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이정이 마침내 황위에 올랐다. 그는 조영지를 황후로 책봉했다. 그러나 황자 시절부터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을 함께 견디며, 황위에 오르기까지 줄곧 그의 곁을 지켜 온 정비 조희진에게는 귀비의 자리만 내렸다. 교지가 내려온 날, 요화궁(瑤華宮)은 숨조차 죽인 듯 고요했다. 궁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깊이 숙인 채 감히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조희진이 울분을 터뜨릴까, 분을 이기지 못해 기물을 집어던질까, 총애를 잃은 다른 후궁들처럼 이성을 잃고 난동을 부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희진은 담담히 조서를 받들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목소리에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고, 얼굴에도 아무런 감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크고 맑은 눈동자에도 서운함은 조금도 어려 있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내전으로 들어가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방금 자신을 정비에서 귀비로 낮춘 교지조차,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인 양. 그로부터 칠 일이 지난 뒤. 좀처럼 요화궁을 찾지 않던 이정이 모처럼 그곳을 찾았다.
view more전각 밖에서 기척을 들은 이덕춘이 조심스럽게 문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들이밀었다.“폐하? 혹 사람을 보내어...”“보내주거라.”안에서 흘러나온 이정의 목소리는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었다. 그 안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만이 품을 수 있는 깊은 체념이 서려 있었다. “아무도 막지 마라. 은밀이 사람을 붙여 그녀 일가가 강남을 떠나, 가고자 하는 곳까지 무사히 닿을 수 있도록... 호송하라.”이덕춘은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목이 메인 채 대답했다.“...예, 폐하.”그 뒤로 전각 안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이덕춘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속 불안은 점점 짙어져만 갔다.결국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큰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문틈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순간,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용상 위에 조용히 누워 있는 이정의 얼굴은 기이할 만큼 푸르스름하게 질려 있었고, 입가에는 검붉은 피거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 눈은 굳게 감긴 채였고, 숨결은 너무도 희미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폐하!!”이덕춘의 절박한 외침이 행궁 안을 뒤흔들었다. 이내 혼비백산하여 안으로 뛰어들었다.“태의를 불러라! 어서 태의를 부르거라!”순식간에 행궁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남순 길에 오른 황제가 행궁에서 독을 마시고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천자의 변고에 조정 안팎은 발칵 뒤집혔고, 그 소식은 막 재회한 뒤 밤을 틈타 청수진을 떠나려던 심씨 일가에게도 전해졌다.그때 조희진은 연이를 품에 안은 채 신효원과 함께 빌린 마차에 마지막 짐을 옮겨 싣고 있었다.마부는 신효원과 알고 지내던 고향 사람이었다. 그는 짐을 묶어 주면서도 연신 탄식을 흘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혹 들었는가? 우리 마을 행궁에 머무르시던 황제 폐하께서... 큰 변을 당하셨다네! 글쎄... 독을 드셨다지 뭔가! 세상에, 이게 어디 보통 일이겠소. 하늘이 무너질 일이지. 조정도 한동
이레째 되는 날 저녁.이정의 고열은 겨우 가라앉았다.의식은 되찾았으나, 며칠간 앓은 탓에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그때 조희진이 흰죽 한 그릇을 들고 안채로 들어왔다.그러나 그는 죽그릇을 받지 않았다. 그저 그녀만 바라볼 뿐이었다.무겁게 가라앉은 눈빛 속에는, 끝내 버리지 못한 마지막 한 줄기 기대가 남아 있었다.“약조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조희진은 죽그릇을 그의 곁에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그 말과 함께 이정의 눈빛 속 마지막 빛이 서서히 꺼져 가더니, 그 안에는 깊은 적막만이 내려앉았다.“여전히 떠나겠다는 것이냐.”이정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예.”조희진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짐이 허락하지 않는다면?”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치 궁지에 몰린 짐승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조희진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가, 소매 속에서 과거 자신의 목에 겨누었던 비수를 꺼내 죽그릇 곁에 내려놓았다. “허면 폐하께서 얻게 되실 것은... 소인의 시신뿐입니다.”이정은 비수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의 평온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갈라진 목소리로 흘러나온 웃음소리는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그래...”그는 웃음을 흘리며 베개 아래에서 작은 자기병 하나를 꺼내 비수 옆에 조용히 내려놓았다.“신효원은 이미 놓아주었다. 지금쯤이면 이미 집에 도착해 딸과 함께 있을 것이다.”조희진의 속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고, 꼭 움켜쥔 손끝에는 어느새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 병 안에는 서역의 기이한 독이다.”이정은 그 도자기 병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차갑게 빛나는 병과 달리 그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해독제는 없다. 복용하면 여섯 시진 뒤 반드시 죽는다. 짐은 이미 숙부님의 아들을 태자로 책봉했고, 조서는 어서방에 두었다. 네가 이 행궁을 나서는 순간...”이정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동자
순간, 이정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그가 원했던 것은 이런 대답이 아니었다.그녀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절망 속에서 건네는 순순한 승낙이 아니었다.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린 지금, 그는 대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짐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이정은 더 이상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한 번만 더 그녀를 마주하면 마음이 약해져, 끝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그렇게 이레 동안, 이정은 평생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다정함과 인내를 모두 조희진에게 쏟았다.그는 조희진을 행궁 안에서도 가장 정갈하고 편안한 별원에 머물게 했다. 방 안의 가구와 장식은 물론 작은 물건 하나까지도, 예전 요화궁에서 그녀가 좋아하던 그대로 갖추었다.강남에서 가장 정교하게 만든 다과를 들이고, 가장 새로 지은 옷과 장신구를 마련해 그녀의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가 좋아했던 것, 익숙했던 것이라면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그러나 조희진의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궁으로 돌아온 뒤로부터 그는 매일 그녀와 함께 식사를 했다.그녀가 젓가락조차 거의 들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마치 모든 기운을 잃은 사람처럼 조용히 앉아 있어도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또한 그녀가 끝내 한 번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음에도, 그는 예전에 그녀가 즐겨 읽던 책을 찾아 직접 읽어주었다.그렇게 해도 그녀의 시선은 끝내 자신에게 닿지 않았다.결국 가랑비가 끊이지 않던 어느 날 밤, 이정은 술기운을 빌려 조희진의 방으로 들어갔다.그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오랫동안 잊지 못했던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닿자, 그의 목소리는 흐려졌다.평생 한 번도 드러낸 적 없는 약한 모습을 내보인 채, 그는 낮게 속삭였다.“희진아... 가지 마라... 짐을 떠나지 마라...”순간 조희진의 온몸이 굳어졌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저항도 하지 않았다. 마치 혼을 잃은 인형처럼 그의 품 안
행궁 안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었지만, 조희진을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조희진은 아무런 제지 없이 안으로 들어섰고, 어느새 물가에 자리한 헌각 앞에 다다랐다.이정은 창가에 서서 두 손을 뒤로 모은 채, 바깥 연못에 남은 시든 연꽃을 바라보고 있었다.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드디어 짐을 만나러 왔구나.”그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희진은 그에게서 약 세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선 후, 치맛자락을 들어 천천히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소인, 폐하께 간청드리옵니다. 신효원을 풀어주시옵소서.”이정은 바닥에 엎드린 그녀를 바라보았다.지나치게 공손하고 낮아진 그 모습이 오히려 그의 마음을 찔렀다. 마치 보이지 않는 가시에 찔린 듯, 눈가가 시려 왔다.이정이 한 걸음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손을 내밀었다.그러자 조희진은 뜨거운 것에라도 데인 듯 순간 몸을 움츠리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럼에도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였다.허공을 향해 뻗었던 이정의 손이 그대로 굳었다.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거센 폭풍이 일렁이기 시작했다.“짐이 놓아주지 않는다면... 어찌할 셈이냐?”이정은 그녀에게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조희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다.오직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담담한 결심만이 있었다.“허면 소인은...”그녀는 또렷하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와 함께 죽겠습니다.”이정은 순간 굳어 버렸다.그는 눈앞의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얼굴은 그가 지난 오 년 동안 밤낮으로 그리워했고, 삼 년 동안 찾아 헤맸으며, 또 이 년 동안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지켜보았던 얼굴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눈동자 속에 담긴 것은, 다른 사내를 위해서라면 죽음조차 마다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였다.차갑고 뼈를 에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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