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가 떠난 후, 그의 후회가 시작됐다: Chapter 211 - Chapter 220

241 Chapters

211

제211장병원 방을 채우던 울음소리가 마침내 잦아들고, 그 자리에 편안한 정적이 감돌았다. 넘쳐나는 감정에 에너지를 완전히 빼앗긴 쯔이는, 카멜리아가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도와준 후 애쉬포드 저택의 손님방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카멜리아의 발소리가 안방으로 돌아오며 부드럽게 울렸다. 창가에 말없이 서서 캄캄한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캘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카멜리아는 가까이 다가가 뒤에서 남편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여보, 무슨 일 있어?" 카멜리아가 캘빈의 넓은 등에 뺨을 대며 부드럽게 물었다. "마당에서 들어온 뒤로 표정이 너무 어두워 보여."캘빈은 흠칫 놀라며 천천히 돌아서서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서린 어둠은 숨길 수 없었지만, 입가에는 강제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아내를 잃어버릴까 두려운 듯 카멜리아의 두 작은 손을 꼭 잡았다."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래, 여보." 캘빈의 목소리가 순간 쉰 듯 낮게 가라앉았다. 그는 깊은 후회로 가득 찬 눈으로 겹쳐진 서로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아래층에서 주나를 보고... 오늘 밤 그자가 얼마나 무너져 내렸는지를 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로 모든 기억이 되돌아가 버렸어. 당신을 잃었던 그 시절 말이야."캘빈은 마치 거대한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무거운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 당시... 당신이 나를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내 세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었어, 카멜리아. 몇 주 동안 밥을 먹지 않아서 만성 위장병이 생겼고, 당신 생각이 끊임없이 나는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려고 의식을 잃을 정도로 자주 술에 취해 대량의 알코올을 들이부었지."캘빈의 짙은 눈동자 가장자리에서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따라 떨어졌다. 그는 지나간 날들의 모든 죄를 씻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즉시 카멜리아를 품에 끌어안고 꽉 안았다."여보... 제발 날 용서해 줘," 캘빈이 나지막이 속삭였고,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목소리가 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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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제212장콜린 저택 거실의 대리석 바닥을 밟는 주나의 발걸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커다란 저택 내부의 공기는 이제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 가둬버리는 감옥처럼 숨이 막히고 낯설게만 느껴졌다. 애쉬포드 저택 뜰에서 들었던 캘빈의 차가운 일침이 끊어진 테이프처럼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되풀이되며 그를 괴롭혔다.'그 기집애와의 문제는 너 스스로 해결해.'맞다. 그는 오늘 밤 이 모든 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주나! 드디어 돌아왔군요, 자기야." 부엌에서 갑자기 나타난 세라피나의 외침이 들렸다.그녀의 얼굴은 반가움으로 금세 밝아지며 주나를 향해 반쯤 뛰어왔다. 익숙하게 어리광을 부리던 손짓으로, 임신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했음에도 그녀는 두 팔로 주나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에게 몸을 밀착시키려 했다."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오늘 오후부터 당신—"스윽.세라피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나는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채 힘으로 쳐냈다. 그는 뒤로 물러서며 두 사람 사이에 커다란 거리를 두었다."날 터치하지 마, 세라." 쉰 목소리로 뱉어내는 주나의 음성은 차갑고 감출 수 없는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제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닿을 때마다, 주나의 기억은 즉시 지이에게로 달려갔다. 일주일 전, 그를 향해 가득 찬 아픔을 내비치던 지이의 눈빛과 차가운 침대 위에 홀로 남겨져 있던 결혼반지가 떠올랐다. 억누를 수 없는 죄책감은 어느새 앞에 서 있는 여자를 향한 깊은 증오로 변해 있었다.세라피나는 굳어버린 채, 방금 거절당한 자신의 팔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주나... 대체 왜 그래요? 왜 이번 일주일 내내 날 쓰레기 취급하는 건데요? 난 당신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고요!" 감정이 격해진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주나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가지고 온 두툼한 서류 봉투를 꺼내 소파 옆 유리 테이블 위에 던졌다. 둔탁한 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가랐다."이건 너한테 주는 보상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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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제213장방문의 거친 삐걱거림이 주나의 방 안에 흐르던 정적을 순간 산산조각 냈다.세라피나는 노크도 없이 걸어 들어왔다. 눈물로 부어 있던 그녀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야망과 치밀한 계산으로 가득 찬 눈빛만이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 위에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웨딩 사진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아 있는 주나를 내려다보았다."20퍼센트로는 이 아이의 미래에 턱없이 부족해요, 주나." 세라피나가 앞에 선 남자를 위압하려는 듯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선언했다.그녀는 침대 쪽으로 걸어가 화장대 위에 놓인 서류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콜린 그룹 지분의 50퍼센트를 원해요. 회사 권력의 절반을 내게 넘겨주면, 맹세코 당신 인생에 다시는 관여하지 않을게요. 그 중국 여자한테 가서 마음껏 매달리든 말든 내버려 두겠다고요."주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굳어 있던 그의 입술 사이로 허탈하고 냉소적인 웃음이 새어 나오기 전, 그의 어깨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하하하..."주나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공허함과 차가운 비웃음이 가득한 웃음이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손등으로 뺨에 남은 눈물 자국을 문질러 닦아내고는, 차디찬 눈빛으로 세라피나를 노려보았다."50퍼센트? 네가 뭔데 그래, 세라? 네 자궁이 황금이라도 되길래, 내가 수년간 피와 땀으로 일군 재산의 절반을 요구할 배짱이 생겨?"주나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세라피나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게 만들 만큼 매서운 눈빛이 그 자리를 채웠다."내 제안은 20퍼센트야. 단 1퍼센트도 더는 없어." 주나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뼈를 파고들 만큼 날카로웠다.그는 세라피나가 위협적인 숨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섰다."엄마로서의 머리가 있다면 그 제안을 잘 생각해 봐, 세라. 20퍼센트를 받아들이고 존경받는 여성으로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든가, 아니면 거절하고 단 한 푼도 없이 아프리카 오지로 쫓겨나기 전에 여권이 말소되는 꼴을 보든가. 내 인내심의 한계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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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제214장거실의 조용한 포셀린 바닥 위로 세라피나의 신경질적인 발걸음 소리가 거세게 울렸다. 오늘 아침 눈을 뜬 순간부터 콜린 저택의 공기는 죽은 듯 침묵해 있었다. 예열하는 자동차 엔진 소리도, 가죽 구두의 단호한 벅찬 발자국 소리도, 이 집을 지배하던 주나 특유의 오만함도 어디서 찾아볼 수 없었다.세라는 주나의 안방으로 걸어가 열려 있는 방문을 밀어젖혔다. 텅 빈 방. 그의 옷장은 다소 어지럽혀져 있었고, 몇 장의 셔츠와 여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진짜 떠났어..." 냉랭한 정적 속에서 세라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뒷걸음질 치던 그녀는 벽에 힘없이 몸을 기대었다. 떨리는 두 손이 올라가 좌절감에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갑작스레 심장을 짓누르는 분노의 불길을 누르려 숨을 가쁘게 내쉬며 가슴을 위아래로 헐떡였다."제길! 왜 모든 게 이따위로 엉망진창이 된 거야?!" 세라는 어젯밤부터 목구멍을 막고 있던 억울함을 토해내며 히스테릭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옆에 있던 화장대 다리를 발로 걷어차 커다란 쿵 소리를 냈다. 상류층 사이클에 입성해 세상의 인정을 받는 '콜린 부인'이 되어 절대적인 사치를 누리겠다는 그녀의 원대한 계획은 불과 며칠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주나는 자신에게 그 신분을 주느니 차라리 모든 재산을 던져버리고 지이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방랑자처럼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띵동.아래층에서 울려 퍼진 커다란 벨 소리가 세라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던 욕설을 단숨에 끊어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그녀는 손등으로 뺨에 남은 눈물 자국을 거칠게 문질러 닦은 뒤, 계단을 차고 내려갔다.현관문을 열자마자 단정한 회색 수트를 입고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검은색 가죽 서류 가방이 꽉 쥐어져 있었다."좋은 아침입니다, 세라피나 양." 남자는 미동조차 없는 극도로 공식적이고 평이하며 전문적인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는 조나단 콜린 회장님의 개인 변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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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제215장붐비는 공항의 포셀린 바닥 위로 지이의 캐리어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며 나지막한 소리를 냈다. 주변에서는 빠른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번잡함이 울려 퍼지며, 그녀가 마침내 중국 땅을 밟았음을 실감하게 했다. 하지만 지이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자신을 아는 사람들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남부의 작은 도시로 향하는 환승편을 일부러 예약해둔 터였다. 그녀는 이전의 신분을 깊은 곳에 묻어둔 채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싶었다.모피 코트 주머니 속 전화기가 끊임없이 진동했다. 지이는 커다란 기둥 근처에 걸음을 멈추고 납작한 기기를 꺼냈다. 디지털 화면에는 카멜리아의 이름이 떠 있었다. 지이는 나지막하게 숨을 내쉬며 초록색 버튼을 위로 밀어 올렸다."여보세요, 카멜리아." 긴 비행으로 인한 피로가 역력함에도, 지이는 최대한 따뜻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븠다."지이! 무사히 잘 도착했지?" 전파 너머 카멜리아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안도감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전용기 착륙 시간을 보고 바로 전화해서 미안해. 난 그냥... 네가 거기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지이는 낯선 이들의 무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창백한 입술 끝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 도착했어, 카멜리아. 걱정하지 마. 아무 문제 없이 무사히 중국에 내렸으니까.""다행이다." 카멜리아가 대답하더니, 아주 무겁게 들리는 짧은 한숨을 쉬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지이야... 사실 오늘 아침 네가 떠나고 나서 여기 있었던 일들에 대해 전해야 할 중요한 몇 가지가 있어."지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원치 않는 불길한 예감이 가슴속으로 가만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카멜리아? 편하게 말해.""네가 떠나고 몇 시간 뒤에 주나 오빠가 애쉬포드 저택으로 찾아왔어." 카멜리아의 어조가 순간 극도로 딱딱하고 어색하게 변했다. "오빠가... 두툼한 서류 봉투를 가져왔더라고. 대표이사 자리랑 경영권, 그리고 콜린 그룹의 모든 자산 소유권을 공식적으로 나한테 넘겼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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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제216장중국 남부의 이 오지 마을은 공기부터가 훨씬 깨끗해서, 낯선 신선함이 자이의 피부를 찌르듯 감쌌다.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짙은 도심의 매연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그녀는 대나무가 줄지어 선 돌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허공을 떠도는 말라버린 잎사귀들을 바라보며 그녀의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했다.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순간이나마 눈 녹듯 사라지고, 그토록 갈망하던 평온함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자이는 그 찰나의 정적에 너무 깊이 몰입한 나머지, 주변을 살피지 않고 멍하니 시선을 흐릿하게 내버려 두었다.앞쪽 모퉁이를 돌자, 커다란 키의 남자가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왼쪽 귀에 스마트폰을 댄 채 찌푸린 눈살로 쏟아지는 보고를 듣는 중이었다. 온 신경이 통화 내용에 쏠려 있던 탓에, 그 억센 걸음걸이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이의 존재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쿵!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자이의 날씬한 몸이 남자의 넓은 가슴에 부딪혀 뒤로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엉덩이가 돌바닥에 닿기 직전, 강인하고 하얀 손이 순식간에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놀라운 순발력으로 무게를 받쳐냈다.자이는 헐떡이는 숨을 삼키며 펄쩍 놀랐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그녀의 눈동자가 남자의 매서운 독수리 같은 눈빛과 곧바로 부딪쳤다. 두 사람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고, 굳게 굳어진 듯한 정적 속에서 한동안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이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남자의 이목구비는 몹시 뚜렷했다—강인한 턱선, 우뚝한 코, 그리고 선명하게 솟은 광대뼈. 그는 명백히 중국계가 아니라, 이 외딴 시골 구석까지 흘러들어온 외국인이었다.남자의 정신이 그녀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왔다. 자이가 제대로 자세를 잡도록 도와주는 대신,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극도로 차갑고 날카롭게 변했다.팍!그는 한 치의 자비도 없이 거친 손길로 자이를 앞으로 밀쳐 버렸다."아!" 자이는 거친 돌바닥 위로 몸이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날카로운 자갈이 손바닥을 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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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제217장본가의 가족 거실 안, 사라가 눈물로 얼굴이 번진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미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은 진작에 차갑게 식어 있었다."카멜리아가 언니한테 차갑게 구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미라 언니." 사라가 담담하게 입을 뗐다. "내가 카멜리아였다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 순간에 언니를 당장 이 집에서 쫓아냈을지도 몰라요."미라는 죄책감에 일그러진 얼굴을 들었다."내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 사라." 미라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때는 두 달 동안 괴로워하는 캘빈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거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가 없었어.""제대로 된 판단을 못 했다고요?" 사라는 고개를 저었다. "카멜리아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언니는 캘빈을 베를린 의사랑 맺어줄 궁리까지 하고 있었잖아요.""난 그저 캘빈의 미래와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됐을 뿐이야." 미라가 나지막하게 변명했다. "베를린은 카멜리아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따뜻한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혹시라도 카멜리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애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거지.""이제 그 결과가 뭔지 똑똑히 보세요." 사라는 팔짱을 꼈다. "언니는 카멜리아에게 깊은 상처를 줬고 캘빈마저 밀어내 버렸어요. 언니가 남긴 상처는 단순한 사과 몇 마디로 치유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미라는 말을 잃었다. 눈물이 다시 한번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단지 후회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잘못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난생처음 뼈저리게 깨달았다.도시의 또 다른 구석, 중산층 아파트 단지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베를린은 작은 캐리어를 끌며 차에서 내렸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캐리어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노려보았다."애쉬포드 가문 인간들, 너무 심하잖아." 그녀가 짓씹듯 중얼거렸다.의사 면허가 취소되면서 그녀가 수년간 쌓아 올린 커리어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도 그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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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제218장 – 엇갈린 향방과 냉혹한 선택로날의 가쁜 발소리가 애쉬포드 저택 2층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날카로운 눈빛의 그는 캘빈의 서재 문 앞에서 멈춰 서서 후 숨을 가다듬은 뒤, 단단한 티크목 문을 두드렸다.똑! 똑! 똑!"들어오게."안쪽에서 캘빈의 바리톤 목소리가 울렸다. 평소처럼 묵직함과 위엄이 느껴지는 어조였다.로날은 문을 열고 들어가 캘빈이 현장 운용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는 커다란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캘빈 님, 적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던 현장 팀으로부터 긴급 보고가 들어왔습니다."로날은 목소리를 낮추며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보고했다.캘빈은 펜을 내려놓고 임원용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짙은 눈썹이 일그러졌다."무슨 정보지? 누가 움직이고 있나?""베를린 의사입니다."로날이 상사를 직시하며 답했다."어젯밤 이 도시로 돌아왔습니다. 공항과 임대 아파트 근처에 배치한 감시 팀 보고에 따르면, 의도가 전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정신적으로 몹시 불안정하고 분노에 차 있는 상태입니다."콰앙.캘빈이 책상 위에 주먹을 강하게 쥐어 틀었다. 엄숙한 얼굴 위로 순간 격렬한 분노가 스쳤다."그 여자가... 감히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다시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캘빈이 짓씹듯 나지막하게 내뱉은 목소리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서려 있었다."의사 면허가 취소된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로날이 현장 상황을 바탕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덧붙였다."커리어가 끝났다는 사실에 멘탈이 완전히 파탄 난 듯합니다.""그 여자 기분 따위는 상관없어."캘빈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정교하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로날의 보고를 조금의 자비도 없이 끊어버린 그는, 거구의 몸을 일으켜 서재의 대형 창문 쪽으로 걸어가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카멜리아는 이제 막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고비를 넘겼어. 그 어떤 해충도 내 아내 곁에 다가와 평화를 깨뜨리는 짓 따위는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캘빈은 몸을 돌려 불타는 듯한 눈빛으로 로날을 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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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제219장 – 불협화음의 아침과 집착의 유배중국 남부 시골 마을의 이른 아침 공기는 살가죽을 찌르듯 차가웠고, 자이가 숨을 내쉴 때마다 옅은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머리를 하나로 묶은 그녀는 한적한 길을 따라 일정한 리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관자놀이에 맺히는 땀방울을 느끼는 것만이, 자이의 잠자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과거의 그림자를 털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하지만 그 평화로움은 길 모퉁이 너머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커다란 실루엣에 의해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한 남자가 아침 모닝 스프린트를 하고 있었는데, 좁은 조깅 코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질주하고 있었다.콰당!"아!"자이의 어깨가 남자의 넓은 가슴팍에 세게 부딪히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이번에는 허리를 잡아 채 멈춰 세워줄 손길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뒤로 세 걸음이나 비틀거렸고, 다행히 바닥에 나뒹굴기 직전에 겨우 균형을 잡았다. 충격으로 숨을 가쁘게 쉬며 고개를 든 자이의 눈에 낯익은 날카로운 턱선과 매의 눈빛을 한 남자가 들어왔다.며칠 전 자신을 거칠게 밀쳐냈던 바로 그 재수 없는 놈이었다.에치오 세바스티안 베텔은 걸음을 멈추고, 마치 앞에 선 여자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라도 되는 양 극도로 서늘한 눈빛으로 자이를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쓱 닦아냈다."또 당신인가?"에치오가 미안한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는 낮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짓씹듯 말했다."당신 나라에서는 길 우측으로 통행하라고 가르치지 않나 보지?"지난 며칠간 억눌러왔던 자이의 짜증이 순간 폭발하며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서 에치오의 바로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었다."이봐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외국인 씨!"자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이며 에치오의 우뚝한 코앞에 손가락질을 해댔다."말조심해요! 눈을 무릎에 달고 다녀요? 길판이 이렇게 넓은데 웬 미친 소처럼 들이받고 난리예요? 어제도 부딪혀놓고 오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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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제220장 – 끊어낸 연과 달콤한 밤중국 수도 중심가에 위치한 한 클럽 내부. 빠르고 묵직한 베이스 비트가 클럽 전체를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교차하는 네온사인이 대리석 테이블 위로 붉고 푸른 빛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어둑한 구석 자리, 주나가 위스키 병을 비워가며 홀로 앉아 있었다. 단추 두 개가 풀린 셔츠, 어디론가 사라진 넥타이, 헝클어진 머리칼까지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몰골이었다."자이... 대체 어디 있는 거야?"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혀 주나의 목소리가 독백처럼 흘러나왔다. 그는 잔을 들어 독한 술을 한 모금에 털어 넣었다. 타는 듯한 알코올 기운이 목구멍을 할퀴며 내려갔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텅 빈 잔만을 멍하니 쏘아보았다. 가슴을 갉아먹는 절망감 속에서, 그는 이제 어디로 향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같은 시각, 중국 남부 외곽의 조용한 거처.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친 자이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어두컴컴한 시골 밤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생각은 아까 낮에 카멜리아에게 들었던 세라피나의 소식으로 향했다. 아이를 포기하고 유학길에 오르기로 했다던 그 여자.자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다.'세라피나도 결국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는데... 그렇다면 내가 주나와의 결혼을 계속 끌어안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대체 무엇 때문에 내 자유를 미루고 있는 거지?'생각을 마친 자이는 침대 위에 놓인 새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콜린 가문에서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 카멜리아의 번호를 눌렀다.뚜르르... 뚜르르...— 여보세요, 자이?연결된 수화기 너머로 카멜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조금 가쁜 듯 집중하지 못하는 음성이었다."카멜리아, 방해했다면 미안해."자이가 얌전하지만 진지한 어조로 말하며 베개 모서리를 꼭 쥐었다."낮부터 계속 마음을 짓누르던 게 있어서... 꼭 네 조언을 구하고 싶었어."— 편하게 말해, 자이. 무슨 일인데?카멜리아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정하게 물었다."주나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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