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혼례를 올린 날이라니, 윤서하가 상복을 입은 것은 혼례 행렬을 막으려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정말 세상을 떠나 장례를 치르고 있었단 말인가?'그녀가 아흔아홉 번 절한 것도 벌을 받아 마땅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관을 열지 못하게 막아선 것도 무언가 숨길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그 안에 누워 계셨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이도현은 윤서하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던 날 상복을 찢고, 이복동생이 그녀의 등을 밟게 했으며, 아흔아홉 번이나 절하게 했다.이도현은 윤씨 집안 대문 앞에 선 채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손에 들고 있던 종이 봉지가 바닥에 떨어져 풀리면서 안에 있던 계화떡이 드러났다.그 떡은 윤서하의 어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었다. 이도현의 어머니와 윤서하의 어머니는 혼인 전부터 가까운 벗이었고, 경성 서쪽 오래된 가게에서 파는 그 떡을 함께 먹곤 했다.이도현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윤서하의 어머니는 해마다 기일이면 떡 한 봉지를 후부로 보내 위패 앞에 올리게 했다.골목 어귀에서 불어온 바람이 흩어진 떡을 사방으로 날렸다. 떡 부스러기에는 먼지가 들러붙었고, 떡은 담벼락 아래로 하나씩 굴러갔다.이도현은 떡을 주우려고 몸을 낮췄지만 바람은 갈수록 거세졌고, 남은 떡마저 흩어져 다시 한데 모을 수 없었다.바닥에 쪼그려 앉아 손을 뻗었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늙은 하인이 작은 나무 상자를 받쳐 들고 다가와 허리를 굽힌 뒤 이도현에게 내밀었다."세자 저하."이도현이 고개를 들었다.늙은 하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흘러내리지는 않았다."부인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세자 저하께서 언젠가 오시면 이것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이도현은 나무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향주머니 세 개가 놓여 있었다. 향주머니에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초가 가득 들어 있어 가까이 가져가자 은은한 약초 향이 풍겼다.이도현은 순간 굳어 버렸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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