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블랙 황궁을 퇴사하려다 미친 황제와 엮여버렸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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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강아지의 탈을 쓴 고양이

‘입을 열 때마다 거짓을 고하는 이 앙큼한 고양이를 어찌해야 할까.’​얼토당토않은 강아지 타령을 늘어놓는 엘리노아를 보자 카엘루스는 처음엔 헛웃음이 터질 뻔했다. 제국을 호령하는 황제 앞에서 이토록 뻔뻔하게 궤변을 늘어놓는 자는 생전 처음이었다.​맑고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무해한 척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정말 그녀의 말대로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길들여진 강아지보다는 발톱을 숨긴 채 기회를 엿보는 영악한 고양이에 가까웠다.​‘……내가 지금 이런 시답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순간 그는 스스로의 생각에 흠칫 놀라며 굳어졌다. 늘 피 냄새가 범벅이던 정무실과 가식적인 귀족들 사이에서 감정이 메말라 사라진 줄 알았는데, 고작 영애 하나가 내뱉는 뻔한 거짓말에 이토록 정신이 팔려 있다니.​어느샌가 슬며시 올라가 있던 입꼬리를 발견한 그는 황급히 표정을 갈무리하며 얼굴을 굳혔다.​하지만 차갑게 식으려던 이성보다 그녀를 향한 짙은 호기심이 한 발 더 빨랐다. 맑고 청명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짓궂은 충동이 뾰족하게 솟구쳤다.​‘조금 더 건드려볼까.’​이 무해한 척하는 루체른 영애가 대체 어디까지 당황하고, 어디까지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을 즐겁게 해 줄지 무척 궁금해졌다.​카엘루스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아티팩트 조각을 툭 떨어뜨린 후 미동도 없이 그녀를 응시했다.​그것은 명백한 사냥꾼의 시선이었다.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솜방망이를 휘두르는 고양이가 다음에는 어떤 하악질을 할지 혹은 어떤 식으로 꼬리를 내릴지 지켜보려는지 말이다.​카엘루스의 적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이제 공은 다시 그녀에게 넘어갔다.​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솜방망이를 휘두르는 고양이가 다음에는 어떤 하악질을 할지 혹은 어떤 식으로 꼬리를 내릴지 지켜보려는지 말이다.​​​**​​​어쩌면 저 미친 황제의 진짜 능력은 검술이나 마력 따위가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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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폭군의 사냥을 방해한 남자

카엘루스는 어이없다는 듯 입술을 비틀었다. 그의 눈빛은 명백히 ‘어쭈, 이것 봐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사람인지라 양심이 좀 찔리긴 했지만 지금은 양심보다 목숨이 우선이었다.​그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무언가 반박하려던 찰나였다.​치익, 지지직—​소름 끼치는 마찰음이 고요한 응접실의 공기를 긁어 내렸다. 고개를 돌린 내 눈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조금 전 분명히 정화해 냈던 벽면의 금색 덩굴 문양이 마치 도살당한 짐승의 근육처럼 기괴하게 뒤틀리고 있었다.​‘뭐, 뭐지? 분명히 빛으로 태워버렸는데!’​검은 안개는 더 이상 아지랑이 수준이 아니었다. 벽지 너머, 보이지 않는 틈새에서 끈적거리는 검은 액체가 배어 나오듯 불순물들이 쏟아져 나왔다.​그것들은 허공에서 뭉쳐지더니, 굶주린 거미의 다리처럼 길게 뻗어 나와 천천히 실내를 잠식하기 시작했다.​더욱 소름 끼치는 건 바로 내 앞에 선 카엘루스였다.​그는 이 기괴한 현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공포조차 서려 있지 않았다.​그에게 이 어둠은 평생을 함께 해 온 지긋지긋한 악취 같은 것인지, 이 공간의 주인으로서 이 불순물조차 자신의 통제 아래 있다고 믿는 오만함인지 헷갈렸다.​카엘루스의 적안이 벽면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촉수를 느릿하게 훑었다. 그 기운이 자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데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어둠을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의 시선은 이내 다시 나에게로 고정되었다.​“왜, 루체른 영애. 우리가 지금 같은 걸 보고 있다는 걸 난 알고 있으니 속이려 하지 말게.”​카엘루스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조금 전처럼 이번에도 뭔가 해봐야 하지 않겠어?”​나른하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즐거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이대로 두면 저 검은 갈고리가 점점 더 다가와 나와 황제를 삼키려 할 것이나, 그는 내가 이 상황을 견디다 못해, 결국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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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정화되지 않은 검은 실타래 (1)

​​큰오빠 칼라일의 등장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였다.​문을 통째로 날려버린 그 무식한 파괴력조차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성스러운 구원의 빛처럼 느껴졌다.​칼라일은 제국의 태양이라는 카엘루스를 향해 고개만 까딱이며 최소한의 예의만 보인 뒤 빙하보다 차가운 시선으로 황제를 꿰뚫어 볼 뿐이었다.​“황궁의 보안이 이토록 허술해서야. 감히 출처를 모르는 검은 벌레들 따위가 내 동생의 옷자락을 넘보게 한단 말인가.”​칼라일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옆에 서 있던 기사단장 엘릭마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 살기의 과녁인 카엘루스는 정작 여유로웠다. 그는 발치에 굴러온 문 잔해를 무심하게 툭치며 비스듬히 웃었다.​“공작, 인사치고는 꽤 요란하군. 응접실 수리비가 만만치 않겠어.”“얼마든지 청구하도록. 그전에 내 동생을 이런 불결한 곳에 굳이 불러낸 이유부터 들어야겠군.”“불결하다니. 난 그저 그대와 카시안이 꼭꼭 숨겨둔 루체른의 막내가 몹시 궁금하여 궁에 초대를 해본 것뿐일세. 분명 막내가 사내인 줄 알았는데 불러보니 영애여서 조금 놀랐지만 말이지.”​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칼라일의 미간이 좁아졌다. 개의치 않은 황제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말했다.​“마침 그대가 불참한 오늘 정무 회의 때 귀족들이 황후 간택을 서두르자더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첫 번째 후보로 루체른 공작가가 나쁘지 않을 듯해.”​칼라일이 잠시 굳었다. 그리고 귀를 파는 시늉을 하더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어디선가 자꾸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군. 카엘루스, 못 들은 걸로 하겠다.”‘……미쳤어?!’​황제의 이름을 막 부르는 것도 모자라 ‘개소리’로 치부하다니! 아무리 큰오빠라지만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내가 경악으로 굳어있는 사이 황제의 시선이 나를 다시 향했다.​“그대가 사랑해 마지않는 막내동생이 나에게 그 증표로 이 아티팩트 파편을 건냈지 뭐야?”“뭐?”​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카엘루스는 손가락 사이에 낀 아티팩트 조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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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정화되지 않은 검은 실타래 (2)

​​“카시안 루체른, 당장 나와라!”​그가 집무실 문을 향해 거칠게 손을 뻗자 육중한 문은 단숨에 얼음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음, 황실 청구서 걱정을 할 게 아니라 우리 집 수리비 걱정을 해야 할지도…’​나는 속으로 수리비를 계산하며 조용히 큰오빠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히익! 형님, 형님! 진정하세요, 제발! 이건 다 거시적 관점에서 가문의 미래를 위한……!”​집무실 안에서는 카시안 오빠가 소파 뒤에 처박힌 채 덜덜 떨고 있었다.​그는 이미 칼라일이 돌아올 것을 예상했는지 온갖 방어 아티팩트를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지만, 제국 최강의 검사 앞에서는 그저 비싼 장신구에 불과했다.​칼라일은 성큼성큼 다가가 카시안의 멱살을 단숨에 잡아 올렸다.​“미래? 네놈이 감히 막내를 사지로 몰아넣고 미래를 논해? 황제가 엘리노아의 정체를 다 알고 있었다. 네놈이 그 미친놈과 무슨 거래를 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불어야 할 거다.”“그, 그게 아니라니까요! 아니, 일단 들어보십시오. 형님! 카엘루스가 그렇게 엘리한테 집착할 줄은 저도 진짜 몰랐어요! 전 그냥 막내한테 정보를 전달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만 했지, 이게 이렇게까지……!”“이 새끼, 진짜 다 알고 있었네?”​순간, 세상이 멸망해 버린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늘한 정적이 집안에 내려앉았다. 카시안은 칼라일의 유도신문에 그렇게 보기 좋게 걸려들고 말았다. 저 바보, 한두 번 속나.​첫째 오빠가 주로 사용하는 리베르가 아닌,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빙검이 손끝에서 형체를 드러냈다. 극심한 분노를 표출할 때나 볼 수 있는 영혼까지 얼려버린다는 그 검이다. 나는 소파 끝에 걸터앉아 이 광경을 무심한 듯 흥미롭게 지켜보았다.​“……죽어라.”​칼라일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형님, 제발!! 아직 이클립스 길드 정산도 안 끝났다고요!”​카시안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칼라일의 눈에는 자비라곤 없었다. 얼음 칼날이 카시안의 목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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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정화되지 않은 검은 실타래 (3)

​​​​“오라버니, 일단 진정해요. 저도 지금 엄청 황당하긴 한데, 어찌 되었든 황제는 제 정체를 알고도 돌려보냈잖아요. 그리고… 사실 카시안 오빠 문제보다 더 급한 건이 있어요.”​나는 아까 응접실에서 보았던 검은 실타래가 정화되었음에도 끈질기게 다시 살아나던 모습을 떠올렸다.​“황궁이 아무래도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아. 작은 오빠가 말한 그 ‘불순물’이… 사실은 내 빛으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두 오빠에게 오늘 황궁 응접실에서 목격한 그 기괴한 검은 거미줄에 대해 털어놓아야 할 때였다.​이야기가 시작되자 칼라일의 눈빛이 순식간에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바닥에 널브러져 엄살을 피우던 카시안 역시 귀를 쫑긋 세우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네 빛으로도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다고?”​칼라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오라버니. 그 부분이 가장 의아해요. 처음 빛을 튕겼을 때 분명 연기처럼 증발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황제와 대화하는 동안 어느새 다시 벽을 타고 기어올라 있었어요.​어쩌면 카시안 오빠가 말한 ‘불순물’의 정체는 단순한 반역자 무리 정도가 아닐지도 몰라요.”​카시안이 조심스럽게 옷에 묻은 얼음 조각을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정보 길드 이클립스의 수장다운 예리함이 서려 있었다.​“아무래도 내가 추적하던 ‘가시 왕관’ 놈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놈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죽은 자의 기억을 파먹거나 그림자 속에 숨어드는 괴물 같은 것들이 대다수였어.”​고요한 정적을 깬 건 다름 아닌 칼라일이었다. 그는 어느덧 일어나 앉은 카시안의 멱살을 다시 한번 꽉 쥐며 으름장을 놓았다.​“실망이다, 동생아. 사정이 어찌 되었든 너는 막내를 잘 보살피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어겼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게 루체른의 법도.​향후 3년간, 네 정보 길드 수익의 80%를 막내의 정신적 피해보상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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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정화되지 않은 검은 실타래 (4)

​​“공녀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내 방 문 앞에 서 있던 기사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번듯한 제복을 입은 황실 기사단의 모습이었으나, 내 눈은 속일 수 없었다.​기사단장 엘릭이 달고 있었던 비슷한 모양의 검은 그림자가 슬금슬금 촉수처럼 뻗어 나오기 시작하던지 점점 내 방 안쪽 내 침대를 향해 탐욕스럽게 일렁이고 있었으니 말이다.​‘아, 진짜 오늘 일진 왜 이래?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냐고!’​루세티아 여신님께 좀 더 열심히 기도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뒷걸음질 치는 대신 턱을 좀 더 치켜들었다. 나는 오만하고 도도한 루체른가 유일 공녀다!​“그대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황궁에서 보낸 전령인가? 아니면, 제 발로 기어들어온 검은 머저리인가?” “폐하께서 직접 보내신 전령입니다.”​해사하게 웃는 기사의 대답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황궁 전령이라. 공식적인 사절이 집사의 안내도 없이 공작저 안뜰을 지나 아무나 올 수 없는 내 방문 앞까지 프리패스로 들어왔다? 칼라일 오라버니가 알면 큰일이 날듯 해. 루체른의 보안이 그 정도로 허술하다니.”​내 지적에 기사의 가식적인 미소가 기괴하게 뒤틀렸다.​“역시 예사로운 눈이 아니시군요. 미친 황제가 왜 그토록 공녀님께 집착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그가 한 발짝 다가오는 순간이었다.​우웅-!​내 방문 너머에서 기괴한 진동이 울렸다. 매트리스 밑에 숨겨둔 은 원통이 놈의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안 돼, 이 자에게 들키면 끝장이야!’“공녀님의 방 안에서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요. 저희 주인님께서 찾으시는 그 물건이 바로 저 안에 있나 봅니다.”​기사의 손이 검자루로 향했다. 바로 그 찰나.​콰아앙—!!​복도 끝에서 날아온 거대한 얼음 창이 나와 기사 사이의 벽에 박혔다. 순식간에 복도 전체가 영하의 기온으로 곤두박질치며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내 동생 방 앞에서 무슨 수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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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그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기념품 (1)

쿠궁—!​내 처절한 헛소리는 공중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듯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매트리스 가 천장을 전통으로 들이받은 후 중간 부분이 부서졌다.​동시에 비명 같은 파열음이 그 사이로 강렬한 은빛 광채와 함께 뿜어져 나오며, 힘을 이기지 못한 유리창들이 덜덜 떨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저건…!”​카시안 오빠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저 물건은 설마! 너 지금 저 침대 속에서 튀어나온 저 물건이 뭔지나 알고 가지고 있었던 거야? 이 꼬맹아? 저게 지금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알기나 하냐고!”​칼라일 오라버니의 얼굴은 이미 북극의 빙하보다 더 차갑게 굳어 있었다. 이보다 더 차가워질 수는 없을 것 같았다.​“엘. 리. 노. 아. 루.체.른.”​오빠가 한 자 한 자 내 이름을 씹어 뱉었다.​“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라. 저택을 한방에 날릴 수도 있었던 저 위험한 물건을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그것도 네가 자는 잠자리 밑에 숨겨둔 거야, 응? 우리 중 누구와도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말이지?” “아니야, 아니라고! 상점에서 어떤 사람이랑 부딪혀서 얼떨결에 주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클립스 길드에 일단 갔는데, 카시안 오라버니가 마침 어떤 길드원 모가지를 비트네 마네 무서운 소리를 해대니깐, 난 무서워서… 겁이 나서 일단 집에 가져온 거예요. ” “이럴 때만 존댓말이지, 어? 듣고 보니 이 꼬맹이가! 왜 기승전, 내 탓이야?!”​카시안 오빠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고,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 내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바로 그때였다.​파직, 파지직!​공중에 떠 있던 부서진 매트리스가 어떤 힘에 의해 단숨에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그 중심에 있던 은색 원통이 기괴한 모습으로 완전히 드러냈다. 철컥 거리며 촘촘하게 새겨진 가시 왕관 문양이 튀어나온 후 핏빛으로 점멸하더니 이내 주변의 힘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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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그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기념품 (2)

“내가 인내심이 없다고 말했을 텐데. 기억하지 못하나?”​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영애가 강조했던 그 ‘최상급 기념품’을 친히 받으러 왔지. 말했지 않은가, 내가 인내심이 좀 없다고… 그런데, 기념품치고는 꽤 살벌한 걸 준비했군. 영애의 취향이 이렇게 과격한 줄은 몰랐어. 앞으로 참고하도록 하지.”​칼라일 오라버니가 내 앞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카엘루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황권의 마력이 오라버니의 한기를 단숨에 눌러버렸다.​“비켜라, 공작. 저건 루체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대들은 저게 뭔지도 모르지 않는가? 저건 ‘심연의 나락’이라 불리는, 오직 제국의 태양인 나만이 길들일 수 있지.”​카엘루스가 은 원통을 향해 손을 뻗자,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미치광이니 뭐니 해도 역시 황제는 황제라는 건가. 하지만 감탄도 잠시였다. 잠잠해진 원통 내부에서 이번에는 쏟아지듯 걸쭉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와 그의 손등을 타고 무섭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윽……!”​징그러운 검은 액체가 마치 기생충처럼 황제의 피부로 스며들자 그의 미간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아무리 황제라도 저 심연의 독기는 감당하기 버거운 모양이었다.​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저 독기를 정화하지 않으면 조만간 황제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이는 내 가족도, 루체른 공작가도,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에라, 모르겠다! 정체고 뭐고, 일단 살고 보자!’​나는 주저 없이 달려가 카엘루스의 손을 꽉 잡았다.​“엘리! 안 돼!” “엘리노아! 위험해!”​뒤에서 오빠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렸지만, 괜찮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내 손바닥이 불타는 그의 손등에 맞닿는 순간, 내 안의 백금빛 권능이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화아아악—!​마치 뼈를 깎는 듯 차가운 심연의 독기와 만물을 태울 것만 같이 뜨거운 태양의 마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보듬어 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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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위험한 진실의 티타임 (1)

바닥에 놓인 조그마한 검은 알이 혹시라도 깨질세라 푹신한 바구니에 옮겨 담은 후, 우리들은 자리를 옮겨 응접실로 이동했다.​조금 전까지 불꽃이 튀고 얼음 조각이 날리며 어둠의 파편에서 빛의 기둥까지 세상에 있는 힘없는 힘 모두 뒤엉키는 아수라장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 같은데, 응접실에서는 이질적으로 창가를 통해 나른한 햇갈이 쏟아져 내렸다.​이 비현실적인 고요를 깬 것은 황제의 낮은 목소리였다.​“그래, 그대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지?”​공작저의 최고급 소파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카엘루스는, 엘리노아의 부서진 아티팩트 조각을 장난감처럼 손가락 사이에서 굴려댔다. 엘리노아는 도대체 왜 저 쓸모없는 파편을 애착인형마냥 아직도 들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입을 다물기로 했다.​“질문을 바꿔 보지. 자네들이 쫓던 그 ‘가시 왕관’의 흔적이 얼마 전 태양궁 응접실 벽지까지 스며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설마 정보 길드장이라는 카시안 공자가 모르진 않았겠지?”​카시안 오라버니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그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게…. 사실은 최근 남부 성벽 밖의 기현상들이 ‘가시 왕관’과 연관이 있다는 것까지만 파악했습니다. 그놈들이 이토록 깊숙이 황궁에 잠입해, 폐하의 곁에까지 불순물을 심어두었을 줄은….”​황제가 가만히 내 얼굴을 응시하며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그래, 맞아. 사실 이 어여쁜 공작가 막내가 정체 모를 몰골로 기사단장실에 들이닥쳤을 때만 해도, 돼먹지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 불순물 정도로만 여겼지.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고.”​그는 즐거운 듯 입꼬리를 완만하게 말아 올렸다.​“카시안이 조만간 누군가를 보낼 거라 예고하긴 했지만, 그게 엘리노아 공녀일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가만히 듣고 있던 큰오빠, 칼라일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카시안을 향해 으르렁대듯 내뱉었다.​“그게 엘리노아가 남장까지 감행하며, 고작 황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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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위험한 진실의 티타임 (2)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카엘루스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턱을 부드럽게 고정하며 들어 올렸다.​“글쎄, 영애라면 이걸 어떻게 하고 싶을까?”​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입가에 걸린 묘한 미소가 소름 끼치도록 매혹적이었다.​‘헉! 위험하다…… 이건 마치 로판 30화쯤 나오는 남주의 전형적인 유혹 포즈잖아?!’​머릿속 덕후 본능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애석하게도 내 몸은 정직했다. 서 있는 황제를 앉은 채로 올려다보느라 목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저…… 폐하. 지금 상황이 음, 묘하게 섹시하시긴 한데…… 제가 살짝 거북목이라, 이 자세가 좀 많이 불편하고 힘드네요.”​내 헛소리에 황제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묘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안면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했다.​“……영애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나?”“아니, 분위기 잡으시는 건 알겠는데 제 목뼈는 소중하니까요. 그리고 저기 저 알, 방금 또 ‘뀨-’라고 했다고요.”​황제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악마 같은 매력을 뿜어내던 그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무슨 웃음을 멈추지를 않는다.​아아, 나의 몽글몽글한 로맨스판타지가 이렇게 또 한 번 장르 파괴를 당하고 있었다.​“거북목이라니. 영애는 정말…… 매 순간 예상을 뛰어넘는군.”​카엘루스가 관자놀이를 짚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멀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칼라일 오라버니가 살벌한 냉기를 뿜으며 앞을 막아섰다.​“한가한 놀음은 그쯤 하시죠, 폐하. 지금 제 동생은 목숨을 위협받는 음모에 휘말렸고, 루체른 공작 가는 그 대가로 전쟁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칼라일의 시선이 바구니 속의 알로 향했다. 아까보다 훨씬 선명해진 은빛 광채가 검은 껍질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이 기괴한 생명체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황궁 내부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닐 텐데요.”​카엘루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장난기 어린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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