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통곡을 뒤로하고 수도의 복잡한 뒷골목으로 스며든 나는, 가장 먼저 허름한 복덕방(부동산 중개소)을 찾아 들어갔다. 제국 전체가 나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대기업(황실, 대공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가장 영세하고 어두운 음지의 매물을 찾아야 했다."저기, 보증금 없고 월세가 가장 저렴한 단칸방 하나 있습니까? 창문은 볕 안 들어도 상관없고, 가구나 마법 도구 같은 '옵션'은 일절 없어야 합니다."내 요구에 낡은 책상 앞에 앉아 있던 허름한 차림의 중개업자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중개업자, 손에 쥔 깃펜이 무려 제국 최고급 마탑제 만년필이었고, 셔츠 소매 사이로 살짝 보이는 시계는 황실 납품용 한정판이었다. 창밖을 슬쩍 보니, 카이엔과 르웰린이 기사들을 대동하고 복덕방 건물을 포위한 채 중개업자의 등 뒤로 살벌한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다.중개업자는 식은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꺼냈다."아, 예……! 마침 딱 마마…… 아니, 고객님께 어울리는 아주 누추하고 끔찍한 방이 하나 있습니다! 월세는 단돈 동전 1개! 보증금은 제 목숨…… 아니, 없습니다!"'월세 동전 1개?'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21세기 부동산 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허위·미끼 매물' 사기 수법이었다. 일단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으로 손님을 방에 입주하게 만든 뒤, 다음 달부터 '건물 관리비', '계단 청소비', '보안 유지비' 같은 명목으로 매달 수백 골드씩 강제로 뜯어내 나를 빚쟁이로 만들려는 치밀한 계략이 분명했다."좋습니다. 일단 방이나 보죠. 관리비 조항에 특약 사항 넣을 거니까 그리 아세요."내가 서늘하게 말하자 중개업자는 거의 울기 직전인 얼굴로 나를 수도 변두리의 어느 낡은 아파트 옥탑방으로 안내했다.겉보기에는 비가 새고 쥐가 파먹은 듯한 허름한 목조 건물이었다. '여기라면 안전하겠지'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이 대륙급 사기단의 집요함에
Huling Na-update : 2026-07-07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