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의 아침 햇살이 성 빈센트 병원의 유리창을 투명하게 비출 때,내 집사 캘런 포스터는 완벽한 '닥터 포스터'로 변신한다.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의사 가운을 걸치고,금테 안경을 쓴 채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하는 그의 모습은얼핏 보면 대단히 지적이고 우아한 영국 신사 그 자체였다.하지만 나는 안다.저 가운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무식한 야수 사촌쯤 되는지."기네스, 형 왔다."퇴근하자마자 가운을 벗어 던진 캘런이 거실로 들어서며 제일 먼저 한 짓은,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곧장 회색 민소매 티셔츠로 갈아입는 것이었다.가운에 가려져 있던 190cm의 거구와 성이 난 듯 꿈틀거리는 등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녀석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이두박근을 한 번 슥 만지더니,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어휴, 저 근육 변태 놈.’나는 소파 위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인간들은 왜 저렇게 몸을 부풀리지 못해 안달일까?덩치가 커지면 숨을 곳도 마땅치 않고, 쥐를 잡을 때 날렵함만 떨어질 뿐인데 말이다.아, 물론 나처럼 고상한 고양이는 쥐를 절대 잡아 먹지 않지만,가지고 놀기 제일 재미있는 장난감이니까. 야옹.캘런은 곧장 주방으로 가더니 오늘 아침에 발견한 아델의 은스푼을 식탁 위에 쾅 내려놓았다.집사의 잘생긴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옆집 여자... 대체 정체가 뭐야? 내 귀한 덤벨 밑에 이런 걸 숨겨놓다니. 음흉하게 내 홈짐을 엿보고 있었던 게 분명해."틀렸다, 이 바보야. 그건 내가 물어다 놓은 거다.묘생 5회차인 내가 보기에,캘런은 의사 특유의 분석력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고 있었다.그는 은스푼에 새겨진 이니셜 'A.D'를 돋보기로 보듯 노려보며 중얼거렸다."아델 뒤퐁. 음악감독이라더니, 하는 짓은 완전 괴도 루팡이군. 감히 정형외과 전문의의 영역을 침범해?"캘런은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묵직한 악력기로 손귀를 쥐어짜기 시작했다.*뚝, 뚝,*소리를 내며 악력기가 조여질 때마다
최신 업데이트 : 2026-07-0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