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우는 점심을 먹을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일어나 씻고는 최대한 빨리 외투를 걸친 뒤, 잔뜩 굳은 얼굴로 집을 나섰다.그 디자이너는 예약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개인이 워낙 강력하게 추천한 데다, 보여 준 디자인 초안도 하연우가 마음속으로 그리던 집의 조건과도 잘 맞았다.그래서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하연우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두 사람은 디저트 가게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차피 인테리어 전에 간단히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으니, 지나치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었다.직원의 안내를 받아 김문수 곁으로 걸어갔을 때, 하연우는 순간 멍해졌다.“자리 잘못 온 거 아닌가요?”그녀가 고개를 돌려 직원에게 묻자, 직원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잘못 온 거 아니야.”김문수는 담담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안녕하세요, 하연우 씨. 김문수입니다. 오늘부터 연우 씨 집 인테리어를 맡게 된 디자이너예요.”어젯밤까지만 해도 함께 술을 마시고 주사위 게임을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중개인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디자이너가 되다니.하연우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멍하니 김문수를 바라보던 그녀는 한참 뒤에야 그가 풋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를 들었다.“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야?”그가 맞잡은 손을 살짝 흔들며, 하연우의 따뜻한 손바닥을 가볍게 쥐었다.“하연우.”하연우는 재빨리 손을 놓았다.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김문수는 다정하게 메뉴판을 건넸다.“디저트 좀 먹어. 뭐 먹고 싶어?”주문을 마친 뒤에야 하연우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김문수가 평범한 바텐더나 마케터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두 신분이 이렇게까지 다를 줄은 정말 몰랐다.“미안해. 네가 내 고객일 줄은 몰랐어.”김문수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거짓말한 건 아니야. 그 클럽은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고, 나는 대신 가서 자리를 봐 주던 것뿐이야.”“그러니까 어느 쪽이든, 난 연우에게 있어 을인 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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