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미는 순간 멍해졌다가 바로 뜻을 알아들었다. 임소정이 태성운을 조심하라고 귀띔하려고 전화를 건 것이었다.역시 임소정은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였다.“조심할게.”전화를 끊은 뒤 허윤미는 태성운이 온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았다.최근 부모님이 허윤미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조만간 허씨 가문의 가업을 허윤미에게 물려주겠다고 발표할 계획이었다.오후, 회사에서 돌아온 김인경이 허윤미의 방 문을 똑똑 두드렸다.“윤미야, 내일 저녁에 엄마 아빠랑 나가서 저녁 먹자.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알았어요.”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허윤미가 고개를 들고 고분고분 대답했다.근래 그들이 사적으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내로라하는 거물들이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자리일 것이라 짐작했다.다음 날 해 질 녘, 허윤미가 부모님을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식사 장소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레스토랑이었다. 창밖에 설산과 협곡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다.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윤미가 손을 씻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복도를 지나가다가 눈앞에 펼쳐진 바다뷰에 매료되어 발걸음을 멈췄다.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와 살짝 차가운 바람, 허윤미는 이런 느낌을 좋아했다.허윤미가 풍경에 흠뻑 취해 있던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허윤미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확 밀어버렸다.중심을 잃은 허윤미가 본능적으로 난간을 잡으려는데 남자가 재빨리 다시 한번 허윤미를 힘껏 밀었다.그 순간 허윤미가 차디찬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으악.”바다에 빠진 허윤미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바닷물이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거센 파도가 허윤미를 집어삼키려던 찰나 한 남자가 정신을 잃어가던 허윤미를 덥석 잡았다.5분 뒤 허윤미가 구조되어 뭍으로 올라왔다.힘겹게 겨우 눈을 떴을 때 한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남자의 온몸이 흠뻑 젖어 회색 정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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