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정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그가 원했던 것은 이런 대답이 아니었다.그녀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절망 속에서 건네는 순순한 승낙이 아니었다.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린 지금, 그는 대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짐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이정은 더 이상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한 번만 더 그녀를 마주하면 마음이 약해져, 끝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그렇게 이레 동안, 이정은 평생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다정함과 인내를 모두 조희진에게 쏟았다.그는 조희진을 행궁 안에서도 가장 정갈하고 편안한 별원에 머물게 했다. 방 안의 가구와 장식은 물론 작은 물건 하나까지도, 예전 요화궁에서 그녀가 좋아하던 그대로 갖추었다.강남에서 가장 정교하게 만든 다과를 들이고, 가장 새로 지은 옷과 장신구를 마련해 그녀의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가 좋아했던 것, 익숙했던 것이라면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그러나 조희진의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궁으로 돌아온 뒤로부터 그는 매일 그녀와 함께 식사를 했다.그녀가 젓가락조차 거의 들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마치 모든 기운을 잃은 사람처럼 조용히 앉아 있어도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또한 그녀가 끝내 한 번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음에도, 그는 예전에 그녀가 즐겨 읽던 책을 찾아 직접 읽어주었다.그렇게 해도 그녀의 시선은 끝내 자신에게 닿지 않았다.결국 가랑비가 끊이지 않던 어느 날 밤, 이정은 술기운을 빌려 조희진의 방으로 들어갔다.그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오랫동안 잊지 못했던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닿자, 그의 목소리는 흐려졌다.평생 한 번도 드러낸 적 없는 약한 모습을 내보인 채, 그는 낮게 속삭였다.“희진아... 가지 마라... 짐을 떠나지 마라...”순간 조희진의 온몸이 굳어졌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저항도 하지 않았다. 마치 혼을 잃은 인형처럼 그의 품 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