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춤 같은 거 못 춥니다. 검무라면 모를까.”“검무라고 생각해. 스텝은 내가 리드할 테니, 당신은 나한테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나를 믿어.”테오도르의 눈빛이 진지했다. 로젤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잔을 내려놓고 그의 손을 잡았다.“발 밟아도 모릅니다.”“상관없어. 당신이라면 발등이 으스러져도 좋으니까.”두 사람은 홀 중앙으로 나아갔다.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집중되었다. 괴물 공작과 도살자 대공비의 춤이라니. 모두가 우스꽝스러운 꼴을 기대했다.하지만 음악이 시작된 순간, 그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쿵, 짝, 짝.테오도르의 리드는 완벽했다. 그는 로젤린의 허리를 단단하게 받치고, 물 흐르듯 그녀를 이끌었다. 로젤린 역시 천부적인 운동 신경을 가진 소드 마스터였다. 처음에는 뻣뻣했지만, 금세 리듬을 타고 테오도르의 스텝에 맞췄다.그들의 춤은 부드러운 왈츠라기보다는, 치열한 탱고나 대련에 가까웠다.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고, 회전하는 동작 하나하나에 힘과 긴장감이 넘쳤다. 검은 예복과 검은 드레스가 엉켜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밤하늘의 폭풍우 같았다.“당신, 꽤 잘하는데?”“전하의 리드가 훌륭해서겠죠.”로젤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턴을 할 때마다 그녀의 드레스 자락이 휘날리며 다리의 곡선을 드러냈다. 테오도르의 손이 그녀의 파인 등을 훑어 내렸다. 흉터 위를 지나가는 손가락의 감촉에 로젤린의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다.“사람들이 쳐다봅니다, 전하.”“보라고 해. 내 여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테오도르는 로젤린을 확 끌어당겨 가슴을 밀착시켰다.“로젤린, 기억해. 이 연회장의 누구도 당신을 비웃을 자격 없어. 당신은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검이고, 나의 유일한 안식처니까.”그의 속삭임이 음악 소리에 섞여 귓가에 파고들었다. 로젤린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심장이 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뛰고 있었다.'이 남자, 위험하다.''전장의 적보다, 황제의 음모보다 더 위험하다. 내 마음의 방벽을 허물고 들어오려 한다.'음악이 클라
Last Updated : 2026-05-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