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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전처가 재계 1위의 약혼녀로 돌아왔다

죽은 전처가 재계 1위의 약혼녀로 돌아왔다

By:  잔돈부자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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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게 지독하게 매달린 끝에, 임혁수는 결국 자신의 첫사랑인 진연아와 결혼했다. 오랜 짝사랑에 난도질을 당한 나는 홧김에 나를 줄곧 짝사랑해 온 임혁수의 동생 임진우와 결혼했다. 결혼 후, 임진우의 사랑은 대담하고 열렬했다. 그리고 나를 뼛속까지 아끼는 모습에, 모두가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와 진연아가 동시에 물에 빠졌던 그날. 수영조차 못하던 임진우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더니, 온 힘을 다해 진연아만을 향해 헤엄쳐 갔다. 그리고 물속에서 숨이 끊어져 가던 진연아에게 자기 숨을 불어넣어 주기까지 했다. 나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임진우가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돌아봐 주길 애원했다. 하지만 임진우의 눈에 나는 없었다. 오직 첫사랑을 물 위로 끌어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임진우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대로 깊은 바닷물 속으로 삼켜졌다. 겨우 목숨만 건진 채 병실에 누워있을 때, 문틈 너머로 임진우와 임혁수가 진연아를 서로 간호하겠다며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임진우가 괴롭게 울부짖었다. “내가 희생해서 강연우랑 결혼한 건, 전부 형과 연아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어. 그러니까 제발 연아 얼굴 한 번만 보게 해 줘, 응?”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애초에 나라는 존재를 사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걸. 나는 곧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위한 가짜 죽음을 준비했다. 내 사망 소식이 전해진 순간. 평소라면 절대 흔들리지 않던 임진우는 자신을 위로하던 진연아를 거칠게 밀쳐내고, 허리를 숙인 채 피를 울컥 토해냈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새하얀 백발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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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강연우 님, 요청하신 위장 사망 서비스 신청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추후 신분 말소부터 원하시는 사망 방식까지 빈틈없이 준비해 드릴 예정이니, 안심하고 떠나셔도 됩니다.]수화기 너머로 직원의 공손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날짜는 3일 후로 해주세요. 정리할 게 좀 있어서요.”전화를 끊은 뒤,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며 간신히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병실 문을 열기도 전에 남편 임진우와 그대로 마주쳤다. 나를 발견한 그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걱정하는 기색이 차오르면서 급히 달려왔다.“여보, 물에 빠진 지 얼마나 됐다고 채 낫지도 않은 몸으로 혼자 돌아다녀? 얼른 침대에 가 누워.”임진우는 나를 조심스럽게 부축해서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깃을 꼼꼼히 여며 주었다. 그리고는 두툼한 패딩 속에서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쑥떡 한 팩을 꺼내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자, 여보가 제일 좋아하는 쑥떡. 이거 사 오려고 새벽 첫 차 타고 A시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왔어. 식기 전에 얼른 먹어.”‘A시라고?’지금 우리가 있는 S시에서 차로 몇 시간은 족히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내가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커튼 너머 옆 침대 환자가 부러움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참견해 왔다.“언니, 언니 남편 진짜 대박이다. 눈 오는데 그 먼 거리를 가서 쑥떡을 사 오질 않나, 식을까 봐 품에 꼭 안고 오질 않나.” “게다가 입원하는 내내 언니 옆을 한시도 안 떠나고 챙겼잖아요.” “밥 먹여주고 수건으로 몸 닦아주는 것도 전부 직접 하고, 기분 전환하라면서 목걸이도 자주 사다 주고. 진짜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요!”사람들의 극찬에 나도 모르게 임진우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임진우의 코끝은 새빨갛게 얼어 있었고, 머리카락 사이사이에는 채 녹지 않은 눈송이가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과 다정함이 넘쳐흘렀다. 업계에서 냉철하고 오만하기로 소문난 임강그룹 대표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하지만 바로 그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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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와 결혼한 진짜 이유는, 임혁수의 주변을 맴돌던 나를 떼어내기 위해서였다.자신의 형 임혁수와 진연아를 온전하게 이어주기 위해서, 그저 쓰고 버릴 가짜 방패막이에 불과했던 거다.정말 우스운 일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토록 행복하다고 믿었던 내 결혼 생활이, 결국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았다니.지금 와서 손에 쥔 쑥떡을 다시 봐도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았다.“입맛이 없어.”쑥떡을 한쪽으로 치우려는데, 임진우가 손을 내밀어 내 행동을 가로막았다.“왜 그래, 여보? 그날 내가 당신보다 연아를 먼저 구해서 화난 거야?”“미안해, 여보. 그때 정말 사람을 착각해서 그랬어. 바닷물 때문에 눈앞이 흐려서 연아를 당신인 줄 알고 먼저 구한 거야...”임진우가 진심을 가장해서 사과할수록, 내 가슴속에는 서글픈 한기만 감돌았다.사람을 잘못 봤다니. 정말 그럴듯한 변명이었다.설령 정말 사람을 잘못 본 거라 쳐도, 물속에서 진연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친 건 뭐란 말인가? 그것도 본능적인 실수였다고 우길 셈인가?하긴, 거짓말도 오래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자기 자신마저 완벽하게 속여 넘겨 버린 모양이었다.나는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응, 알겠어.”그러자 임진우는 내가 화를 풀었다고 생각했는지,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며 다정하게 속삭였다.“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셰프한테 연락해서 바로 준비하라고 할 테니까.”그러고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화면을 확인한 임진우의 표정이 순간 미세하게 굳어졌다.“여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어. 조금 이따가 다시 올게.”“먹고 싶은 거 있으면 비서한테 연락해. 바로 갖다 달라고 할 테니까.”말을 마친 임진우는 내가 붙잡을 틈도 주지 않은 채, 나를 병실에 덩그러니 남겨두고 서둘러 빠져나갔다.임진우가 문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진연아에게서 곧바로 메시지가 날아왔다.[따라와 봐.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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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가슴이 날카로운 칼날에 꿰뚫린 듯, 숨이 막혀 올 만큼 아팠다.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있는 힘껏 참았다.더이상 보지 못하고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그 와중에 발이 미끄러져 눈밭에 넘어지고 말았다. 입안 가득 차가운 눈을 머금었고, 쓸려서 살갗이 벗겨지면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뼛속까지 통증이 밀려왔다.그동안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탓에, 끝내 눈물이 쏟아졌다.눈물이 다 마르고 나서야, 나는 축 늘어진 몸을 간신히 이끌고 병원으로 돌아왔다.임진우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허겁지겁 병실로 달려왔다.“여보, 비서가 아까 밥 가져왔을 때 당신이 안 보였다고 하더라고. 어디 갔었어?”“나 놀라게 하지 마. 여보를 못 찾으면, 나 진짜 미칠지도 몰라!”정말 미치기라도 할까?그의 목덜미에 난 붉게 긁힌 자국을 힐끗 보면서 그저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시선을 거둔 나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답답해서. 잠깐 눈 구경 좀 하고 왔어.”그제야 임진우는 내 눈이 붉게 충혈된 걸 알아차렸다.“왜 울었어? 다 내 잘못이야. 일만 하느라 여보한테 신경 못 써 줬네. 미안해.”“참, 3일 뒤가 우리 결혼 5주년이잖아. 그때 성대하게 파티 열어 줄게. 제대로 축하하면서 미안한 마음 푸는 셈 치자. 어때?”그 말을 듣고, 나는 웃었다.임진우는 내가 자신을 용서했다고 생각했는지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임진우는 알 턱이 없었다.내가 웃은 건 3일 뒤가 내 위장 사망 예약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그날 나는 임진우가 상상조차 못 할, 엄청난 선물을 안겨줄 참이었다....다음 날, 나는 퇴원 수속을 마쳤다. 임진우가 차로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조수석에 몸을 싣는 순간, 나는 자리가 평소보다 낮아진 걸 직감했다.자세히 살펴보니, 역시나 시트는 몇 센티 정도 낮춰져 있었다. 게다가 등받이에 엉겨 있는 갈색 머리카락까지 발견하고 말았다.내 머리 색깔은 검은색이다. 반면 진연아는 딱 갈색 머리카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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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 뒤 내가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임진우는 힐끗거리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나는 그저 덤덤하게 대꾸할 뿐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우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메시지를 확인할 때 내 시선을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는 차창 유리에 비친 반사광으로 대화 내용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면에는 진연아의 토끼 프로필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진우야, 집에 수도관이 터지는 바람에 온몸이 다 젖었어. 좀 와줄 수 있어?]메시지를 다 읽은 임진우의 목젖이 초조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지만 내가 곁에 있다는 걸 의식한 듯 황급히 핸드폰 화면을 꺼 버렸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가식적인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동자 한쪽에 스치듯 번지는 죄책감을 감추려는 듯이.그 뒤 임진우는 눈에 띄게 주의가 산만해졌다. 몇 번이나 신호등을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달릴 뻔하기까지 했다.한참을 불안하게 내달리던 중, 임진우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여보, 회사에 또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그냥 먼저 택시 타고 집에 갈래? 일 끝내고 바로 돌아올게. 응?”내게 묻는 것 같았지만, 애초에 다른 선택지 따윈 없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임진우는 이미 차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있었으니까.나를 차가운 길가에 쫓아내듯 내려놓은 뒤, 급하게 유턴한 차는 굉음을 내며 멀어졌다.멀어져 가는 차량의 붉은 꽁무니만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게 도무지 어떤 기분인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아마 임진우는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 이곳이 인적 드문 외딴 교외라는 걸. 게다가 눈까지 세차게 내리고 있어서 택시를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한때는 임진우가 나의 유일한 구원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때가 있었다.나를 위해 싸우다 갈비뼈 세 개가 부러진 적도 있었고, 술자리에서 나 대신 술을 마시다 위출혈로 쓰러진 적도 있었다. 내 생리 주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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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날이 오면, 가짜 시체 한 구 외에는 임진우에게 단 하나의 추억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마지막 물건이 잿더미로 변하는 순간, 돌아온 임진우가 그 광경을 고스란히 목격했다.“여보, 뭐 태우는 거야?”벽난로 속에 남은 보석 잔해를 확인한 순간, 임진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일그러졌다.“이거 내가 사준 것들이잖아. 왜 태운 거야?”나는 한결같이 담담한 얼굴로 대꾸했다.“마음에 안 들어서 태웠어.”하지만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고작 네가 사준 물건들뿐일까? 임진우, 바로 너라는 인간 그 자체지.이 말을 들으면 임진우가 분명 버럭 화를 낼 거라고 짐작했다.그런데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다정하게 손끝으로 내 코를 살며시 톡 쳤다.“마음에 안 들면 태워도 돼. 내일 당장 새로 사러 가자. 마침 기념일 연회 때 입을 드레스도 같이 고르고.”임진우의 얼굴에는 봄날 햇살 같은 미소가 내내 걸려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다정한 미소에 가슴이 벅찼을 테지만, 지금 내 가슴속에서는 차디찬 비웃음만 끝없이 번져 갈 뿐이었다.그는 아마 우리 사이의 오래된 규칙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과거에 우리는 약속했었다. 누군가 헤어지고 싶다면, 긴 말 필요 없이 함께 쌓은 추억을 모조리 부수면 된다고.그런데 지금, 내가 불태우고 있는 게 바로 그 추억인데도 임진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분명히 잊어버린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날 완벽하게 속이고 있다고 착각하는 걸지도 몰랐다. 내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자만했으니, 이 불꽃이 이별의 신호라는 상상조차 못 하는 것이리라.어느 쪽이든, 이제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함께한 추억은 이미 잿더미가 되었고, 나와 임진우의 인연도 여기까지니까.멍하니 서 있던 나를 임진우가 느닷없이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요즘 여보한테 서운하게만 한 것 같아. 내 잘못이야. 일만 정리되는 대로 반드시 제대로 보상해 줄게.”임진우의 옷자락에 진하게 밴 진연아 특유의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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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임진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드레스 한 벌이 문제겠어? 내 아내가 원하면 하늘의 달이라도 따다 바칠 자신이 있다고.”임진우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드레스를 내 품에 안겨주더니, 어서 입어보라며 등을 떠밀었다.바로 그때, 우연이라기엔 너무도 절묘하게 진연아가 같은 매장으로 들어섰다.그녀를 보자마자 임진우의 손끝이 하얗게 질리면서,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입구 쪽으로 쏠렸다.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모습을, 나는 왜 이제야 알아차렸을까?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내 가슴속에서는 싸늘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생각해 보면 두 사람 사이의 은밀한 비밀은 훨씬 더 오래전부터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가족 식사 자리에서도 임진우의 시선은 늘 진연아에게 멍하니 멈춰 있었고, 그걸 알면서도 나는 매번 못 본 척 넘겼다.한번은 임혁수가 출장을 간 사이에 진연아가 우리 집에서 며칠 머문 적이 있었다.그날 밤, 갑작스러운 천둥소리가 울리자, 임진우는 순식간에 침대에서 뛰쳐나오더니 진연아의 방으로 내달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귀를 두 손으로 감싼 채 품에 안고 달랬다.나중에 내가 추궁하자, 형수가 혼자 있으니 자기가 대신 챙겨야 했다는 변명만 내뱉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임진우는 잊고 있었다. 나 역시 천둥소리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그날 밤, 나는 혼자 이불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 채 꼬박 한숨도 자지 못했다.어디 그것뿐인가? 임진우는 내게 사과를 깎아줄 때마다 항상 토끼 모양으로 만들어주었다.한때는 그것마저 낭만이라고 여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저 진연아가 토끼 모양 사과를 좋아해서였을 뿐이었다. 심지어 내게 깎아준 사과는 늘 절반씩 나눠 진연아에게 건네주고 있었다.나는 처음부터 임진우가 진연아에게 다가가기 위한 도구이자, 자신의 은밀한 사랑을 숨겨주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던 것이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순간, 진연아의 날카로운 눈길이 임진우의 손에 들린 드레스를 향했다. 진연아는 과장된 감탄을 내뱉었다.“정말 예쁘다. 나도 한번 입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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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전화를 받았는데, 실수로 스피커폰을 눌러버렸다. 그러자 직원의 목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고객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만 하시면 바로 떠나실 수 있습니다.]그 말에 임진우의 발걸음이 뚝 멈추었다. 그가 휙 돌아서더니 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떠나다니? 당신 어디 가?”나는 태연하게 입꼬리만 올렸다.“별거 아니야. 친구가 해외로 이민 가는데, 서류 절차를 좀 도와주고 있거든.”임진우는 그제야 안도한 듯 팽팽한 긴장을 늦추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깊이 바라보는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나를 혼자 둔 채 진연아에게로 향했다.사실, 임진우가 조금만 더 의심을 품고 내 핸드폰을 빼앗아 확인했더라면 금방 들통났을 거짓말이었다. 내가 진행 중인 게 해외 출국 수속 따위가 아니라, 완벽한 위장 사망 서비스라는 것을 말이다.안타깝게도 임진우는 그 정도의 관심조차 없었다.하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덕분에 이제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임진우가 떠난 후, 나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위장 사망 서비스 센터로 향했다.센터에 도착해서 피부 결까지 나와 똑같이 제작된 실리콘 더미를 마주하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교한 전문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얼이 빠져 있는 내게 직원이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강연우 님, M국행 항공권 예약과 신원 말소 처리가 모두 끝났습니다. 실리콘 더미 세팅도 완벽합니다. 당일 연회 시간이 되면, 요청하신 대로 이 가짜 시체가 옥상에서 추락하게 될 겁니다.” “그 순간부터 이 세상에 강연우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강은하 씨만 남게 됩니다. 결심이 서셨다면 서명해 주십시오.”강은하. 내가 스스로에게 선물한 새 이름이었다. 진흙탕 같은 과거에서 스스로를 구원해서, 마침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은 이름.바로 그 순간, 타이밍 좋게 진연아가 SNS를 업데이트했다.[입고 싶다고 한마디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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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M국에 도착한 후, 나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강은하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이력서를 넣고 직장을 구하면서, 마침내 온전한 내 삶을 찾아 나섰다.임씨 형제와 지독하게 얽히기 전, 나 역시 지도 교수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디자인 천재였다. 남부럽지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때는 왜 그렇게 사랑에 눈이 멀어 바보같이 굴었을까?’고작 그 두 사람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킬 소중한 기회들을 전부 짓밟아 버리다니.과거 임혁수를 쫓아다니던 시절, 교수님은 애제자인 내게 유학 기회를 주려고 하셨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얻고야 말겠다는 미련한 생각에 사로잡혔던 나는 교수님의 호의를 단칼에 거절했다.임진우에게 프러포즈를 받던 날에도 교수님은 두 번째 기회를 건네셨다. 자신의 팀에 합류해 함께 디자인을 더 깊이 공부해보지 않겠냐며 손을 내밀었지만, 이번엔 임진우의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평생 곁에 머물며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자는 달콤한 말에 속아서, 교수님의 제안을 또다시 외면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미련하다 못해 멍청했다.그래도 다행히 모든 걸 바로잡을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만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강은하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유명 주얼리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매일같이 도안을 그리고 수정하며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일과가 반복되었다. 몸은 고되고 피곤했지만, 가슴 한구석에서는 알 수 없는 충만함이 가득했다. 타인이 아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이 나를 채웠다.내가 그렇게 일에 몰두해 지내는 동안,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임진우는 완전히 미쳐 버렸다고 했다.연회 당일 ‘내가’ 18층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는 영상은 이미 SNS상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였다.영상 속 임진우는 추락하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어떻게든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지만 한 발 늦은 뒤였다. ‘나’는 형체를 알아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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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진연아는 입안이 터져 피를 흘리면서도, 잔뜩 독이 올라 매섭게 맞받아쳤다.“이제 와서 왜 나한테 지랄이야? 언제는 지가 먼저 헐레벌떡 쫓아와서 개처럼 기어 다녀 놓고!”“강연우 살아 있을 땐 본체만체 한눈이나 팔더니, 죽고 나니까 이제야 후회돼? 가증스러운 새끼!”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다. 임진우가 유부남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더러운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알게 된 것이다.여론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내를 잃은 임진우를 동정하던 네티즌들은 한순간에 악플러로 돌변했다. 모두 임진우와 진연아를 향해 무차별적인 비난을 쏟아냈다.[와, 저 쓰레기 새끼 순정남인 척 쇼한 거였네? 역겹다 진짜.][불륜남에 상간녀라니, 끼리끼리 잘 만났다. 절대 방생하지 마라.][더러운 새끼. 강연우가 왜 목숨을 버리고 뛰어내렸는지 알 만하네!]그 도파민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형인 임혁수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며 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출장지에서 뒤늦게 인터넷 뉴스를 접한 임혁수가 곧장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서, 집 앞에서 임진우, 진연아와 엉겨 붙어 난투극을 벌이는 영상이었다.영상 속 임혁수 역시 이성을 잃은 채 임진우에게 무자비하게 주먹을 날리며 발길질을 해댔다.“임진우, 이 인간 쓰레기 같은 새끼! 연우를 아내로 맞았으면 똑바로 대했어야지!”“한눈이나 팔고 연아랑 추잡하게 얽히더니 결국 이 사단을 내? 오늘 너 죽고 나 죽자!”형제의 육탄전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나는 그저 싸늘한 헛웃음만 흘렸다.저 인간도 가소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작 본인도 과거에 나와 진연아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간을 보았으면서.게다가 임진우가 꾸며낸 추악한 계획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게 한마디 귀띔조차 해주지 않았던 인간이다. 임진우를 도와 나를 속인 공범이자, 똑같이 이기적이고 혐오스러운 인간일 뿐이었다.그 후로 들려오는 목격담에 따르면, 임진우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고 했다. 회사 경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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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내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내 바짓단을 걷어 올린 임진우는 오른쪽 종아리에 선명하게 남은 흉터를 확인했다.그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연우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지난 3년 동안 어떤 지옥 속에서 보냈는지 알기나 해?”“매일 밤 너만 생각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어. 널 따라 죽어버릴까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연우야, 내가 잘못했어. 너를 이용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미친놈이었어. 하지만 널 향한 내 사랑만큼은 진짜였어! 그것만큼은 단 한 순간도 거짓이 아니었단 말이야.”“네가 싫어하던 진연아는 내가 벌써 처절하게 짓밟아줬어. 내 인생에서 완벽하게 치워버렸다고!” “다신 연락 안 할 테니까, 제발 이번 한 번만 날 용서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응?”임진우는 절박하게 애원하면서 내 손을 조심스레 붙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손끝이 닿는 순간, 소름 끼치는 혐오감을 느낀 나는 손을 거칠게 쳐냈다.“임진우. 내가 강연우든 아니든, 우린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우린 이미 끝난 사이라고.”임진우의 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게 충혈되었다. 그는 목이 메어 오열했다.“우리가 왜 끝난 사이야? 우린 부부잖아!”나는 기가 막혀 차갑게 비웃으며 쏘아붙였다.“착각하지 마. 우린 진작에 이혼했어.”임진우는 현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마구 흔들며 억지를 부렸다.“그때 이혼합의서에 난 사인 안 했어! 도장 안 찍었다고! 그러니까 서류상으로 넌 여전히 내 아내야!”내 얼굴은 이미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그게 벌써 3년 전 일이야. 이혼 숙려 기간은 진작에 끝났어.”“임진우, 지금의 당신은 나한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저 구질구질한 전남편일 뿐이야.”말을 마친 나는 임진우를 매정하게 밀쳐내고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다음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으며 내 앞길을 또다시 차단했다.“은하야. 저 새끼가 싫으면, 나는 어때?”고개를 들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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