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입술은 내 입술 바로 위에서 마구 부딪쳐오기 직전의 거리로 아슬아슬하게 맴돌고 있었다.“날 떠나면 안 돼, 로빈. 너 없으면 난 끝장이야.”“이건 너무 심해, 잭. 네가 대체 손대지 않은 성행위가 있기는 해?” 그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가로저었다.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세상에나.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짓거리는 다 해본 것이었다. 나는 그를 비껴 지나쳐 문을 향해 걸어갔다. 도저히 감당할 수가…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불가능했다. 그가 경험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 오! 이건 내 한계치를 한참 넘어선 일이었다.그가 재빨리 내 팔을 낚아채더니, 자기 쪽으로 돌려세웠다. 그의 침울한 눈동자는 게으르게 풀린 채 물기가 서려 있었다.“로빈, 제발.”“나 이거 못 하겠어, 잭.” 나는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냈다. “너는 내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여자랑 잤고, 난교 파티에, 쓰리섬에, 세상에나, 포섬까지 했잖아.” 나는 침을 삼켰다. 그가 저지른 죄악의 무게가 내 목을 죄어오며 오열이 터져 나왔다. 이런 사실을 안고 살아갈 방법 따윈 없었다.“그 외엔 또 뭔데?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남자랑도 씨발 박아봤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쳐다볼 뿐이었다. 맙소사.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었다. 숨이 턱 막히며 시야가 순식간에 흐려졌다. 나의 아름다운 신과 같았던 남자가 온갖 더러운 죄악의 군주였던 것이다.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정말로 남자랑도 박아댄 게 맞았다. 맙소사! 그가 내 팔을 쥔 악력에 힘을 주었다.“이것 놓아.”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팔을 비틀어 빼내며 중얼거렸다. 내 팔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을 매섭게 노려본 뒤,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 팔에서 손 떼, 잭.” 그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휘몰아치는 폭풍 같았다.“너를 잃을 순 없어, 자기야. 너 없인 난 아무것도 아니야.”“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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