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이현은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그는 더 이상 술집에서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서재에 틀어박혀 있지도 않았다.그는 다시 정무에 힘을 쏟았고, 대신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심지어 김서월을 먼저 챙기고 함께 식사를 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까지 했다.그는 훌륭한 부군이자 완벽한 황자 역할을 해냈다.하지만 진실을 마주한 그날 밤, 그의 영혼이 이미 죽어 버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좋은 부군 노릇을 하는 법을 익혔다. 그녀가 불평하면 다정하게 달랬고, 애교를 부리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그녀에게 황자비로서 누려야 할 체면과 영광을 줄 수는 있었지만, 그녀가 원하던 사랑만은 줄 수 없었다.이현의 몸은 이 뜰에 남아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멀어져 가는 그 마차를 따라 떠난 지 오래였다.김서월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이현이라는 사람만 손아귀에 쥐고, 셋째 황자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그녀는 최후의 승자였다.이제 그녀는 마침내 바라던 것을 손에 넣었고 경성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귀부인이 된 것이다.한때 그녀를 업신여기던 아가씨들은 이제 그녀 앞에서 몸을 낮췄고, 감히 넘볼 수 없던 권문세가의 부인들마저 앞다투어 그녀의 환심을 사려 했다.부군은 높은 권세를 누리고 있었고, 가끔 냉담할 때가 있긴 해도 겉으로는 충분히 그녀를 아껴 주었다. 이런 삶은 예전의 그녀가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었다.이날 궁에서 북방의 대승을 기념하는 연회가 열렸다.이현은 김서월과 함께 연회에 참석했다. 금빛 찬란한 궁전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졌고, 흥겨운 가무가 이어졌다.김서월은 화려한 궁중 예복을 차려입고 이현의 곁에 기대 앉아 사방에서 쏟아지는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그녀는 눈앞의 화려한 광경과 지금 자신의 지위를 떠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곧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입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노릇하게 구운 사슴고기 요리가 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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