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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어머니 장례길을 막은 세자: Kabanata 1 - Kabanata 10

24 Kabanata

제1장

이도현은 붉은 혼례복을 걸친 채 큰 말 위에 꼿꼿이 앉아 있었다. 준수한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윤서하를 내려다보다가 그녀가 입은 거친 상복으로 시선을 옮기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윤서하, 오늘은 내 혼례일이다. 상복을 입고 길을 막은 의도가 무엇이냐?"윤서하는 관을 붙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도현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저 눈에 거슬리는 상복을 벗겨라."호위 두 명이 명을 받고 앞으로 나섰다.윤서하는 황급히 한 걸음 물러나 옷깃을 움켜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하, 무슨 짓입니까!""무슨 짓이냐고?"이도현이 차갑게 웃었다."상복을 입고 내 혼례를 방해한 네게 불경죄를 묻지 않고 봐준 것만도 충분하다. 벗겨라!"호위들이 양쪽에서 윤서하의 팔을 붙잡았다.윤서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하지만 상복의 거친 천이 거센 손길에 찢겨 나갔다. 시녀 다은이 윤서하를 지키려 달려들었지만, 거칠게 밀쳐져 바닥에 쓰러졌다.거친 상복이 강제로 벗겨지면서 안에 입은 옅은 푸른 속옷이 드러났다.오월의 바람은 차가웠다. 윤서하는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떨었다.구경꾼들 사이에서 보다 못한 어르신이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곁에 있던 여인이 얼른 그를 붙잡고 목소리를 낮췄다."어르신, 조용히 하십시오! 윤서하 아가씨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십니까? 예전에 세자 저하의 친동생인 이서린 아가씨를 죽인 사람이 바로 저 여인입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세자 저하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고 윤서하 아가씨를 가엾게 여겨 후부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허나 윤서하 아가씨가 그곳에서 한 달을 지내자 후작 부인이 독에 중독됐습니다. 어의의 말로는 날마다 음식에 독을 넣었다고 합니다. 후작 부인의 음식에 매일 손을 대면서도 의심받지 않을 사람은 윤서하 아가씨뿐이었습니다.""세자 저하께서는 후작 부인의 침상 앞에 무릎을 꿇고 반드시 원수를 갚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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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가마의 휘장이 갑자기 안쪽에서 걷혔다.윤채원이 얼굴을 반쯤 내밀었다. 봉황관의 장식 술이 옆으로 길게 드리워졌다. 윤채원은 옅은 푸른빛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무릎 꿇은 윤서하를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부군, 언니께서 오늘 저런 모습으로 계시니 가마 안에 앉아 있는 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이도현은 윤채원을 돌아보며 한결 부드럽게 말했다."편히 앉아 있거라. 밖의 일은 내가 처리하마."윤채원은 입술을 깨물고 윤서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집을 나오기 전에 부인께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허나 부인께서는 제가 예법도 모르고 혼인한 뒤에도 몸가짐을 삼갈 줄 모른다며 꾸짖으셨습니다. 집에 있을 때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으니, 이제 관 앞에서라도 작별 인사와 오랫동안 길러 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려야겠습니다."윤서하는 무릎을 꿇은 채 홱 고개를 들고 주먹을 움켜쥐었다.사흘 전 어머니는 윤서하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윤서하는 직접 몸을 닦고 수의를 입힌 뒤 관 뚜껑까지 닫았다.윤채원은 말을 마치고 정말 가마 밖으로 나오려 했다.윤서하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주먹을 꽉 쥐었고, 손가락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이도현은 윤서하를 바라보며 더 노골적으로 비웃었다."역시 그랬군. 윤서하, 방금 네 거짓말을 또 믿을 뻔했다."그는 가마 쪽을 가리키며 매섭게 명령했다."채원은 귀한 몸이라 땅을 밟게 할 수 없다. 윤서하, 엎드려 채원이 네 등을 밟고 내려오게 하거라."윤서하는 홱 고개를 돌려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왜 그러느냐? 오늘 네가 거부하면 이 장례 행렬은 주작 거리를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순순히 엎드려 시키는 대로 하든지, 아니면..."윤서하는 뒤에 놓인 어머니의 관을 돌아보았다. 아직 어머니를 편히 모셔 드리지 못했다.윤서하는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이마가 땅에 닿을 만큼 몸을 낮춘 채 등을 낮게 숙였다.윤채원이 가마 밖으로 몸을 내밀자 붉은 혼례복 치맛자락이 길게 흘러내렸다. 그녀는 엎드린 윤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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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윤서하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나무 의자에 묶여 있었다. 손목과 발목에는 밧줄이 파고들어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호위 두 명이 양쪽에서 윤서하를 붙들었다. 거친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움켜쥐고 얼음물이 가득 담긴 나무통에 세게 처박았다.윤서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의자가 삐걱거리고 수면 위로 물거품이 연이어 올라왔다.눈앞이 하얗게 흐려졌다가 깜깜해졌다. 물 밖으로 끌려 나온 윤서하는 기침을 하며 물을 토해 냈지만,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물속에 처박혔다.몇 번이나 물속에 처박혔는지 알 수 없었다. 호위 한 명이 손을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정도면 되지 않았느냐? 세자 저하께서 아시면 벌을 내리실지도 몰라."다른 호위는 그를 흘겨보며 창밖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창밖에서는 마침 불꽃 하나가 솟아올라 밤하늘을 밝혔다.여러 겹의 담장 너머로 징과 북, 폭죽 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다. 후부 전체가 혼례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호위는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오늘은 세자 저하께서 혼인하시는 날 아니냐. 앞으로 이 집안에서는 안주인의 뜻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느냐?"처음 말했던 호위는 잠시 멈칫하더니 더는 말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윤서하의 머리를 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뼛속까지 시린 얼음물에 잠긴 채 의식이 흐려지자, 윤서하는 어린 시절의 일을 떠올렸다.그날도 불꽃이 터지는 밤이었다.정월 대보름날, 윤서하는 이도현과 몰래 집을 빠져나와 경성(京城)에서 가장 높은 성루에 올라 온 경성을 수놓은 불꽃을 바라보았다.푸른 도포를 입은 소년은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밤하늘의 불꽃을 바라보며 약속했다."서하야, 내가 성인식을 치르면 윤씨 집안에 가서 청혼하마. 우리가 혼인하는 날에는 모두가 주목할 만큼 화려한 불꽃을 터뜨려 온 경성 사람에게 네가 나의 부인이라는 걸 알리겠다."윤서하는 기쁜 마음으로 이도현이 붉은 혼례복을 입고 큰 말을 탄 채 성대한 의식으로 자신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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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호위 두 명이 윤서하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운 뒤 영안후부로 끌고 갔다.누군가 밖에서 문을 잠갔다. 윤서하는 잠시 기다려 밖에서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천천히 손바닥을 펼쳤다.빈 관에서 꺼낸 쪽지는 땀에 젖어 축축하게 늘어져 있었다. 윤서하는 쪽지를 등잔불 가까이 가져가 펼쳐 보았다."부인의 관은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다은과 윤씨 집안의 옛 하인들도 모두 무사합니다. 이레 뒤 아버지께서 사건 기록을 가지고 경성으로 돌아오시면 당시의 억울한 일도 진상이 밝혀질 것입니다.예전에 제 목숨을 구해 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잠시만 견디십시오. 때가 되면 반드시 데리러 가겠습니다. 박시헌 올림."윤서하는 쪽지를 등잔불에 가져다 댔다. 종이가 오그라들며 타들어 가자, 윤서하는 손바닥에 남은 재를 꽉 움켜쥐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누군가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마흔 남짓한 어멈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윤서하의 팔을 움켜쥐고 침상에서 끌어내렸다."일어나거라! 작은 마님께서는 묘시면 아침상을 받으시는데, 혼인 때 따라온 시녀 주제에 감히 이때까지 자고 있느냐?"어멈은 윤서하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내려다보며 비웃었다."네가 아직도 윤씨 집안의 큰아가씨인 줄 아느냐? 세자 저하께서 오늘부터 너를 작은 마님의 시녀로 삼으라 하셨다. 주방은 동쪽 별채에 있으니 썩 가거라!"윤서하는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나갔다.주방에 들어서자 그곳을 맡은 어멈이 그릇을 한 무더기 떠안겼다."씻거라. 작은 마님의 점심상에 쓸 것이니 조금이라도 더러워서는 안 된다."찬물에 손을 담근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서하의 손이 벌겋게 변했다. 점심때가 되자 윤채원의 시녀 소희가 남은 밥 한 그릇을 들고 와 부뚜막에 내려놓았다."작은 마님께서 오전 내내 고생한 언니를 굶기지는 말라 하셨다."소희는 문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먹지 않을 것이냐? 그러다 오후 일은 어찌 하려고?"윤서하는 그릇을 들고 주방 한쪽에 놓인 통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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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윤서하는 의식이 흐려지다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어머니를 보았다.어머니는 옛집 마루에 앉아 수틀을 든 채 한 줄기에서 나란히 피어난 연꽃을 한 땀 한 땀 수놓고 있었다.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어머니를 감쌌다."어머니."윤서하가 부르자 어머니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서하야, 이리 오렴."윤서하는 달려가 어머니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여기에 남고 싶지 않습니다."어머니는 고개를 숙여 윤서하를 바라보았다. 이내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얼굴도 서서히 흐릿해져 갔다.찬물 한 대야가 윤서하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윤서하는 거칠게 기침하며 깨어났다. 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고, 등의 상처에 찬물이 닿자 심한 통증에 몸을 잔뜩 웅크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향이 피어오르는 따뜻한 방이었다.윤채원이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검푸른 데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침상 앞에는 어의 몇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이도현은 침상 발치에 서 있었다.어의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저하, 작은 마님의 독은 예전에 노부인의 독과 같은 것이 틀림없습니다."이도현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윤서하만 바라보았다.어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제가 무능하여 당시 후작 부인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해독약을 찾지 못하면 작은 마님은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이도현은 윤서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몸을 낮춘 뒤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해독약은 어디 있느냐?"윤서하는 그의 눈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도현은 한참 윤서하를 바라보다가 손을 놓고 일어서 한 걸음 물러섰다.그때 다른 어의가 약사발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세자 저하, 작은 마님께서 어제 드신 탕약에서 같은 독이 나왔습니다.""그 약은 누가 끓인 것이냐?"그가 덤덤하게 묻자 어의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세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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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윤서하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이도현은 서재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호위들이 윤서하의 양팔을 붙들고 데려오는 모습을 본 이도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윤서하는 고개를 떨군 채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었고 치맛자락에는 피가 번져 있었다. 이도현은 잠시 놀란 듯했다.그는 한참 윤서하를 바라보다가 소매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성 북쪽으로 삼십 리 떨어진 곳에 청운관(青雲觀)이 있다. 그곳에 해독약이 있다. 내일 아침 사람을 붙여 줄 테니 약을 얻으면 비밀 호위들이 돌아오는 길을 지켜 줄 것이다."이도현은 몸을 낮춰 종이를 윤서하의 손에 쥐어 주었다."그동안 벌은 충분히 받았다. 해독약을 가져와 채원의 독을 풀면 내게 진 빚도 조금은 갚은 셈으로 치마."그는 일어서 윤서하를 내려다보았다."이제부터는 다른 신분을 마련해 줄 테니 내 곁에 남아라."윤서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을 마주한 이도현은 눈을 돌리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잊지 마라. 네가 내게 진 빚은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것이다."이도현은 윤서하에게 등을 돌리고 명령했다."데려가 쉬게 하라. 내일 묘시에 가마를 준비해 청운관으로 보내거라."다음 날 묘시, 날이 희미하게 밝아 왔다. 푸른 휘장을 친 작은 가마가 후부의 뒷문에 멈춰 있었다.이도현은 문 앞에 서서 가마의 휘장이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해독약을 얻는 즉시 돌아오거라. 내 비밀 호위들이 뒤따를 것이니, 무사히 다녀오거라."이른 아침이라 경성 거리에는 아직 행인이 많지 않았다. 가마가 주작 거리를 돌아 나가다 말을 급히 몰고 가던 관원 일행과 스쳐 지나갔다.앞장선 중년 관원은 먼 길을 달려온 기색이 역력했다. 가마 안에 앉은 윤서하가 휘장을 살짝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낯이 익은데...'하지만 너무 지친 탓에 윤서하는 더 생각하지 않고 휘장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저녁 무렵, 한 사람이 말을 달려 약 한 병을 가져와 이도현에게 건넸다.반 시진 뒤 윤채원의 얼굴에 차츰 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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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쪽지에는 쓴 사람의 이름도, 알아볼 만한 표시도 없었다.누가 썼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이미 결론을 내렸다.윤서하는 사라졌고 비밀 호위들은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으며, 윤서하가 보낸 약을 먹은 채원은 피를 토했다. 이 모든 일을 꾸민 사람은 윤서하밖에 없었다.이도현이 쪽지를 움켜쥐자 손등의 핏줄이 불거졌다.'내가 참으로 어리석었군.'어젯밤 호위들이 윤서하를 데려왔을 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무릎에는 사기 조각에 찔린 상처가 가득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이도현의 마음은 살짝 흔들렸다.윤서하가 해독약을 가져와 채원을 살리면 더는 벌하지 않고 신분을 마련해 후부에 남게 할 생각까지 했다.윤서하가 해독약을 무사히 가져올 것이고, 지난날의 정을 아직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으리라 믿었다.하지만 윤서하는 그 믿음을 저버렸다.윤채원과 혼인한 것도, 지난 세월 자신을 믿지 않은 것도, 옥패를 던지고 사금파리 위에 무릎 꿇린 것도, 목에 칼을 씌워 거리를 돌게 한 것도 모두 원망했을 것이다.그는 윤서하가 도망친 뒤 이 쪽지를 남겨 복수한 것이라 여겼다. 그녀는 여전히 악독했다.이도현은 쪽지를 탁자 위에 세게 내려쳤다. 가슴이 거칠게 들썩였고 막 생겨났던 연민은 분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어의가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세자 저하... 작은 마님은 오래 버티지 못할 듯합니다.""살려 내라. 채원을 살리지 못하면 너희도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어의들은 겁에 질려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이도현은 더 보지 않고 방을 나와 처마 아래에 섰다. 밤바람이 소매 안으로 파고들었다.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형부는 당시 사건을 다시 조사할 예정이었다. 박정환은 기록을 꺼내 보았고 이틀 뒤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재판에서 윤서하의 죄가 확정되면, 그녀는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다.그 생각에 이도현은 문득 가슴이 조여 왔다.죄수복을 입고 족쇄를 찬 윤서하가 어둡고 습한 형부 감옥에 갇힌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답답해졌다.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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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이도현은 밤을 꼬박 새웠다.날이 밝자 윤서하를 따라 청운관에 갔던 호위들을 불러들였다.세 사람은 서재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도 들지 못했다.이도현은 책상 뒤에 앉아 명했다."어제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라."가운데에 있던 호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세자 저하, 묘시 삼각에 윤서하 아가씨의 가마가 뒷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별일이 없었고, 청운관에 도착한 뒤 저희는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반 시진쯤 지나자 윤서하 아가씨께서 약병을 들고 나오셨습니다.""약을 준 사람은 어떻게 생겼느냐?""스무 살을 조금 넘긴 젊은 도련님이었습니다. 옅은 푸른색 긴 겉옷을 입었고 얼굴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경성 말투를 썼습니다."이도현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화가를 불러 그자의 얼굴을 그리게 하라."화가가 오자 호위 세 명이 한마디씩 생김새를 설명했다."이마가 넓었습니다.""턱선이 각졌습니다.""입술이 얇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습니다.""키가 크고 몸이 늘씬했습니다. 다만 세자 저하보다 크지는 않았습니다."화가가 세 번이나 다시 그린 뒤에야 호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도현은 초상화를 집어 들자마자 그 자리에 굳었다.그림을 가까이 가져와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박시헌, 형부시랑 박정환의 아들이었다.이도현은 초상화를 내려놓았다."경성에 있는 각 가문의 명부를 가져오너라."명부는 곧 이도현에게 전해졌다. 박씨 집안이 적힌 쪽을 펼치니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박시헌, 스물세 살. 형부시랑 박정환의 정실 소생 맏아들. 삼 년 전 경성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으며 보름 전 돌아왔다.이도현은 명부를 덮고 눈을 감았다.'윤서하는 언제 박시헌을 알게 된 것인가? 둘은 대체 어떤 사이이고, 박시헌은 왜 윤서하를 돕는 거지?'이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안을 몇 차례 서성였다.'윤서하는 오래전부터 떠날 생각이었나? 줄곧 이날만 기다렸던 것인가? 약을 구한다는 것은 핑계였고, 그 틈에 빠져나가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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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이도현은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혼례를 올린 날이라니, 윤서하가 상복을 입은 것은 혼례 행렬을 막으려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정말 세상을 떠나 장례를 치르고 있었단 말인가?'그녀가 아흔아홉 번 절한 것도 벌을 받아 마땅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관을 열지 못하게 막아선 것도 무언가 숨길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그 안에 누워 계셨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이도현은 윤서하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던 날 상복을 찢고, 이복동생이 그녀의 등을 밟게 했으며, 아흔아홉 번이나 절하게 했다.이도현은 윤씨 집안 대문 앞에 선 채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손에 들고 있던 종이 봉지가 바닥에 떨어져 풀리면서 안에 있던 계화떡이 드러났다.그 떡은 윤서하의 어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었다. 이도현의 어머니와 윤서하의 어머니는 혼인 전부터 가까운 벗이었고, 경성 서쪽 오래된 가게에서 파는 그 떡을 함께 먹곤 했다.이도현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윤서하의 어머니는 해마다 기일이면 떡 한 봉지를 후부로 보내 위패 앞에 올리게 했다.골목 어귀에서 불어온 바람이 흩어진 떡을 사방으로 날렸다. 떡 부스러기에는 먼지가 들러붙었고, 떡은 담벼락 아래로 하나씩 굴러갔다.이도현은 떡을 주우려고 몸을 낮췄지만 바람은 갈수록 거세졌고, 남은 떡마저 흩어져 다시 한데 모을 수 없었다.바닥에 쪼그려 앉아 손을 뻗었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늙은 하인이 작은 나무 상자를 받쳐 들고 다가와 허리를 굽힌 뒤 이도현에게 내밀었다."세자 저하."이도현이 고개를 들었다.늙은 하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흘러내리지는 않았다."부인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세자 저하께서 언젠가 오시면 이것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이도현은 나무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향주머니 세 개가 놓여 있었다. 향주머니에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초가 가득 들어 있어 가까이 가져가자 은은한 약초 향이 풍겼다.이도현은 순간 굳어 버렸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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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이도현은 어떻게 후부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돌아오는 내내 말을 몰아붙였지만 머릿속은 어지러웠고, 늙은 하인의 말만 거듭 떠올랐다.'윤채원 아가씨가 부인께 독을 먹였습니다.''같은 독이라니. 서역에서 온 독이고, 어머니에게 쓰인 독과 똑같다니.'늙은 하인은 종이 봉지의 표식을 기억한다고 했다.당시 후부에서 독을 조사할 때 모두가 그 표식을 보았고, 형부에서도 모양을 그려 처소를 돌며 확인하게 했다.그러니 늙은 하인이 잘못 알아볼 리 없었다.'그렇다면 윤채원이 김씨에게 먹인 독이 어머니에게 먹인 것과 같다면, 어머니에게 독을 먹인 사람도 윤서하가 아닐 수 있지 않을까?'이도현은 고삐를 당겨 후부 문 앞에 말을 세웠다.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뒤엉켰다.'증거가 확실하고 증인과 물증도 모두 있다. 삼 년이나 조사했는데 윤서하가 범인이 아닐 리가 없다.그렇다면 윤채원은? 윤채원이 김씨에게 독을 먹이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다. 하지만 늙은 하인은 직접 보았지.'초조한 이도현은 말에서 내려 고삐를 문지기에게 넘기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윤채원의 처소로 돌아오니 어의는 아직 남아 있었고 시녀들이 물과 수건을 바꿔 들고 분주히 드나들었다.침상에 누운 윤채원은 얼굴이 새하얗고 입술에는 핏기가 조금도 없었으며, 숨도 얕고 가빠 금세라도 끊어질 듯했다.이도현은 침상 곁에 서서 한동안 윤채원을 바라보았다.'삼 년 동안 보아 온 얼굴이다. 여리고 약한 모습으로 나긋나긋 말하고, 걸을 때도 큰 걸음 한 번 내딛지 못했다. 그런 윤채원이 어떻게 독을 먹였겠는가?'하지만 당시 모든 증거를 이도현에게 건넨 사람은 윤채원이었다. 이서린이 죽었을 때는 윤서하가 그날 호숫가에 다녀갔다고 달려와 알렸고, 어머니가 중독됐을 때는 윤서하가 약재를 산 기록을 찾아냈다."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니가 거듭 잘못하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이도현은 돌아서서 방 안을 서성였다.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창가로 가던 중 화장대 앞을 지나다 무언가가 눈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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