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한복판, 붉은 혼례복을 입은 차도진이 말 위에서 위풍당당하게 행렬을 이끌었다. 여덟 명의 하인이 짊어진 거대한 혼례 가마가 뒤를 잇는 가운데, 길 양옆은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마침내 가마 행렬이 저택 문 앞에 멈춰 섰다.차도진은 말에서 번쩍 내려 성큼성큼 안채로 향했다.잠시 후, 문이 열리자 화려한 붉은 혼례복을 입은 연희가 하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금실로 새겨진 봉황 문양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순간, 차도진의 입꼬리가 한껏 말려 올라갔다.그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 연희를 단번에 번쩍 안아 들었다.몸을 돌리는 순간, 차도진의 시선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문간방에 닿았다.자신이 배정한 하인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는 만족스럽게 시선을 거두었다.차도진은 웃음을 지으며 연희를 꽃가마에 태웠다.이윽고 요란한 풍악 소리와 함께 행렬이 세자부로 향했다.세자부에 도착한 차도진은 연희를 조심스레 부축해 화로를 넘게 한 뒤 정전으로 이끌었다.예관의 드높은 목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천지신명께 절, 부모님께 절, 부부 맞절!"의식이 차례로 진행되는 동안, 너울 아래 숨겨진 연희의 얼굴이 불그스레 물들어 갔다.그러나 평처가 들어와 폐백을 드릴 순서가 되었음에도, 임서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시간이 흐를수록 빈객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번져 나갔다."아니, 서아 아가씨는 왜 아직도 안 나오시는 건가?""아무래도 원치 않으시는 거겠지. 명색이 태부의 하나뿐인 적손녀이신데, 몸종 출신과 동급인 평처로 들어와 폐백까지 올리라니. 어느 누가 받아들이겠나?""내 말이! 세자 저하를 위해 삼 년이나 병시중을 드셨는데, 결국 제 몸종한테 자리를 빼앗긴 꼴이 아닌가. 쯧쯧..."수군거리는 비아냥이 차도진의 귓가에 토씨 하나 빠짐없이 꽂혔다.상좌에 앉아 있던 차도진의 얼굴이 차갑게 식어 갔다.그가 매서운 눈빛으로 좌중을 훑어내리자, 사람들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그때, 임서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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