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ício / 끝내 닿지 못한 마음 / Capítulo 11 - Capítulo 20

Todos os capítulos de 끝내 닿지 못한 마음: Capítulo 11 - Capítulo 20

21 Capítulos

제11화

임지영은 밤새 꿈속을 헤맸다.처음에는 어린 시절 조민소와 함께했던 날들이 펼쳐졌다.그 시절의 그녀는 더없이 행복했다.하지만 어느 순간 눈앞의 풍경이 바뀌더니, 곁에 있는 사람은 어느새 조이진으로 변해 있었다.조민소는 어째서 마음이 변했느냐며 자신을 나무랐지만, 정작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이윽고 조민소는 말에 올라 그대로 떠나 버렸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뒤쫓았지만, 아무리 달려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임지영은 텅 빈 듯한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돌렸다.그리고 곁에 누운 조이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속 허전함이 더욱 짙어졌다.‘아니야. 내가 진정 혼인하고 싶었던 사람은 오라버니뿐이었어.’그렇다면 언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것일까.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조이진과의 정사에 빠져들었고, 몇 번이고 조민소와 맺은 맹세를 저버리고 있었다.임지영은 더 이상 조이진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때 뒤에서 뻗어 나온 두 팔이 허리를 감싸 안았다.임지영은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귓가에 들려온 조이진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누님, 어째서 어젯밤부터 계속 저를 피하시는 겁니까?”“혹 제가 뭘 잘못한 것입니까? 말씀만 해 주십시오. 무엇이든 다 고치겠습니다.”임지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조이진에게 몸을 맡겼다. “네 잘못이 아니다. 내가 너한테 너무 소홀했구나. 내일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도 사러 함께 거리에 나가자꾸나.”조이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조민소와 달리 조이진은 언제든 자신을 낮출 줄 알았다. 임지영이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도, 어떻게 해야 마음을 풀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민소는 달랐다. 장군으로 살아온 만큼 타고난 기질부터 당당하고 오만했다.그녀를 달래기 위해 몸을 낮출 때조차도 자신만의 기개와 자존심만큼은 끝내 내려놓지 않았다.그래서 임지영은 조이진과 함께 있을 때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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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 말을 들은 조성원과 김선희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자, 임지영의 마음속에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네 형님은 이미 군사를 이끌고 변방으로 떠났다. 앞으로는 다시 경성으로 돌아오지 않을 게다.”조이진은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민소가 정녕 떠났구나!’‘이제 내 앞을 가로막던 유일한 걸림돌도 사라졌어.’조이진은 곁에 있는 임지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굳은 얼굴로 한참 입술만 달싹이다가 가까스로 물었다. “허면 저와 오라버니의 혼약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곧 저와 혼례를 올릴 예정이 아니었습니까?”조성원과 김선희는 한숨을 내쉬었다.“민소가 지난 삼 년 동안 세운 군공을 내세워 폐하께 파혼을 청했다.”그 말이 떨어지자 임지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가슴을 움켜쥔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제야 깨달았다.사흘 전 자신이 보았던 그 뒷모습이 바로 조민소였다는 것을.마지막으로 마주친 것이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은 몰랐다.그때 조이진이 다급히 물었다. “형님께서는 군공을 내세워 제가 평부가 되는 것을 청한 것이 아니었습니까?”조성원과 김선희는 고개를 저었다.“민소가 너무 철없는 짓을 했어.”임지영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이것이야말로 그들의 본모습이란 말인가?’‘조이진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 오라버니에게는 늘 무심하게 대하고.’하지만 두 사람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자신 또한 한때 그들과 똑같이 조민소를 외면하고 상처를 주었다.머리가 한 대 얻어맞은 듯 웅웅거렸다.조민소와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로, 그는 줄곧 자신과 혼인하는 날을 꿈꿔 왔다.삼 년 전 출정한 것도 기울어 가던 장군부를 다시 일으켜 임지영에게 부족함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이제 조민소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나 버렸고, 두 사람을 이어 주던 혼약마저 스스로 끊어 버렸다.임지영은 예의를 차릴 겨를도 없이 곧장 조민소가 머물던 곳으로 달려갔다.하지만 방 안에는 조민소가 머물렀던 흔적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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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임지영은 눈앞의 사람을 끌어안은 채 비틀거리며 주루의 방 문을 밀어 열었다.조이진은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일부러 조민소가 예전에 입던 장포를 걸치고 임지영을 찾아왔는데, 예상대로 효과는 확실했다.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임지영이 먼저 다가와 조이진에게 입을 맞췄고, 그의 품에 안긴 채 연신 조민소의 이름을 불렀다.조이진은 속에서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눌러 삼켰다.그 모습은 예전에 자신이 약을 써서 임지영을 품에 안았던 때와 너무도 똑같았다.그날 밤에도 임지영은 조민소의 이름을 부르며 한없이 다정했다.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신과 관계를 맺을 때면, 그 몸짓에는 정작 마음이라곤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조이진은 모처럼 얻은 임지영의 다정함을 마음껏 누리며, 이번에는 반드시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갖기를 바랐다.아이만 생긴다면 임지영을 붙잡아 둘 자신이 있었다.조이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임지영을 놓아주지 않은 채 몇 번이고 품에 안았다.임지영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임씨 저택으로 돌아온 뒤였다.조이진은 해장탕을 들고 침상 곁에 앉아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제야 임지영은 어젯밤 자신과 함께했던 사람이 조민소가 아니라 조이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순간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자신은 또다시 조민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임지영이 차가운 눈으로 조이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려 하자,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누님께서 저와 화리하고 싶어 하시는 건 압니다. 허나 장군부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그러지 말아 주십시오.”“누님께서 형님을 찾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전장은 위험합니다. 혹여 누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장군부의 대가 끊기게 됩니다.”임지영은 잠시 멈칫했다.조이진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지금 그와 화리한다면 장군부의 명예에 흠이 갈 뿐 아니라, 자칫 조민소까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 있었다.임지영 역시 조민소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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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날도 임지영은 평소처럼 술을 마시러 밖으로 나갔다.임지영이 떠나자 조이진은 정성스레 얼굴을 단장한 뒤, 상자 깊숙이 감춰 두었던 옷을 꺼내 입었다.아무도 알지 못했다.조이진이 본래 기방 출신이라는 사실을.그해 조이진은 더는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강남에서 도망쳐 경성으로 올라왔다.그리고 경성에 도착한 첫날, 마침 백성들에게 죽을 나눠 주고 있던 조민소를 보게 되었다.조이진은 그 뒤로 며칠 동안 몰래 조민소를 지켜보았고, 그가 마음씨가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에 조이진은 가진 돈을 모조리 털어 평범한 옷 한 벌과 노인의 시신을 마련했다.그리고 조민소가 반드시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를 돈이 없어 몸을 파는 척했다.조민소라면 틀림없이 자신을 외면하지 못하리라 확신한 것이다.역시 예상은 적중했다.그는 성공적으로 장군부에 들어갔고, 조민소의 곁에 남아 몸종이 되었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어느새 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차갑고 청아한 분위기에 좀처럼 범접하기 어려운 여인. 바로 조민소의 소꿉친구이자 약혼녀인 임지영이었다.조이진은 기방에서 배운 갖가지 교태를 부리며 끊임없이 임지영을 유혹했다.하지만 임지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이진을 꾸짖으며 사내답지 못하다고 했다.그녀가 조민소에게만 다정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조이진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어째서 저들은 태어날 때부터 귀한 신분을 타고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지?’‘나는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고, 여덟 살에는 기방에 팔려 갔는데.’‘열두 살부터 손님을 받아야 했고,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왔어.’조이진은 그렇게 일 년을 기다렸다.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조민소가 임지영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며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기로 한 것이다.그는 조성원과 김선희가 타고 나갈 말에 몰래 손을 썼다.두 사람이 벼랑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지자, 기다렸다는 듯 몸을 던져 구해 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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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옆방 사내의 목소리는 조이진과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임지영은 곁에서 소옥란이 묘한 눈빛을 보내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술잔만 단숨에 들이켰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옆방의 소리가 잦아들었다.그때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이를 갖기만 하면 은자 백 냥을 주겠다.”그러자 기녀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허면 소인을 제대로 아껴 주셔야 합니다.”바로 그 순간 사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뭐 하는 짓이냐?”조이진은 기녀가 갑자기 자신의 면사를 잡아 벗기자 크게 당황했다.그는 황급히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기녀는 조이진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 했더니 장군부의 둘째 도련님이셨군요. 소인이 미처 몰라뵈었습니다.”조이진은 겁에 질린 기색을 감춘 채 낮게 으름장을 놓았다. “오늘 일을 함부로 입 밖에 냈다가는 네 목숨을 장담하지 못할 게야!”기녀는 피식 웃더니 몸을 세게 움직이며 말했다.“허면 이년을 어찌 죽일 셈입니까? 이런 식으로요?”곧이어 조이진의 낮고 가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그 시각 옆방에 있던 임지영의 얼굴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곁에 있던 소옥란은 ‘조이진’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임지영의 분노가 자신에게까지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임지영은 자신이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조이진과 관련된 물건을 모조리 내다 버리라 명했다.그리고 곧바로 사람을 보내 조이진의 모든 행적을 조사하게 했다.조이진은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비틀거리며 돌아왔다.하지만 온기라고는 조금도 남지 않은 임지영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들킨 것인가?’‘그럴 일 없어. 임지영은 그런 곳에 갈 사람이 아니야.’조이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누님, 오늘 누님께서 좋아하는 계화과자를 사 왔습니다.”분노가 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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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임지영의 눈빛에 서서히 초점이 돌아왔다.“조이진은 본래 강남의 기방 출신으로, 사 년 전 그곳에서 도망쳐 경성으로 올라왔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임지영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속이 뒤집히는 듯 구역질까지 치밀어 올랐다.어쩐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데 그토록 능숙했던 것이다.지난 몇 년 동안 그와 몰래 만나며 가까이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치자, 역겨움에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장례비를 마련하려 몸을 팔겠다고 했던 것부터가 거짓이었습니다. 나리와 마님의 마차에 손을 써 사고를 일으킨 것도 조이진이었고, 아씨와 처음 관계를 맺었을 때도 몰래 약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조이진이 저지른 짓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임지영의 안색은 더욱 차갑게 굳어 갔다. ‘고작 이런 사내 때문에 오라버니에게 그토록 큰 상처를 주었다니...’조민소는 그들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기 위해, 평생 변방을 지키는 길까지 스스로 택했다.그때 몸종이 찾아와 의복점 주인장이 혼례복을 장군부로 보내왔다고 알렸다.임지영은 붉은 혼례복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그것을 입은 조민소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러자 애써 참아 왔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오라버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오라버니를 저버렸습니다. 이곳의 일을 모두 정리하고 나면 반드시 오라버니를 찾아가겠습니다.”임지영은 몸종에게 마차를 준비하라 이른 뒤 곧장 장군부로 향했다.조성원과 김선희는 홀로 찾아온 임지영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지영아, 어찌 혼자 왔느냐? 이진이는 어디 있느냐?”이 와중에도 여전히 조이진부터 찾는 두 사람을 보자 임지영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 “그때의 마차 사고는 모두 조이진이 꾸민 일이었습니다!”임지영은 충격으로 굳어 버린 두 사람 앞에서 조이진이 저지른 악행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조성원과 김선희는 하루아침에 열 살은 늙어 버린 사람처럼 초췌해졌다.조성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내가 눈이 멀었구나. 고작 그런 자 하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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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같은 시각, 조민소는 몸에 꼭 맞는 겉옷 위로 두툼한 여우 털 망토를 걸친 채 성벽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조성원이 보내온 서신을 손에 꼭 쥔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붉어진 눈가에는 뒤늦게 전해진 아버지의 관심에 대한 씁쓸함만이 남아 있었다.조민소는 이미 황제 앞에서 변방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몸이었다. 이제는 제 뜻대로 경성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이곳의 백성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앞으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하염없이 흩날리는 눈송이가 조민소의 뺨 위에 내려앉았다.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녹은 눈인지 눈물인지, 이제는 조민소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그때 머리 위로 우산 하나가 드리워지며 쏟아지는 눈발을 막아 주었다.조민소가 뒤돌아보자,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 소녀의 눈동자와 마주쳤다.단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 밖은 너무 춥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조민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단오는 그가 변방으로 향하던 길에서 우연히 구해 준 여인이었다.당시 단오는 얇은 옷차림으로 굶주린 늑대에게 쫓기고 있었고, 등에는 뼈가 드러날 만큼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기력이 다해 곧 늑대에게 덮칠 위기에 처한 순간, 조민소가 나타나 칼 한 번에 늑대의 목을 베어 버렸다.정신을 차린 뒤, 그녀는 자신을 단오라고 밝히며 인근 유목민 출신이라고 했다.부모를 모두 여의어 이제는 의지할 가족도 없다고 했다.그날 이후 그녀는 줄곧 조민소의 곁을 따랐다.하지만 조민소는 좀처럼 경계를 풀지 못했다.조이진의 일을 겪은 뒤로는 신원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곁에 두는 것이 두려웠다.하지만 단오는 그런 조민소의 경계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상처가 다 낫자 제 거처로 돌아갔지만, 그 뒤로도 날마다 사냥한 짐승을 가져다 놓고는 곧장 돌아가곤 했다.그렇게 보름이 흘렀다.어느 날 조민소는 또다시 얇은 옷차림으로 사냥감을 내려놓고 떠나려는 단오를 보게 되었다.그는 단오를 불러 세워 겨울옷 한 벌과 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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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조민소의 복잡한 눈빛을 마주한 단오는 씁쓸하게 웃었다.“결국 들키고 말았네요.”조민소가 싸늘하게 물었다. “네 몸놀림은 평범한 유목민이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신분을 밝혀라.”단오는 가볍게 웃다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 본명은 호연단오입니다. 북적(北狄)의 구공주이자, 그중에서도 가장 총애받지 못하는 공주이기도 합니다.”“제 어머니는 평범한 궁녀였고,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다 한 달 전부터 오라버니들이 황위를 두고 다투기 시작했습니다.”“저는 황위를 둘러싼 다툼에 끼어들 마음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허나 오라버니들은 끝내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도망치다 등에 칼을 맞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뒤에는 늑대 떼에게까지 쫓기게 되었습니다.”“오라버니께서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허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오라버니를 해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이 목숨을 다해서라도 은혜를 갚겠습니다.”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단오의 눈을 바라보던 조민소는 천천히 칼을 내려놓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경계를 푼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곧 사람을 보내 단오의 신분을 남몰래 조사하게 했다.그 사이에는 단오를 제 곁에 두고 직접 지켜보았다. 겉으로는 감시였지만, 실은 상처가 제대로 아물 때까지 보살피려는 마음도 있었다.사흘 뒤 비밀리에 알아본 결과가 도착했다. 단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북적의 구공주였다.조민소는 복잡한 눈빛으로 단오를 바라보다가 나직이 말했다.“상처가 다 나으면 돌아가거라. 너와 나는 결국 가야 할 길이 다르다.”단오의 눈에 금세 서운한 기색이 어렸다. “저희 북적은 지금껏 대우와 서로 국경을 넘보지 않고 지내 왔습니다. 헌데 오라버니께서는 어찌하여 저를 떠나보내려 하십니까?”조민소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한 번 믿었던 사람에게 크게 배신당한 뒤로는 좀처럼 경계를 풀 수가 없었다.사람의 마음만큼 알기 어려운 것도 없었다. 이제는 누군가를 섣불리 믿었다가 또다시 상처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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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조민소는 미간을 찌푸린 채 비단 보자기를 풀었다. 그 안에는 예전에 깨졌던 것과 똑같이 생긴 옥패 두 개가 들어 있었다.임지영은 그 옥패를 줄곧 소중히 간직해 왔다. 모진 매질을 당하는 와중에도 옥패만큼은 깨지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 냈다.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라버니, 지난 일은 모두 제 잘못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오라버니께 사과드리겠습니다. 오라버니의 용서 또한 바라지 않습니다.”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은 탓에, 이제 임지영은 더 이상 조민소의 용서를 바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한때는 백성들이 어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지조차 모르던 철없는 규수였지만, 지금의 임지영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자신이 그동안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조민소와 같은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 준 덕분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임지영 역시 과거에 품었던 집착을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이때 조민소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똑같이 만든 옥패라 해도, 예전의 그 옥패가 될 수는 없다.”“너를 원망하는 마음은 이미 내려놓았다. 허나 우리 사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느니라.”가슴이 저릿하게 아파 왔지만 임지영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어 경성에서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자 조민소 역시 한동안 착잡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조이진이 기방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조민소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사람은 누구나 제 욕망을 좇아 살아가는 법이었다.조이진에게 처음부터 다른 길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쩌면 이토록 잘못된 길로 빠지지는 않았을지도 몰랐다.이제 조이진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렀으니, 조민소 역시 지난날의 원망을 더는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조민소는 임지영에게 변방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약과 의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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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조민소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단오니?”그러자 단오는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던 검은 면사를 천천히 걷어 냈다.삼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앳된 소녀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어느새 눈부시게 아름답고 기품 있는 여인으로 자라 있었다.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와 맑고 예리한 눈빛은 차가운 별처럼 빛났지만, 조민소를 바라볼 때만큼은 여전히 한없이 부드러웠다.숨김없이 자신을 향하는 뜨거운 시선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마주하자, 조민소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단오는 조민소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오라버니, 제가 예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십니까?”조민소는 고개를 저었다.단오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제가 떠나기 전에 서신을 한 통 남기지 않았습니까. 저와 오라버니는 절대로 적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지요. 그리고 이제 그 약조를 지켰습니다.”“저는 지금 북적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북적과 대우는 영원히 우호를 이어 갈 것입니다.”지난 삼 년 동안 단오는 단 한순간도 조민소를 잊은 적이 없었다.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마다 조민소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견뎌 냈다.차갑고 고결한 얼굴과 늠름한 뒷모습, 그리고 누구보다 따뜻하고 자비로운 마음까지.그는 단오가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버팀목이었다.조민소는 눈앞의 단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삼 년 전 앳된 소녀였던 단오는 어느새 아름답고 기품 있는 여인으로 자라 있었다.여왕이 되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으리라는 것만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조민소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었다.“단오야, 참 잘해 냈구나.”그 한마디에 단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그토록 듣고 싶었던 칭찬을 직접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모두가 총애받지 못하는 구공주라며 그녀를 업신여겼지만, 조민소만은 아무런 편견 없이 진심으로 대해 주었다.그와 함께 지냈던 두 달은 단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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