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全部章節:第 111 章 - 第 118 章

118 章節

111화

지독한 사정이 끝나고 좁은 캡슐 호텔 방 안에는 땀과 비릿한 체액 냄새가 진득하게 남아 있었다. 은주의 가슴 위에 푹 고꾸라져 가쁜 숨을 내쉬던 재윤이 단단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았다.마치 잠깐이라도 손을 놓으면 은주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기라도 할 듯, 피부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강한 악력이었다.재윤은 땀에 젖은 이마를 은주의 쇄골에 묻은 채 파들파들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실장님… 나랑 떠나요. 네?”은주를 향한 기형적인 열망으로 군생활을 버텨온 사내의 절박한 요청이었다.재윤의 뜨거운 숨결이 은주의 젖은 피부 위로 번졌다.“유럽이든 어디든… 아버지 손길이 절대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요. 내가 무슨 일을 해서라도 실장님은 책임질게요. 제발 내 옆에 있어줘요.”달콤하다 못해 은주의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픈 제안이었다.수없이 꿈꾸고 갈망했던 일이었다.종우의 화려한 감옥에서 빠져나와 이 청년의 뜨거운 품 안에서 평생 매여 사는 것.재윤의 간절한 눈빛을 마주한 은주의 마음이 사정없이 흔들렸다.하지만 순간, 은주의 머릿속으로 차가운 얼음물이 끼얹어졌다.비서실장 시절부터 겪어온 최종우라는 사내는 온화한 듯 하면서도 단호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소유물을 빼앗긴 종우가 지구 끝까지 추격하여 올 것이 분명했다. 운 좋게 그의 손길을 잠시 피한다 해도 평생을 불안감 속에서 떨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은주 자신은 그래도 재윤과 함께라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재윤은 아니었다. 재윤과 함께 도망치는 것은, 결국 그를 종우의 집요한 광기 속으로 끌어들여 더욱 깊게 파멸시키는 길이었다.은주는 가슴 위에 엎드린 재윤의 젖은 머리칼을 느릿하게 쓸어 넘겨주었다.“안 돼요, 재윤 씨… 그건 안 돼요.”은주의 나직하고 단호한 음성에 재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재윤이 고개를 들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은주를 내려다보았다.“왜… 왜 안 돼요? 아버지가 무서워서 그래요? 내가 지켜준다니까!”“재윤 씨, 아버지는 절대 우리를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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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격렬하게 부딪히던 골반의 마찰음이 점차 둔탁하고 깊은 호흡으로 바뀌어갔다.재윤은 허리를 바짝 밀어 넣은 채, 은주의 안쪽 가장 깊숙한 곳까지 자신의 기둥을 파묻고 멈춰 섰다.단단하게 팽창한 귀두가 자궁 입구를 묵직하게 짓누를 때마다 은주의 입에서 아득한 신음이 차올랐다.재윤은 떨리는 손으로 은주의 뺨을 감싸 쥐었다.그 손길에는 조금 전의 가학적인 혈기 대신, 지독한 불안과 애절함이 서려 있었다.재윤의 입술이 은주의 이마, 눈가, 그리고 젖은 뺨을 따라 느릿하게 내려왔다.“실장님… 날 두고 가지 마요… 제발…”재윤의 목소리가 아이처럼 깨어져 나왔다.그의 입술이 은주의 목덜미를 거쳐, 오른손 약지의 흉터 위로 향했다.반지를 억지로 빼내어 검붉게 굳은살이 짚이는 그 자리에 재윤은 연신 입을 맞췄다.찌그러진 금속이 그어놓은 상처 위에 재윤의 뜨거운 혀가 닿을 때마다 은주의 전신이 소름처럼 떨려왔다.“유럽 같은 거 가기 싫어요… 차라리 이대로 실장 품에서 죽어도 상관없어.”“재윤 씨…”“2년이었어요. 그 지옥 같은 부대에서 하루도 당신 생각 안 한 날이 없었다고. 아버지가 당신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던 그날 밤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당신하고 아버지 생각뿐이었어. 미쳐버릴 것 같은데… 겨우 빠져나왔는데 또 나를 혼자 둘 건가요?”재윤의 붉게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은주의 가슴 위에 떨어졌다.은주는 파들파들 떨리는 재윤의 뺨을 감싸 안았다.은주의 마음 역시 칼로 베어내는 듯 아팠다.수없이 밤을 지새우며 억눌러온 애증과 갈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었다.“재윤 씨… 날 봐요.”은주가 나직하지만 떨리는 음성으로 재윤의 시선을 맞추었다.“우리가 함께할 수 없다는 거… 재윤 씨도 알고 있잖아요. 여기서 내가 당신 손을 잡고 도망치면, 아버지는 지구 끝까지 우리를 쫓아올 거예요. 재윤 씨 인생도, 내 인생도 끝날 거라고요.”“상관없어! 아버지한테 다 빼앗겨도 상관없다고!”“내가 상관있어요.”은주의 눈에서도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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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캡슐 호텔 방 안의 낮게 가라앉은 조명 아래로 시간의 흐름이 아득하게 흘러갔다.밀폐된 공간이었지만 벽면을 타고 전달되는 나른한 진동은 공항 상층부의 움직임이 서서히 바빠지고 있음을 일깨워주었다.재윤의 런던행 비행기 탑승 수속 시간이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이별이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조바심을 불러일으켰다.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절박함은 2년 동안 참아온 성적 본능을 극한으로 밀어 올렸다.재윤의 손이 은주의 허리를 다시금 거칠게 틀어쥐었다.그의 손끝에 들어간 악력은 은주를 영원히 제 품 안에서 놓아주지 않겠다는 집착 그 자체였다.“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재윤의 떨리는 음성이 은주의 목덜미에 닿았다.재윤은 은주의 어깨와 쇄골, 유방 위로 맺혀 있는 땀을 입술을 마구 문지르며 짐승처럼 숨을 헐떡였다.“실장님을 이대로 두고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게…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재윤 씨… 나한테 다 새겨놓아요. 재윤 씨 몸에도, 내 안에도… 날 절대 잊지 못하게 완벽하게 새겨달라고요.”은주가 절박한 표정으로 말을 마치자 재윤이 은주의 양 다리를 잡고 허공으로 크게 넓혀 벌렸다.이미 두 사람의 체액과 애액으로 젖어 있는 음부 입구로 발기한 페니스를 망설임 없이 꽂아 넣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질 내벽을 파고드는 단단한 느낌이 은주의 몸을 크게 흔들었다.“하아아읏!”은주의 목이 뒤로 활처럼 꺾이며 비명이 섞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오르가슴의 여운으로 예민해져 있는 질 내부가 귀두의 거친 마찰에 저릿하게 반응했다.재윤은 멈추지 않았다.시간이 흘러가는 소리가 귓가에 환청이 되어 들려올수록, 허리를 박아대는 속도는 더욱 폭력적이고 사나워졌다.둔탁한 골반의 마찰음과 젖은 살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가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재윤은 은주의 허벅지를 바짝 끌어당겨 자신의 몸 쪽으로 밀착시킨 뒤, 자궁 입구를 향해 귀두를 망치질하듯 거세게 찍어 눌렀다.종우와의 잠자리에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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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재윤의 가쁜 숨소리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온 몸의 에너지를 은주의 몸에 쏟아붓고 힘없이 늘어져 있던 재윤이 상체를 세워 은주를 끌어 안았다. 은주는 재윤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댔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며 격렬한 여운을 토해내듯 뛰어대고 있었다.은주는 그의 가슴에 안겨 두 사람이 유럽의 거리를 거니는 상상을 했다. 그의 품에 안겨 평생을 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게 재윤을 보내주는 것이었다. 은주는 뻐근하게 조여오는 아윗배 안쪽과 경련이 가시지 않는 하체를 겨우 수습하며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침대 옆 조그만 협탁 위에 놓인 휴지와 물티슈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자신과 재윤의 체액으로 진득하게 범벅이 된 재윤의 하체부터 정성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아무런 말 없이 몸을 내맡긴 재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은주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실장님…”재윤의 목소리가 물기에 젖어 파르르 떨렸다.그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은주는 재윤의 굵은 허벅지와 아랫배에 묻은 진득한 흔적들을 부드럽게 눌러 닦아낸 뒤,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뺨을 쓸어내렸다.“아이처럼 왜 그래요. 다 닦았어요.”이어 자신의 다리 사이를 타고 흘러내린 흔적들도 깨끗하게 정돈했다.오르가즘의 여운으로 여전히 아랫배 안쪽이 저릿하게 욱신거렸지만, 은주의 머릿속은 오싹할 만큼 냉정하고 또렷하게 각성해 있었다.은주는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던 속옷과 옷들을 차례로 끌어올려 입었다.그리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냈다.은주는 그 봉투를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있는 재윤의 손아귀에 조용히 쥐여주었다.재윤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봉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이건…”“재윤씨의 어머니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예요. 가지고 가요. 유럽으로 가서, 아버지라는 그늘을 벗어나 사내 최재윤으로 당신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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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캡슐 호텔 302호의 문이 완전히 닫혔다.방 안은 순식간에 차갑고 무거운 정적으로 가득 차올랐다.은주는 문이 닫힌 자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그동안 숨죽여 참고 있던 눈물이 한 번 터져 나오자 걷잡을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툭, 툭 떨어지는 투명한 방울들이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손등을 적셔갔다.밀폐된 좁은 방 안에는 방금 전까지 두 사람이 나눴던 지독하고 거친 정사의 흔적이 서늘한 공기와 엉켜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피어오르던 땀 냄새와 비릿한 체액의 향, 그리고 2년이라는 세월 동안 마른 장작처럼 억눌렸던 성적 갈증이 미친 듯이 폭발했던 열기가 캡슐 방의 좁은 벽면에 지독하게 스며 있었다.그 밀도 높은 냄새와 열기 탓에 은주는 숨을 쉬는 것조차 가슴이 턱 막혀올 만큼 버거웠다.은주는 손가락을 떨며 아랫배 깊은 곳을 지긋이 눌렀다.재윤이 조금 전까지 제 모든 힘을 다해 사정없이 자궁 입구를 짓뭉개며 쏟아붓고 간 정액의 진득한 열감이 안쪽 깊은 곳에서 여전히 뻐근하고 알싸한 통증이 되어 물결치고 있었다.옷감 너머 허벅지를 타고 조용히 흘러내리는 축축하고 끈적한 촉감.그것은 재윤이 제 존재를 증명하듯 은주의 몸 안에 새겨두고 간 마지막 체온이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독한 배덕의 유산이었다.은주는 흘러나오는 울음을 삼키기 위해 떨리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어깨를 떨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오열을 참아내려 애썼지만, 소리 없는 눈물은 비탈길을 구르듯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마음속 가장 어둡고 깊은 구석에서는 당장이라도 무거운 문을 열고 복도로 달려나가고 싶은 충동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멀어져 가는 재윤의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이 잔인한 현실 너머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종우의 시선도, 세상의 눈총도 닿지 않는 유럽의 어느 낯선 거리에서, 남편의 아들이 아닌 그저 한 사내의 여자로서 평범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 한구석을 도려내듯 지독한 통증으로 밀려왔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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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일주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오는 길은 지루하고 아득했다.최종우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야경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미국에서의 고된 협상과 피로 속에서도 그를 버티게 한 것은 저택에서 자신을 맞이할 노은주였다.완벽한 아내의 역할을 하면서도 밤이면 가장 야한 모습으로 자신 앞에 고분고분 엎드리던 여자.미국으로 떠나기 전 날 밤에도 최종우는 은주의 몸을 가학적으로 짓누르며 쾌감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은주와의 뜨거운 밤을 생각할 때마다 발기하는 페니스를 억누르느라 고생을 했다.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은주를 품에 안고 함께 즐기는 시간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검은 세단이 저택 정문으로 들어서고 차 문이 열렸다.하지만 저택을 반기는 것은 기묘한 정적뿐이었다.은주의 기척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고용인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종우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2층으로 올라가는 종우의 발걸음이 서늘하게 울렸다.은주의 드레스룸 문을 밀어 열자,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옷들과 보석들이 미련 없이 내팽개쳐져 있었다.그리고 화장대 위.은주의 손가락에 있어야 할 약혼반지가 기형적으로 찌그러진 채 굴러다니고 있었다.반지 주위에는 피가 말라붙어 검붉은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종우는 찌그러진 금속 조각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은주가 손가락 살점이 찢겨 나가는 통증을 견디며 이 반지를 빼내어 내던지고 도망쳤다는 사실.그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2년 동안 자신을 속이며 품 안에서 연기해 온 여자가, 결국 자신을 완벽하게 속여 넘겼다는 것의 실체였다. 종우가 이빨을 앙 다물었다. 턱관절 근육이 흉악하게 솟아 올랐다. 그의 온 몸에 차가운 분노가 혈관을 따라 퍼져나갔다.종우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재윤을 부대 앞에서 받아 인천공항에서 유럽행 비행기에 태우는 과업을 전담했던 본사 직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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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서울의 화려한 빌딩 숲과 저택을 뒤로하고 내려온 남쪽의 작은 바닷가 마을.은주가 어린 시절 자랐던 보육원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마을 언덕 끝자락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오래된 2층 콘크리트 건물의 겉벽은 매서운 해풍에 깎여 옅은 페인트칠이 여기저기 벗겨져 있었다.하지만 마당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비릿하면서도 상쾌한 바다 냄새와 푸근한 흙향이 섞여 밀려들었다.그녀가 마지막 2년을 보냈던 최종우의 숨막히는 대저택과는 다르게 사람 냄새 나는 공기였다.은주는 손에 자그마한 옷가방 하나만을 들고 보육원 정문을 걸어 들어왔다.그녀를 맞이해 준 것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옷이나 화려한 보석 상자가 아니었다.마당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뛰어놀던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와, 구둣발 소리 대신 공기를 채우는 고소한 된장찌개 냄새였다.은주는 아무런 신분 위장도, 위조된 이름도 쓰지 않았다.자신을 묶어두었던 대기업 사장의 안주인이라는 사모님 타이틀도, 최종우가 만들어준 화려한 가면도 모두 서울의 저택에 미련 없이 내던져두고 왔다.오롯이 '노은주'라는 제 진짜 이름 세 글자로 보육원 보조 교사 일을 시작했다."은주 선생님, 아이들 저녁 먹기 전에 손 씻는 것 좀 도와주세요.""네, 원장님. 지금 가요."은주는 헐렁한 슬랙스에 물감이 묻은 앞치마 차림으로 아이들의 삐뚤빼뚤한 글짓기를 도와주고, 마당의 낙엽을 쓸어내렸다.아침 일찍 일어나 걸레로 마룻바닥을 문질러 닦고, 아이들의 작아진 옷가지를 바느질해 주었다.아이들과 대충 둘러앉아 뜨거운 국물을 삼키는 것만으로도 가슴 안쪽이 따뜻해졌다.조그만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어귀를 한 바퀴 돌 때면, 지난 2년 동안 저택의 화려한 감옥 안에서 느꼈던 지옥 같은 압박감이 거짓말처럼 옅어졌다.하지만 소박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몸에 새겨진 흔적까지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아이들을 안아 올려 옮기거나, 허리를 숙여 빨래 대야를 들어 올릴 때면 아랫배 깊은 곳에서 뻐근하고 알싸한 통증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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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보육원에서의 일상은 빠르게 흐르는 바닷물처럼 무덤덤하게 흘러갔다.은주는 매일 아침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를 교정해 주며 하루를 보냈다.밤이면 찾아오는 아윗배의 뻐근한 갈증과 혼자만의 위로는 여전했지만, 낮 동안 아이들이 안겨주는 순수한 온기는 은주의 황폐했던 마음을 서서히 데워주었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묵직한 앙금이 남아 있었다.최종우.자신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었지만, 은주는 스스로 그 큰 사랑을 걷어차 버렸다.그 책임은 종우나 재윤에게 있지 않았다. 오롯이 은주가 떠안아야 할 몫이었다. 은주는 최종우와의 인연을 제 손으로 완전히 정리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두운 자취방 안, 은주는 낡은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었다.그리고 하얀 편지지 위에 천천히 글자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종우 씨에게.]첫 문장을 적어 내리는 은주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2년 동안 당신을 속이고 거짓 아내 노릇을했던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아무것도 없는 저에게 당신이 처음에 내어주었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은 구원이었고, 행복이었습니다.당신이 온전히 안겨주었던 그 다정함과 사랑에 대해서는 평생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하지만 당신이 안겨준 화려한 저택과 신분은 결국 제게 감옥이었고, 저는 누군가의 안주인이나 인형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재윤 씨와 나누었던 일은 제 비틀린 욕망이 초래한 죄였으니 모두 제 탓으로 돌려주세요.재윤 씨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이제 그만 저를 놓아주시고, 재윤 씨도 용서해 주세요.그리고 좋은 분을 만나셔서 언제나 행복하고 평안해지시길 바랍니다.}은주는 펜을 거머쥐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약지에 남은 굳은살이 펜대에 닿아 욱신거렸다.손가락을 몇 번 주무른 뒤 다시 펜을 들고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를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당신이 나를 다시 저택으로 끌고 간다 해도, 그곳에 있는 건 껍데기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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