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이 열리는 경쾌한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들렸다.삐릭- 덜컥.한채원은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피로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한성그룹 전략기획실 본부장으로서 지난 한 달간 매달렸던 유럽 지사 인수합병 건을 마침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원래대로라면 내일 오후 비행기로 귀국해야 했지만, 그녀는 일정을 무리하게 당겼다.내일은 그녀의 약혼자, 강민호와의 교제 3주년 기념일이었으니까.“민호 씨, 나 왔어요. 놀랐죠?”현관에 구두를 벗어두며 조용히 불렀지만, 집 안은 고요했다. 채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호의 차는 분명 주차장에 있었는데.거실로 들어선 그녀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 때문이었다.민호의 짙은 네이비 넥타이.그의 하얀 셔츠.그리고…….‘……빨간색 레이스 속옷?’채원의 미간이 차갑게 굳어졌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화려하고 장식이 많은 속옷을 즐겨 입지 않았다. 무엇보다 집 안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 낯설고 짙은 향수 냄새.샤넬 No.5.그녀의 이복동생, 한유라가 시그니처처럼 뿌리고 다니는 바로 그 향수였다.채원의 심장이 불길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하지만 바닥에 점점이 이어진 옷가지들의 궤적은 정확히 2층, 채원과 민호가 함께 사용하는 침실로 향하고 있었다.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정체불명의 신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아, 흣… 오빠, 더…….”“유라야, 잠깐만… 미치겠네, 진짜…….”채원의 발걸음이 안방 문 앞에서 멈췄다.문은 아주 살짝 열려 있었고, 그 틈새로 적나라한 파열음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채원은 떨리는 손을 뻗어 문고리를 쥐었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차갑게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쾅-!문이 벽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침대 위에서 엉켜 있던 두 남녀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채원은 표정 없이 눈앞
Terakhir Diperbarui : 2026-06-12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