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Chapter 11 - Chapter 20

21 Chapters

제11화

배시현은 정서연의 다리가 부러졌으니 멀리 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사라진 지도 하룻밤뿐이었다.사람을 많이 풀면 금세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러나 현실은 배시현의 생각을 무참히 비웃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가 보고했다."배 대표님, 병원 정문 CCTV를 확인한 결과 사모님께서는 어젯밤 한 시쯤 병원을 나가셨습니다. 택시를 타시는 모습과 차량 번호가 찍혀 있어 기사와도 연락이 닿았습니다.""기사 말로는 어젯밤 사모님을 태우고..."말하던 부하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긴장한 눈으로 배시현을 바라보았다.배시현의 서늘한 눈썹이 짓눌리듯 내려앉았다."왜 말을 멈춰? 기사가 서연이를 어디로 데려갔어?"부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말을 더듬었다."가... 가정법원으로 갔다고 합니다."배시현이 탁자를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뭐? 가정법원?"상황은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정서연이 갑자기 가정법원에는 왜 갔단 말인가?설마 자신과 이혼하려고 한 걸까?그 가능성을 떠올리자 배시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명령했다."차 준비해. 가정법원으로 간다!"차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 금세 가정법원에 도착했다.공교롭게도 배시현이 살기등등한 기세로 들이닥친 순간, 센터 직원은 그의 이혼확인서를 우편으로 보내러 나가던 참이었다.입구에서 마주친 직원은 눈을 빛내며 다급히 배시현을 불러 세웠다."배시현 씨 맞으시죠? 백산그룹 배시현 대표님이시죠? TV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직원이 반갑게 말했다."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혼확인서를 우편으로 보내려던 참인데 직접 오셨으니 발송하지 않아도 되겠네요."직원은 들고 있던 서류 봉투를 배시현에게 건넸다."무슨 이혼확인서야?"배시현이 직원을 붙잡아 멱살을 움켜쥐었다."나는 이혼하지 않았어! 나와 서연이는 사이가 좋아. 우리가 이혼할 리 없어!"가정법원에는 온갖 사람이 찾아왔다.혼인신고를 하러 온 사람들은 그나마 평범했지만 이혼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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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일의 전말을 깨달은 순간 배시현의 등줄기에 섬뜩한 한기가 번졌다.한 달 전에는 아들 서우가 아직 사고를 당하기 전이었다.그렇다면 정서연은 아들이 죽기 전부터 자신과 이혼하려 했다는 뜻인가?"내 이혼확인서를 처리한 사람이 당신입니까?"배시현은 고개를 돌려 입구에서 마주친 직원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격노하던 그는 갑자기 차분해졌지만, 오히려 그 냉정함이 더 무서웠다.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작은 동작 하나를 하는 동안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배시현의 목소리가 멀고 차갑게 가라앉았다."정서연이 언제 이혼 신청을 접수했습니까?""한 달 전입니다."직원이 사실대로 대답했다."협의이혼 숙려기간이 있어서 이혼확인서가 바로 발급되지는 않습니다. 숙려기간에는 두 분 중 한 분만 오셔도 신청을 철회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으셨습니다..."배시현은 이가 부서질 만큼 이를 악물었다.알기만 했다면 당연히 왔을 것이다.하지만 정서연이 이혼을 신청한 사실조차 몰랐는데 어떻게 찾아올 수 있었겠는가?이제 와 화를 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무엇보다 먼저 정서연을 찾아야 했다.정서연을 만나야 오해를 풀 수 있고, 그래야 두 사람이 다시 결혼할 가능성도 생길 테니까.배시현은 즉시 가정법원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센터 정문 CCTV 영상이 필요합니다. 당장 가져와 주세요!"CCTV 영상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지인은 곧바로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그러나 영상을 확인한 배시현은 다시 굳어 버렸다.오늘 아침 정서연이 군용 지프를 타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있었다."서연이가 어떻게 군 당국과 얽힌 거지?"배시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동안 나 몰래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야?"군 당국이 관계된 순간부터 일은 매우 까다로워졌다.정서연이 혼자 달아난 것이라면 아무리 멀리 가도 반드시 다시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군 당국이 데려갔다면 무슨 수로 찾겠는가?배씨 집안이 아무리 재력과 권세를 가졌어도 군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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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백산그룹의 현 경영자인 배시현이 가장 잘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과 이해관계를 계산하는 것이었다.국가기밀 사업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어 스스로 파멸할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강경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부드럽게 파고들면 된다.거액의 돈을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충분한 자금을 쏟아부으면 난공불락의 요새에도 틈 하나쯤 만들 수 있었다.실제로 몇 조 원대 투자금의 유혹은 컸다.우주 엘리베이터 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항공우주연구원도 사업에 투자할 대기업들을 물색하고 있었다.배시현이 투자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몇 조 원대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원장은 다른 대기업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요청할 필요도 없었다.이해득실을 따진 끝에 원장은 결국 조건을 제시했다."정말 몇 조 원을 투자하신다면 투자자 자격으로 사업 기지를 견학할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하지만 가기 전에 기밀유지서약서에 서명하셔야 합니다. 혼자만 가실 수 있고 출발할 때는 전신 수색도 받아야 합니다. 기지에 도착해서도 임의로 행동하시면 안 됩니다. 체류는 하루뿐이며 다음 날 즉시 떠나셔야 합니다."조건은 매우 엄격했지만 배시현은 한 치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정서연을 만나고 싶을 뿐이었다.그녀를 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배시현은 즉시 변호사에게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뒤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보는 앞에서 서명했다.원장도 직원에게 기밀유지서약서를 가져오게 해 배시현에게 내밀었다.배시현은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모든 준비가 끝났다.백산그룹이 첫 투자금 1조 원을 항공우주연구원의 공식 계좌로 송금하자 원장은 상부에 배시현의 우주 엘리베이터 사업 기지 견학을 신청했다.신청은 곧 승인되었다.군 당국에서 다시 군용 지프를 보냈고, 배시현은 두 눈을 가린 채 군 관계자의 부축을 받아 차에 올랐다.여정은 몹시 험난했다.군용 지프로 하루 낮밤을 달린 뒤 배로 갈아타고 이틀 밤낮을 이동했다.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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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사업이 막 시작돼서 아직 기지는 황량하고 본격적인 건설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사업단장이 웃으며 배시현에게 설명했다."그래도 기술설계팀에서는 우주 엘리베이터의 초기 설계안을 완성했을 겁니다. 한번 보러 가시죠."일행 중 한 사람이 맞장구쳤다."역시 배 대표님은 안목이 있으십니다. 도착하자마자 기술설계팀부터 찾으시니 업계를 잘 아시는 게 분명하군요."사실 배시현은 아무것도 몰랐다.천재라 불릴 만큼 머리는 좋았지만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니 전문 지식을 알 리 없었다.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정서연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대화를 나누는 사이 일행은 기술설계팀에 도착했다.사업단장은 배시현을 안으로 안내하며 웃었다."사실 저도 기술설계팀 업무는 잘 모릅니다. 전공자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우리 팀에 아주 뛰어난 여성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그분께 설명을 부탁드리죠."사업단장이 목소리를 높였다."정 교수님! 잠시 이쪽으로 오세요. 투자자분께 안내를 부탁드립니다.""네, 단장님. 바로 가겠습니다."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배시현의 심장이 세차게 조여 왔다.다음 순간, 정서연이 몸을 돌려 자신에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하지만 한 걸음을 내디딘 정서연의 몸이 갑자기 굳었다.심장이 빠르게 뛰고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듯했다.얼굴도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배시현을 보았기 때문이다."서연아, 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배시현은 처음 알았다는 듯 놀란 표정을 꾸몄다.눈부시게 잘생긴 얼굴에 정중하고 점잖은 미소를 띤 채 천천히 다가왔다."갑자기 사라진 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정서연을 본 순간 배시현의 검은 눈에는 소유욕이 가득했다.당장 달려가 꽉 끌어안고 자신의 살과 피 속에 녹여 넣고 싶을 만큼 광기에 사로잡혔다.하지만 그런 짐승 같은 욕망을 조금씩 억눌렀다.이곳은 군 당국이 관리하는 기지였다.함부로 날뛸 수 없었다.한 걸음씩 치밀하게 움직여야 정서연을 다시 손안에 넣을 수 있었다.찰나의 순간 배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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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정서연은 애초에 배시현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었고 모두가 알게 만들 생각도 없었다.그러나 사업단장이 배시현에게 기지에서 며칠 더 머물라고 반갑게 권하는 말을 듣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단장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정서연은 속에서 들끓는 감정을 억누르고 억지로 침착함을 되찾았다.아무런 파동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저와 배 대표는 이미 이혼했습니다. 지금은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그 한마디에 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얼굴이 바로 어두워진 배시현은 분노를 짓누르며 말했다."서연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괜한 고집 부리지 마. 우리가 오 년 넘게 부부로 살았는데 그렇게 깊은 관계를 어떻게 말 한마디로 끝내?"사업단장도 황급히 두 사람을 달랬다."배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소중한 줄 모르고 사소한 일만 생기면 이혼부터 말하더군요. 정 교수님도 철없는 고집은 그만 부리세요. 배 대표님이 달래 주려고 기지까지 찾아오셨잖습니까. 그 정성이 얼마나 감동적입니까?"사업단장까지 나서자 다른 사람들도 연이어 맞장구쳤다."맞아요. 부부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든 대화로 풀면 되죠. 굳이 이혼할 필요는 없잖아요.""배 대표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놓치시면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잖아요. 배 대표님이 며칠 더 계시면 정 교수님도 마음이 풀릴 겁니다."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며 화해를 권했다.그 누구도 정서연의 안색이 점점 험악해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정서연은 배시현과 억지로 다시 묶이는 듯한 느낌을 견딜 수 없었다.시선을 내리깔고 폭탄 같은 말을 차갑게 내던졌다."사소한 문제라고요? 그럼 묻겠습니다. 제 아들과 불륜녀가 동시에 물에 빠졌는데 배시현이 불륜녀부터 구하느라 제 아들을 익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대화로 해결할 사소한 문제입니까, 아니면 이혼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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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정서연의 말이 배시현의 가슴 깊이 뼈아프게 박혔다.배시현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반박하고 싶었지만 정서연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연애할 때부터 결혼한 뒤까지 묵묵히 사랑하고 지켜 준 사람은 언제나 정서연이었다.반면 배시현은 아들도, 정서연도 지키지 못했다.오랫동안 있는 힘을 다해 지킨 사람은 거짓말만 일삼는 신유라뿐이었다!"서연아, 내가 예전에 잘못한 일이 많다는 거 알아."배시현이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맹세할게. 신유라와 나는 정말 남매의 정뿐이었어. 유라를 건드린 적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적도 없어.""나는 그저 신유라에게 속았을 뿐이야. 어릴 때부터 유라를 지켜 왔고 오빠로서 보호하는 일이 습관이 됐어. 나중에 친동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에도 그 습관을 단번에 바꾸지 못했어. 유라는 그 점을 이용했고, 한 번 잘못 디딘 뒤 계속 틀어진 거야."배시현은 말을 멈췄고 얼굴에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드러났다.정서연도 그 고통만큼은 진짜라고 믿었지만 동정하지는 않았다.모든 일은 배시현이 자초한 결과였고, 동정받을 자격도 없었다."하지만 서연아, 이제는 신유라의 본모습을 똑똑히 알아. 다시는 속지 않을게."배시현도 정서연의 눈에 어린 냉담함을 느낀 듯했다.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고 마음을 고백했다."오늘부터 내 마음에는 너만 있어. 너한테만 잘할게.""그러니까 서연아,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이번에는 반드시 네가 바라는 좋은 남편이 될게."말을 마친 배시현은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서연의 손을 잡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마치 청혼하는 모습 같았다.실제로 배시현은 셔츠 안쪽 주머니에서 붉은색 하트 모양의 작은 벨벳 상자를 꺼냈다.상자를 열자 푸른 다이아몬드 반지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다시 결혼하려면 당연히 제대로 된 절차와 분위기를 갖춰야 했다.이번만큼은 정서연에게 어떤 서러움도 안기지 않을 생각이었다."서연아, 나와 다시 결혼해 줄래?"배시현이 정서연의 눈을 바라보며 한없이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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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붉은 하트 모양의 벨벳 상자가 뒤집히자 소란스럽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배시현도 그대로 얼어붙었다.방금 정서연이 뭐라고 했지?죽으면 죽었지 자신과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서연아, 고집도 정도껏 부려."배시현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이미 사과했고, 너 한 번 보겠다고 너희 사업에 몇 조 원이나 투자했어!""널 만난 뒤에는 사과도 하고 달래기도 했어. 심지어 한쪽 무릎을 꿇고 다시 청혼까지 했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이렇게까지 낮췄어. 대체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거야?"배시현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어려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말 한마디면 모두가 움직였다.하나라고 하면 누구도 둘이라고 대꾸하지 못했고, 지금껏 누구에게도 사과해 본 적조차 없었다.그런데 정서연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고 달래며 자존심을 낮춰 사과까지 했다.자신은 이미 충분한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정서연이 무슨 자격으로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단 말인가?정서연은 배시현의 속내를 꿰뚫어 본 듯 되물었다."배시현, 네가 사과하면 내가 왜 반드시 용서해야 하지?""내가 너를 칼로 찌른 다음 가볍게 미안하다고 하면 찔렀던 상처가 없던 일이 돼?""서연아,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배시현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내가 예전에 잘못한 일은 전부 보상한다고 했잖아. 왜 나를 믿지 못해?"정서연은 배시현을 차갑게 흘겨보았다."지금까지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으니까.""배시현, 신유라에게 느낀 건 남매의 정뿐이었다고 했지? 그 말을 너 자신은 믿어? 우리가 결혼한 오 년 동안 네가 신유라와 내 눈앞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일일이 알려 줘야 해?""우리가 연애할 때 마침 네 부모님이 신유라를 본가에서 내쫓았어. 넌 유라가 가엾다며 데려와 같이 살았지. 그때 나는 정말 네가 친동생처럼 여기는 줄 알았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았어.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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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영상이 공개되자 사방에서 경악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배시현이 정말 불륜을 저질렀다고? 아까 너무 진실해 보여서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인 줄 알았는데.""나도 그래. 정 교수님이 오해한 줄 알았어. 방금 그 애틋한 고백이 전부 연기였다니. 그냥 불륜을 저지른 쓰레기였잖아!""머리가 너무 복잡해. 신유라는 배시현의 동생 아니야? 어떻게 동생과 그런 관계를 맺어? 너무 끔찍해!""그러니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자를 친동생처럼 생각한다는 남자 말은 믿으면 안 돼. 여동생이라는 말은 불륜녀를 숨기는 구실일 뿐이라니까!"조금 전까지 정서연에게 배시현을 용서하라고 떠들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배시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배시현은 영상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돌변했다."이 영상을 어디서 구했어?"배시현이 분노에 차 추궁했다."정서연, 사람을 시켜 나를 미행하고 몰래 촬영한 거야?"정서연이 차갑게 웃었다."배시현, 과대평가하지 마. 예전의 내가 아무리 너를 사랑했어도 돈을 주고 사람을 시켜 사생활을 촬영할 만큼 미치지는 않았어... 이건 한 달 전에 신유라가 나한테 보낸 거야."배시현은 그대로 굳었다.정서연이 가정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서를 접수한 때도 한 달 전이었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이 영상 때문에 나와 이혼할 생각을 한 거야?"배시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정서연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사실 오래전부터 이혼하고 싶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했어. 이 영상을 보고서야 마침내 너를 떠나기로 결심했지.""아마 신유라도 그걸 노리고 영상을 보냈겠지. 내가 결벽증이 있고 육체적 외도만큼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걸 아니까 나를 쫓아내려고 한 거야.""그런데 웃긴 건 그때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는데도 협의이혼 숙려기간 때문에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는 거야. 내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자 신유라는 자극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고 판돈을 키웠어. 일주일 전 일부러 서우를 바다로 데려가 서핑하다가 아이를 죽게 만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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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 순간 배시현은 심장이 찢기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정서연의 말이 맞았다.배시현은 마음 깊은 곳에서 신유라를 대단치 않게 여겼다.배시현은 타고난 천재였다.지능도 높고 능력도 뛰어났다.세 살 때 일곱 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열 살 때부터 백산그룹의 소규모 사업을 처리하는 법을 익혔다.출발점부터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았고, 어떤 책이든 한 번 보면 잊지 않았으며 무엇을 배워도 금세 익혔다.반면 신유라는 머리가 모자란 아이처럼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배시현은 어릴 때 이 동생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당시 신유라의 이름은 배유라였다.너무 둔해서 세 살이 되어서야 하나부터 열까지 셀 줄 알았고, 동요 한 편도 외우지 못했으며 영어도 프랑스어도 할 줄 몰랐다.배시현은 이 모자란 아이가 정말 자신의 친동생인지 여러 번 의심했다.속으로는 한심하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동생이었다.어려서부터 늘 자신을 따랐기에 배시현도 차츰 곁에 작은 바보 하나가 있는 생활에 익숙해졌다.그 작은 바보의 단순한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과 오빠밖에 없었다.복잡하고 음험한 사람들을 숱하게 겪은 배시현은 어느 순간 바보 같은 동생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운명은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굴었다.배시현이 마침내 바보 같은 동생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배채원이 친자확인서를 들고 나타났다.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 작은 바보는 정말 그의 동생이 아니었다."흑흑, 오빠. 어떡해요? 제가 오빠 친동생이 아니래요."신유라는 얼굴이 눈물로 젖을 만큼 서럽게 울었다.그 무력한 모습에 배시현은 가슴이 아파 왔다.바로 그 순간 배시현이 신유라를 바라보는 감정은 완전히 달라졌다.어려서부터 지켜 온 작은 바보는 오직 자신의 것이어야 했고, 반드시 곁에 있어야 했다.그 순간 배시현은 신유라에게 강한 소유욕을 느꼈다.하지만 모든 것을 가진 자신이 어리석고 무능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영리하고 뛰어난 자신에게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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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할 말은 모두 끝났다.정서연은 배시현과 더 이야기할 생각이 없어 단호하게 나가 달라고 했다."배시현, 결혼한 오 년 동안 나는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을 다했어. 너한테 빚진 건 없어.""그러니까 이제 떠나. 이번 생에는 두 번 다시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배시현은 이제 자신에게 정서연의 용서를 구할 자격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평생 사랑한 사람은 둘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작은 바보 신유라였고, 다른 하나는 정서연이었다.상상 속의 작은 바보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정서연은 실제로 존재했다.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서연아, 이러면 네가 나를 미워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이제 다른 방법이 없어. 미워하고 싶으면 마음껏 미워해."배시현이 이를 악물었다."너를 곁에 둘 수만 있다면 네 미움도 견딜게."말을 마친 배시현은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 한 장을 정서연에게 보여 주었다.사진을 본 순간 정서연은 그대로 굳었다.서우의 묘비를 찍은 사진이었다.정서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배시현이 불쑥 다가왔다.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서연아, 사흘 줄게. 상부에 우주 엘리베이터 사업에서 빠지겠다고 신청해. 안 그러면 서우의 묘비를 부숴서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게 할 거야!"정서연은 눈이 찢어질 듯 부릅뜨고 소리쳤다."배시현,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서우는 네 친아들이야!""사람이기를 포기해서라도 널 되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럴게."배시현이 씁쓸하게 웃었다."서연아,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네가 없으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아."말을 마친 그는 정서연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미소 지으며 놓아주었다."단장님, 기지 견학을 마쳤으니 이제 보내 주십시오."배시현이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은 돈도 약속한 날짜에 맞춰 투자하겠습니다. 국가 발전을 위한 일이니까요."그 뒤 배시현은 다시 군 당국의 호송을 받아 기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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