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우의 허락 하에 이루어진 외출이었다.청담동 명품관과 갤러리를 둘러보는 일정이었으나 자유는 없었다.전담 기사는 차를 움직이는 내내 종우에게 실시간으로 위치를 보고했고, 동행한 여비서는 세 걸음 뒤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겉으로는 사모님을 향한 정중한 보좌였으나 실상은 움직이는 쇠창살이었다.화려한 매장 조명 아래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옷과 가방들이 늘어서 있었다.점원들은 굽신거리며 최고급 라인을 권했다.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내의 아내처럼 보였으나, 오른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는 여전히 그녀의 손가락을 짓누르고 있었다.살점을 그어놓은 듯한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쇼핑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전담 기사가 차 문을 열기 위해 먼저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때 부티크 건너편 버스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하교 시간이 되었는지 교복을 입은 남학생 몇 명이 모여 웃어대고 있었다.헐렁한 셔츠 차림, 넥타이를 매만지는 긴 손가락, 다듬어지지 않은 혈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들.그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과거 중학생 시절, 보육원 근처 어두운 둔치에서 자신을 짓밟았던 고등학생들의 환영이 교복 차림 위로 겹쳐 들었다.지독한 공포가 뇌리를 때렸고, 그와 동시에 아랫배 깊은 곳에서 사정없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트라우마가 불러오는 기형적인 성욕이었다.숨이 턱 막혔다.다리 사이로 끈적한 체액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종우와의 매끄럽고 단정한 정사로 끝내 채워지지 못했던 갈증이 교복을 입은 소년들의 모습에 미친 듯이 날뛰었다.종우가 보여주는 매끈한 테크닉은 이 본능을 건드리기만 했을 뿐 해소해주지 못했다.오히려 그 신사적인 정사는 아랫배 속에 묵직한 욕구불만을 앙금처럼 차곡차곡 쌓아놓았을 뿐이었다.충족되지 못한 성적 갈증이 과거의 상처와 결합하여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귓가에 헐떡이는 숨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았다.폭우가 쏟아지던 밤, 자신을 짐승처럼 쳐올리며 안쪽을 짓뭉개던 재윤의 난폭한 헐떡임.지치지 않는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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