 진서준의 곁을 지켰다. 인사불성이 된 그에게 해장국을 끓여주고, 위출혈로 쓰러진 그의 곁에서 밤을 꼴딱 새우며 간호했다.그러던 어느 날 밤, 만취한 진서준이 강유나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애타게 신서연의 이름을 애원하듯 부르며 그녀를 자신의 아래에 눕혔다.충분히 밀쳐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강유나는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그 사랑에 눈이 멀어 기꺼이 대용품이 되기를 자처했다.다음 날 아침, 침대에 얼룩진 핏자국을 바라보던 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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