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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어머니 장례길을 막은 세자: Kabanata 11 - Kabanata 20

24 Kabanata

제11장

소희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 입술만 한참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시녀는 더 처참했다.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이도현은 더 이상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아무도 없느냐."어둠 속에서 호위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둘 다 장작방에 가두고 따로 심문해라. 먼저 사실대로 털어놓는 자는 살려 준다. 나머지 하나는…"끝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는 너무나 분명했다.소희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세자 저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반 시진 뒤, 이도현은 윤채원의 침상 앞에 서 있었다.손에는 두 시녀의 진술이 빼곡히 적힌 종이 뭉치가 들려 있었다. 그는 한 번 읽고, 또 한 번 읽었다.그러고는 종이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윤채원의 침상 곁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서린이 죽던 날, 그녀를 호숫가로 불러낸 사람은 윤채원이었다.윤채원은 윤서하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서린이 호숫가로 갔을 때 윤서하가 아니라 윤채원이 있었다.윤채원은 이서린에게 약을 먹이고 호수에 밀어 넣었다. 윤서하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서린이 물속으로 가라앉은 뒤였다. 윤서하는 물에 뛰어들어 구하려 했지만 구하지 못했다.그의 어머니가 중독되었던 해, 윤채원은 후부에 머물고 있었다. 윤서하를 대신해 노부인을 돌보고 싶다며 날마다 약과 탕을 가져다드렸다. 독을 탄 사람은 윤채원이었고, 약재를 산 사람도 그녀였다. 거래 문서는 일부러 윤서하의 방에 남겨 두었다. 일이 발각되자 그녀는 울면서 윤서하가 계속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윤서하가 후부에서 지낸 한 달 동안 모든 음식은 윤채원의 손을 거쳤다. 윤서하가 막 왔으니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된다며 모든 일을 직접 챙겼다. 독은 매일 먹는 음식에 들어 있었다. 노부인에게 독 증세가 나타났을 때, 모두가 날마다 노부인의 음식에 손을 대면서도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윤서하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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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윤채원이 대청으로 끌려 들어오자 이도현은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여전히 몹시 쇠약했다. 안색은 창백했고, 포졸 둘의 부축을 받아야 겨우 걸을 수 있었다. 발걸음도 힘없이 휘청거려 언제라도 쓰러질 듯했다.하지만 눈빛만은 또렷했다. 어젯밤 침상에 누워 숨이 넘어갈 듯하던 사람과는 달랐다.이도현이 떠날 때만 해도 윤채원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세자께서는 의아해하실 필요 없습니다."옆에서 박시헌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아침 제가 해독약을 보냈으니까요. 그때의 일은 이제라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자라면 더더욱 제 눈으로 직접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이도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박시헌은 이도현을 보지 않았다. 시선은 대청 한가운데 있는 윤채원에게 향해 있었고,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이도현은 윤서하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 지금은 그걸 물을 때가 아니었다.윤채원은 바닥에 강제로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가 이도현을 보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군…"윤채원의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저들은 왜 저를 이곳으로 끌고 온 것입니까? 언니는 어디 있습니까? 설마 언니가 또 무슨 짓을 한 것입니까?"이도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그 시선에 윤채원은 조금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부군,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요 며칠 앓느라 침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했습니다. 언니가 저를 미워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누명을 씌워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그만."위에서 박정환의 목소리가 내리눌렀다.윤채원은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들었다. 눈물 어린 눈으로 박정환을 바라보는 모습만 보면, 정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 같았다.박정환은 그녀를 보지 않고 사건 기록을 펼쳐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영안후부 이서린 익사 사건. 윤채원이 먼저 이서린에게 약을 먹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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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윤재덕의 몸이 순간 굳었다.대청 안이 잠시 고요해졌다.윤재덕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윤채원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박정환을 향해 몸을 돌려 머리를 조아렸다."대감, 죄를 인정합니다.""세 사건 모두 저와 채원이 저지른 일입니다. 윤서하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몹쓸 짓을 했습니다."윤채원은 눈을 크게 뜨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어찌 죄를 인정하실 수 있습니까?""그만."윤재덕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그만해라."박정환은 윤재덕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윤재덕, 조정의 관원인 네가 법을 알면서도 어기고 친딸에게 누명을 씌웠으니, 그 죄가 실로 엄중하다."박정환은 윤채원에게 시선을 돌렸다."윤채원, 세 건의 살인 사건이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그래도 죄를 인정하지 않겠느냐?"윤채원은 바닥에 무릎 꿇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저는 하지 않았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서린이도 제가 해친 것이 아니고, 노부인도 제가 해친 것이 아니고, 부인도 제가 해친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이 제 명대로 살지 못한 것이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대청 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박정환은 미간을 찌푸렸다."윤채원, 본관이 다시 한번 묻겠다. 죄를 인정하느냐?""인정하지 않습니다."윤채원은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더 이상 눈물이 없었다."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왜 인정해야 합니까?"박정환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곤장 스무 대."포졸이 앞으로 나서 윤채원을 바닥에 눌렀다.곤장 스무 대가 끝나자 윤채원은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하반신을 덮은 치마는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얼굴은 대청에 들어오기 전보다 더 창백해졌다.포졸은 윤채원을 부축해 일으킨 뒤 다시 무릎을 꿇렸다.박정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윤채원, 죄를 인정하느냐?"윤채원은 고개를 들어 이도현을 한 번 바라보았다.이도현은 옆에 서서 아무 표정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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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윤채원은 고개를 숙여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아주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아직 철이 들기 전, 윤채원의 어머니는 첩이었고 윤채원은 서녀였다.처음 정원에 갔던 날, 윤서하는 연노란 치마를 입고 김씨의 품에 앉아 계화떡을 먹고 있었다. 입가에는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윤채원은 문 앞에 서서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윤서하는 윤채원을 발견하고 달려와 손에 들고 있던 계화떡을 반으로 나눠 건넸다."너도 먹어."윤채원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그 반쪽짜리 계화떡마저 아까워 먹지 못하고 손수건에 싸서 베개 밑에 숨겨 두었다. 곰팡이가 필 때까지.그건 동정 어린 베풂에 불과했다.윤서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적녀라는 신분도, 김씨의 사랑도, 이도현도.하지만 윤채원에게는 곰팡이가 핀 계화떡 반쪽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때부터 윤채원은 윤서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전환점은 여덟 살 때 찾아왔다.윤채원의 어머니가 정실과 동등한 둘째 부인이 되면서 윤채원도 더는 서녀가 아닌 윤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되었다.처음 윤재덕에게 문안을 드리러 간 날, 윤재덕은 윤채원의 손을 잡고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채원이는 제 어미를 닮았구나."그때 윤서하는 옆에서 찻잔을 들고 윤재덕에게 차를 올리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윤재덕은 윤서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줄곧 윤채원만 바라보았다.윤채원은 윤서하의 눈빛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다.그 순간,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다.그 후로 윤재덕은 윤채원을 갈수록 아꼈다. 가장 좋은 스승을 붙여 주고 가장 좋은 옷을 사 주었으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었다.윤서하가 가진 것은 윤채원에게도 있었고, 윤서하에게 없는 것까지 윤채원은 가지고 있었다.어느 날 밤, 술을 마신 윤재덕이 윤채원을 서재로 불렀다. 윤재덕은 윤채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채원아,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딸은 너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말하거라. 다 주마."윤채원은 말했다."언니의 옥패를 갖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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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이도현은 형부 대청 문 앞에 서 있었다.머리 위로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어 눈이 시큰거렸다.사람들은 모두 흩어진 뒤였다.윤재덕은 압송되었고, 윤채원은 끌려갔다.박정환은 사건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고, 박시헌은 언제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다.이도현만 홀로 계단 위에 못 박힌 듯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도현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삼 년 동안 윤서하를 미워했다.윤서하를 만나고 싶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었지만, 막상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미안하다고?'이도현은 햇볕 아래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문득 자신이 직접 호수에 던져 버린 그 옥패가 떠올랐다.윤서하가 어릴 때부터 줄곧 몸에 지니고 단 한 번도 벗은 적이 없던 옥패였다.이도현은 말에 훌쩍 올라 후부로 말을 몰았다.후부 사람들은 이도현이 이런 몰골을 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옷은 구깃구깃했고 눈가는 붉어, 마치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사람 같았다.아무도 감히 묻지 못했다.이도현은 곧장 후원으로 가서 호숫가에 섰다.옷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물속에 뛰어들었다.오월의 호숫물에는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었다. 물에 흠뻑 젖은 옷이 살갗에 달라붙자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들어가 호수 바닥의 진흙 속을 더듬었다.물이 너무 탁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손으로 조금씩 더듬어 찾을 수밖에 없었다. 돌멩이도, 수초도, 깨진 기왓조각도 손에 잡혔지만, 옥패만은 없었다.그는 물 위로 올라와 숨을 돌린 뒤 다시 잠수했다.한 번, 두 번, 세 번.몇 번이나 잠수했는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은 까지고 손톱 밑에는 진흙이 가득 들어찼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다.세자가 호수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들은 후부의 하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보다 못한 집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세자 저하, 차라리 저들을 내려보내 찾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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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윤서하는 마차 안에서 눈을 떴다."움직이지 마십시오."윤서하는 고개를 돌려 젊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짙고 반듯한 눈썹에 또렷한 눈매, 선명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는 입술을 살짝 다문 채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윤서하는 잠시 멈칫해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박시헌은 삼 년 전, 자신이 구해 준 소년이었다.경성 북쪽의 허름한 사당에서 그는 독에 중독된 채 짚더미 위에 누워 있었다.입술은 보랏빛으로 질려 있었고 온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그가 누군지는 몰랐다.그저 가엾어 보여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덮어 주고 가지고 있던 물도 먹여 주었다.그 뒤 의원을 찾아 진료비를 치렀고, 그가 깨어난 것을 확인한 뒤 조용히 떠났다.이름조차 남기지 않았다.평생 다시 만날 일은 없을 줄 알았다.박시헌은 윤서하를 한 번 바라보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러다 그녀의 무릎에 배어 나온 핏자국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윤서하는 손수건을 받아 들고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동상에 걸린 손은 갈라져 있었고, 손톱 밑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이 가득했다.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윤서하도 알고 있었다."제 어머니는요?"윤서하가 물었다.박시헌은 겉옷을 그녀의 어깨에 여며 주었다."관은 안전한 곳에 모셔 두었습니다. 우선 상처부터 치료하세요. 내일 제가 데려가 제사를 지내게 해 드리겠습니다."윤서하는 입을 열어 무언가 더 물으려 했지만, 막상 말하려니 목이 메어 눈을 감았다.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려 뺨을 타고 달빛처럼 희고 푸른 겉옷 위로 떨어졌다.박시헌은 윤서하를 보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마차의 휘장을 여며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 주었다.박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해진 뒤였다.다은이 박씨 저택에서 뛰어나왔다.윤서하의 모습을 본 순간 계단 위에 굳어 서더니 눈물을 왈칵 쏟았다."아가씨."다은은 달려와 윤서하를 안으려다 차마 그러지 못하고, 뻗었던 손을 도로 거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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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윤서하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박시헌은 더 이상 권하지 않고 그녀 앞에 손을 내밀었다.윤서하는 그 손을 한참 바라보다 천천히 자신의 손을 올렸다.박시헌이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오래 무릎을 꿇고 있던 탓에 다리가 저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고, 무릎이 아파 자꾸만 떨렸다. 박시헌은 윤서하의 팔을 붙잡아 주다가 그녀가 제대로 서자 손을 놓았다.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윤서하는 마차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박시헌은 그날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했다.불꽃이 엉뚱한 곳에서 터졌을 때 마침 그의 사람들이 근처에 있었다.윤씨 집안의 장례 행렬이 주작 거리에 멈춰 섰다는 말을 들은 박시헌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직접 가 보았다.도착해 보니 관은 이미 임시로 마련한 빈소에 옮겨져 있었다.그는 안으로 들어가 관 뚜껑을 열어 김씨가 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리고 그날 밤 사람을 시켜 관을 빈 관으로 바꾼 뒤, 진짜 관은 성 서쪽으로 옮겼다.윤서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오랫동안 침묵했다."고맙습니다."박시헌은 고개를 저었다."그때 아가씨가 저를 구해 주셨으니, 제 목숨 하나를 빚진 셈입니다."윤서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마차가 박씨 저택에 도착했다.박시헌은 윤서하가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부축하며 한마디 덧붙였다."윤서하 아가씨, 아버님께서도 그때의 일을 철저히 조사하기로 하셨습니다. 며칠만 더 견디세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밤이 되자 윤서하는 동쪽 행랑방 침상에 누웠다.다은은 침상 아래 발판을 지키다 이미 잠들어 있었다.윤서하의 머릿속에는 지난날의 모습이 가득했다.열네 살의 윤서하가 복숭아나무 아래 서서 발끝을 세운 채 가장 높은 가지에 핀 복사꽃을 따려고 손을 뻗었다.이도현은 그녀의 뒤에 서서 웃으며 대신 꽃을 따 주고 머리카락 사이에 꽂아 주었다. 그리고 물었다."꽃이 예쁘냐?"윤서하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예쁩니다.""넌 뭘 해도 예쁘다."윤서하는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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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심문이 끝난 뒤 윤채원은 형부 대옥에 수감되어 가을이 지나 참형에 처해질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윤서하는 박씨 저택에서 며칠 동안 상처를 치료했다."도련님, 형부 대옥에 다녀오고 싶습니다."형부 대옥은 음산하고 습했다.윤채원은 짚더미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얼굴은 때로 얼룩져 있었고, 한때 유약하고 온화했던 후부의 작은 마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윤서하를 본 윤채원은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여긴 왜 온 것이냐?"윤서하는 아무 말 없이 감방 안으로 들어갔다.박시헌은 통로에 서서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윤채원은 온몸을 떨었다."너, 너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나는 이미 형을 선고받았다. 이제 와 또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윤서하는 쪼그려 앉아 윤채원의 턱을 움켜쥐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서린이에게 무슨 약을 먹였느냐?"윤채원의 입술이 떨렸다."노부인의 음식에는 무슨 독을 탔느냐?""윤서하, 너...""우리 어머니의 약에는 무엇을 넣었느냐?"윤서하는 손을 놓고 소매에서 작은 종이 봉지를 꺼냈다.그 종이 봉지를 본 윤채원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그것은 서역에서 들어온 독약, 자신이 그때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안 돼, 나는 이미 형을 선고받았다. 이러면 안 돼..."윤서하는 종이 봉지를 열어 윤채원의 턱을 붙잡고 약가루를 입안에 들이부었다. 윤채원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두 손을 마구 휘둘렀고, 손톱이 윤서하의 손등을 할퀴어 상처를 냈지만 윤서하는 손을 놓지 않았다.약가루가 절반 넘게 입안으로 들어가자 윤채원은 사레가 들려 눈물범벅이 된 채 바닥에 엎드려 필사적으로 목을 긁어 댔다.윤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 보따리에서 은침 몇 개를 꺼냈고, 그것을 본 윤채원은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기억나느냐? 그때 내가 은침으로 노부인의 혈자리를 찔렀다고 했었지."윤서하가 쪼그려 앉아 은침 하나를 집어 윤채원의 손등에 찔러 넣자, 윤채원이 비명을 질렀다."이 침은 노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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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이도현이 박씨 저택 대문 앞에 서 있자 문이 열리고 다은이 모습을 드러냈다.다은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입술을 꾹 다물다가 결국 몸을 옆으로 비켰다."들어오십시오. 아가씨께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윤서하는 후원의 회랑 아래에 앉아 있었고, 무릎에는 얇은 담요가 덮여 있었다.이도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도현은 뜰 한가운데에 서서 더 다가가지 않았다."앉으십시오."윤서하가 말했다.이도현은 그녀 맞은편 돌의자에 앉았다."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이도현은 윤서하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서하야, 미안하다."이도현은 뜰 한가운데로 걸어가 멈춰 섰다."세자, 뭐 하시는 겁니까?"이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도현은 쪼그려 앉아 바닥에서 사금파리 하나를 주워 내려놓고, 그 위에 무릎을 꿇었다.사금파리가 무릎을 파고드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도현의 몸이 크게 떨렸다.입술에서는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고, 이도현은 이를 악물었다.윤서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정녕 미치셨습니까?"이도현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깨진 기왓조각 위에 무릎 꿇은 채 이마를 땅에 댔다."하나."그가 머리를 한 번 조아렸다.단단한 청석 바닥에 이마가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둘."윤서하는 회랑 아래에 서서 문틀을 꽉 움켜쥐었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이도현의 이마는 이미 터져 있었고, 피가 콧등을 타고 흘러 청석 바닥에 떨어지며 작게 번졌다.사금파리 위에 무릎이 계속 짓눌리면서 옷감은 진작 찢어졌고, 바짓단 안으로 피가 배어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이마는 짓이겨져 피와 살이 뒤엉켰다.머리를 조아릴 때마다 청석 바닥에 핏자국이 하나씩 늘어났다."일흔. 일흔하나. 일흔둘."이도현의 목소리는 점점 쉬어 거의 들리지 않았다.윤서하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렸다.마지막으로 머리를 조아린 뒤에도 이도현은 일어나지 못하고, 이마를 청석 바닥에 댄 채 온몸을 떨었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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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이도현은 박씨 저택에서 사흘을 머물렀다.사흘째 되던 날, 이도현은 겨우 침상에서 내려와 벽을 짚고 한 걸음씩 천천히 뜰로 나갔다.무릎의 상처는 이제 막 딱지가 앉은 터라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상처가 당겨 아팠다.윤서하의 방문 앞까지 간 그는 잠시 서 있다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윤서하는 창가에 앉아 책을 들고 있다가 이도현을 한 번 바라보았다. 시선은 잠시 그의 무릎에 머물렀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향했다."무슨 일입니까?""부인께 향을 올리고 싶습니다."윤서하는 책을 내려놓고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그러세요."성 서쪽 작은 산비탈, 김씨의 묘 앞.윤서하는 쪼그려 앉아 가져온 계화떡을 비석 앞에 놓았다.이어 향 세 대에 불을 붙여 향로에 꽂았다.푸른 연기가 가느다랗게 피어오르다가 바람에 흩어졌다.이도현은 뒤에 서서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윤서하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일어나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향을 올리러 오신 것 아니었습니까?"이도현은 비석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부인."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 있었다."죄송합니다."윤서하는 곁에 서서 팔짱을 낀 채 그를 바라보았다."저희 어머니께 무엇이 죄송하십니까?"이도현은 고개를 숙였다."돌아가신 줄 몰랐다. 채원이가 독을 탄 것도, 그날이 장례를 치르는 날인 것도 몰랐다."윤서하는 아무 표정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그렇게 무릎을 꿇고 계신다고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이도현은 고개를 들어 윤서하를 바라보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미안해."윤서하는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산비탈을 따라 내려갔다."그렇게 무릎 꿇고 싶으시면 마음대로 하세요."이도현은 비석 앞에 무릎 꿇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날이 저물고 달이 떠올라도 이도현은 계속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무릎의 상처는 진작 터져 피가 붕대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다.한밤중이 되자 다은이 등롱 하나를 들고 찾아왔다."세자 저하, 아가씨께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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