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진 산줄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니 어린 여자의 목을 옥죄는 밧줄처럼 보였다.헬기에서 내린 하여빈은 사방을 둘러싼 산을 바라봤다. 진실을 몰랐다면 진짜 한미연이 평생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회전날개가 만든 거센 바람이 하여빈의 짙은 코트 자락을 들춰 올렸다. 손목에 감아 둔 펜던트가 드러났다.깨진 조각들을 정교하게 이어 붙였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옅은 금이 보였다.하여빈은 손목을 들어 펜던트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다정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우리 희애, 조금만 기다려. 삼촌은 너 절대 안 놓쳐!”뒤에서는 경호원들이 얼굴이 퉁퉁 붓도록 맞은 최대식을 헬기에서 끌어 내렸다.“아이고...”최대식은 이미 겁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다. 메추라기처럼 목을 움츠리고 얌전히 앞장섰다.길갓집들에서 나온 주민 몇 명이 최대식을 알아보고 지역 사투리로 비웃었다.“대식아, 한씨네 딸 따라 진해시 가서 큰돈 번다더니 왜 산돼지처럼 묶여 왔냐? 꼴 보기 좋구나.”“한씨네 큰딸은? 돈 많은 남자 하나 잡았다며? 진짜야?”“...”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만만한 사람에게만 센 최대식은 주민들에게 바로 욕을 퍼부었다. “꺼져, 다 꺼지라고!”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 특히 하여빈에게는 큰소리 한마디 내지 못했다.“대표님, 여기서 500미터만 더 가면 한미연 씨가 끌려간 집입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거친 고함이 들렸다. “이 미친 여자가 또 도망가려고 해? 오늘 죽여 버린다!”곧 주먹과 발이 사람 몸을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우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하여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눈짓하자 경호원이 달려가 남자를 걷어찼다. 밑에 깔려 있던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여자가 드러났다.여자를 알아본 최대식이 반색했다. “한미연!”하여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얼굴은 흉터투성이였고 몸은 뼈가 드러날 만큼 앙상했다. 때가 눌어붙어 원래 색도 알아볼 수 없는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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