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내심이 없다고 말했을 텐데. 기억하지 못하나?”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영애가 강조했던 그 ‘최상급 기념품’을 친히 받으러 왔지. 말했지 않은가, 내가 인내심이 좀 없다고… 그런데, 기념품치고는 꽤 살벌한 걸 준비했군. 영애의 취향이 이렇게 과격한 줄은 몰랐어. 앞으로 참고하도록 하지.”칼라일 오라버니가 내 앞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카엘루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황권의 마력이 오라버니의 한기를 단숨에 눌러버렸다.“비켜라, 공작. 저건 루체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대들은 저게 뭔지도 모르지 않는가? 저건 ‘심연의 나락’이라 불리는, 오직 제국의 태양인 나만이 길들일 수 있지.”카엘루스가 은 원통을 향해 손을 뻗자,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미치광이니 뭐니 해도 역시 황제는 황제라는 건가. 하지만 감탄도 잠시였다. 잠잠해진 원통 내부에서 이번에는 쏟아지듯 걸쭉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와 그의 손등을 타고 무섭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윽……!”징그러운 검은 액체가 마치 기생충처럼 황제의 피부로 스며들자 그의 미간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아무리 황제라도 저 심연의 독기는 감당하기 버거운 모양이었다.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저 독기를 정화하지 않으면 조만간 황제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이는 내 가족도, 루체른 공작가도,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에라, 모르겠다! 정체고 뭐고, 일단 살고 보자!’나는 주저 없이 달려가 카엘루스의 손을 꽉 잡았다.“엘리! 안 돼!” “엘리노아! 위험해!”뒤에서 오빠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렸지만, 괜찮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내 손바닥이 불타는 그의 손등에 맞닿는 순간, 내 안의 백금빛 권능이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화아아악—!마치 뼈를 깎는 듯 차가운 심연의 독기와 만물을 태울 것만 같이 뜨거운 태양의 마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보듬어 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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