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강의실 아래에서, 때로는 도서관 입구에서, 심지어 임가영이 자주 가는 카페까지 알아내 그곳에서 기다렸다.차선호는 첫날처럼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그녀가 한 번만 눈길을 주길 기다렸다.하지만 임가영은 끝내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나흘째 되던 날 저녁, 임가영이 자습실에서 나오자 차선호가 또 입구에 떡하니 서 있었다.런던의 해는 일찍 저물었고 거리에는 벌써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짙은 회색 코트를 입은 차선호의 어깨 위로 보슬비가 내려앉았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감도 안 올 정도였다.그녀가 나오자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이건 유진의 판결문 사본이야. 음주운전 뺑소니와 타인 무고 혐의가 인정돼서 경합범 가중처벌로 7년 형을 받았어. 네 부모님 회사는 석 달 전에 이미 부도 처리됐고.”임가영은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꺼내 두어 번 훑어보았다.이어서 다시 서류를 차곡차곡 접어 봉투에 넣고는 그에게 돌려주었다.“알려줘서 고마워.”그녀의 말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차선호는 덤덤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둔기로 심장을 긁히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차라리 그를 증오하며 욕설이라도 퍼부어주길 바랐다. 이런 철저한 무관심보다는 나을 테니까.바로 눈앞에 서 있는 그녀, 머리카락 향기까지 느껴질 만큼 가까웠지만 동시에 은하수 건너편에 있는 것처럼 까마득하게 멀었다.차선호가 뭐라고 더 말하려던 찰나, 옆에서 불쑥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가영아, 가자. 식당 문 닫겠어.”어느새 나타난 정민규가 자연스럽게 임가영의 손에 들린 책을 받아들고 다른 손은 가볍게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렸다.그는 차선호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며 밝게 웃었지만 눈 속에는 온기가 전혀 없었다.“저기요, 길 좀 비켜주시죠. 우리 밥 먹으러 가야 해서요.”차선호의 시선이 임가영의 어깨 위에 얹힌 정민규의 손에 고정되었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차선호는 길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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