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보육원의 아침은 언제나 평화로웠다.종우의 추적이 완전히 멈춘 뒤, 보육원에는 참된 평온이 깃들었다.은주는 매일 단정한 면바지와 헐렁한 셔츠를 입고 아이들의 아침을 챙겼다.손때 묻은 밥주걱으로 갓 지은 밥을 퍼 담고, 코를 훌쩍이는 아이의 옷깃을 여며주며 하루를 시작했다.“은주 선생님! 이것 봐요, 내가 그렸어요.”고사리 같은 손이 내민 스케치북에는 삐뚤빼뚤한 꽃밭과 크레파스로 칠한 해가 그려져 있었다.은주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정말 잘 그렸네, 우리 민우.”아이들의 티 없는 웃음소리와 마당에 가득한 흙냄새는 서울의 저택에서 썩어가던 은주의 영혼을 조금씩 씻어내 주는 듯했다.하지만 그 평화는 낮에만 허락된 위안이었다.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조그만 자취방의 공기는 서늘하게 뒤바뀌었다.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이 찾아오면, 낮 동안 억눌러두었던 몸의 감각들이 족쇄를 풀고 깨어났다.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겪었던 끔찍한 트라우마와, 2년 동안 두 부자에게 길들여진 기형적인 성적 갈증이 아랫배 안쪽에서 맹렬하게 타올랐다.손가락으로 아무리 거칠게 음부를 헤집고 쑤셔보아도, 혼자만의 위로는 타오르는 갈증을 꺼트리지 못했다.오히려 뜨겁게 타오르는 욕망만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온몸을 뒤흔들었다. 은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거울 앞에 서서 검은 캡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그리고 하관을 완전히 가리는 검은 마스크를 귀에 걸었다.눈만을 간신히 드러낸 채, 보육원 교사 노은주의 얼굴을 지워냈다.어둠이 짙게 깔린 바닷가 마을을 빠져나와 중고로 구입한 경차를 타고 인근 시내의 유흥가로 향했다.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골목길은 술 취한 사내들의 거친 고함과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은주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지하 술집으로 들어섰다.구석자리에 앉아 맥주잔을 쥐고 있는 은주의 시선이 가게 안을 천천히 훑었다.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아무도 모르는 완벽한 무기명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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