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송건호가 떠난 뒤, 신유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신유진은 평소처럼 스케치를 했고, 은서는 평소처럼 등교했다.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송건호를 언급하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신유진은 자신의 그림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신유진의 그림은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었지만, 작은 마을에는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림을 사려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신유진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갤러리로 갔다. 그리고 갤러리 사장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그 사람은 바로 송건호였다.송건호는 말없이 신유진의 그림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예전과 다름없는 송건호의 옆모습에 신유진은 순간 마음 깊이 묻어두었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송건호는 단 한 번도 신유진의 그림을 이렇게 세심하게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예전에 송건호는 신유진에게 늘 무관심했다.신유진이 송건호와 관련된 그림을 수없이 그렸을 때도 송건호는 그 그림들을 쓰레기처럼 여겼다.그러나 이제는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그림을 마치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유진아, 나 이 그림 사고 싶어.”신유진은 더 이상 송건호와 엮이고 싶지 않아 단호히 거절했다.“미안하지만 이 그림은 팔지 않을 거야.”신유진은 송건호가 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는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왜 지금은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찾아오는 걸까?갤러리 사장이 신유진을 설득했다.“이분이 유진 씨 그림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세요. 무려 10만 달러에 사고 싶으시대요.”신유진은 고개를 저었다.“안 팔아요.”말을 마친 뒤에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때 등 뒤에서 송건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20만 달러.”송건호는 가까이 다가가서 신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30만, 40만, 50만 달러도 줄 수 있어.”신유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건호를 바라봤다.“나는 그렇게 유명한 화가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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