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Capítulo 61 - Capítulo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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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황제의 빈자리

황제 집무실 앞에는 세 개의 출입기록대가 놓였다.황실 기록관은 검은 장부를, 법무청 서기관은 붉은 장부를, 성녀 측 기록인인 오스카는 봉인번호표를 맡았다. 같은 사람의 이름이 세 곳에 따로 적혔고, 가져온 장비도 기관별로 나뉘어 확인됐다.집무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칼릭스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평소라면 황제가 도착하는 순간 문이 열리고, 시종과 근위대가 먼저 길을 비웠을 장소였다. 오늘은 집무실의 주인도 조사 대상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칼릭스가 허리춤에서 열쇠를 꺼냈다.검은 금속에 황금 독수리가 새겨진 집무실 주열쇠였다. 그가 엘리시아 쪽으로 손을 내밀려다 동작을 멈췄다.두 사람 사이에는 세 걸음이 넘는 거리가 있었다.칼릭스는 방향을 바꿔 열쇠를 법무청의 투명한 증거판 위에 내려놓았다.“집무실과 내부 문서고의 주열쇠입니다.”법무청 서기관이 내려놓은 시각을 적었다.엘리시아는 열쇠를 받지 않았다.“복제본이 있습니까?”황실 기록관이 장부를 펼쳤다.“정식 복제본은 재상 각하와 황실 경비대장에게 한 개씩 있습니다.”“결속 준비위원회가 사용한 임시 열쇠는요?”기록관의 손이 멈췄다.“집무실 내부 공사를 위해 석 달 전에 한 개가 발급됐습니다. 공사 종료 뒤 반환 처리됐습니다.”“실물을 확인했습니까?”“보관함의 봉인을 확인했습니다.”이번에도 외부 봉인뿐이었다.엘리시아는 더 묻지 않았다. 반환됐다고 기록된 물건이 실제로 돌아왔는지는 보관함을 열어 확인하면 된다.시설국장이 집무실 도면을 내밀었다.“박동은 집무석 아래에서 감지됩니다. 동쪽 벽의 비밀문이나 지하 계단은 현재 도면에 없습니다.”“침실 아래 장치와 같은 깊이입니까?”“조금 더 깊습니다. 집무실 바닥에서 열 자 정도 아래입니다.”칼릭스가 도면을 보며 말했다.“황궁 건국기 도면에는 이 구역 아래에 왕핵 보조실이 있었습니다.”엘리시아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폐쇄된 시기는요?”“제 증조부 때입니다.”“폐쇄 여부를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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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황제 집무 대행실

황제 집무실은 지나치게 정돈돼 있었다.책상 오른쪽에는 결재 대기 문서가 높이순으로 나뉘어 있었고, 왼쪽에는 이미 처리한 서류가 발송 기관별로 묶여 있었다. 창가의 작은 탁자에는 찻잔 하나만 놓여 있었으며, 벽난로 옆에는 사용하지 않은 의자가 두 개 있었다.엘리시아는 전생에 이 방을 자주 방문했다.칼릭스는 그녀가 오면 책상 맞은편 의자를 앞으로 빼두었다. 업무 중이라도 차를 준비했고, 엘리시아가 말을 꺼낼 때까지 재촉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배려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재판이 시작된 뒤에는 같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엘리시아의 말을 들었다. 조작된 증거가 틀릴 수 있다는 말도, 이레나가 서명한 적 없다는 주장도 끝까지 들었다.듣고도 믿지 않았다.집무실의 모습은 전생과 다르지 않았다.책상 표면의 작은 흠집까지 같은 자리에 있었다.시설국장이 집무석 주변에 측정선을 놓았다.“박동의 중심은 의자 아래입니다.”칼릭스가 사용하는 의자는 다른 집무용 의자보다 무거웠다. 검은 목재 등받이에는 황실 문장이 조각돼 있었고, 양팔을 올리는 받침에는 얇은 금속 장식이 둘러져 있었다.왕핵 기술자가 금속 부분에 측정석을 대었다.청색 빛이 즉시 번졌다.“왕핵 파장을 저장한 흔적이 있습니다.”오스카가 물었다.“황제 폐하께서 앉아 계시는 동안 자연스럽게 남은 것입니까?”“그 정도가 아닙니다.”기술자는 팔걸이 밑부분을 살폈다.“미세한 흡수진이 새겨져 있습니다. 손을 올릴 때마다 체온과 맥박, 왕핵 파장을 따로 저장합니다.”이레나가 의자 옆으로 이동했다.“침대 기둥과 같은 구조입니까?”“기능은 비슷합니다. 침대는 수면 중 신성력을 채취했고, 이 의자는 집무 중 황제 파장을 모았습니다.”엘리시아의 시선이 오른쪽 팔걸이에 머물렀다.칼릭스는 문서를 읽을 때 오른팔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기 직전 엄지로 오른손의 굳은살을 누르는 습관이 있었다. 그 움직임까지 장치는 반복해서 읽었을 것이다.“얼마나 오래 작동했습니까?”기술자가 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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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황제가 실제로 한 적 없는 말도

조사원이 문 표면을 읽었다.황실 문장.왕핵관리국 문장.결속 준비위원회의 임시 인장.대신전 표식은 보이지 않았다.“대신전 문양이 없습니다.”오스카가 말했다.엘리시아는 성급히 황실 단독 장치라고 판단하지 않았다.“없는 문양도 기록하세요. 내부 부품까지 확인한 뒤 결론을 내립니다.”조사원이 돌문을 열었다.무거운 공기가 밀려 올라왔다.“방 중앙에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집무실 위의 의자와 같은 형태였다.다만 아래쪽 의자에는 사람이 앉을 공간이 없었다. 등받이와 팔걸이만 있을 뿐 좌석 부분은 검은 금속으로 막혀 있었다.“의자라기보다 틀에 가깝습니다.”왕핵 기술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벽에는 황제 폐하의 서명과 음성을 저장한 기억석이 있습니다.”“몇 개입니까?”“서명판은 백여 장이 넘습니다. 음성석은….”그가 말을 멈췄다.“무엇이 문제죠?”“명령문이 항목별로 나뉘어 있습니다.”전쟁.세금.왕핵 사용.성녀 결속.귀족회의 소집.사형 집행.황제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명령들이 각각 다른 기억석에 저장돼 있었다.엘리시아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사형 집행 음성도 있습니까?”“예.”전생에 그녀의 처형을 막지 못한 황제의 목소리.이번에는 그가 입을 열지 않아도 같은 명령을 만들 수 있도록 보관돼 있었다.“누가 녹음했습니까?”“대부분 공개 칙령과 회의 기록에서 잘라낸 음성입니다. 단어와 문장을 이어 붙일 수 있도록 분리돼 있습니다.”황제가 실제로 한 적 없는 말도 만들 수 있었다.칼릭스의 서명과 목소리, 왕핵 파장까지 모이면 외형상 완전한 황제 명령이 된다.엘리시아는 가짜 결속 동의서에 찍힌 그의 진짜 필적을 떠올렸다.누군가는 황제를 설득할 필요조차 없었다.그가 과거에 남긴 승인과 음성을 조립하면 됐다.“작동 조건을 찾으세요.”아래쪽 조사원이 벽을 비췄다.“조건판이 있습니다.”“읽으세요.”“황제가 집무석에서 여섯 시간 이상 부재할 경우 대기.”“열두 시간 이상 부재할 경우 제한 명령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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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한 사람의 몸으로 문제를 덮지 마세요

결속 거부서는 접수됐지만 효력 심의가 끝나지 않았다.시스템은 이전 승인을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한 시간 이십 분 뒤, 황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자동 대행 장치가 결속 준비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엘리시아는 계단 아래를 향해 말했다.“장치를 건드리지 말고 올라오세요.”왕핵 기술자가 당황했다.“이대로 두면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됩니다.”“그래서 먼저 폐하께 선택지를 설명할 겁니다.”엘리시아는 칼릭스를 위해 결론을 대신하지 않았다.그가 의자에 앉을 것인지, 역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제한 명령이 시작되기 전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지는 그의 몸과 권한에 관한 결정이었다.“모든 조사 인원은 올라오세요. 내부에는 측정석만 남깁니다.”두 사람이 계단을 올라왔다.바닥판은 닫지 않았다.엘리시아는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칼릭스는 계단 아래에서 보고를 들었다.그는 ‘황제 집무 대행실’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자신의 음성과 서명이 사형 집행을 포함한 명령별로 나뉘어 있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오른손의 손가락이 천천히 굽었다.엘리시아는 그 손을 보았지만 말을 멈추지 않았다.“한 시간 이십 분 뒤 제한 명령 대행 단계가 시작됩니다. 현재 결속은 기존 승인 사안으로 분류돼 있습니다.”칼릭스가 물었다.“중지 방법은요?”왕핵관리국장이 세 가지를 설명했다.황제가 집무석에 앉아 현재 파장으로 부재 상태를 해제하는 방법.주요 파장선을 절단하고 저장된 힘의 역류를 감수하는 방법.대행 단계가 시작되기 전에 외부 명령망을 모두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법.세 번째는 가장 안전했지만 시간 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었다.칼릭스가 집무실을 바라보았다.“제가 의자에 앉겠습니다.”예상한 답이었다.자신이 위험을 떠안으면 가장 빠르게 끝난다.왕핵 기술자가 말했다.“현재 파장을 다시 저장하므로 이후 같은 장치가 재활성화될 수 있습니다.”“저장판을 교체하면 됩니다.”“교체 과정에서도 폐하께 반동이 올 수 있습니다.”칼릭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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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의자에 앉지 않는 황제

외부 명령망 분리는 황실 중앙 회랑에서 진행됐다.황실 기록관은 결속 관련 문서관으로 이어지는 전송관을 닫았고, 혼인국은 긴급 접수함의 기계 잠금쇠를 해제해 자동 문서가 들어와도 별도 칸으로 떨어지게 했다. 법무청은 성녀 거부 효력과 관련된 모든 신규 문서를 심의 전 보류 대상으로 지정했다.대신전 외부 접수소에는 집행관과 법률관이 함께 갔다.접수소 책임자는 황제 명령만으로 대신전 문서망을 끊을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법무청은 위조 동의서와 무단 표본 운송 사건번호를 제시해 증거보존 명령을 발동했다.황제가 모든 문을 한꺼번에 닫지 않았다.각 기관이 자기 문을 직접 닫았다.엘리시아는 중앙 회랑의 기록대에서 명령망 분리 시각을 확인했다. 칼릭스는 반대편에서 왕핵 파장 절단 보고를 받았다.두 사람은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한 책상을 공유하지 않았다.남은 시간은 삼십 분이었다.왕핵관리국 첫 번째 팀이 집무실 아래의 서명 전사판을 분리했다.두 번째 팀은 음성 기억석과 왕핵선 사이의 연결을 끊었다.세 번째 팀은 의자 아래의 파장 저장판을 고정해 역류가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했다.보고가 올 때마다 칼릭스의 오른손이 조금씩 굳었다. 장치와 직접 연결되지 않았는데도 저장된 왕핵 파장이 원래 주인을 찾는 듯 미세한 반동을 보내고 있었다.엘리시아는 그가 괜찮은지 묻지 않았다.“현재 통증을 의원에게 알리셨습니까?”칼릭스가 그녀를 보았다.“아직은 경미합니다.”“질문에 답하지 않으셨습니다.”짧은 침묵 뒤 그가 데미안을 불렀다.“마티아스 경에게 현재 증상을 전달하십시오. 오른손 저림과 심박 증가가 있습니다.”데미안이 즉시 움직였다.칼릭스는 엘리시아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엘리시아도 그가 건강을 알린 일을 다정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숨기는 대신 공유한 것만으로 충분했다.남은 시간은 십 분이었다.집무실 아래 장치에서 첫 번째 파장선이 끊겼다.유리 측정판의 청색 빛이 절반으로 줄었다.두 번째 파장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성녀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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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열네 살의 목소리

자동 대행 장치가 만들어낸 두 번째 문서는 첫 번째보다 짧았다.‘성녀 후보 원본 기록 회수.’제국력 삼백열두 해, 신규 성녀 후보.나이 열네 살.로젠베르크 후작가의 서쪽 서고에서 오늘 밤 자정 전에 데려올 것.엘리시아는 마지막 동사를 다시 읽었다.가져올 것이 아니라 데려올 것.종이나 표본을 회수하는 행정 문서에는 쓰이지 않는 표현이었다. 사람을 이동시키거나, 최소한 사람과 같은 법적 지위를 가진 대상을 인도받을 때 사용하는 말이었다.펠릭스가 문서 옆에 놓인 자동 대행 장치의 명령 분류표를 확인했다.“‘후보 원본’이 물건이라면 자산 번호가 붙어야 합니다.”레온하르트가 황실 기록망을 뒤졌다.“성녀 후보 관련 기록은 대신전이 관리합니다. 황실 장부에는 원본이라는 분류가 없습니다.”“가문의 서고에 사람이 숨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엘리시아가 말했다.그녀는 열네 살이던 자신을 기억했다.성녀 선발을 앞두고 어머니와 함께 약초를 정리했고, 대신전에서 보내온 흰 예복을 입어보았다. 첫 검사에서는 피를 뽑았고, 두 번째 검사에서는 성흔에 수정판을 댔다. 마지막 날에는 긴 문장을 읽고 이름을 여러 번 적었다.그 과정에서 무엇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제가 성녀 후보가 됐을 때 작성한 기록과 표본일 가능성이 높아요.”왕핵관리국장이 문서의 마력 흔적을 측정했다.“명령어가 대상을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혈액이나 서류는 아닐 겁니다.”“영혼이나 기억을 보존한 장치입니까?”펠릭스의 질문에 관리국장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기술은 없습니다. 기억석에 음성과 감각 일부를 남길 수는 있지만, 사람의 의식 전체를 저장할 수는 없습니다.”엘리시아는 그 한계를 정확히 기록하게 했다.열네 살의 자신이 서고 안에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설령 목소리와 체온, 신성력 파장이 남아 있더라도 그것은 과거의 엘리시아가 아니었다.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과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결론 역시 같지 않았다.칼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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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사람입니까, 물건입니까

“후작저에서 왕핵 반응이 확인되면 별도로 연락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두 사람은 같은 마차에 오르지 않았다.엘리시아는 이레나와 오스카를 데리고 성녀 측 마차를 탔고, 펠릭스는 가문 경비대에 먼저 연락하기 위해 별도의 말을 골랐다.황궁의 등불이 뒤로 멀어지는 동안, 엘리시아는 자동 명령서의 사본을 무릎 위에 펼쳤다.열네 살.데려올 것.문장을 아무리 보아도 과거의 자신이 한 사람으로 존중받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사람처럼 분류해야 이동 명령을 내릴 수 있었으므로 사람으로 취급했을 뿐이었다.로젠베르크 후작저의 정문은 열려 있었다.빅토르는 황실의 명령이 오더라도 문을 잠그지 말라는 엘리시아의 전갈을 받았다. 대신 정문 양옆에 출입기록대를 세우고,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을 서로 다른 줄로 분리했다.저택 전체를 가두지 않으면서 서쪽 서고로 이어지는 길만 통제한 방식이었다.마차에서 내린 엘리시아에게 빅토르가 다가왔다.그는 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자동 명령과 같은 문서가 이쪽에도 왔다.”“누가 가져왔습니까?”“사람이 가져오지 않았다. 서쪽 서고의 오래된 문서함에서 저절로 나왔다.”빅토르는 봉인된 판 위에 문서 한 장을 올려두었다.황궁에서 나온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다른 점은 하단의 인도 확인란이었다.수신 책임자 빅토르 로젠베르크.자정 전까지 후보 원본을 준비한다.거부 시 성녀 선발 당시 위임에 따라 대신전이 직접 회수할 수 있다.빅토르의 이름 옆에는 아직 서명이 없었다.“아버지께서는 서고를 열어보셨습니까?”“아니다.”그는 서쪽 건물을 바라보았다.“네가 오기 전에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다.”엘리시아는 그 대답에 안도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기다렸다는 사실만 확인했다.“서고에 있던 사람들은요?”“모두 나왔다. 남겠다는 문서관장도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강제로 내보내셨습니까?”“아니다. 상황을 설명했고, 나오지 않겠다는 사람에게는 서고와 연결되지 않은 동쪽 사무실에서 대기하게 했다.”빅토르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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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권한을 거두는 데 허락은 필요 없다

자동 명령은 사람을 데려오라고 했고, 대신전은 자산을 회수하겠다고 말했다.필요한 절차에 따라 대상의 지위가 바뀌고 있었다.엘리시아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그럼 자산번호를 말씀하세요.”신관은 대답하지 못했다.“사람이라면 당사자의 동의를, 기록물이라면 보관번호와 법무청 영장을 제시하세요.”“성녀 선발 당시 이미 동의가 이뤄졌습니다.”“원본을 가져오세요.”“그 원본을 회수하러 온 것입니다.”짧은 정적 뒤 펠릭스가 어이없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엘리시아는 웃지 않았다.“자신의 권한을 증명할 문서를 가져가기 위해, 그 문서 없이 들어오겠다는 말이군요.”신관의 얼굴이 굳었다.그는 빅토르를 향해 말했다.“후작 각하께서 성녀 선발 당시 체결한 위임에 따라 가문은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빅토르는 자동 명령서 옆에 놓인 대리권 철회서를 가리켰다.“그 권한은 오늘 철회했다.”“대신전이 수리하지 않은 철회는 효력이 없습니다.”“내가 준 권한을 거두는 데 그대들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조항부터 가져오게.”빅토르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정문 돌계단 아래로 무겁게 내려앉았다.신관은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엘리시아가 법무청 집행관에게 말했다.“이분들을 체포하지 마세요. 영장과 출입패를 사본으로 남기고, 대기할지 돌아갈지 선택하게 하세요.”신관이 항의하려 했지만 이레나가 먼저 말했다.“대기하실 경우 정문 바깥에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무기를 소지한 채 저택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성기사도 아닙니다.”“그럼 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됩니다.”신관 셋은 결국 정문 밖의 대기석에 남았다.그들을 가두지 않았고, 영장을 빼앗지도 않았다.대신 누가 언제 와서 무엇을 요구했는지가 세 기관의 장부에 함께 기록됐다.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반이었다.엘리시아는 서쪽 서고의 문을 열었다.서고 내부에는 오래된 종이와 말린 약초 냄새가 섞여 있었다.벽 전체를 채운 책장 사이로 좁은 복도가 이어졌고, 창문에는 빛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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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열네 살의 서명은 스물다섯 살의 거부를 대신하지 않는다

왕핵 기술자가 없었으므로, 시설 기술자와 법무청 감정관이 외부 측정석을 설치했다.성흔 통증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즉시 손을 뗀다.벽 안쪽 온도가 올라가거나 소각 반응이 생기면 신성력 공급을 중단한다.엘리시아가 반응하지 못할 경우 이레나가 이름을 불러 중단을 알리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면 장치를 물리적으로 분리한다.손을 잡아 떼는 방식은 쓰지 않았다.엘리시아는 홈 앞에 섰다.“시작하겠습니다.”손가락 끝이 나무에 닿자 차가운 감각이 피부 안으로 스며들었다. 성흔의 금빛이 팔을 따라 흐르려 했지만, 엘리시아는 손끝에 필요한 만큼만 모았다.목록표 아래의 홈이 밝아졌다.벽 안쪽에서 어린아이의 숨소리가 들렸다.엘리시아의 손이 멈췄다.이레나가 바로 물었다.“중단하시겠습니까?”“아니요.”숨소리는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누군가 긴 문장을 읽기 전 긴장해 숨을 고르는 소리였다.열네 살의 엘리시아가 검사실에서 늘 하던 방식과 같았다.한 번.두 번.세 번.네 번.벽이 안쪽으로 움직였다.숨겨진 공간은 사람이 들어갈 만큼 깊지 않았다. 책장 뒤에 작은 금속함 하나가 박혀 있었고, 그 위에는 투명한 수정판이 놓여 있었다.수정판 안쪽에 어린 엘리시아의 손바닥 모양이 남아 있었다.손금과 체온, 신성력 파장을 함께 보존한 후보 등록판이었다.그 아래에는 혈액이 굳은 얇은 유리관과 머리카락 몇 가닥, 음성 기억석, 서명 원본이 들어 있었다.사람을 만들 수 있는 재료는 아니었다.그러나 성녀의 이름과 파장을 흉내 내기에는 충분했다.엘리시아는 손을 떼었다.벽은 열린 상태로 멈췄다.“아무것도 꺼내지 마세요.”법무청 서기관이 내부 상태를 기록했고, 감정관은 금속함 표면의 번호를 읽었다.후보 원본 제17호.소유기관은 대신전이 아니었다.‘황실·대신전 공동 성녀선발원.’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었다.“설립 기록이 있습니까?”오스카가 물었다.테오발트가 고개를 저었다.“처음 듣는 이름입니다.”감정관은 금속함 아래쪽에서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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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기억이나 영혼을 되살리는 기술은 없다

엘리시아가 물었다.“다른 사람들은요?”“통로를 비우고 있습니다. 아직 침입자는 보이지 않습니다.”이레나는 검을 뽑았다.“성녀님은 서고 안쪽에 계십시오.”“문을 잠그지는 마세요.”“열어둔 채 입구를 지키겠습니다.”서고의 출입문은 열린 상태로 유지됐다.법무청 집행관 한 명이 금속함 앞에 남고, 다른 한 명은 이레나와 함께 복도로 나갔다. 테오발트는 책장 사이의 좁은 길을 비워 대피 통로를 만들었다.유리창 바깥에서 검은 그림자가 지나갔다.다음 순간 창문 한 장이 안쪽으로 깨졌다.유리 파편이 바닥에 쏟아졌지만 사람에게 닿지는 않았다.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창틀을 넘어 들어오며 작은 금속 구슬을 던졌다.엘리시아는 구슬을 향해 성화를 쓰지 않았다.이레나가 책장 옆에 세워둔 빈 나무판을 발로 밀었다. 금속 구슬이 판에 부딪혀 방향을 바꾸었고, 법무청 집행관이 두꺼운 증거천으로 덮었다.천 아래에서 흰 연기가 퍼졌다.대신전의 정신 안정 향이었다.“창문 쪽으로 가지 마세요.”엘리시아가 말했다.그녀는 서고 반대편 환기창을 열게 했다. 바깥 공기가 들어오며 연기를 깨진 창문 쪽으로 밀어냈다.침입자는 곧장 엘리시아에게 오지 않았다.그의 목표는 책장 뒤 금속함이었다.그는 서가 사이를 빠르게 통과해 봉인된 함 앞으로 몸을 낮췄다. 손에는 대신전 회수 영장과 같은 금빛 문양이 새겨진 칼이 들려 있었다.법무청 집행관이 길을 막자 침입자가 칼을 휘둘렀다.집행관의 왼팔 소매가 찢어지고 피가 번졌다.이레나가 침입자의 손목을 잡지 않았다.검등으로 칼날을 바닥 쪽으로 밀어 궤도를 틀고, 다른 손으로 가까운 의자를 걷어차 그의 무릎 앞을 막았다. 침입자의 중심이 무너지자 집행관이 어깨와 팔꿈치를 눌러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두 사람은 그의 손을 등 뒤로 고정한 뒤에야 칼을 멀리 밀어냈다.엘리시아는 쓰러진 집행관에게 먼저 가지 않았다.마티아스가 올 때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응급조치를 확인했다.“상처가 깊습니까?”집행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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