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 Chapter 11 - Chapter 20

169 Chapters

제 11화 왕의 숨겨진 선택

소하의 몸 상태에 조금씩 차도가 보이기 시작하자,지우는 그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그런데—아직 이른 아침이었다.갑작스러운 발소리와 함께중궁전 밖이 술렁이기 시작했다.곧이어 금군들이 처소 주변을 빈틈없이 에워쌌다.지우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졌다.잠시 후,한 내관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와 왕명을 전했다.“전하의 명이옵니다.”“중전마마께서는 편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여궁의 질서를 어지럽히셨으므로—”내관이 잠시 숨을 골랐다.“당분간 중궁전에 유폐되시어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실 수 없사옵니다.”순간—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지우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지금.”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유폐라 했느냐?”“예 그러니 중전께서는 지금 이 시각부터는이곳 외에는 나갈실 수 없습니다.”내관의 대답을 들은 지우는중궁전 밖을 에워싼 금군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싸늘한 긴장감이 처소 안을 짓눌렀다.잠시 침묵하던 지우는다시 내관에게 시선을 돌렸다.“…전하의 명이더냐.”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내관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조심스럽게 품 안에서 작은 서찰 하나를 꺼냈다.“중전마마께서 그리 물으실 듯하여—”내관이 두 손으로 서찰을 바쳤다.“전하께서 이것을 전하라 하셨습니다.”지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이걸?”지우는 서찰을 내려다보며 낮게 되물었다.“전하께서 직접?”“예, 마마.”내관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그리고…”잠시 말을 멈춘 내관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읽으신 뒤에는 반드시 불에 태우라 명하셨습니다.”지우는 잠시 말없이 서찰을 내려다보았다.얇은 종이 한 장.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손끝이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천천히 봉을 뜯자,익숙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순간—지우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서찰에는 길지 않은 글이 적혀 있었다.「당분간은 짐을 원망하고 계시오.」짧은 한 줄.그러나 그 아래에는—「이것은 벌이 아니라,중전을 지키기 위한 짐의 선택이오.」지우의 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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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화 검은책사

9. 늦은 밤— 수양대군의 처소에는 희미한 촛불만 흔들리고 있었다. “전하께서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시는군요.” 조용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수양대군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사내가 희미하게 웃었다. “중전이 변수가 되었습니다.” “허나…” 그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가장 위험한 쪽은, 오히려 전하이십니다.” “전하라…” 수양대군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잠시 잔을 내려다보던 그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오늘 보니—” 낮고 느린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마치 어미 잃은 새끼 범이 처음으로 젖을 떼고 사냥을 배우는 듯하더군.” 짧은 침묵.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사내가 말없이 서찰 한 장을 내밀었다. 수양대군은 천천히 그것을 받아들었다. “무엇이지.” 사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아무래도… 전하의 뒤에는 김종서 대감이 계신 듯합니다.” 순간— 수양대군의 표정이 아주 잠깐 싸늘하게 굳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옅은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역시 그런 것인가.” 그의 손끝이 서찰 위를 천천히 두드렸다. “그렇다면…” 수양대군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지금 전하의 곁에는 중전에 김종서까지 붙어 있다는 뜻이군.” 말을 마친 수양대군은 손에 들고 있던 서찰을 촛불 위에 천천히 가져갔다. 종이가 타들어 가는 냄새가 조용히 방 안을 메웠다. 불길 끝까지 서찰을 바라보던 수양대군이 이내 시선을 돌려 사내를 바라보았다. “한명회.” 처음으로 이름이 불렸다. 수양대군의 눈빛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자네… 내 책사가 되고 싶다 하지 않았는가.” “예, 대군마마.” 한명회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였다. 수양대군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책사답게—” 그의 손끝이 천천히 책상을 두드렸다. “김종서와 전하를 갈라놓을 묘책을 내보게.” 잠시 침묵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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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화 중궁전에 번진 불길

-중궁전-“마마… 소인이 마시겠습니다.”소하의 조심스러운 말에지우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다시 약사발을 소하 쪽으로 내밀었다.“마마…”소하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지우는 그런 소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얼른 마시거라.”잠시 말을 멈춘 지우가낮게 덧붙였다.“그리고…”그의 시선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내 앞에서 미안한 표정은 짓지 말거라.”소하는 끝내 아무 말 하지 못한 채,떨리는 손으로 약사발을 받아들었다.“자, 먹거라.”지우는 한지에 곱게 싸인 각색당을소하 앞으로 내밀었다.“예…?”순간 소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마마, 괜찮사옵니다.”소하는 당황한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어찌 소인이 이런 귀한 것을 받겠사옵니까…”난감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내가 먹으라는데 누가 뭐라 하겠느냐.”중전이 장난스러운 투로 말하자,소하의 얼굴에 아주 옅은 웃음기가 스쳤다.결국 소하는 조심스럽게 각색당을 받아 입에 넣었다.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우가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앞으로는…”잠시 시선을 내리깔던 지우가 낮게 말을 이었다.“그리 앞선 행동은 하지 말거라.”순간,소하의 손이 미세하게 멈췄다.“마마…”소하는 입안의 각색당을 천천히 삼킨 뒤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그 약조는 드릴 수 없사옵니다.”“……”“소인의 사명은 오직—”소하의 목소리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마마를 곁에서 잘 모시는 것이옵니다.”지우는 그런 소하를 한참 바라보다가이내 낮게 입을 열었다.“그 사명…”지우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내가 불허한다.”“마마…”그때였다.바깥에서 무언가 스치는 듯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순간—지우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조용.”낮고 짧은 목소리였다.소하가 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지우는 천천히 시선을 문 쪽으로 돌렸다.“아무래도…”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쥐새끼 한 마리가 들어온 듯하구나.”그 말에 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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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화 의심의 덫

-단종의 침전-“그게 무슨 말이냐?”막 세안을 마치고 조식을 들던 단종의 표정이 굳어졌다.“어젯밤 중궁전에 불이 났다니?”내관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다행히 창고에서 처소까지 불길이 번지지는 않았사옵니다.”잠시 말을 고른 내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허나… 그냥 넘기기엔 상황이 심상치 않사옵니다.”단종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심상치 않다니.”내관은 주변을 한 번 살핀 뒤 목소리를 낮췄다.“어젯밤 중전마마께서 일부러 벽보를 붙이게 하셨다 하옵니다.”“벽보?”“예. 중전의 처소에 자객이 불을 질렀다는 내용이었사옵니다.”순간 단종의 눈빛이 흔들렸다.“그 이후…”내관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김종서 대감 휘하로 보이는 이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하옵니다.”짧은 침묵.“그리고 붙잡힌 사내 또한—”내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추궁 끝에 김종서 대감 쪽 사람과 내통한 적이 있다 진술하였다 합니다.”“내통을 한 적이 있다고?”단종의 눈빛이 천천히 굳어졌다.“그럼… 어젯밤 범인의 배후가 김종서 대감이라는 뜻이냐.”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내관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소인 또한… 확언할 수는 없사옵니다.”“……”“허나 붙잡힌 사내가 김 대감 쪽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다 진술하였고…”내관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수상한 움직임 또한 있었다 하니—”짧은 침묵.“궁 안에서는 여러 말이 돌고 있사옵니다.”“중전은 어쩌고 있는냐? 어젯밤 일로 놀랐을텐데...”내관이 단종이 중전 안부를 묻자 옷 안쪽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었다.“아 안 그래도 중전께서 저번 전하께서 전하신 서찰의 답이라며전해달라 하셨습니다.”중전의 보낸 서찰을 퍼본 단종의 얼굴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표정이었다.“중전은… 어찌하고 있느냐.”단종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낮아졌다.“간밤의 일로 많이 놀랐을 터인데…”그 말에 내관은 조심스럽게 품 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두 손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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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화 흔들리지 않는 마음

11.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금군도, 김종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이상함을 느낀 단종은읽고 있던 서책에서 천천히 시선을 떼었다.그리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어느새 창밖에는짙은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단종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상선.”낮게 부른 목소리였다.“아직 금군과 김종서 대감은 오지 않았느냐.”“예 아직이옵니다.”벌써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그런데도 금군과 김종서 모두 감감무소식이라는 건—필시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었다.단종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아무래도 안 되겠다.”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네가 직접 다시 가 알아보고 오너라.”잠시 말을 멈춘 단종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어째서 이리 늦는지… 짐도 불안하구나.”단종의 말이 끝났지만—곧바로 돌아와야 할 상선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순간 방 안에 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단종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상선.”이번에는 이전보다 조금 더 낮은 목소리였다.“짐의 말을 들었느냐?”잠시 후—문밖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하…”어딘가 긴장한 듯한 목소리였다.“수양대군께서… 들으셨사옵니다.”단종은 순간 정말 일이 무슨 일이 틀어졌다는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문쪽을 바라봤다.단종은 순간—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예감에 사로잡혔다.자신도 모르게 떨려오는 손을 천천히 움켜쥔 그는굳은 눈빛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들라 하라.”잠시 후—문이 천천히 열리며 수양대군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런데 이상했다.평소처럼 온화한 얼굴이 아니었다.마치 좋지 않은 소식을 들고 온 사람처럼—그의 얼굴에는 비장한 기색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그가 들어선 순간,방 안의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다.수양대군은 단종 앞까지 다가온 뒤조용히 고개를 숙였다.“전하.”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밤중에 이리 찾아온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잠시 말을 멈춘 그의 눈빛이 깊게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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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왕의 비밀 명

-조그마한 암자-아직 해조차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산속 암자에는차가운 새벽 공기가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아침 공양을 준비하던 스님은장작불을 살피다 말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저 멀리—검은 도복 차림의 사내 하나가암자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순간 스님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이내 평온한 얼굴로 두 손을 모아 합장한 그는조용히 사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이 이른 새벽에…”스님의 낮은 목소리가 산사에 잔잔히 울렸다.“무슨 일로 오셨소.”“혹… 이곳의 주지 스님이시오?”사내의 물음에스님은 인자한 미소를 띤 채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소승은 그저, 주지 스님께 가르침을 받는 몸일 뿐이오.”잠시 뒤,스님이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주지 스님께서는 안쪽에 계십니다만…”스님의 시선이 사내를 천천히 살폈다.“무슨 일로 찾으시오?”그러자 검은 도복의 사내가품 안에서 서찰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제가 모시는 분께서—”사내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반드시 주지 스님께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누가 왔는가?"스님과 사내의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돌리자 언제 나왔는지 나이 든 스님이 서 있었다."스님 다른 게 아니라 이분이 스님을 뵙고 드릴게있다합니다."“누가 찾아왔는가.”갑작스레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스님과 사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어느새 그곳에는나이 지긋한 노승 한 명이 조용히 서 있었다.희끗한 눈썹 아래 가라앉은 눈빛은이상하리만큼 깊고 차분했다.먼저 와 있던 스님이 급히 합장하며 입을 열었다.“스님.”이분께서 스님을 뵙고 전할 것이 있다 하십니다.”“따라오시게.”노승은 짧게 말을 남긴 뒤곧바로 등을 돌려 암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사내 역시 아무 말 없이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오래된 나무문이 닫히자방 안에는 은은한 향 냄새만 조용히 감돌았다.노승은 자리에 앉으며천천히 사내를 바라보았다.“내게 전할 것이 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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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희망이 머무는 날

이른 아침임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모두가 김종서 대감의 귀양길을 보기 위해 나온 이들이었다.백성들에게 김종서는 단순한 대신이 아니었다.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앞장서 싸웠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그런 그가 죄인의 몸으로 한양을 떠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지, 사람들은침통한 얼굴로 길가에 늘어서 있었다.“소란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이른 시각으로 정하였는데도저리 백성들이 몰려들었습니다.”호송관이 난처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잠시 후, 호송관은 말고삐를 잡은 채 김종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대감.”그가 남들이 듣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김종서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입을 열었다.“혹 자네가… 전하와 입을 맞춘 자인가?”순간 호송관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예. 신호를 드리면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그때 산으로 몸을 피하시면 됩니다.”김종서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침묵을 지켰다.마치 들었다는 표시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수양대군.그리고 자신을 이곳까지 몰아넣은 계략에 대해서.‘무고함을 입증할 증좌를 찾아오시오.’전하의 명에 김종서는 망설임 없이 따르겠다 답했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이번 상대가 수양대군이라는 점이었다.수양대군은 속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겉으로는 온화하고 인품이 뛰어난 군자로 보였지만, 김종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그 미소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아무도 쉽게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을.그리고 그런 자일수록 더욱 위험했다.전장에서도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은 힘이 강한 자가 아니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자.다음 수를 예측할 수 없는 자.수양대군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김종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이번 싸움은 칼이 아니라 계략으로 겨루게 되겠군.‘한참을 달리던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그러자 아까 귓속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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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탄신상에는 미역국과 약과, 다식, 과일, 떡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오랜만에 받아보는 생일상이네.’지우의 시선이 상 위에 머물렀다.‘원래 살던 곳에서는 생일상은커녕….’쓴웃음이 스쳤다.‘편의점 알바 끝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일상이었는데.’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지우의 귀에 단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맛이 없소?”“예?”지우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단종은 미역국을 한 숟갈 뜨려다 말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아까부터 한 입도 들지 않고 상만 바라보고 있기에 묻는 것이오.”“아… 아닙니다.”지우는 작게 웃었다.“오히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 것입니다.”“오랜만이라…?”단종의 눈빛에 의아함이 스쳤다.“혹 친정에서도 탄신일을 그리 성대히 챙기지 않았던 것이오?”지우는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미역국을 한 숟갈 떠 밥과 함께 입에 넣었다.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해졌다.‘맛있네….’지우는 자신도 모르게 숟가락을 한 번 더 들었다.그리운 맛이었다.오래전 생일 아침,어머니가 끓여 주던 미역국이 문득 떠올랐다.맛은 달랐지만 이상하게도 그 온기만은 닮아 있었다.“중전은 미역국을 꽤 좋아하는 모양이오.”단종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까부터 그것만 유독 맛있게 드시는 듯하여 말이오.”“예?”생각에 잠겨 있던 지우가 고개를 들었다.“아… 예. 맛이 참 담백하고 좋네요.”지우는 미역국을 내려다보며 작게 웃었다.“전하께서도 어서 드세요.”그 말에 단종은 별다른 말 없이 숟가락을 들었다.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조용한 평온이 내려앉았다.“실은… 요즘 중전에게 내내 미안한 마음이 있었소.”단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궁에 들어오자마자 여러 일이 겹치는 바람에….”그의 시선이 비워진 수라상 쪽으로 향했다.“이렇게 마주 앉아 식사 한 끼 나눈 적조차 별로 없었구려.”다 먹은 수라상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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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화 중전의 비밀 명령

-중궁전 뒤뜰-단종이 떠난 뒤에도 지우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스쳐 지나갔다.아니.정확히 말하면 부원군이 보낸 선물 꾸러미를 본 순간부터 계속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아버지.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진짜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사람.지우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나... 지금 정말 잘하고 있는 거 맞지?”작은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이게 맞는 거겠지....”“마마?”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지우가 흠칫 몸을 떨었다.어느새 다가온 소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혼잣말을 그리 하십니까?”“그냥 요새 여러 일이 겹치니 마음이 복잡해져서....”“마마, 아까 일 때문이옵니까?”소하의 물음에 지우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물론 아까 일도 신경 쓰이긴 해.”그녀의 시선이 선물 꾸러미가 놓인 방 안으로 향했다.“하지만 그것보다 부원군께서 보내 주신 선물이 더 마음에 걸리는구나.”“예?”“그리 귀한 약재를 보내 주셨다는 건….”지우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부원군께서 나를 많이 걱정하고 계신다는 뜻일 테니까.”잠시 침묵이 흘렀다.“만약 내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곳에 있는지 아신다면….”지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마음이 어떠실까 싶어서 말이야.”“마마….”소하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지우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왠지 자신을 걱정하는 어린 여동생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소하의 머리를 살짝 헝클어뜨렸다.“꺅, 마마!”“내 말 한마디에 그리 풀이 죽을 것까지는 없잖아.”지우가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거야.”“하지만….”“걱정하지 마. 아직은 괜찮으니까”지우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건 그렇고 내가 명한 건 어떻게 됬어?”“그건 그렇고 내가 명한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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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원군의 불안과 하인과의 비밀스러운 대면

-부원군 집-부원군은 무언가 불안한 마음에 마당을 한참 동안 서성이고 있었다.‘무슨 일 때문에 하인 하나를 아무도 모르게 보내 달라는 것인지....’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중전은 그의 하나뿐인 딸이었다.늦은 나이에 얻은 자식인 만큼 애틋함도 남달랐다.그런 딸이 어린 나이에 궁으로 들어가 중전의 자리에 올라 있었으니,부원군의 마음은 늘 편할 날이 없었다.특히 요즘처럼 궁 안이 어수선한 때에는 더욱 그랬다.혹여 딸이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는 않을지,누군가의 시기와 음해를 받지는 않을지.부원군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허....”부원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궁으로 보내지 말 것을 그랬나 싶구나.”하나뿐인 딸을 중전의 자리에 올린 것은 가문의 영광이었다.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달랐다.딸이 높은 자리에 오른 만큼 위험 또한 커졌기 때문이었다.바로 그때였다.덜컥.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린 부원군의 눈에 중궁전으로 보냈던 하인이 들어왔다.“왔느냐?”“예, 나으리.”부원군은 말없이 하인을 살폈다.그러다 그의 허리춤에 낯선 단도 하나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순간 부원군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내 몸을 돌렸다.“따라오너라.”“예, 나으리.”두 사람은 곧 아무도 없는 처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말해 보거라.”처소에 들어선 부원군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그 아이가 어찌하여 너를 중궁전으로 불렀는지 말이다.”하인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부원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필시 무언가 있구나.’그의 시선이 천천히 하인의 허리춤으로 향했다.그리고 걸려 있는 단도 하나를 발견했다.“그 단도는 어디서 난 것이냐?”“아....”하인이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부원군의 표정이 굳어졌다.“설마.”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단도가 어떤 물건인지 알고 있느냐?”“아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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