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영은 멍하니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그때 마침 차선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온화했다.“미안해, 가영아. 내가 또 착각했어. 유진이를 너인 줄 알았지 뭐야. 근데 스튜디오 촬영 일정이 이미 다 잡혀서 사진작가님도 재촉하시고 지금 다시 너를 데리러 가기엔 시간이 도저히 안 나네. 다행히 둘이 똑같이 생겼으니까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 거야.”임가영은 휴대폰을 꽉 쥐어서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벌써 20년을 넘게 들어온 말.어릴 적 상을 타왔을 때, 부모님은 언니로 착각해 언니만 데리고 여행을 떠났었다.중학교 시절, 언니가 수업을 빼먹고 징계를 받을 때, 임가영으로 오인되어 징계가 그녀 이름으로 내려졌다.고등학교 시절, 밤낮으로 공부해서 명문대를 참관하는 자격을 따냈지만, 부모님은 언니와 함께 참가했고 돌아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 던졌었다.“유진이가 너인 줄로 착각했나 보지.”그날 밤 임가영은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그때 차선호가 그녀를 찾아냈다.청량하던 소년은 그녀를 품에 안고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댄 채 단호하게 말했다.“가영아, 난 절대 다른 사람을 너로 착각하는 일 없을 거야.”그는 정말 약속을 지켰다. 인파 속에서도 언제나 임가영을 가장 먼저 찾아냈고 쌍둥이 언니 임유진과 착각하는 일도 결코 없었다.그러던 어느 학교 축제 날, 쌍둥이 자매 임가영과 임유진이 똑같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차선호는 임유진을 보고 임가영이라 불렀다.그 이후로 이 남자가 착각하는 횟수는 점차 늘어났다.처음엔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지만, 나중에는 그 사과마저도 점점 건성으로 변해갔다.심지어 오늘 웨딩 촬영을 하러 가서 사람을 착각했을 때도 그저 ‘똑같이 생겼으니 아무도 모를 거다’라고 퉁 칠 정도였다.임가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임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선호야, 이리 좀 와봐.”차선호는 즉시 다정하게 대꾸하고는 임가영에게 말했다.“됐어, 가영아. 우리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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