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만원 버스에서 피어난 설렘(단편소설): Chapter 11 - Chapter 20

23 Chapters

11

서연의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유진은 세상을 이루는 모든 소음이 일시에 소거되는 기분을 느꼈다.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의 우주에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유진의 커다란 손바닥에 닿은 서연의 뺨은 여전히 뜨거웠고, 그의 옷자락을 붙잡은 서연의 작은 손가락에는 미세한 떨림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서연이 수줍은 듯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눈을 감는 순간, 두 사람의 입술이 부드럽게 맞닿았다.  처음에는 그저 온기를 확인하듯 가벼운 조심스러움이었다. 하지만 입술을 통해 전해지는 서연의 달콤함과 은은한 비누 향이 유진의 가슴속에 잠재되어 있던 갈증을 단숨에 깨웠다.유진은 서연의 허리를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어 그녀를 제 품으로 깊숙이 끌어당겼다. 뺨을 감싸고 있던 손가락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 사이로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서연은 유진의 단단한 품에 완전히 기대어 그가 이끄는 대로 자신을 맡겼다. 쿵쾅거리는 유진의 거센 심장 박동이 서연의 가슴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마치 하나의 심장이 뛰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숨결만이 유진에게는 유일하게 뜨거웠다. 입술이 맞닿고 떨어질 때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 나는 이 여자를 정말로 깊이 사랑하게 되었구나.' 유진은 속으로 낮게 읊조리며 서연의 입술을 부드럽게 머금었다. 찰나 같았던 시간이 흐르고, 유진이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서연은 붉어진 입술을 살짝 벌린 채, 풀린 눈으로 유진을 올려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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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약속 장소인 영화관 로비에 먼저 도착한 유진은 기둥에 기대어 서서 서연을 기다렸다. 어제 첫 키스를 나눈 사이가 되어서일까? 오늘 그녀를 마주할 생각을 하니 심장이 어제보다 더 세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입을 맞추고 오늘 보려니 왜 더 떨리는 걸까?' 유진은 괜히 넥타이 대신 입은 니트 깃을 만지작거리며 로비 입구를 주시했다. 멀리서 청바지에 부드러운 오버핏 가디건을 매치한 서연이 걸어오고 있었다. 어제의 화사한 원피스 데이트 룩과는 또 다른, 편안하면서도 내추럴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유진을 발견한 서연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피어올랐다.  "유진 씨,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요, 방금 왔습니다. 오늘 스타일도 정말 잘 어울리네요, 서연 씨." 유진이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서연에게 다가갔다. 서연은 유진의 깊고 진중한 눈빛과 마주치자마자 어제의 뜨거웠던 입맞춤이 떠올랐는지 하얀 얼굴을 순식간에 붉혔다.  "칭찬은 이제 그만해도 되는데. 가요, 우리 늦기 전에 예매한 영화 보러 가요." 서연은 수줍음을 감추려는 듯 유진의 소매를 살짝 잡아끌었다. 유진은 그런 서연의 손을 자연스럽게 풀고, 대신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깊숙이 밀어 넣어 단단히 맞잡았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서연의 체온이 온몸의 세포를 달콤하게 깨우는 것 같았다.  영화관 내부는 어두웠고, 주말이라 사람들로 가득 북적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사방이 캄캄해지자, 서로의 존재감이 한층 더 선명하게 와닿았다. 유진은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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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의 눈을 뜨는 기분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원래대로라면 지독한 피로감과 함께 일주일의 시작이라는 중압감이 온몸을 짓누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유진은 대리석처럼 무겁던 몸이 거짓말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유진의 입가에는 이미 깊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화면에는 밤사이 서연이 남겨둔 다정한 인사말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유진은 욕실로 향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주말 동안 서연과 나누었던 달콤한 숨결과 맞잡았던 손의 온기가 여전히 온몸에 맥박쳐 흐르는 것 같았다. 출근 준비를 하는 손길에는 평소와 다른 정성이 들어갔다. 블루 그레이 빛의 세련된 셔츠를 고르고, 넥타이를 매는 손길 하나하나에 설렘이 묻어났다. 오늘 저녁이면 다시 그 만원 버스에서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지루한 회사 생활을 버티게 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출근길 지하철의 혼잡함도 오늘만큼은 유진을 짜증 나게 하지 못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은 유진은 메신저를 켜서 서연에게 가장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서연 씨, 월요일 아침인데 힘들지 않게 잘 출근했어요? 오늘 하루도 힘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이 기분 좋게 진동했다.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서연의 답장이 도착했다. "유진 씨 덕분에 월요병도 도망간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에 버스에서 만날 생각 하니까 벌써부터 퇴근 시간이 기다려져요. 유진 씨도 오늘 기획 회의 화이팅 하세요!"  서연의 다정한 응원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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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역시 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품에 안긴 서연의 가냘픈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고, 그녀의 숨결이 자신의 셔츠 깃을 적실 때마다 목줄기가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갈증이 일었다. 유진은 짚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공간을 유지하려 했지만, 뒤에서 밀려드는 승객들의 무게가 엄청났다. 결국 유진은 고개를 조금 더 숙여 서연의 귀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갔다. 다른 사람들의 소음에 묻혀 오직 서연에게만 들릴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연 씨, 많이 불편해요? 뒤에서 너무 밀어서, 미안해요." 서연은 유진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수줍음과 설렘으로 잔뜩 떨리고 있었다. "아니요, 하나도 안 불편해요. 유진 씨가 이렇게 막아줘서 오히려 너무 아늑해요. 진짜로요."  서연의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대답에 유진의 심장은 제어 장치를 잃은 것처럼 폭발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유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기둥을 잡고 있던 왼손을 내려 서연의 가녀린 허리를 단단하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겼다. 완벽하게 하나가 된 듯한 밀착감 속에서 두 사람의 거친 심장 박동이 하나의 리듬으로 동기화되어 버스 안의 소음을 지워버렸다.  유진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서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유진의 시선이 서연의 붉고 촉촉한 입술에 멈추었다. 주말의 그 달콤했던 감각이 뇌리를 스쳤고, 지금 이 만원 버스 안이라는 상황조차 잊게 만들 만큼 강렬한 충동이 유진을 지배했다.  "서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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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앞문이 열리고 차가운 밤공기가 내부로 밀려들자, 두 사람은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한낮의 열기와 인파에서 벗어나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자 비로소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 남아 있는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유진은 정류장 가로등 아래에 서서 자연스럽게 서연의 손을 다시 찾아 쥐었다. 이번에는 손가락 마디마디를 단단하게 얽은 깍지치기였다. 맞잡은 손을 통해 서로의 체온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오늘 버스는 평소보다 더 좁았던 것 같네요. 서연 씨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유진이 다정하게 말하며 서연의 얼굴을 살폈다. 서연은 고개를 돌려 유진의 깊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유진 씨가 그렇게 든든하게 막아줬는데 내가 어디가 다치겠어요? 나 오늘 버스 안에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유진 씨는 정말 대담한 사람 같아요." "서연 씨 앞이라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나 엄청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오직 서연 씨만이 내 이런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겁니다."  유진의 진중하고도 일편단심인 고백에 서연의 가슴이 다시 한번 세차게 뛰었다. 오직 한 여자에게만 자신의 모든 특별함을 내어주는 남자의 정석이었다. 서연은 맞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유진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  두 사람은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감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지만, 맞잡은 손과 코트 주머니 속의 온기 덕분에 전혀 춥지 않았다. 길가의 가로등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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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이 기분 좋게 진동했다."유진 씨도 좋은 아침이에요! 아침부터 보고 싶다고 하니까 부끄럽잖아요. 오늘 오전 기획 회의가 있다고 하셨죠? 준비한 대로 잘 풀릴 테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화이팅 해요! 이따 저녁에 봐요. 😊"서연의 다정한 응원 한 마디에 유진은 온 세상의 에너지를 전부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어진 오전 회의에서 유진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기획안을 발표했고, 임원진들의 극찬을 받아냈다. 팀원들이 오늘따라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며 넌지시 물어왔지만, 유진은 그저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내면에서 차오르는 행복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방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던 모양이다.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업무가 시작되자, 시간은 야속하게도 오전보다 훨씬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유진은 모니터 한구석에 있는 시계를 자꾸만 힐끗거렸다. 서연에 대한 독점욕과 애정은 주말의 데이트와 어제의 입맞춤을 거치며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이제 서연은 그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중심축이 되어 있었다.'오후 업무는 잘 되어가고 있을까? 부장이라는 사람이 또 괴롭히지는 않아야 할 텐데.'서연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쯤, 오후 5시를 넘어가며 사무실 안의 공기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유진은 책상 위의 서류를 서둘러 정리했다. 6시 정각에 울리는 사내 종소리와 동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마침내 시계 바늘이 6시를 가리켰고, 유진은 코트를 챙겨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료들에게 가벼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빌딩을 빠져나왔다.서연과 만나기로 한 정류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유진의 심장은 다시금 요란하게 맥박쳤다. 매일 타는 지하철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서연이 있는 곳으로 자신을 데려다주는 은혜로운 이동 수단처럼 느껴졌다. 역에서 내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유진의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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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서연에게 자꾸만 몸을 밀착하며 무언가를 끈질기게 말하고 있었다. 서연은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몸을 뒤로 뺐지만, 남자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 서연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분노로 뒤덮였다.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려고 하는 거지?' 유진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카페 문을 박차고 나갔다.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강타했지만 가슴속의 분노가 너무 뜨거워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유진은 왕복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빠른 걸음으로 건너 서연이 있는 곳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180cm가 넘는 거대한 체구와 차가운 아우라를 풍기는 유진의 등장에,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길을 터주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남자의 목소리가 유진의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서연 씨, 왜 자꾸 2차 안 간다고 그래요? 오늘 기분도 좋은데 나랑 딱 한 잔만 더 하자니까? 내가 집까지 안전하게 바래다줄게. 응?" 남자는 술에 취해 혀가 잔뜩 꼬인 목소리로 서연의 손목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서연은 당황한 듯 뒤로 물러서며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대리님, 저 진짜 술 많이 마셔서 먼저 들어가 봐야 해요. 죄송합니다. 다들 먼저 가세요." "아니, 서연 씨는 왜 매번, 내가 부르면 빼는 거야? 사람 무안하게 말이야."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서연의 팔뚝을 억세게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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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의 소란스러운 소음이 완전히 소거된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에는 오직 두 사람의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만이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서연은 유진의 커다란 코트를 어깨에 걸친 채 그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유진의 체취가 듬뿍 배어 있는 코트는 서연에게 단순한 방한용 의류가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그녀를 가로막고 있던 거칠고 불쾌한 상황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해 주는 가장 안전하고 거대한 방벽이었다. 술기운 탓인지, 아니면 안도감에서 오는 긴장 풀림 때문인지 서연의 걸음걸이가 연신 조금씩 휘청였다. 그때마다 유진은 맞잡은 손에 묵직하게 힘을 주며 그녀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온기가 서연의 손끝을 타고 심장 깊은 곳까지 빠르게 스며들었다.  "유진 씨, 옷 안 추워요? 날씨가 많이 쌀쌀한데." 서연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유진은 얇은 셔츠와 슬랙스 차림이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가로등 조명을 받아 그의 단단한 턱선과 넓은 어깨가 밤공기 속에서 한층 더 다부지게 도드라져 보였다.  "서연 씨가 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더워져서 하나도 안 춥습니다. 오히려 아까는 너무 화가 나서 온몸에 열이 날 지경이었어요." 유진의 솔직한 고백에 서연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아까 고깃집 앞에서 한 대리의 손목을 부수어 버릴 듯 꽉 움켜쥐던 유진의 서늘한 눈빛이 떠올랐다. 평소 버스 안에서 보여주던 다정하고 매너 있는 강 대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야수처럼 사나운 독점욕을 뿜어내던 그 순간의 아우라가 가슴을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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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유진이 서연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튕기며 미소 지었다.서연은 아쉬운 마음에 유진의 품에서 천천히 물러나 아파트 자동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유리문이 닫히고 로비 불빛 아래 서서 서연이 뒤를 돌아보자, 유진은 여전히 그 자리에 굳건하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연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유진 역시 다정한 미소와 함께 화답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에 도착해 도어락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서연의 심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방을 거실 소파에 던져두고 침대에 대자로 엎어진 서연은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유진 씨, 지금 집으로 가고 있겠지? 날씨가 많이 추울 텐데 걱정되네.' 그때 스마트폰이 기분 좋게 진동했다. 유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서연 씨, 나 지금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중입니다. 오늘 서연 씨 없는 만원 버스를 혼자 타려니 벌써부터 버스가 너무 넓고 춥게 느껴지네요. 오늘 밤은 서연 씨 꿈을 꿀 것 같습니다. 잘 자요, 내 수호천사."  유진의 다정하고도 애틋한 멘트를 읽는 순간, 서연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발을 동동 굴렀다.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이 폭발적인 설렘과 행복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퇴근길의 끔찍했던 만원 버스가 이어준 이 특별한 인연은, 이제 서연의 온 삶을 지탱하는 가장 거대하고 찬란한 사랑의 기적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서연은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 끝에 자신의 온 진심을 가득 담아 답장을 보냈다.  "유진 씨, 조심히 들어가요. 오늘 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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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저녁 6시 45분. 예의 그 주황빛 가로등이 밤의 도시를 은은하게 비추는 정류장에 유진이 도착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겨울바람이 제법 매섭게 옷깃을 파고들었다. 유진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인파 속에서 걸어올 서연의 실루엣을 찾기 위해 시선을 고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단정한 하프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는 서연이 보였다. 차가운 바람에 코끝과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지만, 유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세상 그 어떤 조명보다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유진 씨!" 서연이 다가와 유진의 앞에 멈춰 섰다. 유진은 아무런 말도 없이 주머니에서 따뜻한 손을 꺼내 서연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어 있던 그녀의 얼굴에 유진의 큼직하고 뜨거운 손바닥이 닿자, 서연은 기분 좋은 온기에 눈을 살짝 감으며 그의 손길에 얼굴을 기대었다. "많이 추웠죠? 오늘 바람이 제법 차네요." 유진의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서연의 귓가에 부드럽게 감겨들었다. 서연은 눈을 뜨고 유진의 깊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유진 씨 손이 이렇게 바로 녹여주는데 추울 리가 없잖아요. 오늘 하루 종일 유진 씨 보고 싶어서 혼났어요." "내가 더 그랬습니다. 1분이 한 시간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매일 서연 씨를 통해 배우고 있어요."  유진은 서연의 손을 찾아 제 코트 주머니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비좁은 주머니 안에서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단단하게 얽히며 깍지가 껴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이 중독되어 가고 있는지, 맞잡은 손끝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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