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내 방 창문이 보이는 곳까지 다다르자 긴장이 탁 풀렸다.빠르게 내 침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에 몸을 좀 녹이고자 조용히 창문을 넘어 들어가자마자…"아가씨! 대체 어디서 무얼 하다 오셨길래 몰골이 이 모양입니까!"나를 반긴 것은 호환마마보다 무시무시하다는 유모, 마르타의 외침이었다.나는 황급히 커튼을 닫으며 멋쩍게 씨익 웃었다.아무래도 마르타를 속이기에는 무리였나 보다.아아. 한 달 만에 돌아온 푹신한 내 방이다!빠르게 침대 쪽으로 날아가듯 가서 페르시안 카펫 위로 흙 묻은 부츠를 탈탈 털어대니 마르타의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변했다."쉿, 마르타! 목소리 좀 낮춰줘. 나 큰 오빠한테 걸리면 진짜 끝장이라고.""끝장이 나도 벌써 났어야죠! 머리카락 꼴 좀 보세요. 뺨에 이 생채기는 또 뭐고요? 한 달 동안 남부 별장에서 요양하신다더니, 대체 어디서 구르다 오신 겁니까!"마르타는 경악하며 내 망토를 거칠게 벗겨냈다.갓난아기 때부터 나를 키워온 그녀의 눈을 속이는 건 역시 불가능에 가까웠다.사실 나는 침대에 누워 숨 쉬는 운동을 제일 좋아하고,고기 요리를 산더미처럼 해치우면서,하지 말라는 것만 꼭 골라하는 청개구리이자 사고뭉치,엘리노아 루체른 공녀이다.그리고 공작저 식구들은 밖에서 사람들이 보는 그 우아하고 도도한 백금발 공녀와 내 진짜 모습이,그 괴리가 한 백만 광년쯤 동떨어져 있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아우, 몰라. 나중에 다 설명할 테니까 일단 먹을 것 좀! 한 달 동안 빵가루랑 풀때기만 씹었더니 위장이 등에 달라붙었어. 고기 듬뿍 얹은 파이로 부탁해, 유모!""정말이지…! 씻기 전엔 절대 안 됩니다!"마르타가 혀를 차며 욕실로 향하는 사이,침대에 드리워진 두꺼운 벨벳 캐노피 뒤에서 불쑥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살아 돌아왔네, 우리 막내?"능글맞은 그 목소리가 고막에 닿는 순간, 이성의 끈이 툭 끊어졌다.나를 저 지옥 불길로 밀어 넣은 원흉이자
Terakhir Diperbarui : 2026-05-13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