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의 등 부분은 한 번 다시 꿰맨 흔적이 있었다. 실 색깔이 안쪽 제본과 미세하게 달랐다.법무청 감정관이 봉제선을 확인한 뒤, 원래 종이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을 풀었다. 수첩 표지 안쪽에서 얇게 접힌 종이 두 장이 나왔다.첫 번째는 성녀자유헌장의 필사본이었다.하단 절반이 잘리지 않은 완전한 형태였다.성녀는 결속과 혼인, 거주와 직위를 각각 거부할 수 있다.성녀의 거부는 신탁이나 가문의 승인, 황제의 명령으로 대신 철회할 수 없다.미성년 성녀의 동의는 성년 뒤 다시 확인해야 하며, 확인하지 않은 동의는 결속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서고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엘리시아는 헌장의 마지막 문장을 반복해 읽지 않았다.열네 살의 동의가 스물다섯 살의 자신을 묶을 수 없다는 내용이 건국기 헌장에 이미 존재했다.두 번째 종이는 편지의 사본이었다.수신자는 당시 황태자였던 칼릭스였다.‘황태자 전하께.’아델라 로젠베르크의 글씨는 약초 이름을 적을 때보다 곧고 단단했다.‘제 딸은 성녀의 책임을 받아들였으나, 황실과의 결속과 혼인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대신전은 아직 어린 후보의 불안이라 설명하지만, 엘리시아는 두 사안을 구분해 질문했습니다.’‘훗날 황실이 결속을 논하게 된다면, 가문이나 대신전의 해석이 아니라 아이에게 직접 물어주십시오.’편지 끝에는 황태자실 접수번호가 적혀 있었다.수도 황궁의 공식 문서망을 통과한 번호였다.엘리시아는 편지를 오래 쥐고 있지 않았다. 증거판 위에서 읽고, 오스카에게 접수번호를 기록하게 했다.“원본은 어디에 있습니까?”빅토르가 답했다.“황태자실로 보냈다. 아델라가 직접 봉인했고, 가문 전령이 전달했다.”“답신은요?”“오지 않았다.”빅토르는 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우리는 황태자가 대답하지 않기로 한 줄 알았다.”엘리시아는 칼릭스가 서고 안에 있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그는 금속함 반대편에 서 있었다. 편지 내용을 들은 뒤에도 가까이 오지 않았고,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Last Updated : 2026-07-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