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웨딩 촬영을 하기로 약속한 날, 임가영은 새벽부터 서둘러 단장을 마쳤지만 정오가 넘도록 차선호는 데리러 오지 않았다. 이제 막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던 참인데 차선호가 금방 SNS에 올린 아홉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새틴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 속 여자는 눈매며 콧날까지 임가영과 판박이인 그녀의 쌍둥이 언니 임유진이었다. 게시물에는 이런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드디어 너의 공공연한 연인이 되었네.]
View More바닥에 쓰러졌던 차선호는 두 명의 경찰에게 끌려 일어나 양손을 등 뒤로 수갑이 채워졌다.경찰차에 태워지던 순간, 그는 여전히 굳게 닫힌 차 문을 돌아보았다.문은 미동도 없이 닫혀 있었고 안에 있는 임가영은 밖에서 벌어진 소란을 전혀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졌다.차선호의 눈빛에는 불만과 초라함이 뒤섞여 있었다.경찰차 문이 닫히며 그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한편 정민규는 그 자리에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그는 입가에 흐르던 피를 닦고 몸을 돌려 차로 다가갔다.문을 열자 임가영은 여전히 좌석에 누워 숨을 고르게 쉬며 깨어나질 못했다.정민규는 허리를 숙여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차 밖으로 옮겼다.고요히 잠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정민규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제때 도착해서 천만다행이었다.임가영이 눈을 떴을 때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는 정민규가 보였다.그녀가 눈을 뜨기 바쁘게 남자는 서둘러 몸을 기울이고 애써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깼어? 너 때문에 얼마나 놀란 줄 알아?”임가영의 기억은 그 어두웠던 주차장의 순간에서 멈춰 있었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나... 어떻게 된 거야?”정민규는 물컵을 그녀의 입가로 가져다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너무 피곤해서 실험실에서 쓰러졌대. 당직 서던 동기가 널 발견하고 바로 병원으로 데려왔어.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단순한 저혈당에 과로가 심하다면서 이틀 정도 쉬면 나아질 거래.”그는 임가영에게 추악한 진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는 자신이 반드시 그녀를 잘 지켜줄 것이라고 다짐했다.임가영은 긴 속눈썹을 떨구었다.기억의 파편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분명 꿈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정민규의 눈동자를 마주하곤 끝내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정민규는 소매를 살짝 끌어내려 싸움 끝에 손등에 남은 멍 자국을 가렸다.퇴원 후, 임가영의 일상은 다시 예전의 평온함으로 돌아왔다.물론 정민규는
임가영이 말을 마치자 정민규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더니 따뜻한 물 한 컵을 가져와 임가영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럼 네가 런던에 온 건 단순히 공부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서였겠네.”임가영은 컵을 건네받았다. 온기가 손끝을 타고 따스하게 퍼져 나갔다.“꼭 그렇지만은 않아. 그냥... 내가 마땅히 살아야 할 내 모습 그대로를 되찾고 싶었을 뿐이야.”정민규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싱긋 웃었다.“그럼 잘 해낸 거네.”임가영이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했다.그곳에는 동정이나 연민 따위 없었다. 그저 맑고 순수한 감탄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창밖의 빗줄기는 어느새 멈췄고 구름 사이로 비집고 나온 달빛이 방 안으로 쏟아졌다.임가영도 함께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나 해냈어.”한편 차선호는 런던에 보름 가까이 더 머물렀지만, 임가영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결국 그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그날 밤, 임가영이 자습실을 나섰을 때는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다.늦가을 런던은 뼛속까지 시린 추위였다. 그녀는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홀로 주차장으로 향했다.가방 안에서 차 키를 찾느라 고개를 숙인 탓에 그녀는 근처에 시동이 꺼진 채 한참을 서 있던 검은색 세단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자신의 차 문 앞까지 다다랐을 때,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임가영은 고개를 돌릴 틈도 없었다. 등 뒤에서 억센 손길이 뻗어 나와 그녀의 입과 코를 거칠게 틀어막았다.축축한 천 조각이 피부에 닿으며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건 바로 에테르였다.뇌가 위험을 감지하는 찰나 몸은 이미 통제력을 잃고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차량은 어둠을 뚫고 사설 비행장을 향해 질주했다.차선호는 제 허벅지 위에 누운 채 혼수상태가 돼버린 임가영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져 있었다.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가린 잔머리를 조심스레 쓸어 넘겼다. 손길은
오수희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넌 어쩜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니?”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너 보려고 그 멀리서 날아왔는데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이게 다야? 아무리 우리가 좀 잘못한 게 있다 쳐도 결국 네 친부모야! 이렇게 외면했다가 천벌 받을 줄 알아!”임가영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등 뒤에서 손 하나가 쑥 나오더니 문틀을 단단히 짚었다.정민규가 어느새 다가온 것이다.그는 문 앞의 노부부를 내려다보며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에는 일말의 온기도 없었다.“두 분, 가영이 부모님 되시나요?”오수희가 멈칫했다.“그쪽은 누군데요?”“이 집 주인입니다.”정민규의 말투는 여전히 공손했지만, 내용은 서늘할 따름이었다.“임차인 명단에 두 분은 없습니다. 사전 예약도 안 하셨으니 이만 나가주시죠.”오수희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이건 또 무슨 소리야? 여긴 내 딸이 사는 곳인데!”“이 건물은 제 소유입니다.”정민규가 피식 웃었다.“그리고 두 분께 충고 하나 해드리자면 여기서 행패 부리지 마세요. 제가 런던에 협력 중인 로펌이 좀 많거든요. 명예훼손, 스토킹, 무단 침입 같은 죄목들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는 곳들로 말이죠.”임창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더 악을 쓰려던 오수희를 다급히 잡아끌며 낮게 속삭였다.“그만하고 가자 이제.”두 사람은 패잔병처럼 등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오수희가 다시 고개를 돌려 임가영을 매섭게 쏘아보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복도에 다시 고요가 찾아들었다.정민규가 몸을 돌려 벽에 기대어 있는 임가영을 바라보았다.“괜찮아?”임가영은 고개를 저으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고마워.”“뭘.”정민규는 반대편 벽에 기대어 비스듬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근데 좀 궁금하긴 해. 저런 부모 밑에서 그동안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야?”임가영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그녀가 소파로 다가가 앉자 정민규도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그녀가 입을 열기
때로는 강의실 아래에서, 때로는 도서관 입구에서, 심지어 임가영이 자주 가는 카페까지 알아내 그곳에서 기다렸다.차선호는 첫날처럼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그녀가 한 번만 눈길을 주길 기다렸다.하지만 임가영은 끝내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나흘째 되던 날 저녁, 임가영이 자습실에서 나오자 차선호가 또 입구에 떡하니 서 있었다.런던의 해는 일찍 저물었고 거리에는 벌써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짙은 회색 코트를 입은 차선호의 어깨 위로 보슬비가 내려앉았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감도 안 올 정도였다.그녀가 나오자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이건 유진의 판결문 사본이야. 음주운전 뺑소니와 타인 무고 혐의가 인정돼서 경합범 가중처벌로 7년 형을 받았어. 네 부모님 회사는 석 달 전에 이미 부도 처리됐고.”임가영은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꺼내 두어 번 훑어보았다.이어서 다시 서류를 차곡차곡 접어 봉투에 넣고는 그에게 돌려주었다.“알려줘서 고마워.”그녀의 말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차선호는 덤덤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둔기로 심장을 긁히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차라리 그를 증오하며 욕설이라도 퍼부어주길 바랐다. 이런 철저한 무관심보다는 나을 테니까.바로 눈앞에 서 있는 그녀, 머리카락 향기까지 느껴질 만큼 가까웠지만 동시에 은하수 건너편에 있는 것처럼 까마득하게 멀었다.차선호가 뭐라고 더 말하려던 찰나, 옆에서 불쑥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가영아, 가자. 식당 문 닫겠어.”어느새 나타난 정민규가 자연스럽게 임가영의 손에 들린 책을 받아들고 다른 손은 가볍게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렸다.그는 차선호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며 밝게 웃었지만 눈 속에는 온기가 전혀 없었다.“저기요, 길 좀 비켜주시죠. 우리 밥 먹으러 가야 해서요.”차선호의 시선이 임가영의 어깨 위에 얹힌 정민규의 손에 고정되었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차선호는 길을 비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