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들어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이윽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문을 부술 듯 요란하게 두드리는 빗소리가 2층 침실 안의 고요를 잘게 쪼개고 있었다.시커먼 먹구름이 하늘을 가린 밤, 종우가 지방 출장으로 비운 저택은 거대한 무덤처럼 적막했다.은주는 침대 끝에 앉아 멍하니 창밖의 폭우를 바라보고 있었다.핸드백 속 휴대폰에 찍혀 있던 재윤의 문자가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창문 꼭 닫아두고 기다려요. 밤에 갈게요.’그의 경고는 거짓이 아닐 터였다.재윤은 이미 이성을 잃었고, 언제든 그 서늘한 눈빛을 하고 이 방문을 열고 들어올 준비가 되어 있었다.심장이 요동쳤고, 이마에는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당장이라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저택의 고용인들을 불러 모으거나, 보안 업체에 신고라도 해야 했다.하지만.은주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도망치기는커녕,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제 몸을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닦아내기 시작했다.거품을 내어 피부를 문지르는 은주의 손길은 이상하리만치 정갈하고 느릿했다.공포와 수치심의 밑바닥에서, 거역할 수 없는 기형적인 열기가 그녀를 사로잡고 움직이게 만들었다. 은주는 재윤의 침입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종우가 집을 비운 이 밤, 빗속을 뚫고 자신을 범하러 올 스물한 살 최재윤의 뜨거운 체온을, 그 혈기왕성한 충동을 기다리고 있었다.욕실에서 나온 은주는 드레스룸으로 걸어가 상자 하나를 꺼냈다.과거 종우가 미국 출장에서 돌아와 그녀에게 내밀었던, 가슴의 컵이 없이 유방과 음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레이스 끈 란제리.종우가 자신을 소유물로 길들이기 위해 선물했던 그 자극적인 속옷을, 은주는 떨리는 손으로 몸에 걸쳤다.얇은 레이스 끈이 은주의 백옥 같은 살결을 파고들었고, 은밀한 부위는 거의 맨살이나 다름없이 공기 중에 노출되었다.최종우의 거대한 그늘 안에서, 그가 선물한 란제리를 입고, 그의 침대에 누워 그의 아들을 기다리는 여자.그 지독하고 추악한 배덕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