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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Por:  하얀 뭉치Completado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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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죽은 뒤, 정서연은 배시현이 싫어하던 버릇을 모조리 고쳤다. 더는 수시로 그의 행적을 캐묻지 않았고, 그가 외박해도 울거나 매달리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의사가 보호자에게 연락하라고 했을 때조차 그녀는 담담히 대답했다. "저는 고아라서 보호자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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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제1화

아들이 죽은 뒤, 정서연은 배시현이 싫어하던 버릇을 모조리 고쳤다.

더는 수시로 그의 행적을 캐묻지 않았고, 그가 외박해도 울거나 매달리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의사가 보호자에게 연락하라고 했을 때조차 정서연은 담담히 대답했다.

"저는 고아라서 보호자가 없어요."

하지만 간호사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사모님 맞으시죠? 배 대표님이 위층에 계시는데, 내려오시라고 할까요?"

그제야 정서연은 이 병원이 배씨 집안 소유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삼십 분 뒤, 배시현은 결국 병실로 내려왔다.

남자의 서늘한 눈썹이 살짝 내려앉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

정서연은 눈을 내리깔았다.

"다리가 부러진 것뿐이야. 별일 아니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녀를 보자 배시현은 이유도 모른 채 속이 뒤틀렸다.

기억 속의 정서연은 유난히 응석이 많았다.

연애할 때는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그의 품을 파고들어 달래 달라, 입 맞춰 달라, 안아 달라 졸랐다.

그런데 지금은 다리가 부러지고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배시현이 무슨 말이라도 하려던 순간, 문밖에서 간호사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배 대표님은 신유라 씨를 정말 아끼시나 봐. 무릎이 조금 까진 것뿐인데 전문의들을 잔뜩 불러 놓고, 본인도 계속 곁을 지키고 계시잖아. 어디를 가든 직접 안아 옮겨서 발이 바닥에 닿지도 않게 하신대."

배시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에는 노기가 어렸지만, 시선은 저도 모르게 정서연에게 향했다.

그녀가 질투하며 화를 내기라도 기다리는 듯했다.

그러나 정서연은 눈꺼풀조차 들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병상에 누워 쉬기만 했다.

기분이 더욱 나빠진 배시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해명했다.

"저런 소리 듣지 마. 신유라가 촬영하다 무릎을 다쳐서 오는 길에 병원에 데려다준 것뿐이야."

정서연은 가볍게 "응" 하고 대답한 뒤 입을 다물었다.

배시현이 갑자기 성을 냈다.

"너, 내 말 못 믿는 거야?"

"믿어."

정서연은 꼬박꼬박 대답했지만, 이제 그 말에 진심은 없었다.

"신유라는 네 입양된 여동생이잖아. 남매 사이니까 네가 챙기는 게 당연하지."

예전의 배시현은 늘 냉정한 얼굴로 정서연을 몰아붙였다.

"신유라는 내 동생이야.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해? 우린 남매 사이일 뿐인데 제발 그만 좀 해."

이제 정서연은 정말 그가 바라던 대로 울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배시현은 기뻐해야 마땅했지만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게 막혀 왔다.

이상했다.

모든 게 이상했다...

그때 간호사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배 대표님, 신유라 씨가 무릎이 아프다고 하세요. 빨리 올라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배시현은 가뜩이나 심란했던 터라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무릎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야지! 내가 의사도 아닌데 왜 나를 불러?"

간호사가 물러가자 배시현은 미안한 눈으로 정서연을 바라보았다.

"서연아, 아직 서우 일 때문에 힘든 거야? 그 일은 신유라가 분명 잘못했어. 내가 이미 단단히 혼냈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천천히 다가와 정서연의 침대 곁에 앉았다.

"우리에겐 또 아이가 생길 거야."

배시현이 정서연의 손을 붙잡았다.

"이러면 어때? 앞으로 일주일 동안 내가 계속 네 곁에 있을게."

정서연은 소리 없이 자신의 손을 그의 손아귀에서 빼냈다.

배시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던 찰나, 문밖에서 요란하게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목발을 짚고 온 신유라가 정서연의 병실 문 앞에 넘어져 있었다.

배시현은 곧장 달려가 신유라를 안아 들었다.

"왜 또 멋대로 돌아다녀? 침대에서 쉬라고 했잖아."

"새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들어서요."

신유라가 가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새언니를 보러 왔어요."

그러더니 정서연에게 괴롭힘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갑자기 배시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신유라는 울먹이며 정서연을 바라보았다.

"새언니, 저한테 화내지 마세요. 저도 서우를 죽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예전의 정서연이었다면 무너지고 울부짖으며 배시현에게 따져 물었을 것이다.

어째서 자기들의 아들을 죽게 한 여자를 감싸느냐고.

하지만 지금의 정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잠든 사람처럼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창백한 얼굴과 야윈 몸은 멀리서 보기에도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

배시현은 영문도 모른 채 가슴이 욱신거려 목소리를 낮췄다.

"신유라를 위층에 데려다주고 바로 내려올게."

그는 신유라를 안고 돌아섰다.

그러나 깊은 밤이 되도록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정서연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정 교수님, 정말 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 엘리베이터 사업에 참여하시겠습니까? 국가기밀 사업이라 한번 참여하면 수십 년 동안 기지에서 지내셔야 합니다. 그동안 외부와 완전히 연락을 끊어야 해서 남편분과도 연락하실 수 없습니다.]

"확실합니다."

정서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협의이혼을 신청했습니다. 일주일 뒤 숙려기간이 끝나면 이혼확인서를 받고 아무런 미련도 없는 자유인이 될 겁니다. 세상과 단절된 그 사업이 제게 아주 잘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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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아들이 죽은 뒤, 정서연은 배시현이 싫어하던 버릇을 모조리 고쳤다.더는 수시로 그의 행적을 캐묻지 않았고, 그가 외박해도 울거나 매달리지 않았다.교통사고를 당해 의사가 보호자에게 연락하라고 했을 때조차 정서연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고아라서 보호자가 없어요."하지만 간호사는 그녀를 알아보았다."사모님 맞으시죠? 배 대표님이 위층에 계시는데, 내려오시라고 할까요?"그제야 정서연은 이 병원이 배씨 집안 소유라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괜찮다고 했다.하지만 삼십 분 뒤, 배시현은 결국 병실로 내려왔다.남자의 서늘한 눈썹이 살짝 내려앉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밀려왔다."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정서연은 눈을 내리깔았다."다리가 부러진 것뿐이야. 별일 아니야."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녀를 보자 배시현은 이유도 모른 채 속이 뒤틀렸다.기억 속의 정서연은 유난히 응석이 많았다.연애할 때는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그의 품을 파고들어 달래 달라, 입 맞춰 달라, 안아 달라 졸랐다.그런데 지금은 다리가 부러지고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배시현이 무슨 말이라도 하려던 순간, 문밖에서 간호사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배 대표님은 신유라 씨를 정말 아끼시나 봐. 무릎이 조금 까진 것뿐인데 전문의들을 잔뜩 불러 놓고, 본인도 계속 곁을 지키고 계시잖아. 어디를 가든 직접 안아 옮겨서 발이 바닥에 닿지도 않게 하신대."배시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얼굴에는 노기가 어렸지만, 시선은 저도 모르게 정서연에게 향했다.그녀가 질투하며 화를 내기라도 기다리는 듯했다.그러나 정서연은 눈꺼풀조차 들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병상에 누워 쉬기만 했다.기분이 더욱 나빠진 배시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해명했다."저런 소리 듣지 마. 신유라가 촬영하다 무릎을 다쳐서 오는 길에 병원에 데려다준 것뿐이야."정서연은 가볍게 "응" 하고 대답한 뒤 입을 다물었다.배시현이 갑자기 성을 냈다."너, 내 말 못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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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정 교수님, 진심이십니까?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교수님이 배시현 대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분 때문에 좋은 기회를 그렇게 많이 포기하지 않으셨다면 벌써 수석 엔지니어가 되셨을 겁니다.]정서연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아파 왔다.이공계 출신인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과 이성을 잃지 않았다.그런데 배시현 앞에만 서면 이성의 끈이 순식간에 끊어졌다.마음과 시야가 온통 그로 가득 차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정서연의 사랑은 첫눈에 시작되어 오랜 세월 속에서 깊어졌다.두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같은 반이었고, 주변에서는 그들을 '전교 1, 2등 커플'이라고 놀렸다.시험만 보면 1등은 언제나 배시현, 2등은 언제나 정서연이었기 때문이다.정서연은 지기 싫어 죽을힘을 다해 공부하며 그를 넘어서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더 얄미운 건 배시현이 타고난 천재였다는 사실이었다.평소에는 공부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늘 전교 1등 자리를 지켰다.정서연은 겉으로는 매번 배시현과 날을 세웠지만, 속으로는 오랫동안 그를 남몰래 좋아했다.고등학교 3학년 때, 정서연은 용기를 내 배시현 앞에 섰다.얼굴을 붉힌 채 입을 열었다."배시현, 수능에서 내가 너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내 남자 친구가 되어 줄래?"그녀는 배시현이 매정하게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소년은 불쑥 가까이 다가와 장난스럽게 그녀의 귓가에 바람을 불었다."올해 자연계 전국 수석을 하면 너랑 결혼할게."그 농담 같은 한마디 때문에 정서연은 고3 내내 목숨을 걸다시피 공부했다.마침내 수능 전 과목 만점으로 자연계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배시현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그는 전국 언론 앞에서 요란하게 정서연에게 청혼했다.수백 대의 헬기를 동원해 도시 전체에 장미 꽃잎을 뿌렸고, 온 도시는 낭만적인 꽃바다로 뒤덮였다."정서연, 사랑해. 우리가 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나랑 결혼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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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정서연은 침대에 누운 채 전화를 받고 있었다.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그녀는 소리 없이 전화를 끊고 눈을 감은 채 잠든 척했다.배시현은 사나운 기세를 온몸에 두르고 병실로 뛰어들었다.가까이 다가온 뒤에야 침대 위의 정서연이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잠꼬대였구나...'배시현은 안도했다.하지만 꿈에서조차 정서연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용납할 수 없어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그는 정서연을 흔들어 깨웠다."서연아, 악몽 꿨어? 네가 울면서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무슨 꿈을 꿨길래 그렇게 서럽게 울었어?"정서연은 시선을 내리깔았다."별거 아니야. 서우 꿈을 꿨어. 꿈에서 아이가 울면서 왜 엄마 아빠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묻더라."심장이 찢기듯 아파 온 배시현은 정서연을 꼭 끌어안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 서우는 사고로 죽었어. 네 잘못이 아니니까 스스로를 그렇게 괴롭히지 마."그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우린 아직 젊어. 앞으로 아이가 또 생길 거야. 아주 많이 생길 수도 있어."정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슴이 얼어붙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물론 그녀는 젊었고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아들이 죽었는데 새 아이를 낳으면 모든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이제 정서연은 배시현과 다툴 힘조차 없었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화제를 돌렸다."배시현, 한밤중에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배시현은 흠칫하더니 갑자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서연아, 신유라가 속이 아파서 네가 끓이는 속 편한 보양수프를 먹고 싶대."정서연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사람을 한밤중에 깨워 신유라를 위한 보양수프를 끓이라고 한 것이다.배시현도 방금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을 했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다급히 말을 바꿨다."서연아, 넌 침대에서 내려올 필요 없어. 조리법만 알려 줘. 내가 끓일게."배시현은 위가 좋지 않아 자주 아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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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정서연은 눈꺼풀을 들어 배시현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조리법에 독이 있는지는 의사에게 보여 주면 알 수 있어.""아니면 진실 따위는 애초에 관심 없고 나한테 화풀이하고 싶은 거야? 그런 거라면 돌려 말하지 말고 그냥 벌을 줘. 감당할 테니까."신유라는 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정서연에게 누명을 씌운 적이 있었다.일부러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뒤 눈물을 글썽이며 정서연이 밀었다고 했다.정서연이 요리할 때 일부러 자기 손에 기름을 튀겨 놓고는 입술을 깨문 채 가련하게 말했다."새언니도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에요..."이런 일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예전의 정서연은 그토록 뻔한 모함을 천재라는 배시현이 왜 알아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제는 알았다.그가 몰라서가 아니었다.다친 신유라를 보며 아픈 마음과 분노를 쏟아 낼 희생양이 필요했을 뿐이다.그 희생양은 언제나 정서연이어야 했다.이제 정서연은 눈꺼풀을 들 마음조차 없었다.완전히 무감각해진 탓에 배시현이 자신을 오해해도 더는 상처받지 않았다.가슴이 막혀 온 배시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화풀이라니? 서연아, 억울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그렇게 차갑게 비꼬지 말고. 나는 네 남편이지 원수가 아니야."정서연은 눈을 감았다."이제 너한테 할 말 없어."배시현의 심장이 떨렸다."무슨 뜻이야? 나한테 할 말이 없다니?"그러나 정서연은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눈을 꼭 감고 듣지도, 보지도 않은 채 자신의 세상 밖으로 배시현을 완전히 밀어냈다.배시현은 점점 초조해졌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다시는 정서연을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정서연을 붙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든, 무슨 행동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한동안 침묵하던 배시현이 입을 열었다."내일은 서우 장례식 마지막 날이야. 나도 같이 밤을 새우며 아이 곁을 지킬게."정서연의 몸이 확연히 굳었지만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그때 문밖에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배 대표님, 신유라 씨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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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오늘은 정서연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날이었다.아들을 잃은 어머니보다 더 가슴 아픈 사람은 없었다.부러진 다리를 끌고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왔건만 배씨 집안 사람들은 정서연을 내쫓았다.그들은 몽둥이로 때리고 돌을 던지며 이제 막 아이를 잃은 어머니를 가장 잔인한 악의로 짓밟았다.돌에 맞은 정서연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다.누군가는 목발까지 빼앗아 무기처럼 휘둘렀다.바닥에 쓰러진 정서연은 얼굴과 온몸이 피로 얼룩졌다."그만해!"배시현이 달려와 정서연을 감쌌다."다들 미쳤어? 서우는 사고로 죽었고 서연이 잘못은 없어. 앞으로 누가 서연이에게 함부로 했다가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배시현은 눈빛만으로 사람들을 압도했다.집안의 실권자인 그에게 감히 맞설 사람은 없어 군중은 금세 흩어졌다.그제야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린 배시현은 정서연을 안아 위층으로 데려간 뒤 구급함을 꺼내 직접 상처를 치료했다.하지만 정서연은 조금도 감동하지 않았다.오히려 차가운 눈으로 배시현을 바라보며 물었다."배시현, 서우를 바다로 데려가 서핑을 시킨 건 신유라인데 왜 네 어머니는 내가 서우를 죽였다고 한 거야?"거즈를 들고 있던 배시현의 손이 굳었다.그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서연아, 너도 신유라가 이 집에서 처지가 애매하다는 걸 알잖아. 유라는 뒤바뀐 딸이라 원래부터 집안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 서우가 죽는 데 유라가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이 집에서 버틸 수 없을 거야.""하지만 넌 달라. 내 아내고 내가 지켜 주니까 누구도 함부로 못 해. 그러니 이번 일은 네가 유라 대신 떠안아 줘. 보상으로 백산그룹 지분 절반을 넘길게."말을 마친 배시현은 불안한 눈으로 정서연을 바라보며, 화를 내고 울면서 왜 신유라만 감싸느냐고 따질 줄 알았다.하지만 정서연은 오히려 너무도 평온해 그를 불안하게 했다.소리를 지르지도 울지도 않은 채 배시현을 담담히 흘겨보았다."마음대로 해. 난 상관없어."그녀가 승낙했으니 기뻐해야 하는데도 배시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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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배채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배시현의 정곡을 뼈아프게 찔렀다.배시현은 불같이 화를 냈다."입 다물어! 나와 서연이의 관계를 네가 함부로 판단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배채원에게 맞아 온통 피투성이가 된 신유라를 안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배시현이 사라지자 시어머니는 곧바로 집안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그들은 손에 잡히는 물건을 무기처럼 들고 험악한 기세로 위층에 올라왔다."정서연, 시현이가 떠났으니 이제 널 지켜 줄 사람은 없어."시어머니가 독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서우를 죽였으니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오늘부터 이 집에서 사는 하루하루를 지옥으로 만들어 주마!"시어머니는 직원들에게 턱짓했다.직원들이 곧장 달려들어 정서연을 묶었다.그들은 정서연을 아래층까지 끌고 내려갔다.시어머니는 그녀를 발로 차 수영장에 빠뜨린 뒤 머리채를 잡아 물속에 세차게 처박았다."서우는 물에 빠져 죽었어! 익사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 모를 테지? 괜찮아. 오늘 내가 직접 겪게 해 줄 테니까!"차가운 물이 폐로 밀려들자 정서연의 몸속 깊은 곳까지 극심한 통증이 번졌다.'너무 차갑고 괴로워...''서우가 죽을 때도 이렇게 고통스러웠을까? 바다에서 버둥거릴 때 엄마를 불렀을까?'정서연이 질식하기 직전, 시어머니가 머리채를 움켜쥐고 고개를 물 밖으로 끌어올렸다.본능적으로 숨을 들이마셨지만 한 번 채 쉬기도 전에 다시 물속으로 처박혔다."정서연, 넌 수영할 줄 알잖아. 그런데 왜 그때 바다에 뛰어들어 서우를 구하지 않았어?"시어머니가 원통한 듯 말했다."나한테 연기하지 마. 네가 시현이에게 복수한 거 다 알아. 시현이가 널 속인 것도, 마음속으로 신유라를 사랑하는 것도 미워서 그의 유일한 아이를 죽인 거잖아!"그 말을 들은 정서연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보라.사실 누구나 배시현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신유라라는 걸 알고 있었다.배시현만 혼자 현실을 부정하며 두 사람은 남매일 뿐이라고 끝까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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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예전에는 배시현이 속이 아프다고 한마디만 하면 정서연은 무슨 일을 하든 즉시 손을 놓고 속 편한 보양수프를 끓이러 갔다.한번은 일을 하다가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적도 있었다.그런데도 배시현이 속이 아프다고 하자 직접 주방에 들어가 수프를 끓였다.지금도 배시현은 속이 아팠다.하지만 정서연은 몸을 돌린 채 차가운 등만 내보였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배시현은 가슴 깊은 곳에서 숨이 막히는 듯한 통증이 올라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서연아, 요즘 왜 나한테 이렇게 차가워졌어? 예전의 넌 이렇지 않았잖아."정서연은 여전히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예전? 예전에는 내가 귀찮다고 늘 짜증 냈잖아. 이제 귀찮게 안 하는데 뭐가 불만이야?"그 한마디에 배시현은 말문이 막혔다.예전의 정서연은 늘 배시현을 따라다녔다.어디 가는지 묻고, 무슨 일을 하는지 신경 썼다.배시현은 그런 정서연이 귀찮았고 이유 없이 질투한다며 싫어했다.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호되게 몰아붙였다."그룹가의 안주인이라는 사람이 그 정도 포용력도 없어? 내 동생한테까지 질투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이제 정서연은 마침내 배시현이 바라던 대로 더는 매달리지도, 그의 생활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그런데 왜 배시현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픈 걸까?"서연아, 아직 서우 일 때문에 화가 난 거 알아."배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나를 믿어. 반드시 보상할게. 우리 앞날은 아직 길고, 네 마음을 되돌릴 시간도 얼마든지 있어."말을 마친 배시현은 몸을 숙여 정서연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뒤돌아 병실을 나갔다.그는 알지 못했다.자신이 떠나자마자 정서연에게 문자 두 통이 도착했다는 사실을.첫 번째 문자는 가정법원에서 보낸 것이었다.[정서연 님, 배시현 님과의 이혼확인서 발급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영업일 기준 삼 일 이내에 가정법원을 방문해 수령해 주십시오.]두 번째 문자는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왔다.[정 교수님, 우주 엘리베이터 사업이 내일 정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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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침 정서연이 군용 지프를 타고 떠날 때, 배시현은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아주머니, 서연이가 정말 달걀말이를 좋아해요?"배시현은 달걀을 풀면서 대수롭지 않게 투덜거렸다."너무 평범하잖아요. 환자식으로 가져가기에도 초라한데... 서연이가 좋아하는 다른 음식은 없어요? 손이 좀 많이 가는 거로요. 안 그러면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티가 안 나잖아요.""사모님은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셔서 고기는 잘 안 드시고 채소 반찬을 즐겨 드세요."아주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도 생선과 새우는 좋아하시니 도련님께서 새우 달걀볶음이랑 맑은 생선국을 만들어 보세요. 마침 다리도 다치셨으니 영양 보충에도 좋을 거예요."배시현은 좋은 생각이라며 곧바로 직원들에게 재료를 준비시켰다.주방에서 두 시간이나 씨름한 끝에 반찬 세 가지와 국 한 가지를 완성해 조심스럽게 보온 용기에 담은 뒤 병원으로 향했다.돌이켜 보면 정서연을 위해 직접 환자식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서연이가 보면 분명 감동하겠지?'그런 생각을 하자 배시현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자신이 만든 음식을 보고 정서연이 얼굴을 붉히며 웃는 모습까지 상상했다.하지만 보온 용기를 들고 정서연의 병실 문을 연 순간, 배시현은 그대로 굳었다.텅 빈 병실 어디에도 정서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간신히 잠잠해졌던 배시현의 마음이 순식간에 다시 요동쳤다.'서연이가 어디로 갔지?'왼쪽 다리에는 아직 깁스를 하고 있었다.목발 없이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디까지 갔겠는가? 화장실에 갔거나, 기분이 답답해 간호사에게 부탁해 아래층으로 산책을 나갔는지도 몰랐다.그는 간호사를 불러 정서연이 어디로 갔는지 물으려고 호출 버튼을 눌렀다.간호사가 곧바로 달려왔다."배 대표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배시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내 아내는 어디 있어? 이 아침부터 어디로 데리고 나간 거야?""저희는 사모님을 모시고 나간 적이 없습니다."간호사가 어리둥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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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배시현이 명령하자 부하들은 즉시 움직였다.그들은 가장 빠른 속도로 병원의 모든 CCTV 영상을 확보한 뒤 전날 밤 정서연의 이동 경로를 하나씩 맞춰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배 대표님, CCTV에 따르면 어젯밤 열한 시 반쯤 사모님께서 목발을 짚고 옆 병실의 신유라 씨를 찾아가셨습니다."부하가 공손히 보고했다."신유라 씨를 만난 뒤 큰 충격을 받으신 듯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목발을 짚은 채 절뚝거리며 병원을 나가셨습니다."보고를 들은 배시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무서울 만큼 험악해졌다.신유라.또 신유라였다!그 사고뭉치는 도대체 언제까지 자신에게 문제를 일으킬 셈인가?신유라의 경솔한 행동으로 배시현의 하나뿐인 아들이 죽었다.이미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일이었다.겉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 배시현 역시 속으로는 신유라를 원망했다.신유라가 굳이 서우를 바다로 데려가 서핑하자고 하지 않았다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즘 신유라가 얌전히 지냈다면 지난 정을 생각해 계속 눈감아 주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자중하기는커녕 갈수록 더 심하게 굴어 정서연을 쫓아내고 말았다.더는 참을 수 없었던 배시현이 격노하며 명령했다."신유라를 끌고 와!"그는 '불러 와'가 아니라 분명 '끌고 와'라고 했다.명령을 받은 부하들은 곧장 옆 병실로 달려가 신유라를 끌고 왔다.신유라는 배시현의 부하들을 알고 있었기에 저항하지 않았다.거친 손길에 침대에서 끌려 내려오면서도 순순히 처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굴었다.그러나 배시현을 보자마자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였다."오빠, 무슨 일이에요? 왜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봐요? 제가 또 뭘 잘못해서 오빠를 화나게 했어요?"예전에는 신유라가 억울함을 참고 견디는 듯한 표정만 지어도 배시현의 분노가 한순간에 연민으로 바뀌었다.남의 집에 얹혀살며 늘 눈치를 보는 신유라가 가여웠고, 기댈 곳이 없어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 연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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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병원의 CCTV에는 음성 녹음 기능까지 있었다.사실 배시현은 부하들에게 신유라를 끌고 오라고 명령하기 전에 이미 영상을 보았고, 전날 밤 그녀가 내뱉은 망언도 전부 들었다."신유라, 마지막 기회를 줄게."배시현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어젯밤 서연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솔직히 말해."신유라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또 울려는 기색을 보였다.하지만 눈물이 떨어지기도 전에 배시현이 차갑게 경고했다."잘 생각하고 입을 열어. 이번에도 거짓말하면 절대 용서하지 않아."신유라는 입술을 깨물고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오빠, 제가 어떻게 오빠를 속이겠어요?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저를 아끼고 지켜 준 사람은 오빠뿐인데..."신유라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배시현이 눈앞의 탁자를 걷어찼다."신유라, 어릴 때부터 내가 널 아끼고 지켜 줬다는 걸 알기는 아는구나!"걷어차인 탁자는 신유라를 향해 날아갔다.미처 피하지 못한 그녀는 탁자에 정통으로 부딪혔다.신유라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오빠, 거짓말 아니에요. 정말 거짓말하지 않았어요..."끝까지 잡아떼는 모습을 본 배시현이 냉랭하게 명령했다."CCTV 영상 틀어."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은 즉시 프로젝터를 가져왔다.프로젝터가 켜지며 병실의 흰 벽에 신유라와 정서연의 모습이 떠올랐다.영상 속 신유라가 거리낌 없이 웃었다."하하하, 정서연 씨.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요? 그럼 알려 드릴게요. 사실 그날 오빠도 거기 있었어요.""파도가 덮쳐 저와 서우가 동시에 바다에 빠졌어요. 오빠는 망설이지 않고 저부터 구하러 달려들었고, 불쌍한 아드님은 파도에 휩쓸려 갔죠..."CCTV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방자한 웃음소리를 듣자 신유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배시현의 분노도 그 순간 정점에 달했다.서우가 사고를 당한 날, 배시현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신유라는 거짓말을 했다.전날 밤의 이야기는 정서연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꾸며 낸 것이었다!배시현은 미쳐 버릴 것 같았다.오랜 세월 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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