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블랙 황궁을 퇴사하려다 미친 황제와 엮여버렸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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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맑은 눈의 광인들 (1)

카엘루스는 내가 자신과 함께 황궁에 갈 거라 이미 정해진 듯 싱글싱글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어린 아이가 새로 받은 장난감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 기대하는 것처럼…​그러나 의외로 대답한 것은 카시안이었다.​“사실 마탑이라면… 가족이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마탑주가…​실은…​우리 숙부님이거든.”​“뭐?”‘이것은 또 무슨 날벼락인가?’​​마탑에 대한 소식은 애초에 적기도 하거니와 밖으로 잘 흘러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런 신비주의의 극치인 마탑에 루체른 가문 사람이 있다니. 게다가 숙부? 내 기억 속엔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카엘루스 역시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기록조차 사라졌지만… 아버지의 남동생인 카엘 루체른이 바로 현존하는 마탑주의 본명입니다.​물론 제국 최강의 마법사인 그에게는 본명보다 ‘대현자 K’로 널리 알려지다 보니 더 몰랐던 것도 있지만. 명색이 제국 황제이신데, 설마 이 정도 정보도 모르셨습니까?”​은근슬쩍 황제에게 화살이 날아가자 카시안을 바라보는 카엘루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아버지 남동생이면 적어도 부모님 장례식 때 오셨어야 하는 거 아냐? 난 본 적도 없는데? 칼라일 오빠는 기억나?”​​내가 혼란스러워하며 묻자 칼라일 오라버니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카시안 오라버니가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그 시기쯤 숙부인 마탑주에게 큰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인지 길드를 통해서 알아보는 중이야…”​​부모님의 오랜 부재로 인해 무뎌졌던 그리움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숙부에 대한 호기심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잠시 침묵하던 카엘루스가 이내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그 오만하고 싸가지없던 대현자 K가 루체른의 또 다른 혈육이라니. 이거 참, 공작가는 마르지않는 금광인가? 파헤칠수록 계속 나오다니, 재미있어 아주.”​​그가 턱을 괴며 나른하게 덧붙였다.​​“하지만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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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맑은 눈의 광인들 (2)

​​사실 마탑의 본체는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고, 사람들마다 보았다는 위치가 늘 달라 찾기가 어렵다.​하지만 나오기 전 조용히 카시안을 찾아가 그의 멱살을 잡고 탈탈 턴 정보에 의하면, 마탑은 사실 루체른과 황궁 사이 깊은 숲 어딘가에 위치했다고 한다.​“너 진짜 가려고? 혼자? 같이 가자니까?”“직감인데, 혼자 가봐야 할 것 같아. 믿어줘 오빠.”“…”​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카시안 오빠가 손에 나침반을 쥐어주며 말했다.​“이거 가져가. 마탑이 위치한 방향을 알려줄 거야.”​미안한 일이 많아서 였을까? 왠 일로 순순히 도와주는 카시안 오라버니에게 받은 방향표 없는 특이한 나침반은 공작저를 나오자마자 갑자기 희미한 이정표가 생기더니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그렇게 한참 숲 사이를 가로질러 달리던 우리가 탄 마차는 길 끝자락에 비 정상적으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상아색 탑을 마주했다.​‘여기다!’​경비가 삼엄할 거라 생각하며 긴장된 표정으로 릴리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침을 꿀꺽 삼켜대는 릴리의 손을 맞잡고 우리는 천천히 마탑을 향해 걸었다.​예상과는 달리, 1층 로비는 의외로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개방형 도서관 같았다.​'뭐지, 생각보다 평범하잖아?'​음산한 기운이나 비명 소리 따위는 없었다.​그저 깃펜이 사각거리는 소리, 그리고 양피지 넘기는 소리만 가득했다.​두꺼운 안경을 끼고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마법사들은 책상에 코를 박고 중얼거릴 뿐이었다.​"그냥 순수한 지식의 집성체였네."​안도하며 마탑의 심층부로 향하는 열람실 복도로 들어선 순간이었다.​"...... 어?"​양손에 책을 잔뜩 들고 걸어오던 한 젊은 마법사가 나를 보더니 뚝 걸음을 멈췄다.​투둑, 툭.​그가 안고 있던 귀중한 고서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그의 퀭했던 동공이 미친 듯이 확장되며, 안경 너머로 기괴한 광채가 번뜩이기 시작했다.​"오, 오오오...! 이, 이 눈부신 파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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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루체른의 마지막 어른 (1)

​​​​“릴리…! 도대체 내 시종은 어디로 보낸 건가요?”​나는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조금 전까지 웃으며 말하던 릴리는 온데간데없고, 기묘한 마법 도구들만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카엘은 귀찮다는 듯 손가락을 까딱였다.​“걱정 마라. 1층 도서관 구석으로 던져놨으니까. 거기 바게트 부스러기를 핥겠다고 달려드는 미친놈들이 좀 있겠지만, 뭐… 네 시종이라면 알아서 잘 패고 돌아오겠지.”​태연하게 내뱉는 그 말에 기가 찼다.​하지만 지금은 릴리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었다. 망토 안에 있던 검은 알이 숙부의 마력을 느꼈는지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하고, 뀨우웅-! 거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카엘은 내 주머니 쪽으로 손을 뻗었다.​“그거 내놔 봐.”“싫어요! 다짜고짜!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누군지 모르긴, 칼라일 놈이랑 판박이처럼 생긴 주제에 거짓말은.”​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내 망토 안쪽에 소중히 모셔둔 알이 중력을 무시한 채 둥실 떠올라 그의 손바닥 위로 내려앉았다.​“이봐요. 아니, 숙부님! 그건 제…!”“쉿. 조용히 해라, 꼬맹아. 귀청 떨어지겠군.”​카엘은 알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리더니 보랏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서는 복잡한 마법진 수만 개가 겹쳐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그리고는 알 주위로 푸른 마나의 실타래가 얽히더니, 이내 알 속에서 '뀨우-' 하는 작은 울음소리와 함께 검은빛이 퍽! 번쩍였다.​나른했던 그의 입매가 이번엔 정말로 한심하다는 듯 일그러졌다.​“… 하, 형님 때도 그러더니. 이놈의 집구석은 대대로 귀찮은 일만 골라 물어오는 재주가 있단 말이지.”​그는 질렸다는 듯 혀를 차며 알을 다시 내 품으로 툭 던졌다. 당황해서 알을 받아 든 나를 보며 그가 나른하게 덧붙였다.​“보아하니 이미 너랑 영혼의 각인까지 끝난 상태구나. 그 신수 놈,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군. 루체른의 직계라면 안전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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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루체른의 마지막 어른 (2)

“대신 마탑에서 너희들을 쭉 지켜보고 있었어. 비록 그게 너희의 고독을 채워줄 수는 없었겠지만.”​말을 마친 그는 품 안에서 작고 정교하게 세공된 펜던트 하나를 꺼냈다.​루체른의 문장이 새겨진 펜던트에는 마탑주의 마력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래, 엘리노아 루체른. 태어날 때 봤었는데… 기특하게 커서 여기까지 왔구나.​네가 말한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렇게 당당한 영애로 잘 커줘서 참 대견하구나. 이제 더는 숨어 지내지 않으마.​그 ‘가시 왕관’인가 하는 놈들이든, 황제 놈이든… 내 조카의 앞길을 막는 것들은 마탑의 이름으로 전부 쓸어버릴 테니.”​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한 카엘은 처음으로 내 머리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차가운 마법사의 체온이었지만, 그 안에는 14년 치의 뒤늦은 미안함이 따뜻하게 녹아 있었다.​“아가… 내 손으로 널 불구덩이로 보내기 싫다만, 엘리노아. 너는 아무래도 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카엘루스 곁에 함께 있어야 할 운명인 것 같다.”​그의 입에서 나온 ‘운명’이라는 단어에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제국 최고의 이성주의자이자 마법의 정점인 마탑주의 입에서 나올 법한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나의 황당한 시선을 느꼈는지 카엘은 헛기침을 하며 덧붙였다.​“마탑주인 내가 운명론을 언급하는 게 조금 우습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게 사실이거든. 다만, 나를 찾을 수 있는 이 펜던트를 주었으니 문제가 생기면 연락해라.​네가 부르면 5초 안에 마탑 전체를 끌고서 네 앞에 나타날 테니.”​숙부의 푸르른 보랏빛 눈 끝이 휘어지며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그동안 모른 척한 값은 톡톡히 치러주마. 그러니 엘리노아, 이제는 혼자서 떨지 마라. 네 뒤엔 이 무식하게 높은 탑과 미친 마법사들이 줄을 서 있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마탑의 최상층 창문이 열리며 부드러운 바람이 우리를 감쌌다.​“알았어요, 숙부님. 대신 제가 호출하면 진짜 바로 오셔야 해요? 조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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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돌고 돌아 황궁으로 (1)

"엘리노아? 루체른 영애.”​부드러운 부름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사실 마차는 이미 한참 전 황궁에 도착해 있었다.​루체른가를 떠나기 전 진즉 엘리노아가 마탑을 다녀올 거라는 계산을 마친후, 몰래 마부를 사수해 놓은 황제는 그렇게 마탑에서 집으로 가는 마차를 황궁으로 오도록 했다.​달칵-!​조심스럽게 열린 마차 문 사이로 정적이 흘러나왔다.​그 안에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진 두 여인을 쳐다보는 카엘루스의 입가에 피식-! 낮은 실소가 번졌다.​‘쳐다보기만 해도 털을 세우고 물어뜯을 기세로 하악질을 해대더니.’​긴장을 잔뜩 한 채 날 선 표정을 짓던 그녀는 온데 없이 그저 무방비하게 아가처럼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듣기 좋았다.​지나치게 무방비했던 그녀는, 창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그녀의 하얀 이마와 곧게 뻗은 콧날 위에 부서져 내렸다.​평소엔 그토록 생기 넘치게 빛나던 눈동자가 감기자, 길게 내리깐 속눈썹이 뺨 위로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 사이로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녀의 체향이 카엘루스의 가슴팍을 간질였다.​평생을 보아온 황궁의 여인들과는 전혀 달랐다.​독을 품은 장미도, 화려하게 박제된 인형도 아니었다.​그저 따뜻하고, 말랑하고, 가끔은 황당할 정도로 엉뚱한 생명력 그 자체였다.​기묘한 일이었다.​타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내가, 왜 자꾸만 이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좇게 되는 걸까?​그녀의 실없는 농담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다음엔 또 어떤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놀라게 할지 기대하게 되는 이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카시안의 동생이라서 그런가?’​여동생이라는 존재는 원래 이렇게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법인가.​카엘루스가 스스로를 지킬 힘을 얻었을 때, 이미 그의 주변 황자들과 황녀들은 서로의 목을 베거나 죽임을 당한 뒤였다.​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느라, 그에게 감정 따위 사치에 불과했다.​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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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돌고 돌아 황궁으로 (2)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황후궁의 천장이었다.​어젯밤, 자는 척하며 황제의 품에 안겨 들어왔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으윽, 내 인생아…….”​이불을 뒤집어쓰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며 릴리가 들이닥쳤다.​그녀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 태세를 갖춘 상태였다.​“아가씨! 아니, 특.별. 보좌관님! 어서 일어나세요. 첫 출근인데 늦으시면 어떡해요!”‘얘는 지금 우리가 황궁에 납치당해 왔다는 걸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릴리의 태연함에 어이가 없었다.​‘우린 분명 집으로 가고 있었다고!’​내 속이 타들어가던 말던 릴리는 능숙한 손길로 나를 화장대 앞에 앉혔다.​거울 속의 나는 어제 이불 킥의 여파로 조금 퀭한 모습이었지만,​릴리의 손길이 닿기 시작하자 마법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그나저나 아가씨, 어젯밤에 폐하께서 아가씨를 안고 들어오실 때 보셨어요? 세상에, 저는 무슨 로맨스 소설 속 남주인공이 강림하신 줄 알았다니까요.”“… 릴리, 제발.”“그 넓은 어깨! 아가씨를 깃털처럼 가볍게 안아 올리시던 그 팔근육! 게다가 아가씨를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은 또 어떻고요.​두 분, 은근히 잘 어울리지 않아요? 이참에 진짜 황후가 되셔서 여기 알 박기 하시는 건…….”​“절대 안 돼! 결사반대야!”​나는 릴리의 말을 단칼에 잘라냈다.​로판 덕후로서 단언컨대, 남주의 옆자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법이다.​암투와 독살이 즐비하고, 게다가 업무 과다의 온상이라고!​완전 사양이다!​“일단… 결국 이렇게 황궁에 왔으니, 나는 그저 내 할 일이나 해야지.​어제 들은 바로는 어쨋건 황제와 같이 있어야 저 알이 부화 할 수 있다니깐, 부화할때 까지만 같이 있지뭐. 그 이후는 바로 이 지옥 탈출이다!”​나는 말을 이었다.​“릴리가 생각하는 그런 로맨스는 책으로만 보는 게 제일 안전하다니까?”​나의 결연한 거절에도 릴리는 “에이, 저 미모를 옆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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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특별 보좌관의 첫 임무 (1)

태양궁이라는 이름처럼 황제의 침실은 부서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당연히 침대 위에 카엘루스가 있을 거란 예상이 빗나가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시선을 돌려보았다.​그는 창가 쪽 집무 책상에 앉아 있었다.​평소처럼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풍기던 사내는 온데간데없었다.​얇다 못해 살짝 속살이 비치는 하얀 실크 셔츠가 마치 단추 따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앞부분이 훤히 풀어헤쳐져 있었다.​덕분에 처음 마주하는 그의 단단히 잡혀있는 가슴 근육의 굴곡과 툭 불거진 쇄골 라인이 여실히 드러났다.​꿀꺽.​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시선을 위로 올리니 포마드로 깔끔하게 뒤로 넘겨졌던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채,​몇 가닥이 이마 위로 무심히 떨어져 그의 서늘한 눈가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흐트러져 있는 그가 생소했다.​황제라 밤새 서류와 씨름을 한 건지, 아니면 잠을 설친 건지…​날카롭게 선 턱선과 충혈되어 더욱 붉어진 눈가에 쌓인 피로감마저 왠지 모르게 묘하게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시선은 여전히 서류에 고정한 채, 카엘루스는 낮은 목소리로 무심히 말을 걸었다.​“보좌관의 아침은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른 모양이지? 해가 이미 중천이건만.”​처음 보는 풀어진 그의 모습에 잠시 넋 놓고 쳐다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럼 그렇지. 저 입에서 곱게 말이 나올 리가 없지.​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마치 맹수처럼 나른하면서도 집요했다.​햇살을 등진 채 그림자 속에 잠긴 상체가 살짝씩 움직일 때마다,​음…​셔츠 실루엣 너머로 탄탄한 근육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지며…​너무, 야했다.​꺅! 난 몰라. 이건 반칙이다!​아니, 저런 말도 안 되는 외모를 가진 황제라니!!​로판 수백 권을 독파하며 글로만 배운 남주들의 미모와 눈앞의 실물에 대한 충격은 실로 몇 십배, 아니 몇 백배 달랐다. 차원이 달랐다.​엘리노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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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특별 보좌관의 첫 임무 (2)

“손이 떨리는군. 그대 역시 내 안위를 심히 걱정하여 긴장했나 보지?”“아뇨, 고기섭취가 부족해서 손이 떨리는 것뿐입니다.”​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첫 번째 단추를 구멍에 겨우 꿰어 넣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두, 세 번째 단추로 내려갈수록 스킨십은 피할 수 없었다.​내 손가락이 그의 단단한 복근 주변을 맴돌 때마다 왠지 모르게 그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졌다.​카엘루스는 자기 옷에 머무는 내 손길을 유심히 내려다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그러더니 도망치듯 단추를 채우는 내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 멈춰 세웠다.​“엘리노아.”“… 왜, 왜요? 다 채워가는데.”“아직 잠이 덜 깼나?​단추 구멍을 잘못 맞췄어.​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는데?”​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머리 위에서 쏟아졌다.​순간 내려다본 셔츠는 정말로 엉망진창이었다.​아! 아침부터 이게 무슨 창피인가.​나는 아무래도 평탄한 보좌관 생활은 이미 글러 먹은 게 분명했다.​​​**​​​‘으악! 세상에, 이럴 수는 없어! 아니, 황제님! 제발 그냥 좀 입으시면 안 되나요?!’​마음속에서는 이미 수천 번의 비명을 지르며 폭발하고 있었다.​단추 구멍을 잘못 맞췄다는 그의 청천벽력 같은 선고에 솔직히 그냥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와규로 환생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억울함과 수치심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얼굴로 나는,​조금 전 필사적으로 채웠던 단추를 다시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후우, 그래. 나는 한 마리의 햄스터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이 못난 손가락이 그의 단단한 복근 주변을 닿았다.​동시에 그의 서늘하고 시원한 체향이 코끝을 스쳐대니, 내 이성이 수치심에 포장되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었다.​그리고 내 눈앞의 이 뻔뻔한 황제는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 나는… 보고야 말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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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잘못 채운 단추의 나비 효과 (1)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카엘루스는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해 고개를 젖히며 크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단추를 죄다 뜯어서 던져버리고 싶다가도, 해맑게 웃는 황제가 이 순간조차 예뻐 보여 차마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내 평탄한 보좌관 생활은 펠릭스의 오해와 황제의 즐거움 속에서 화려하게 타버리고 말았다.​“안 돼! 펠릭스 님! 제발 멈춰요! 그게 아니라고요!!”​나의 처절한 비명이 태양궁의 높은 천장을 때리고 사방으로 흩어졌다.​하지만 이미 멀어져 가는 펠릭스의 발소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나는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여전히 낄낄거리는 이 만악의 근원을 노려보았다.​“폐하! 지금 웃음이 나오세요? 펠릭스 님이 뭐라고 생각하겠냐고요!”“글쎄. 보좌관의 열정적인 업무 수행 방식에 감동받지 않았을까?”​카엘루스는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웃음을 지었다.​저 남자, 진짜 폭군 맞다. 사람의 사회적 체면을 무참히 학살하는 감정의 폭군! 대마왕!​​​**​​​같은 시각 문밖으로 거의 도망치듯 빠져나온 펠릭스는 벽에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그의 머릿속은 방금 본 비현실적인 광경으로 인해 과부하가 걸린 듯 생각하기를 멈춰 버렸다.​‘세상에… 내가 지금 뭘 본 거지?’​펠릭스는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추켜올렸다.​제국의 황제, 카엘루스.​피의 숙청을 거쳐 황제의 자리를 스스로 올라간 그는,​여자보기를 돌처럼 아는 심장이 얼어붙은 남자로도 유명했다.​어떤 절세미녀가 다가와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시녀들의 손길조차 거북하다며 태양궁의 모든 수발을 시종들에게만 맡겼던 지독한 철벽남이었다.​‘오죽하면 사교계에 폐하께서 남색가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는데……!’​심지어 보좌관인 자신과 사귄다는 소문에 기겁하여, 이를 잠재우기 위해 펠릭스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며 공식 문서를 조작(?)하고 알리바이를 만들었는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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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잘못 채운 단추의 나비 효과 (2)

​​“이제 제발, 그만 웃으시라고요!”​울먹이는 소리로 나는 물었다.​“미안하군. 하지만 펠릭스의 표정이…흐흑,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펠릭스 님 분명 오해해서 황궁 전체에 소문내면 어떻게 해요! ‘영애가 황제의 셔츠를 찢었다’느니 하는 식으로요! 난 몰라, 집에 갈 거야!”“찢은 건 아니지. 네가 아주 정성스럽게 풀. 고. 있었을 뿐.”​그가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리며 나를 바라보았다.​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그의 눈동자가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일렁였다.​그 나른하고 치명적인 시선이 내 손가락 끝에 머물자, 나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손을 뒤로 감추었다.​“……남은 단추는 폐하가 직접 채우세요. 제 업무는 여기까지입니다!”“단추 구멍이 여전히 안 맞는 것 같은데. 이대로 나갔다간 정말로 펠릭스의 오해가 확신으로 바뀔 거다.”​카엘루스가 턱 끝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켰다.​엉망진창으로 꿰어진 셔츠 사이로 그의 탄탄한 근육이 아슬아슬하게 비치고 있었다.​결국 나는 씩씩거리며 다시 그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다시금 느껴지는 그의 고른 숨결과 뜨거운 열기, 그리고 엉망으로 되어버린 머릿속 때문에 어떻게 채웠는지도 모르게 마지막 단추까지 완벽하게 채운 순간, 나는 용수철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다 됐습니다!”​카엘루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느긋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흐트러졌던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는 그 단순한 동작조차 화보의 한 장면 같아 나는 애써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방 안에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창밖의 정원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내 얼굴은 여전히 화끈거리고 있었고, 그와 다시 눈이 마주치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도무지 고개를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때였다.​—꼬르르르륵.​아주 정직하고 우렁찬 소리가 정적을 깨며 내 뱃속에서 울려 퍼졌다.​‘……아, 망했다.’​이놈의 배꼽시계는 눈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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