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흔 검사 명령서는 복도 한가운데 떨어져 있었다.이레나는 곧장 몸을 낮췄지만 종이를 집지는 않았다. 대신 검집 끝으로 봉투 주변을 천천히 훑었다. 바닥에는 희미한 흙가루가 남아 있었고, 벽 쪽에는 누군가 급하게 방향을 틀며 밟은 자국이 찍혀 있었다.“서쪽 계단으로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그녀가 복도 끝을 바라보며 말했다.경비병 둘이 명령을 기다렸지만, 칼릭스는 즉시 추격을 지시하지 않았다. 그는 열린 접견실 문 앞에 멈춰 선 채 봉투와 계단을 번갈아 보았다.엘리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 사람의 얼굴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복도에 남은 서기관 하나가 손을 들었다.“성녀 관리국의 정식 신관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습니다.”“조금 전 제게 명령서를 전달한 사람과 같은 인물이었나요?”“예. 적어도 옷과 체격은 같았습니다.”이레나가 서기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머리색은요?”“갈색이었던 것 같습니다.”“눈은?”서기관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사람들은 신관복을 보았고 대신전의 은색 자수를 확인했으며, 그가 들고 온 봉투에 찍힌 인장을 믿었다. 정작 그 안에 있던 사람의 얼굴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엘리시아는 전생의 재판장을 떠올렸다.성녀의 인장이 찍힌 문서, 이레나의 서명, 엘리시아의 신성력 파장. 사람들은 증거의 모양을 기억했지만, 누가 그것을 들고 왔고 어떤 손을 거쳤는지는 묻지 않았다.그때 칼릭스도 마찬가지였다.엘리시아는 봉투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오스카를 불렀다.“법무청의 증거 수거 절차를 적용하세요.”“대신전 명령서에도 말입니까?”“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문서입니다. 제게 전달된 뒤 사라진 사람이 두고 갔고, 죽은 성녀의 인장과 같은 문양이 찍혀 있습니다.”오스카가 법무청 서기관에게 손짓했다.서기관은 얇은 가죽 장갑을 끼고 투명한 증거판을 가져왔다. 봉투를 집기 전에 위치를 재고, 바닥 자국과 거리를 기록했으며, 입회인들의 이름을 차
Last Updated : 2026-07-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