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여종이 고개를 살짝 밀어 넣으며 아뢰었다."아가씨! 꽃가마가 대문 앞에 도착했습니다!"송씨가 손수 임서아의 머리 위에 붉은 너울을 씌워 주었다.순간, 임서아의 눈앞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었다.시녀의 조심스러운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선 그녀는, 제 손을 심태건의 손 위에 가만히 얹었다.붉은 너울 너머로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손바닥에 배어난 옅은 땀기운만큼은 또렷하게 전해졌다.늘 대범하고 침착하던 심태건이, 오늘만큼은 마치 풋풋한 소년처럼 긴장하고 있었다.임서아는 그의 세심한 호위를 받으며 꽃가마에 몸을 실었다.강남의 혼례 풍습에 따라, 꽃가마는 온 성안의 백성들에게 경사를 알리기 위해 도심을 한 바퀴 빙 돌았다.한편,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한적한 모퉁이.마차 한 대가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차도진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마차에 기대고 있었다.그는 아득히 멀리 보이는, 눈이 부시다 못해 쓰라린 붉은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황홀한 환각처럼, 눈앞의 광경이 얼마 전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과 천천히 겹쳐 들었다.꿈속의 임서아는 붉은 혼례복을 입고 자신과 맞절을 올리며 혼례를 치렀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다른 이가 준비한 혼례복을 입고 기쁨에 가득 찬 채 다른 사람의 곁에 서 있었다.심장 깊은 곳에서 통증이 사정없이 휘몰아쳤다.그는 문틀을 부서뜨릴 듯 움켜쥐었다. 하얗게 질린 마디마디가 사정없이 떨렸다.지난 며칠간, 그는 그녀를 위해 중상을 입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헤매었건만, 임서아는 단 한 번도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완전히 지워 버리고, 다른 이의 아내가 되었다.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된 그에게, 대체 무슨 자격이 있어 달려가 그녀를 빼앗아 올 수 있단 말인가.한참 뒤, 차도진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눈동자에는 깊고 어두운 쓸쓸함만이 남아 있었다.이윽고 그가 쉰 목소리로 하인에게 나지막이 명령했다."가자."성을 한 바퀴 돌아온 꽃가마가 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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