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조민소는 몸에 꼭 맞는 겉옷 위로 두툼한 여우 털 망토를 걸친 채 성벽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조성원이 보내온 서신을 손에 꼭 쥔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붉어진 눈가에는 뒤늦게 전해진 아버지의 관심에 대한 씁쓸함만이 남아 있었다.조민소는 이미 황제 앞에서 변방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몸이었다. 이제는 제 뜻대로 경성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이곳의 백성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앞으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하염없이 흩날리는 눈송이가 조민소의 뺨 위에 내려앉았다.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녹은 눈인지 눈물인지, 이제는 조민소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그때 머리 위로 우산 하나가 드리워지며 쏟아지는 눈발을 막아 주었다.조민소가 뒤돌아보자,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 소녀의 눈동자와 마주쳤다.단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 밖은 너무 춥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조민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단오는 그가 변방으로 향하던 길에서 우연히 구해 준 여인이었다.당시 단오는 얇은 옷차림으로 굶주린 늑대에게 쫓기고 있었고, 등에는 뼈가 드러날 만큼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기력이 다해 곧 늑대에게 덮칠 위기에 처한 순간, 조민소가 나타나 칼 한 번에 늑대의 목을 베어 버렸다.정신을 차린 뒤, 그녀는 자신을 단오라고 밝히며 인근 유목민 출신이라고 했다.부모를 모두 여의어 이제는 의지할 가족도 없다고 했다.그날 이후 그녀는 줄곧 조민소의 곁을 따랐다.하지만 조민소는 좀처럼 경계를 풀지 못했다.조이진의 일을 겪은 뒤로는 신원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곁에 두는 것이 두려웠다.하지만 단오는 그런 조민소의 경계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상처가 다 낫자 제 거처로 돌아갔지만, 그 뒤로도 날마다 사냥한 짐승을 가져다 놓고는 곧장 돌아가곤 했다.그렇게 보름이 흘렀다.어느 날 조민소는 또다시 얇은 옷차림으로 사냥감을 내려놓고 떠나려는 단오를 보게 되었다.그는 단오를 불러 세워 겨울옷 한 벌과 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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