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장미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다

장미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다

Por:  가을연Completado
Idioma: Korean
goodnovel4goodnovel
17Capítulos
21vistas
Leer
Agregar a biblioteca

Compartir:  

Reportar
Resumen
Catálogo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신희애는 차갑기로 소문난 ‘삼촌’ 하여빈을 대신해 총알을 세 발이나 맞으며 그의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마침내 강숙원 회장에게서 하여빈과의 결혼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정작 신희애가 총상으로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동안, 하여빈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결혼 상대를 발표했다. HT그룹의 장학생 출신, 한미연. 그 소식 하나로 진해시 전체가 들썩였다. 하여빈이 손수 키우다시피 한 떨기 장미 같은 아가씨인 신희애가 얼마나 불같은 성격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연은 진해일보의 인턴 기자에 불과했다. 명문가의 외동딸 신희애가 굳이 눈길조차 줄 필요 없는 상대라는 게 주변의 평가였다. 그렇기에 신희애가 하여빈과 한미연의 약혼식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하객들은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했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그 천방지축 아가씨가, 오늘만큼은 제대로 사고를 칠 거라고. 하여빈 역시 얼굴을 굳힌 채 본능적으로 한미연을 등 뒤로 감쌌다. “신희애, 선 넘지 마.” 그러나 신희애는 화를 내지도, 울지도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을 바라보며 눈부시게 웃었다. 그리고 평소답지 않게 얌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좋은 분 만나신 거 축하해요.”

Ver más

Capítulo 1

제1화

“예전엔 제가 어려서 철이 없었어요. 사과하는 뜻으로 한미연 씨에게 드릴 약혼 선물을 준비했어요.”

말을 마친 신희애가 손뼉을 두 번 치자 경호원들이 선물을 연달아 들여왔다. 백 개가 넘는 상자가 금세 작은 산처럼 쌓였다.

연회장은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조용해졌고 하여빈의 눈에도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

반면 신희애의 눈앞에는 댓글이 폭발하듯 쏟아졌다.

[희애야, 안 돼! 네가 이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이잖아! 한미연은 악역이고, 남주인공인 하여빈 대표는 한미연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

[한미연은 하 대표의 돌아가신 은사님이 잃어버린 친딸이야. 진해시에 자리를 잡게 지켜 주려고 결혼하는 것뿐이야.]

[한 달 뒤에 한미연이 유언장에 적힌 25살 생일을 지나 유산을 상속받고 나면 하 대표는 바로 헤어질 거라고!]

[답답해 죽겠어! 희애야, 우리 하 대표 좀 봐. 저기 서 있는데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이잖아. 너한테 차갑게 구는 건 경호원들이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상처도 덜 나은 네가 여기까지 돌아다니게 뒀다고 화난 거야.]

[네가 총 맞고 과다출혈 왔을 때 하 대표도 직접 수혈해 주다가 자기가 먼저 쓰러질 뻔했어! 자기 손으로 키운 애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

빽빽한 댓글이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면서 눈앞을 뒤덮었지만 신희애는 가슴 한가운데의 통증을 눌러 삼키며 못 본 척했다.

신희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여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웃고 있는데도 눈가가 시큰했다.

“저, 이분을 숙모로 인정할게요. 그러니까 삼촌도 우리 집안에서 내려온 펜던트 돌려주세요.”

댓글창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희애야, 18살에 고백하면서 건넨 그 펜던트를 왜 돌려받아?! 하 대표가 그걸 얼마나 아끼는지 너는 몰라. 다른 사람은 손도 못 대게 한다고!]

바로 그때 한미연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희애 씨가 말하는 게 이거예요?”

한미연이 핸드폰을 꺼냈다. 신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펜던트가 핸드폰 케이스에 매달려 있었다.

신희애는 정면으로 뺨을 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졌다.

귀 안쪽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계속 떠들썩하던 댓글창마저 말을 잃었다.

신희애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한미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희애 씨. 제가 이걸 만지는 게 싫었다면 지금 바로 떼서 돌려줄게요. 화내지 말아요...”

한미연은 펜던트를 떼어 신희애에게 건네는 척하다 손에서 놓쳐 버렸다.

쨍!

짙은 초록빛 에메랄드 펜던트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깨졌다.

연회장 곳곳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터졌다.

18살에 신희애가 모두가 지켜보는 고백 자리에서 하여빈에게 했던 맹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우리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이 펜던트를 받아 주면, 이제 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이 펜던트가 멀쩡히 있는 한 우리도 계속 함께인 거고요. 만약 이게... 깨지는 날이 오면, 그땐 저도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을 거예요!”

신희애는 핏기 없는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펜던트의 깨진 조각들만 바라봤다.

한미연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하여빈의 소매를 꼭 붙들고 눈물을 쏟았다.

“죄송해요. 제가 또 일을 망쳤어요... 지금 바로 사람 불러서 복원할게요...”

떨리는 손으로 조각을 줍던 한미연의 손가락이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였다.

붉은 피가 옥 조각 위로 떨어졌다.

“손대지 마요!”

신희애가 한미연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하여빈이 신희애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엄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너 갈수록 너무하잖아. 미연 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펜던트 하나 깨졌다고 사람한테 손까지 올리려고 해?”

싸늘하던 하여빈의 시선이 붉게 젖었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신희애의 눈과 마주치자 말끝이 흐려졌다.

“너... 왜...”

“삼촌이 오해했어요.”

신희애는 쓰린 감정을 억누르며 웃었다. 손목을 빼낸 뒤 손바닥을 펼치자 작은 밴드 하나가 놓여 있었다.

“펜던트 하나잖아요. 깨진 건 괜찮아요. 한미연 씨 손가락이 베였으니 삼촌이 얼른 치료해 줘야죠.”

하여빈의 가슴이 이유 없이 조여 왔다.

신희애가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며 다른 여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협박할 거라고 예상했지, 이렇게 순순히 물러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신희애의 익숙하지 않은 태도가 하여빈을 불안하게 했다.

마치 아주 귀한 무언가가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듯했다.

하여빈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의사가 상처 회복을 위해서 잘 쉬라고 했잖아. 방에 올라가서 쉬어.”

신희애의 웃음이 더 환해졌다.

“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 말을 끝으로 신희애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돌아섰다.

뒷정원 깊숙이 들어서자 약혼식의 소란도 완전히 멀어졌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자 신희애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곁에서 김자영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이렇게 마음 아파하면서 왜 한 번 더 붙잡아 보지 않으세요? 대표님이 지난 세월 아가씨를 아껴 온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니었잖아요.”

그랬다. 13살에 부모를 잃고 하씨 집안에 들어온 뒤, 10년 동안 하여빈이 신희애에게 베푼 다정함은 분명 진심이었다.

밖에서는 차갑고 위압적인 남자였지만 신희애 앞에서만큼은 인내심 많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전생의 신희애는 댓글들의 부추김에 휩쓸려 약혼식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까지 꺼내며 울고 소리쳤다.

결국 하여빈은 마음이 약해져 한미연과의 약혼을 깨고 신희애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 날, 한미연은 아버지의 유산을 노리던 악독한 친척들에게 몰려 바다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비보를 들은 하여빈은 크게 무너졌다.

은사의 유일한 혈육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짓눌렸고, 질투에 눈이 멀었던 신희애까지 원망했다.

그 뒤로 하여빈은 신희애와 제대로 말을 섞지 않았다.

신희애가 울면서 매달려도, 목숨을 끊겠다고 협박해도 차갑기만 했다.

신희애가 임신한 뒤에는 아예 추모공원 근처 별채로 옮겨 한미연의 묘를 매일 찾았다.

신희애는 끝내 무너졌다.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아이까지 잃었다.

소식을 들은 하여빈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체념한 듯 말했다.

“미연 씨한테 목숨으로 갚았다고 생각하자.”

그제야 신희애는 자신이 얼마나 끔찍하게 잘못된 길을 걸어왔는지 깨달았다.

그날 밤, 신희애는 아이의 작은 유골함을 품에 안은 채 집에 불을 질렀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한미연이 진해일보 정규직이 되기 위해 하씨 집안의 비밀 연구시설 위치를 일부러 흘려 무장 괴한을 끌어들인 날로 돌아와 있었다.

10년 동안 키워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신희애는 이번 생에서도 하여빈을 대신해서 총을 맞았다.

다만 다시 주어진 삶에서는 집착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

정신을 가다듬은 신희애는 눈물을 닦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께 데려다주세요.”

집 안의 불당에서 강숙원 회장은 눈을 감은 채 경전을 읊고 있었다.

신희애는 반듯하게 무릎을 꿇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 집안의 다른 미혼 여자들 대신 제가 동남아로 가서 정략결혼을 할게요.”

강숙원이 염주를 굴리던 손을 멈췄다. 안쓰러움과 체념이 뒤섞인 목소리가 흘렀다.

“참 모진 인연이구나...”

강숙원 회장은 카드 한 장을 꺼내 신희애에게 내밀었다.

“여기 네 부모가 너에게 남긴 유산 4천억 원이 있다. 내가 혼수로 6천억 원을 더 보탰어. 정말 내려놓기로 했다면, 앞으로는... 네 삶을 잘 살거라.”

신희애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시 한번 깊이 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와 삼촌이 그동안 저를 돌봐 주신 것, 정말 감사해요. 제가 동남아로 시집가는 일은 당분간 삼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강숙원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신희애가 몸을 일으켰다.

불당 문을 열고 나오려던 신희애는 문 옆에 서 있는 큰 체격의 남자를 발견했다.

하여빈이 신희애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는 묘하게 잠겨 있었다.

“나한테 뭘 말하지 말라는 거지?”

Expandir
Siguiente capítulo
Descargar

Último capítulo

Más capítulos

A los lectore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Sin comentarios
17 Capítulos
제1화
“예전엔 제가 어려서 철이 없었어요. 사과하는 뜻으로 한미연 씨에게 드릴 약혼 선물을 준비했어요.”말을 마친 신희애가 손뼉을 두 번 치자 경호원들이 선물을 연달아 들여왔다. 백 개가 넘는 상자가 금세 작은 산처럼 쌓였다.연회장은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조용해졌고 하여빈의 눈에도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반면 신희애의 눈앞에는 댓글이 폭발하듯 쏟아졌다.[희애야, 안 돼! 네가 이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이잖아! 한미연은 악역이고, 남주인공인 하여빈 대표는 한미연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한미연은 하 대표의 돌아가신 은사님이 잃어버린 친딸이야. 진해시에 자리를 잡게 지켜 주려고 결혼하는 것뿐이야.][한 달 뒤에 한미연이 유언장에 적힌 25살 생일을 지나 유산을 상속받고 나면 하 대표는 바로 헤어질 거라고!][답답해 죽겠어! 희애야, 우리 하 대표 좀 봐. 저기 서 있는데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이잖아. 너한테 차갑게 구는 건 경호원들이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상처도 덜 나은 네가 여기까지 돌아다니게 뒀다고 화난 거야.][네가 총 맞고 과다출혈 왔을 때 하 대표도 직접 수혈해 주다가 자기가 먼저 쓰러질 뻔했어! 자기 손으로 키운 애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빽빽한 댓글이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면서 눈앞을 뒤덮었지만 신희애는 가슴 한가운데의 통증을 눌러 삼키며 못 본 척했다.신희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여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웃고 있는데도 눈가가 시큰했다. “저, 이분을 숙모로 인정할게요. 그러니까 삼촌도 우리 집안에서 내려온 펜던트 돌려주세요.”댓글창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희애야, 18살에 고백하면서 건넨 그 펜던트를 왜 돌려받아?! 하 대표가 그걸 얼마나 아끼는지 너는 몰라. 다른 사람은 손도 못 대게 한다고!]바로 그때 한미연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희애 씨가 말하는 게 이거예요?”한미연이 핸드폰을 꺼냈다. 신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펜던트가 핸드폰 케이스에 매달려 있었다.신희애는 정면으로 뺨을 맞은 듯
Leer más
제2화
신희애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손톱으로 손바닥을 깊이 눌러서야 표정을 지킬 수 있었다.한 걸음 물러서 하여빈과 거리를 벌린 신희애가 공손하면서도 선을 긋는 목소리로 답했다. “서프라이즈예요. 삼촌과 한미연 씨 결혼 축하 선물.”‘그 선물은... 내가 삼촌 곁에서 영영 사라지는 거야.’신희애가 일부러 멀어지는 걸 눈치챈 하여빈의 미간이 아주 살짝 좁아졌다. 잠시 뒤 낮고 쉰 목소리가 이어졌다.“네가 스스로 정리했다니 다행이다. 난 너보다 열 살이나 많고, 호칭으로도 네 삼촌이야. 앞으로 나랑 결혼하겠다는 말 같은 건 하지 마. 아직 어리니까 또래들도 많이 만나 보고.”그때 댓글이 다시 떠올랐다.[희애야, 믿지 마! 네가 거리를 두니까 상처받아서 일부러 반대로 말하는 거야. 네가 18살에 고백한 뒤로 하여빈 대표는 이미 마음을 정했어.][10살 차이든 삼촌이라는 호칭이든 사실 하나도 신경 안 쓴다고. 다만 네가 아직 너무 어리고 세간의 시선에 다칠까 봐 지금은 사귀지 않는 것뿐이야!][맞아. 아까 급하게 널 찾으러 온 것도 깨진 펜던트를 복원 맡겼다고 말해 주려던 거야. 돈도 아끼지 않고 제일 실력 좋은 복원 장인으로 구했대.]신희애는 눈을 내리깔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걱정 마요, 삼촌. 앞으로는 절대 그런 말 안 할게요.”말을 마친 신희애는 침실 쪽으로 돌아섰다. 부모가 남긴 집도 있으니 이제 짐을 정리해서 나갈 때였다.이렇게 단호하게 대답할 줄 몰랐던 하여빈은 멀어지는 신희애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다 뒤늦게 따라갔다.앞쪽 응접실을 지나던 중 하여빈이 다시 신희애를 불러 세웠다.“절에 갔다가 네 생각이 나서 하나 받아 왔어.”하여빈이 손을 내밀었다. 길고 반듯한 손가락 사이에는 작은 액막이 부적이 놓여 있었다.신희애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아아아! 희애가 예전에 좋아하는 사람한테 절에서 받아 온 액막이 부적을 선물로 받아 보고 싶다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했었잖아. 하 대표가 그걸 기억하고 진짜 받아 왔어!][나 진
Leer más
제3화
사당 안은 차갑고 눅눅했다. 큰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신희애는 세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한밤중에는 고열까지 올랐다.의식이 흐려진 신희애는 열세 살 때로 돌아간 듯했다. 부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예전에는 자신을 귀여워하던 어른들이 모두 신희애를 부담스러운 짐처럼 여기며 데려다가 기르길 꺼렸다. 그러면서도 부모가 남긴 재산에는 누구보다 욕심을 냈다.그때 23살 하여빈이 나타났다.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빈소에서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신희애에게만은 다정하게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앞으로는 아무도 너 못 괴롭혀. 삼촌이 평생 지켜 줄게.”“...”“거짓말쟁이...”눈을 감은 신희애의 눈꼬리에서 눈물 두 줄기가 흘렀다. 창백한 뺨은 열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잠꼬대가 가늘게 새어 나왔다.“이제는... 나 안 지켜 주잖아...”곁에서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내밀던 남자의 손이 멈췄다. 한참 뒤 낮은 한숨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신희애가 다시 눈을 뜬 건 이틀 뒤였다.터진 상처는 다시 봉합되어 있었고 옷도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었다. 몸도 말끔하게 닦여 있었다.댓글창은 기다렸다는 듯 공을 자랑했다.[우리 남주 하 대표가 이틀 동안은 꽤 잘했어. 제일 실력 좋은 의사를 불러 흉터를 최소화하는 봉합수술까지 해 줬고 계속 침대 옆을 지키면서 땀도 닦아주고 열도 내려 줬어.][우리 여주 희애의 상처 봤을 때 눈까지 빨개지더라... 희애야, 그래도 정말 용서 못 해?][너무 설레. 희애 깨어났다는 연락 듣자마자 하 대표가 수십억 원짜리 프로젝트 회의도 취소하고 집으로 달려왔대!]아래층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자 신희애의 가슴이 저절로 움직였다. 생각할 틈도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계단으로 향했다.허리를 손으로 받친 채 급히 내려가던 중 저택 현관문이 열렸다.신희애는 습관처럼 웃으며 다가갔다. “삼촌, 왔어요?”하지만 마주친 하여빈의 눈은 사납게 가라앉아 있었다. 등줄기가 싸늘해지며 신희애의 걸음이
Leer más
제4화
“안 돼!”신희애는 완전히 무너졌다. 부모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을 지키려고 울부짖으며 달려들었지만 다른 경호원들이 신희애의 두 팔을 붙잡고 막았다.결국 하여빈의 바짓자락을 붙들고 무릎을 꿇은 채 흐느끼며 빌었다.“삼촌, 제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지금 바로 사과할게요... 제발 부모님 유품만은 태우지 말고 남겨 주세요...”하여빈이 움직이지 않자 신희애는 옆에 있던 돌을 집어 자기 정강이를 내리쳤다. 피가 철철 흘렀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던 열세 살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절망과 공포가 이성을 집어삼켜 울음소리마저 심하게 떨렸다.“한미연 씨 다리 하나 값이라면 제 다리로 갚을게요. 제 부모님 유품에는 손대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삼촌...”하여빈은 오히려 더 크게 화를 냈다. 돌을 든 신희애의 손을 억세게 붙잡으며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뭐 하고 있어? 하라고!”“안 돼!!!”신희애가 절망에 잠긴 채 지켜보는 앞에서 경호원이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화르륵-불길이 치솟으며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 준 곰 인형, 어머니가 직접 디자인해 준 신희애의 어린 시절 원피스까지 모조리 삼켰다.원피스의 리본이 불 속에서 오그라들고 검게 타들어 가다 재가 되는 모습을 바라보던 신희애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바닥에 무릎 꿇은 채 퉁퉁 부은 눈으로 불길만 멍하니 바라봤다.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하여빈은 뜨거운 것에 덴 사람처럼 신희애의 손을 놓고 차갑게 말했다.“잘못을 알았으면 집에서 얌전히 반성해.”그는 돌아서서 떠났다. 발걸음만은 이상하리만큼 급하고 흐트러져 있었다.댓글들은 여전히 두 사람을 이어주려 애썼다.[사실 우리 남주 하 대표가 이렇게까지 화낸 건 약혼식 일이랑 악역이 직장 잃은 일까지 온라인에 퍼져서 희애가 권력으로 사람 찍어 누른다고 욕먹고 있기 때문이야. 희애를 보호하려고 일부러 이런 장면을 만들고 CCTV에 찍히게 한 거야.][하 대표가 희애를 위해 그랬다는 건 알아도 너무
Leer más
제5화
30분 뒤, 차는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 앞에 멈췄다. 신희애의 부모가 딸의 12살 생일에 선물한 집이었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무감각했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뒤늦게 시큰한 아픔이 올라왔다.벽은 아버지가 직접 손으로 꾸몄고 가구는 어머니가 하나하나 골랐다.어머니는 당시 12살 신희애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 집은 우리 희애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이야. 나중에 엄마 아빠가 곁에 없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누구도 이 안식처만큼은 빼앗지 못해.”부모가 이 세상에 남긴 흔적이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거실에서 신희애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깊이 잠들었다.그 뒤로 며칠간 신희애는 일부러 하여빈을 떠올리지 않았다.신희애의 마음을 따라가기라도 하듯 늘 시끄럽던 댓글창도 며칠째 잠잠했다....다음 날, 신희애는 막 귀국한 절친과 쇼핑을 나갔다. 친구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웬일이야? 우리 희애 공주님이 오늘은 삼촌 얘기를 한 번도 안 하네?”친구는 신희애의 핸드폰 배경화면에서 하여빈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사라진 걸 보고서야 표정이 달라졌다. 신희애의 이마에 손까지 대 보며 혼잣말했다.“열은 없는데... 그 배경화면 거의 10년 동안 한 번도 안 바꿨잖아. 사진 들어 있던 옛날 폰을 실수로 바다에 빠뜨렸을 때는 생각도 안 하고 뛰어들어서 건졌으면서, 지금은 갑자기 왜...”남은 말은 창가 대형 전광판에 뜬 하여빈과 한미연의 약혼 사진을 본 뒤 사라졌다.친구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당장 하여빈을 찾아가 따지겠다며 몸을 돌렸다.신희애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 “됐어. 나도 다른 사람과 결혼할 거야.”폭탄 같은 소식에 친구는 멍해졌다. 표정이 붉어졌다가 하얘지기를 반복하다 한참 뒤에야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리 희애를 놓치는 사람은 반드시 후회할 거야!”신희애가 친구의 과장된 표정에 웃자 그제야 안심한 친구가 말했다. “요즘 새로 생긴 오션뷰 레스토랑이 그렇게 인기래. 우리도 가 보자!”두 사람이
Leer más
제6화
다음 날.대사관에서 나온 신희애에게 친구의 메시지가 연달아 쏟아졌다. [희애야, 실시간 이슈 빨리 확인해!!]무슨 일인가 싶어 핸드폰을 열었다가 내용을 확인한 신희애는 그대로 굳었다.전날 밤 한미연의 팬들이 양부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가 상한 해산물을 먹고 집단 식중독으로 병원에 실려 갔고, 가게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그런데 기사에 한미연의 양부모 사진 대신 세상을 떠난 신희애의 부모 사진이 실려 있었다.신희애는 즉시 포털 운영사에 전화해 부모 사진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담당자는 한참 말을 흐리며 거절했다. 신희애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사실을 털어놨다.“그 사진 두 장, 하여빈 대표님께서 직접 보내신 겁니다!”신희애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상대의 해명은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은 뒤 비틀거리듯 하여빈의 사무실로 향했다.하여빈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어야 했다....신희애는 하여빈의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해 노크하려던 때, 안쪽에서 하여빈의 절친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는 소리가 들렸다.“한미연 씨 양부모님을 감싸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내세울 수도 있었잖아. 왜 하필 희애 부모님 사진이야? 그 애 성격 알면서. 실시간 이슈 보면 가만있겠어?”돌아온 건 하여빈의 지친 한숨이었다. “미연 씨 팬들 음식에 손댄 사람이 희애니까.”친구가 놀라 되물었다. “뭐라고?”하여빈은 미간을 눌렀다. 얼굴에는 짜증만 남아 있었다.“어제 일부러 레스토랑에 나타나 나랑 우연히 마주친 척했어. 두 시간도 안 돼서 팬들이 줄줄이 식중독에 걸렸고.”“미연 씨 양부모님은 순박한 사람들이라 상한 싸구려 해산물을 사서 손님들한테 내놓을 리 없어. 희애 말고 누가 그런 짓을 했겠어?”“이제 좀 철든 줄 알았더니 여전히 버릇 못 고치고 미연 씨한테 누명까지 씌우잖아.”한마디 한마디가 바늘처럼 신희애의 가슴에 박혔다. 속이 뒤틀릴 만큼 아팠다.‘정말 우습네.’예전에는 누구보다 뜨겁고 솔직하게 하여빈을 사랑했던 마음이 이제는 신희애의
Leer más
제7화
신희애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지만 마음에는 허탈함만 남았다.그 매입 내역을 찾아내는 데는 큰 노력도 들지 않았다. 하여빈이 신희애를 조금만 믿었더라면 진작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공항 방송에서 승객들의 탑승을 재촉했다.신희애는 눈을 내리깔고 핸드폰을 껐다. 유심을 빼내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에 버렸다.‘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나와는 상관없어.’...한 시간 전.HT그룹 최상층 대표실.“그래도 난 희애가 그런 비열한 수를 쓸 애는 아니라고 봐.”하여빈의 오랜 친구 정우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희애가 열세 살 때 학교에서 따돌림당했던 일 기억나?”소파에 기대 있던 하여빈의 깊은 눈이 가늘어졌다.“무슨 뜻이야?”낮고 느린 목소리와 달리 마음속에는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한 불안이 번지고 있었다.“그때 희애가 다른 지역에서 진해시로 전학 왔고 반 애들이 따돌렸잖아. 그래도 네 이름을 내세워 겁주지도 않았고, 불쌍한 척하며 스스로 망가지지도 않았어.”“애들한테 잘 보이려고 비위 맞추지도 않았지. 한 달 동안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면서 중간고사 성적으로 자기 실력을 증명했어.”“그다음에는 같은 애들한테 괴롭힘당한 다른 학생들의 진술까지 모아서 교육청에 정식으로 신고했고.”정우현은 오래전 일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우리도 그 애가 자라는 걸 다 봤잖아. 요즘 네가... 솔직히 희애한테 너무 심했어.”하여빈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제야 최근 들어 한미연 문제로 신희애를 계속 벌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희애가 날 좋아한다는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질투했으니까 그런 거야. 내 눈앞에서 미연 씨가 괴롭힘당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어.”소파 팔걸이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점점 흐트러졌다. 하여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초조했고, 양심의 가책을 받기도 했다.“원래 희애 성격이 워낙 화려한 데다 제멋대로라...”그 말을 입 밖에 내고 나서야 하여빈은 외
Leer más
제8화
정우현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당장 제대로 알아봐. 한미연 씨가 네 돌아가신 은사님의 잃어버린 친딸이고,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바랐다는 사실은 우리도 알아.”“그래서 네가 결혼까지 해서 뒤를 봐주려 한 것도 알고. 그래도 네가 희애를 완전히 외면하면 안 되잖아. 그 애도 어린 나이에 부모를 다 잃었어.”친구의 말이 무거운 망치처럼 하여빈의 가슴을 내리쳤다.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손이 저절로 담뱃갑을 집어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였다.입술에 대려다 신희애가 자신이 담배 피우는 걸 제일 싫어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담배만 보면 곁에 달라붙어 귀가 아플 만큼 잔소리했다.“담배 냄새 너무 싫어요! 피우지 마요. 저보다 10살이나 많아서 이미 아저씨인데 건강 관리도 안 하면 어떡해요?”“저랑 결혼하고 나서 삼촌이 먼저 죽기라도 하면, 전 어쩔 수 없이 삼촌 유산으로 젊고 잘생긴 남자 만나야 한다고요...”당시 하여빈은 신희애가 아무 말이나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장 예민한 곳을 찔린 기분이 들어 결국 담배를 끊었다.기억에서 빠져나온 하여빈은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껐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서에게 지시했다.“지난달 희애한테 맞춤 제작해 준 진주 펜던트 찾아와. 어머니가 남긴 수제 자수 드레스에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어.”“미연 씨 양어머니는 손님방으로 옮겨 드리고. 안방은 희애한테 맞춰 설계한 방이야. 10년이나 써서 익숙할 텐데 부모님이 남긴 아파트는 그만큼 편하지 않을 거야.”하여빈의 눈에 옅은 웃음이 어렸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신희애가 정말 몇 가지 잘못을 했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자신이 공들여 기른 아이였다.본성은 나쁘지 않았다. 질투 때문에 잠깐 잘못된 선택을 했을 뿐일 것이다.신희애가 잘못을 인정하고 한미연에게 사과한다면, 하여빈은 온라인에 떠도는 기사와 비난도 전부 막아 줄 생각이었다.그런 생각을 품은 채 하여빈은 직접 차를 몰아 신
Leer más
제9화
쿵!하여빈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굳었다. 목소리마저 갈라졌다.“뭐라고?”[방금 한미연 씨가 메시지 보내서 통화 끝나시면 연락해 달라고 했습니다. 경찰이 한미연 씨의 양부모님을 일단 체포해 조사 중입니다!]비서는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대표님이 정말 희애 아가씨를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많이 억울했을 겁니다.]하여빈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한참 말이 없다가 쉰 목소리로 지시했다.“넌 경찰 쪽 일 처리해. 난 공항으로 간다.”전화를 내린 하여빈의 잘생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가슴 한가운데에 큰 구멍이 난 듯했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여러 장면이 하나씩 떠올랐다.‘이번 일이 내 오해였다면...’‘그 전의 일들은?’‘희애가 이번에 미련 없이 떠난 건... 나한테 완전히 실망했기 때문인가?’더 깊이 생각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갑자기 온몸에 피로가 쏟아졌다.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이 아프게 욱신거렸다. 하여빈은 이를 악물고 눈을 감은 채 벽을 세게 내리쳤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청소 직원이 놀라 굳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단단했다.“이 집 내가 산다. 시세의 세 배로. 대신 희애한테 매수자가 누군지는 절대 말하지 말고.”하여빈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어쩌면 정말 처음부터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울어서 붉어진 신희애의 눈, 돌로 자기 정강이를 내리치던 모습,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관계를 정리하던 웃음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됐다.조금 전 눈앞에 나타났던 이상한 문장들도 함께 떠올랐다.‘악역이라는 건 뭐지?’‘망신을 준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희애가 이번에 해외로 가서 결혼한다고?’하여빈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단순한 환각으로 치부할 수도 없었다.‘혹시 전부 사실이라면...’신희애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안 돼!’하여빈은 10년 동안 신희애를 돌봤
Leer más
제10화
메시지를 바라보던 하여빈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런데 한미연에게 건네는 목소리는 기묘할 만큼 부드러웠다.“걱정하지 마. 미연 씨 양부모님 일은 내가 처리할게.”그제야 한미연이 안도했다. 목소리에는 들뜬 기색까지 묻어났다.[정말 다행이에요, 여빈 씨. 기다리고 있을게요!]한미연은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반면 하여빈의 표정은 무섭도록 어두웠다. 곧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짧게 지시했다.“한미연과 양부모, 남몰래 다시 철저히 조사해.”하여빈의 은사는 진해시에서도 청렴하고 품격 있는 교육자로 이름난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의 혈육이 밖에서 오래 떠돌았다고 해도 본성까지 교활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지금 드러난 사실만 보면 한미연은 겉으로 보이는 약하고 선한 모습 뒤에서 하여빈이 모르는 일을 적지 않게 벌인 듯했다.‘그렇다면...’운전대를 쥔 하여빈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내가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른 걸지도 모른다.’‘그 잘못 때문에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까지 잃어버렸고.’...하씨 저택 안의 불당.강숙원 회장은 눈을 감고 경전을 읊고 있었다.김자영이 발을 걷고 들어와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이 지금 희애 아가씨 행방을 찾느라 사람을 전부 풀었습니다. 거의 제정신이 아니세요.”마음이 흐트러진 강숙원은 경전 한 구절을 잘못 읽었다. 더는 기도할 마음도 사라져 코웃음을 쳤다.“그래도 싸지. 희애가 그 애 뒤만 졸졸 따라다닐 때는 밀어내더니 다른 여자와 약혼까지 해서 마음을 찢어 놨어. 이제 잃고 나니까 무서운가 보지? 이미 늦은 줄도 모르고!”강숙원은 분을 삭이지 못해 가슴까지 크게 들썩였다.김자영이 급히 곁에 앉아 등을 쓸어 주며 살짝 놀렸다.“그런데 아가씨가 18살에 대표님께 고백했을 때 회장님도 벌떡 일어나 반대하셨잖아요. 이제는 왜 마음이 바뀌셨어요?”강숙원 회장은 말문이 막혔다가 괜히 허벅지를 툭 치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내가 희애가 싫어서 그랬겠니? 내 아들이 어린애한테 손댄
Leer má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