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지이가 들어선 순간, 아스포드 저택 메인 회복실의 분위기는 180도 일그러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캘빈과 카멜리아 사이에 흐르던 따스한 온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베이지색 블레이저를 입은 여자가 가져온 무거운 절망감만이 실내를 차갑게 채웠다. 지이는 더 이상 번진 아이 메이크업이나 흐트러진 몰골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마치 끔찍한 괴물에게서 겨우 도망쳐 온 사람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었다.침대 헤드에 놓인 폭신한 베개 여러 개에 몸을 기댄 채 곧게 앉은 카멜리아는 절친한 친구이자 시누이인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의례적인 인사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건강 상태를 묻는 말조차 건넬 겨를도 없이, 지이는 침대 옆 바닥에 와락 무릎을 꿇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감정의 덩어리를 억누르느라, 흰 침대 시트를 쥐어뜯는 그녀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갔다."카멜리아… 네 친오빠, 조나단 콜린… 그 인간은 진짜 악마가 되어버렸어." 지이가 꺽꺽거리며 목메인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나한테 딴여자가 생겼어, 카멜리아. 그 세라피나라는 여자… 임신까지 한 데다가, 어젯밤엔… 어젯밤엔 그 둘이 서재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주나는 내 발밑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놓고는, 돌아서자마자 그 여자의 손길을 즐기고 있었어!""뭐?!" 카멜리아가 깜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카멜리아는 뒤에서 자신의 허리를 소유욕 깊게 안고 있던 캘빈의 강인한 팔을 반사적으로 탁 쳐내며 뿌리쳤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숙인 채, 불신과 함께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터뜨리며 지이를 바라보았다."주나가 그랬다고? 내 친오빠라는 인간이?"지이는 창백해진 뺨 위로 다시금 눈물을 쏟아내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카멜리아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자존심도, 존엄도 모두 잃어버린 여자의 비참함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카멜리아. 머릿속이 까맣게 비어버렸어. 제발 해결책 좀
Last Updated : 2026-09-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