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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Chapters

제21화

“아버님이 집안의 옥가락지까지 주셨는데 바로 본색을 드러내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최씨 집안 사모님이 돼?”“...”“송유희! 내 아들 놔!”동찬이 눈이 뒤집힌 채 달려왔다. 울고 있는 아이를 유희 품에서 급히 빼앗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을 들어 유희의 뺨을 세게 때렸다.짝!날카로운 소리가 조용해진 홀 전체에 울렸다.유희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왼쪽 뺨이 금세 붓더니 뜨겁게 아파 왔다. 입안에는 피 맛이 옅게 번졌다.유희는 뺨을 감싼 채 분노로 일그러진 동찬의 얼굴과 혜미의 눈에 숨길 생각도 없이 떠오른 통쾌함, 주변의 경멸과 비난이 담긴 시선을 차례로 바라봤다.모두가 자신을 죄인처럼 몰아세우고 있었다. 처참할 만큼 외로운 자리였다.‘강혜미, 정말 독하네.’‘친아들까지 미끼로 던져 나를 방금 전까지의 환대에서 끌어내리고...’‘눈 깜짝할 새 모두에게 욕먹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네.’“유희야...”동찬은 빠르게 부어오른 유희의 뺨을 보고서야 흥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목소리에 당황이 섞였지만 여전히 유희를 탓했다. “때리려고 한 건 아니었어. 그래도 너도... 이렇게 작은 아이를 다치게 하려고 하면 안 되잖아.”“하.”유희는 혀끝으로 찢어진 입안 살을 눌렀다. 눈빛은 차갑게 식었다.바로 뒤이어.짝!유희는 온 힘을 실어 동찬의 뺨을 후려쳤다. 조금 전보다 더 큰 소리가 났다.“이건 눈도 멀고 판단력도 없는 네가 정신 차리라고 때린 거야!”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동찬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유희를 바라봤다.사람들 앞에서 유희가 자신을 때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유희가 어떻게 나한테 손을 올려? 나를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이 어떻게?’“동서, 어떻게 서방님을 때려? 너무하잖아!”혜미는 화를 참지 못한 사람처럼 앞으로 달려들면서 유희의 몸을 강하게 들이받았다.아직 다 낫지 않은 유희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휘청이며 넘어졌다.뒤통수가 단단한 바닥에 부딪힐 고통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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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서방님!”혜미는 새하얗게 질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정란은 비명을 지르며 동찬에게 달려갔다.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인 팔을 보더니 금세 눈물을 쏟았다. “동찬아! 내 아들! 세호야, 동찬이는 네 사촌동생이야! 어떻게 사람 팔을 이렇게 만들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세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길을 막는 마른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을 뿐인 듯한 사람처럼 냉담했다.천천히 손을 거둔 세호는 더러운 것이 묻기라도 한 듯 손수건으로 손끝을 닦았다. 곧 몸을 돌려 유희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조금 전의 잔혹함과는 전혀 다른, 귀한 것을 다루는 듯한 손길이었다.세호는 공포에 질린 혜미와 유정란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죽음보다 차가운 경고가 떨어졌다.“다음에는 팔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세호는 유희를 안은 채 겁에 질린 사람들 사이를 지나 홀을 떠났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한정 생산된 최고급 세단 안.넓고 부드러운 뒷좌석에 앉은 유희의 허리 뒤에는 작은 쿠션까지 받쳐져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최세호의 시더우드 향이 여전히 느껴졌다.좁은 차 안에서는 최세호와 단둘이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의식됐다. 긴장한 채 손가락을 오므리면서, 유희는 옆으로 살짝 움직이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세호가 낮게 말했다.세호는 차량용 냉장고에서 냉찜질팩을 꺼냈다. 부드러운 수건으로 감싼 뒤 유희의 부은 뺨에 조심스럽게 댔다.실내 조명은 어두웠다. 세호가 몸을 기울이자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한 뼘도 되지 않았다.유희는 세호의 콧등에 있는 아주 작은 점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쇄골 아래 있던 작은 점이 떠올랐다.‘그만. 왜 또 그런 쪽으로 생각이 가는 거야!’찔린 마음에 뺨이 더 뜨거워졌다. 유희는 어색함을 감추려고 급히 말을 꺼냈다. “안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일이 많이 바쁘다면서요?”세호의 시선은 유희의 뺨에 머물러 있었다. 냉찜질 상태를 확인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저 유희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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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내일로 잡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신랑 신부 예복은 한 세트로 맞추는 편이 전체 분위기를 확인하기 좋으니까요.”‘최세호랑 같이 드레스를 보러 간다고?’유희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큰 부담이었다.하지만 오성재의 설명은 너무나 타당했다. 뚜렷하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네...”...씻고 잠자리에 들려던 유희는 핸드폰 화면에 찍힌 부재중 전화 숫자를 보고 멈칫했다. 무려 88통이었다.전부 동찬에게서 온 전화였다.‘팔까지 부러져 놓고 병원에서 치료나 받을 것이지, 전화할 정신은 남아 있나?’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번호를 차단하려던 때 새 메시지 하나가 화면 위로 떠올랐다.[유희야, 최세호가 너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지? 겁내지 마. 내가 지금 바로 갈게.]하루 종일 시달린 유희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잠만 자고 싶었다. 동찬이 또 스카이힐까지 찾아와 소란을 벌이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다시 전화가 울리자 짜증을 누르며 받았다.연결되자마자 동찬의 다급하고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희야, 드디어 받았구나! 최세호가 너한테 해코지한 거야?]유희는 기가 막혀 비웃었다. 목소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해코지? 최동찬, 기억에 문제라도 생겼어? 오늘 칠순 연회에서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내 뺨을 때린 사람은 너잖아.”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 억눌린 숨소리만 들렸다.[미안해...]꽤 뒤에야 동찬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회가 짙게 묻어 있었다. [유희야, 오늘은 내가 너무 흥분했어. 아이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막 나온 데다 너무 약해서... 걱정이 앞섰어.] [네가 아이를 해치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거야.]‘하...’이 지경이 됐는데도 유희가 아기를 해치려 했다는 생각만은 굳게 믿고 있었다.실망하고 마음이 식은 일이 너무 많이 반복됐다. 이제는 따지고 설명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유희가 차갑게 말했다. “그 아이가 그렇게 귀하면 눈앞에서 잘 지켜. 또 내 앞에 들이밀면 다음에는 정말 창밖으로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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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바로 유희였다.유희는 눈이 부실 만큼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정교한 실루엣이 가느다란 몸선을 우아하게 감쌌고, 길게 흐르는 베일은 옅은 안개처럼 어깨 뒤로 퍼졌다. 통유리를 통과한 햇빛까지 내려앉자, 현실의 사람이라기보다 꿈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유희 앞에는 같은 컬렉션의 신랑 예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남자는 고개를 조금 숙여 유희만 바라보며 손을 들어 흐트러진 베일을 부드럽게 정리해 줬다. 작은 동작에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친밀함이 배어 있었다.동찬의 발걸음이 바닥에 박힌 듯 멈췄다.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안색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유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는 거야?’‘말도 안 돼!’동찬은 유희가 정말 자신을 떠나는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나를 그토록 사랑한 유희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 있어?’‘유희는 내 아내야!’동찬의 손이 저절로 떨렸다. 처음 겪는 공포가 심장을 움켜쥐었다.눈에 핏발이 선 채 동찬은 웨딩숍 안을 향해 단숨에 돌진했다.그때 세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세호의 눈이 조금 가라앉았다. “전화 좀 받고 올게.”“네.” 유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세 벌을 연달아 입어 본 유희가 다음 드레스를 보러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굳은 얼굴의 동찬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송유희,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고집부리는 것도 선이 있어. 다른 남자랑 결혼하는 척해서 나를 자극하겠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까지 해야겠어?”“너를 자극한다고?”유희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동찬의 손 때문에 드레스 소매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했다.유희가 비웃었다. “최동찬, 자의식 좀 줄여. 내 인생이 걸린 결혼을 네가 화나게 하는 데 쓸 것 같아? 네가 그 정도로 대단해?”“울남시에서 네가 내 여자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어? 누가 감히 진짜로 너랑 결혼하겠어?”동찬의 눈빛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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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너... 어떻게 내 다친 팔을...” 동찬의 목소리가 떨렸다.유희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만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내가 최세호와 결혼한다는 걸 못 믿겠어? 그럼 직접 물어봐.”동찬의 팔은 여전히 뼛속까지 쑤셨고 피가 손등을 타고 흘렀다.눈앞의 유희는 동찬이 알던 사람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 혼란과 상처가 뒤엉킨 채 동찬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네가 대체 왜 이렇게 변했어? 형수가 내 아이 하나 낳아 준 게 전부잖아. 왜 끝도 없이 일을 키우는 거야? 언제까지 이럴 생각이야?”자기 말만 옳다고 믿는 동찬을 보고 있으니 유희는 지긋지긋했다.세호 쪽을 바라보니 통화가 끝난 듯 핸드폰을 내리고 있었다.‘잘됐네.’세호가 직접 말해 준다면 동찬도 더는 자기 멋대로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확실히 끝낼 수 있었다.따르릉-그때 동찬의 전화가 다급하게 울렸다.화면도 보지 않고 끊었지만 벨소리가 다시 이어졌다.동찬은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뭔데?”혜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가 이상해요. 설사하고 토하고 열이 41도까지 올랐어요! 왜 병원에 없는 거예요? 빨리 와요!]혜미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떨리고 있었다.“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동찬은 습관처럼 유희에게 손을 뻗었다. “너도 일단 나랑 병원 가.”유희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한 번만 더 나한테 손을 대면, 이번에는 그 팔 진짜 다시 부러뜨려 줄 테니까.”동찬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깁스 안쪽의 통증이 유희가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 줬다.동찬은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유희를 바라보다 결국 이를 악물었다.“유희야, 너 정말 너무 제멋대로야.”그 말을 남기고 동찬은 망설이지 않고 돌아섰다. 병원으로 가기 위해 빠르게 매장을 떠났다.유희는 다급하게 멀어지는 동찬의 뒷모습을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바로 전까지 세호가 자신에게 화풀이할까 걱정된다고 떠들더니, 아이에게 일이 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유희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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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말을 마치자 동찬의 핸드폰이 연달아 진동했다.친한 지인들이 모인 단톡방이었다.[동찬아, 큰 소식! 최세호가 그렇게 못 잊던 첫사랑 지예라가 돌아왔대!][내가 뭐랬어. 예전에 최세호가 지예라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뻔했잖아.] [지예라가 떠난 뒤에는 여자라면 근처에 오는 것도 싫어하더니,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면 신부는 뻔하지. 내가 장담하는데 지예라가 맞아.][오히려 잘됐네. 최세호는 몇 년 동안 약점 하나 없이 너를 누르고 최씨 집안에서 영향력도 계속 키웠잖아.] [이제 유일한 약점이 돌아왔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정신 바짝 차리고 기회 잡아.]동찬은 화면의 글자를 하나하나 뚫어지게 읽었다. 잔뜩 당겨 놓은 고무줄 같던 긴장감이 툭 끊어지듯 풀렸다.‘지예라였구나.’‘그래. 그 일을 왜 잊고 있었지.’‘최세호처럼 냉정한 사람이 결혼까지 받아들일 상대라면 지예라 말고 누가 있겠어?’‘유희는 역시 지예라 대신 드레스를 입어 본 것뿐이야.’동찬은 자신이 너무 흥분해 엉뚱한 생각까지 했다고 여겼다.길게 숨을 내쉬자 안도한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비서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대표님, 그럼 조사 건은...”“됐어.” 동찬이 손을 내저었다. 목소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오해한 거야. 더 알아볼 필요 없어.”혜미는 갑자기 편안해진 동찬을 보자, 속에서 질투가 더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아이까지 낳았는데도 동찬은 여전히 유희에게 이렇게 흔들렸다. 이대로 두면 아들까지 동찬을 붙잡아 두지 못할 것 같았다.혜미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자기 문제를 치워 줄 사람은 김민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번에도 들려온 것은 전원이 꺼져 있다는 기계적인 안내음이었다.“젠장.”혜미는 낮게 욕하며 손바닥에 손톱이 박히도록 주먹을 쥐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독사처럼 마음을 휘감았다....결혼식 당일.리안호텔 신부 대기실.커다란 통유리를 지난 햇빛이 방 안을 따뜻하고 환하게 채웠다.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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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유희는 눈썹을 살짝 올리면서 전화를 받았다.혜미가 일부러 높인 목소리로 자랑하듯 말했다.[기사 봤어? 오늘 울남시 최고급 호텔인 리안호텔에서 우리 아들 장손 공식 발표 연회가 열려.][최동찬이 울남시에서 제일 크고 화려하게 하겠대. 이름 좀 있다는 사람은 전부 올 거야.][오늘부터 모두가 알게 되겠지. 내 아들이 최동찬의 정식 장남이고 앞으로 후계자가 될 아이라는 걸.] [나하고 최동찬 사이도 누구도 못 끊어. 우리는 앞으로도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살 거야.]혜미의 도발을 들으며 유희는 거울 속 웨딩드레스 차림의 자신을 바라봤다. 어이없을 만큼 우스웠다.“오늘 같은 날 굳이 나를 건드리고 싶은 거야?”유희의 붉은 입술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최동찬은 내가 그 연회에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내가 지금 바로 가면 행사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혜미가 발끈했다. [네가 감히!]유희는 조용히 웃었다.“네가 불편해지는 거라면 나는 기꺼이 갈 수 있는데...”“내가 안 가길 원하면 핸드폰에 대고 세 번 크게 말해.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충분히 크게 말하면 생각해 볼게.”[송유희, 너!]혜미의 숨이 거칠어졌다. 이를 가는 소리까지 들릴 듯했다.유희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셋 셀 동안 안 하면 바로 갈 거야. 하나, 둘, 셋...”[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전화기 너머 혜미의 목소리가 거의 무너졌다. [됐지?]유희가 웃었다. “녹음했어.”[송유희!!!]유희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고 녹음 파일을 저장했다. 통쾌하고 차가운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옆에 있던 오성재가 웃으며 조용히 알렸다. “사모님, 결혼식 시작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이동하셔야 합니다.”문이 열리고 같은 제복을 입은 직원 네 명이 공손하게 들어왔다. 무겁고 화려한 드레스 자락을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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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동찬은 바로 고개를 세게 흔들어 터무니없는 생각을 밀어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저 사람은 지예라야.’‘오늘은 최세호와 지예라의 결혼식이잖아.’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 신부를 유희로 착각할 수 있을까?’“동찬아! 시작 시간 다 됐는데 문 앞에서 뭐 하고 있어?”유정란이 연회장 안에서 나와 못마땅하게 재촉했다. “애도 못 낳는 게 자존심 세우고 안 오겠다는데 잘됐지. 누가 그런 애한테 내 귀한 손자의 엄마 노릇 시키고 싶대? 재수 없어.”동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집스럽게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올 거예요.”유희는 마음이 약했다. 자신이 알던 유희이라면 정말 끝까지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아이를 안고 넋이 나간 동찬을 바라보면서 혜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아이의 여린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세게 꼬집었다.“으앙!”아기는 갑자기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놀란 유정란이 아이를 얼른 받아 안았다. “아이고, 우리 귀한 손자가 왜 이렇게 울어? 괜찮아, 괜찮아. 할머니가 여기 있잖아.”유정란이 동찬을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봐, 아이도 울잖아. 정해 둔 시간에 아버지와 후계자 발표를 해야 좋은 뜻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데, 시간을 놓치면 애한테 좋을 게 뭐가 있어.”“동찬아, 유희 하나 때문에 네 아들 앞날까지 망칠 거야?”동찬은 유정란 품에서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우는 아이와 여전히 아무 답도 없는 핸드폰을 번갈아 봤다. 마음속에서 심한 갈등이 일었다.결국 힘없이 한숨을 내쉬고 마지막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유희야, 이번에는 네가 정말 너무했어.’동찬은 유정란에게 말했다. “가요. 들어가죠.”두 사람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말끔한 정장 차림의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시원시원한 분위기의 여자는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직 시작 안 했지? 늦은 거 아니지? 동찬아, 미란 이모, 축하해요. 조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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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세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주변 공기를 단숨에 바꿨다.유희 앞으로 다가간 동찬이 팔을 잡으려고 했다. 흥분한 탓에 목소리까지 달라져 있었다.“장난이 너무 지나쳤어! 유희야, 이건 선을 넘었어. 당장 나랑 돌아가!”유희는 한 걸음 물러나면서 동찬의 손을 피했다. 눈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장난? 여기까지 와서도 내가 너 상대로 장난치는 것 같아?”“이게 장난이 아니면 뭔데? 결혼은 장난감이 아니야. 형도 네가 나를 자극하려고 이용할 사람이 아니고. 정신 차려.”동찬은 견디기 힘들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넌 내 아내야. 우리 이미 결혼식도 했잖아!”“법적으로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유희는 차분하지만 잔인할 만큼 분명하게 짚었다. “그 눈 오던 밤, 네 어머니가 나를 집 밖으로 내쫓는 걸 네가 가만히 보고 있던 때부터 우리 사이는 끝났어.”“그건...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나는 널 사랑해. 내 입장도 이해해 줘야 하잖아.”동찬은 다급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스스로 듣기에도 힘이 없었다.“미안하지만.”유희는 더 이상 동찬을 보지 않았다. 세호 쪽으로 몸을 돌려 팔짱을 살며시 끼었다. “나는 이미 세호 씨의 아내야.”“유희야, 여보... 그러지 마.”동찬이 또 손을 뻗었지만 최세호가 앞으로 나서며 가볍게 쳐냈다.세호의 시선이 서늘한 칼날처럼 동찬의 얼굴을 훑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동찬아. 내 결혼식에 들어와서 내 아내를 데려가겠다고? 예의가 너무 없네.”세호는 짧게 말을 멈췄다가 한 글자씩 또렷하게 덧붙였다. “호칭도 고쳐. 이제 유희한테는 형수님이라고 불러.”“최세호!”동찬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유희가 내 아내였다는 걸 알면서 왜 결혼해? 사촌동생의 여자였던 사람을 형이 데려가 놓고 울남시 사람들이 비웃는 게 두렵지도 않아?”“사촌동생의 여자를 빼앗았다고?” 세호가 짧게 비웃었다. “그 말은 네가 할 처지가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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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동찬이 예식장 밖으로 밀려났을 때, 마침 유정란과 혜미가 달려왔다.유정란은 넋이 빠진 사람처럼 창백한 동찬을 보자 속이 상하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닫힌 예식장 문을 향해 거침없이 욕을 퍼부었다.“송유희 저 못된 것! 어떻게 감히 이럴 수가 있어?” “네가 최세호하고 원수처럼 지내는 걸 뻔히 알면서 그 사람과 결혼해? 일부러 네 가슴에 칼을 꽂으려는 거잖아.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독해!”혜미는 속으로는 샴페인이라도 터뜨리고 싶을 만큼 기뻤다.겉으로는 걱정과 불안을 가득 담은 표정을 만들고 동찬의 멀쩡한 쪽 팔을 부드럽게 붙잡았다.“진정해요.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우리 쪽도 시작 시간이 다 돼 가요. 하객들도 전부 기다리고 있는데, 이대로 늦으면 아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올 거예요.”“그러니까 일단 돌아가서 급한 일부터 마무리해요.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잖아요.”혜미는 동찬을 데리고 돌아가려 했다.동찬은 팔을 거칠게 빼냈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던 혜미가, 상처받고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동찬을 바라봤다.동찬은 혜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텅 빈 눈이 혜미 품의 아이에게 내려갔다.예전의 다정함과 기대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잘못의 시작이 된 성가신 존재를 보는 듯 차갑고 낯선 눈이었다.“형수님, 제가 잘못했어요.”잔뜩 갈라진 동찬의 목소리는 후회로 거칠었다. “제가... 형수님하고 아이를 만들면 안 됐어요.”그는 이제야 유희가 아이의 존재를 얼마나 견디기 힘들어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혜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를 급히 품에 더 세게 안고 울먹였다.“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당신 친아들이에요!”“지금 마음이 무너진 건 알아요. 그래도 정신 차려야 해요. 우리 아이 앞날부터 생각해야 하잖아요!”유정란도 상황을 알아차리고 급히 거들었다. “맞아. 아이가 최씨 집안의 대를 이을 사람이고 제일 중요해. 다른 일은 다 뒤로 미뤄야지.”“송유희 때문에 정해 둔 발표 시간까지 놓쳐서, 아이한테 평생 말이 나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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