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와 다정한 부부인 척 지내는 동안에도 은희는 예전처럼 수애를 통해 많은 작곡 의뢰를 받았다.다만 이번에는 반드시 의뢰인이 누구인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지난번 같은 일이 또 생기면 안 됐다.하지만 지난 의뢰는 워낙 좋지 않게 끝났다.이번에도 수애에게 한바탕 혼날 가능성이 컸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은희는 전화를 걸었다. 손끝은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를 톡톡 두드렸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수애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뚫고 나올 듯 커졌다.[은희 씨, 드디어 연락했네! 지난번 은희 씨가 써 준 악보 원고, 의뢰인이 엄청 만족했어. 계속 나한테 은희 씨 또 연결해 달라고 난리야. 은희 씨 실력 진짜 더 좋아졌더라!]은희는 멍해졌다.‘지난번 악보에 만족했다고?’‘그럴 리가 없었을 텐데...’그녀는 악보를 찢어 버렸고, 5억이라는 거액의 위약금까지 떠안게 됐다.어느 쪽으로 봐도 만족할 상황이 아니었다.“언니, 정말이야? 혹시 다른 의뢰인이랑 착각한 거 아니고?”수애가 관리하는 작곡가는 은희뿐이 아니었다. 헷갈렸을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수애는 시원하게 웃었다.[아니야, 착각 아니야. 의뢰인이 만족했다면 그게 제일 큰 칭찬이지. 은희 씨는 그냥 계속 잘해. 앞으로 일 많이 들어올 거야.]은희는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하남우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언니, 그 의뢰인하고 직접 얘기할 수 있을까?”[당연하지. 잠깐만.]수애에게 연락처를 받은 은희는 곧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 차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네, 진효찬입니다.]“저예요, 효찬 씨. 수애 언니한테 들었어요. 지난번 악보가 마음에 드셨다고요. 이번 의뢰도 그 사람 쪽인가요, 아니면 효찬 씨 개인 의뢰인가요?”은희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효찬의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은희 씨, 이번엔 제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며칠 뒤 저희 할머니 생신이거든요. 음악을 무척 좋아하시는 분이라, 할머니를 위한 곡을 하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그는 잠시 덧붙였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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