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단호한 태도에 임진우도 우리가 완전히 끝났음을 직감했는지, 바람이 부는 이국땅의 길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은 채 눈이 새빨개지면서 오열했다.하지만 나는 일말의 동요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몇 걸음 걷지도 않았을 때였다. 등 뒤에서 서늘한 발소리가 끈질기게 붙었다.내가 걸음을 빨리하면 발소리도 빨라졌고, 속도를 늦추면 발소리 역시 느려졌다. 딱 들키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며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었다.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임진우나 임혁수 중 한 놈이 이성을 잃고 쫓아오는 게 분명했다.나는 타이밍을 노리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잽싸게 뛰어들었다. 겨우 상대를 따돌렸다고 안도하며 가쁜 숨을 고르던 찰나, 뒤통수에 둔탁하고 강한 충격이 몰려왔다.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순식간에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다시 눈을 떴을 때, 퀴퀴하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방이 먼지로 가득한, 버려진 폐밀가루 공장이었다.내 손과 발은 의자에 밧줄로 꽁꽁 묶여 있어서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상황 파악이 안 돼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머리 위로 음산한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강연우, 드디어 일어났네?”고개를 들자,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숨이 탁 멎었다.“진연아? 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예전의 화려하고 명랑하던 진연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눈에는 독기가 가득 올랐고, 얼굴은 해쓱하게 말라붙어서 그저 악만 남은 미친 여자처럼 보였다.진연아는 이를 갈며 나를 매섭게 쏘아보았다.“당연히 나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잖아? 날 이 지옥 구덩이에 처박아 놨으니, 너도 곱게 살진 못하지!”“강연우, 이 독한 년. 죽지도 않고 감히 죽은 척 쇼를 해?”“너 그 가짜 연극 때문에 진우랑 혁수 오빠 둘 다 날 개처럼 버렸어! 게다가 불륜녀라고 낙인이 찍혀서 온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이나 당하고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쓰레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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