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얼어붙은 마음, 남겨진 그리움

얼어붙은 마음, 남겨진 그리움

By:  리틀 피시Completed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26Chapters
25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어머님, 저희가 약속했던 기한은 10년이었어요.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은서를 데리고 떠나려고요.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건호는 그동안 쭉 은서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실 안에서 신유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신유진은 송건호와 10년 동안 함께 살았으나 끝내 송건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송건호는 신유진과 하룻밤을 보냈고, 그렇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송건호는 신유진에게 별장 한 채를 주었고 아이를 낳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송건호는 대외적으로 계속 미혼인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너랑 결혼할 일은 없어. 그러니까 헛된 희망은 버려. 양육비는 줄게. 하지만 내 아이로 인정할 생각은 없어. 걔는 내 아이가 아니야.”

View More

Chapter 1

제1화

10년 전, 송건호의 첫사랑인 정하윤은 송건호와 헤어진 뒤 해외로 떠났고 그 이후로 송건호는 실의에 빠져 매일 술을 진탕 마시며 폐인처럼 지냈다.

그 모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송건호의 엄마 박정순은 신유진에게 20억을 주겠으니 10년 동안 송건호의 곁에 있어 달라고 했다.

학창 시절 송건호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신유진은 박정순이 부탁을 해오자 별다른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그 이후로 신유진은 송건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송건호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든 웃게 만들려고 애를 썼고, 몸이 아프면 밤새 곁을 지키며 간호하거나 병원을 오가며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송건호의 위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는 특별히 요리까지 배워 직접 식사를 챙겼다.

신유진은 송건호를 실연의 늪에서 끌어냈고 또 오랫동안 송건호의 곁을 지켰다. 그러나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사랑을 쏟아부었다.

신유진은 한때 송건호의 친구가 송건호에게 신유진과는 대체 무슨 사이냐고 묻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송건호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송건호는 신유진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그렇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송건호는 신유진에게 별장 한 채를 주었고 아이를 낳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송건호는 대외적으로 계속 미혼인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너랑 결혼할 일은 없어. 그러니까 헛된 희망은 버려. 양육비는 줄게. 하지만 내 아이로 인정할 생각은 없어. 걔는 내 아이가 아니야.”

매정한 송건호는 정말로 단 한 번도 딸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걸 허락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세 살 때 무심코 한 번 아빠라고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딸 은서를 24시간 동안 방 안에 가둬두었고 그 일로 은서는 목이 쉴 때까지 엉엉 울었다.

네 살 때는 송건호의 손을 한 번 잡았다가 송건호가 거칠게 밀치는 바람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하마터면 골절될 뻔했다.

그런데 어제 송건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들뜬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은서를 위한 선물까지 챙겨왔고 함께 생일을 보내자고 약속까지 했다.

은서는 뛸 듯이 기뻐하며 아빠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아니냐며 끊임없이 물었다.

그러나 신유진은 송건호가 그토록 들떠 있는 이유가 첫사랑이 귀국했기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신유진은 송건호가 그 여자를 얼마나 살뜰히 챙겨주는지를, 그 여자의 아이를 품에 안고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보라며 다정하게 달래는 모습을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신유진은 그제야 비로소 마음을 접었다.

박정순은 신유진의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미 마음먹은 것 같으니 나도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

집으로 돌아간 뒤 신유진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다섯 살 된 딸 은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물었다.

“엄마, 우리 진짜 아빠를 떠나는 거예요?”

딸을 보는 순간 신유진은 마음이 아렸다.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거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서 눌러앉아 있을 수 없어.”

송건호는 신유진도, 은서도 사랑하지 않았다.

송건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왔으니 이제 그 집에 신유진과 은서가 머물 자리는 없었다.

신유진은 쪼그리고 앉아 은서에게 말했다.

“엄마랑 같이 이곳을 떠나 해외 가서 살자. 응?”

은서는 일찍 철이 든 아이라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아빠가 저랑 같이 생일을 보내고 놀이공원에도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했는걸요. 저는 아직 아빠랑 놀이공원에 가본 적이 없어요.”

신유진은 은서가 아빠의 사랑을 얼마나 갈망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한 번도 아빠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가 갑자기 아빠의 약속을 얻어냈으니, 결말이 좋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을 터였다.

은서는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저 정말 아빠랑 같이 생일을 보내고 싶어요. 아빠한테 기회를 세 번만 더 주면 안 돼요? 그래도 아빠가 여전히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떠나는 거예요.”

빨개진 은서의 두 눈을 바라보던 신유진은 참지 못하고 은서를 꼭 끌어안았다.

결국 신유진은 딸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알겠어. 그렇게 하자. 우리 아빠한테 세 번만 더 기회를 주자.”

3일 뒤면 은서의 생일이었다.

신유진은 송건호에게 세 번의 기회를 줄 것이다.

만약 세 번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송건호가 여전히 자신과 딸을 실망하게 한다면 신유진은 은서를 데리고 송건호의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26 Chapters
제1화
10년 전, 송건호의 첫사랑인 정하윤은 송건호와 헤어진 뒤 해외로 떠났고 그 이후로 송건호는 실의에 빠져 매일 술을 진탕 마시며 폐인처럼 지냈다.그 모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송건호의 엄마 박정순은 신유진에게 20억을 주겠으니 10년 동안 송건호의 곁에 있어 달라고 했다.학창 시절 송건호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신유진은 박정순이 부탁을 해오자 별다른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그 이후로 신유진은 송건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송건호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든 웃게 만들려고 애를 썼고, 몸이 아프면 밤새 곁을 지키며 간호하거나 병원을 오가며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송건호의 위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는 특별히 요리까지 배워 직접 식사를 챙겼다.신유진은 송건호를 실연의 늪에서 끌어냈고 또 오랫동안 송건호의 곁을 지켰다. 그러나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사랑을 쏟아부었다.신유진은 한때 송건호의 친구가 송건호에게 신유진과는 대체 무슨 사이냐고 묻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당시 송건호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송건호는 신유진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그렇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그 일이 있고 난 뒤 송건호는 신유진에게 별장 한 채를 주었고 아이를 낳는 것에도 동의했다.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송건호는 대외적으로 계속 미혼인 상태를 유지했다.“내가 너랑 결혼할 일은 없어. 그러니까 헛된 희망은 버려. 양육비는 줄게. 하지만 내 아이로 인정할 생각은 없어. 걔는 내 아이가 아니야.”매정한 송건호는 정말로 단 한 번도 딸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걸 허락한 적이 없었다.심지어 세 살 때 무심코 한 번 아빠라고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딸 은서를 24시간 동안 방 안에 가둬두었고 그 일로 은서는 목이 쉴 때까지 엉엉 울었다.네 살 때는 송건호의 손을 한 번 잡았다가 송건호가 거칠게 밀치는 바람에 계단에서
Read more
제2화
다음 날, 신유진은 일찍 일어나 딸에게 아침을 차려 주었다.그때 송건호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술 냄새가 아직 다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은서는 작은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서 빠르게 송건호에게 달려갔다.“아빠...”그러나 말을 끝맺기도 전에 송건호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송건호가 차가운 표정으로 추궁했다.“방금 뭐라고 불렀어?”겁에 질린 은서는 토끼 인형을 꽉 움켜쥐고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아... 아저씨요.”송건호는 언짢은 표정으로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신유진에게 경고했다.“애 똑바로 가르쳐. 제대로 못 가르치면 내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신유진은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송건호가 평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자기 집에서 쫓아낼 거라는 말이었다.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신유진과 은서는 늘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로 그곳을 떠나고 싶어졌다.신유진은 송건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식탁 위에 음식을 차린 뒤 은서를 안고 아침을 먹었다.달걀후라이도, 빵도 전부 송건호의 입맛에 맞춰 만들었지만 정작 송건호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냉담하게 말했다.“하윤이가 돌아왔어. 당분간은 하윤이 눈에 띄지 마. 하윤이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으니까.”말을 마친 뒤에는 은서를 바라보며 말을 보탰다.“은서도 마찬가지야.”송건호의 서늘한 표정을 본 신유진은 그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냐고 묻고 싶었다.하지만 결국에는 씁쓸한 표정으로 대꾸할 뿐이었다.“알겠어.”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뒤 신유진은 화실로 향했다.신유진은 미술을 전공했고 한때는 나름대로 유명한 편이어서 졸업하기도 전에 개인전을 열었다.하지만 송건호와 함께 살게 된 이후에는 송건호와 가정을 돌보기 위해 가장 사랑했던 미술을 포기하고 여유가 있을 때만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그리고 대부분의 그림은 송건호와 관련된 것이었다.신유진은 자신의 사랑을 전부 그림에 쏟아부었다. 그림을 그리는 모든 순간에 진심을 담았다.그러나 송건호는 그 그림들을 보고 난 뒤 같잖다는 표정으로 말했
Read more
제3화
신유진은 조금 긴장했다.은서는 착한 아이라서 단 한 번도 유치원에서 사고를 친 적이 없었다.선생님이 이렇게 전화를 걸어온 건 처음이었다.부랴부랴 사무실로 달려간 신유진은 구석진 곳에 서서 억울한 표정으로 훌쩍거리고 있는 은서를 발견했다.작은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온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송건호는 싸늘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어린 여자아이와 가녀린 여자가 서 있었다.신유진은 한눈에 그 여자가 송건호의 첫사랑 정하윤이라는 것을 알아봤다.정하윤은 옆에 서서 다정하게 송건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부부처럼 잘 어울렸다.송건호의 옆에 있는 아이는 바로 정하윤의 아이 정다민이었다.신유진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정다민이 송건호의 팔을 잡고 울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아빠, 쟤가 저를 괴롭혔어요!”아빠라는 호칭을 듣는 순간 은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송건호는 단 한 번도 은서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걸 허락한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치원 선생님들은 모두 은서가 한부모 가정에서 큰 줄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다른 아이가 당당하게 송건호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송건호는 조심스럽게 정다민을 품에 안고 나직하게 말했다.“다민아, 무서워하지 마. 아빠가 지켜줄게.”은서는 송건호에게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정한 표정과 애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하지만 시선이 은서에게로 향하는 순간, 송건호의 눈빛이 더없이 차갑게 변했다.“유치원에서 친구를 때려도 된다고 누가 가르쳤어? 예의가 없네. 얼른 다민이한테 사과해!”은서는 송건호의 엄한 말투에 겁을 먹고 덜덜 떨며 흐느꼈다.“다민이가 먼저 제 인형을 망가뜨렸어요.”사무실 책상 위에는 잡아 뜯겨서 망가진 토끼 인형이 놓여 있었다.그것은 어젯밤 송건호가 술에 취한 채로 돌아와 은서에게 선물한 장난감이었다.은서는 너무 기뻐 인형을 꼭 안고서 잠을 잤고 유치원에 가서도 내려놓지 못했다.그런데 정다민이 화를 내며 말했다.“네 거? 웃기지 마! 이
Read more
제4화
다음 날, 신유진은 유치원을 방문해 은서의 퇴소 절차를 밟았다.유치원 선생님은 매우 놀랐다.“갑자기 퇴소한다고요? 왜요?”신유진이 설명했다.“은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해외에 계시는데 은서를 데리고 그곳으로 이민을 가려고요.”말을 마치자 뒤에서 송건호가 나타났다.송건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이민? 방금 이민이라고 했어?”선생님이 대답하려는데 신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니, 네가 잘못 들은 거야. 은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해외에서 살고 계시는데 조만간 은서를 데리고 두 분을 뵈러 갈 거라고 선생님한테 미리 말씀드렸어.”송건호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건호는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놓으며 말했다.“이건 다민이 입학 서류예요.”선생님은 웃으며 서류를 건네받더니 송건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정말 세심하시네요. 다민이가 친딸도 아닌데 이렇게 모든 걸 직접 챙기시다니, 정말 친딸보다도 더 살뜰하게 챙겨주시는 것 같네요.”송건호는 은서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적이 없었다.정하윤의 딸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송건호는 아마 은서가 어느 유치원에 다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신유진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맞아요. 정말 훌륭한 아빠죠.”신유진은 훌륭한 아빠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송건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뜻밖에도 화를 내지는 않고 그저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오후에 신유진은 미술관으로 향했다.미술관에는 신유진의 그림 몇 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신유진은 그 그림들을 돌려받고 싶어 미술관을 찾았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자 송건호와 정하윤의 모습이 보였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다. 정하윤은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 있었고 옆에는 송건호의 업계 지인들이 몇 명 있었다.“송 대표님이 비밀리에 결혼하셨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들었는데 지금 옆에 계신 분이 아내분이신 거죠?”“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 너무 잘 어울리세요. 그동안 왜 그렇게 숨기나 했는데 이렇게 엄청난 미인이어서 그러셨던 거군요.
Read more
제5화
신유진은 무언가 심장을 꽉 움켜쥔 듯한 기분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신유진은 송건호의 곁에서 10년을 보냈다.10년 동안 애를 썼는데도 송건호는 전혀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건 신유진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송건호가 처음부터 줄곧 정하윤만을 기다렸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신유진이 뭘 하든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송건호의 마음속에는 오직 정하윤뿐이었으니 말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신유진은 자조하듯 웃음을 터뜨리며 목이 메어 말했다.“결혼 진심으로 축하해요. 두 사람 백년해로하길 바랄게요.”말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신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송건호는 난데없이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오랫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정하윤이 옷자락을 잡아당기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건호야, 무슨 생각해?”정하윤의 말에 정신이 든 송건호는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갑자기 회사에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있는 게 떠올라서 그랬어. 나 잠깐 다녀올게.”말을 마친 뒤 송건호는 정하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저녁에 신유진은 집으로 돌아가서 은서를 위해 음식을 차기 시작했다.은서는 얌전히 거실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신유진은 가정부가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은서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아저씨!”은서는 매우 기뻐했다.“아저씨가 돌아왔어요!”신유진은 송건호가 돌아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정하윤이 귀국한 뒤로 송건호가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저녁 시간에 돌아왔다.은서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신난 얼굴로 달려갔다. 송건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으나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아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송건호는 은서의 모습을 보자 심경이 복잡해졌다.송건호는 등 뒤에 숨겨두었던 인형을 꺼내 은서에게 건넸다.“네 거야.”은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건호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조심스럽게 물었
Read more
제6화
방 안에서 오랫동안 적막이 감돌았다.눈가가 빨개진 신유진의 모습을 본 송건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심란해졌다.송건호는 바닥에 떨어진 토끼 인형을 주워 은서의 책상에 올려놓은 뒤 신유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은서한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앞으로 은서가 원하는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신유진은 흠칫했다.송건호를 향한 마음은 완전히 접었지만 은서의 엄마로서 신유진은 은서가 행복한 생일을 보내길 원했다.그래서 송건호를 불러 세웠다.“정말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내일 하루 은서랑 놀아 줘. 너도 알잖아. 은서가 너랑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거.”송건호는 문가로 걸어가다가 우뚝 멈춰 서더니 잠시 후 대답했다.“알겠어.”신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적어도 은서가 잠시라도 즐거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다음 날, 은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기대 가득한 얼굴로 거실에서 기다렸다.“아저씨는 언제 저랑 같이 놀이공원에 가는 거예요?”아이들은 단순했다. 놀이공원에 한 번 가기만 하면 예전에 있었던 슬픈 일들은 전부 잊을 수 있었다.그러나 점심이 되었는데도 송건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신유진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송건호는 받지 않았다.은서의 얼굴에서 서서히 기대가 실망으로, 슬픔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애써 괜찮은 척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저는 엄마랑 단둘이 가도 좋아요.”신유진은 은서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신유진은 송건호가 오지 않더라도 은서가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줄 생각이었다.그런데 놀이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민이는 오렌지 맛 솜사탕이 좋아? 아니면 사과 맛 솜사탕이 좋아?”신유진은 흠칫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송건호가 애정 가득한 얼굴로 정다민을 안고서 솜사탕 가게 앞에 서서 정다민의 취향을 묻고 있었다.그 광경을 본 순간 은서는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신유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동그
Read more
제7화
정하윤은 무해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도발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신유진은 곧바로 거절했다.“아니요. 저희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요.”정하윤은 발을 구르더니 서운한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지난번에 은서랑 다민이 사이에 있었던 일 때문에 불편해서 그래요? 사실 그건 다민이가 잘못한 게 맞아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아이가 철이 없어서 그런 거니까 마음 풀어요. 네?”말을 마친 뒤에는 송건호를 바라보며 자책하듯 말했다.“전부 내 탓이야. 너무 갑작스럽게 귀국한 탓에 다민이가 적응을 못 해서 친구랑 싸웠나 봐.”송건호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정하윤을 품에 안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달랬다.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신유진을 바라보면서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어차피 생일도 같은데 같이 보내는 게 뭐 어때서 그래?”신유진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하지 말라고 쏘아붙이려는데 은서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은서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 작은 목소리로 신유진에게 말했다.“저는 괜찮아요.”은서는 송건호가 좋아하는 아이가 대체 어떤 아이인지 궁금했다.다섯 살 된 아이는 편애라는 걸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부족해서 아빠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파티장에 도착해 보니 안이 마치 동화 속 성처럼 꾸며져 있었다.정다민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가면서 사람들의 칭찬을 한껏 즐겼다. 반면 은서는 그저 눈시울을 붉히며 씁쓸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그때 정하윤이 갑자기 신유진의 곁으로 다가가서 귓가에 대고 말했다.“나는 그쪽이랑 건호가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어요.”신유진은 흠칫했다.사실 놀랍지는 않았다. 유치원에서 처음 보았을 때 이미 정하윤이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조금 전 정하윤의 반응을 보고 그 사실을 더 확신했다.다만 신유진은 정하윤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정하윤은 손에 들린 잔을 살짝 흔들면서 조롱 어린 말투로 말했
Read more
제8화
신유진은 매우 집중해서 연주했다. 마치 그들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것처럼 말이다.순간 송건호의 심장이 소란스럽게 뛰었다.송건호는 복잡한 표정으로 신유진을 바라보았다. 신유진이 무엇 때문에 하필 그 노래를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송건호는 심지어 춤을 추다가 자신의 발걸음이 흐트러진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러다가 실수로 정하윤의 발을 밟아 정하윤이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송건호는 곧바로 정하윤을 안아 들고 약을 바르러 갔다.음악 소리가 멈춘 뒤 신유진은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것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오늘이 지나면 신유진은 은서를 데리고 떠날 것이다.신유진은 화장실로 가서 마음을 추슬렀다. 그런데 은서가 어느샌가 케이크 옆에 서 있었다.은서는 테이블 위 호화로운 3단 케이크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건호는 단 한 번도 은서와 함께 케이크를 먹어준 적이 없었다.자신의 케이크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은서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케이크를 작게 한 조각 잘랐다.그것이 아빠가 사준 케이크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케이크를 자르자마자 정다민이 달려와 케이크를 바닥에 내팽개쳤다.“이 도둑놈아! 감히 내 케이크를 훔쳐?”은서는 곧바로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도둑이 아니야.”은서는 그저 아빠가 사준 케이크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맛을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다.그런데 정다민이 다짜고짜 은서를 밀치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도둑이 맞아. 우리 아빠를 훔쳐 갔잖아. 너희 엄마도 도둑이야. 우리 엄마의 남자를 훔쳐 갔으니까. 너도 너희 엄마도 다 나쁜 사람이야. 우리 집에서 꺼져!”다른 사람이 신유진을 욕하자 은서는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엄마의 편을 들었다.“우리 엄마는 도둑이 아니야!”두 아이는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문 앞까지 가게 되었다.힘이 센 정다민은 그대로 은서를 밀쳐서 넘어뜨렸고, 중심을 잃은 은서는 그대로 화단
Read more
제9화
병원에서 갑작스럽게 문자를 받게 된 송건호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처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겼다.옆에 있던 정하윤이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건호야, 다민이는 그냥 은서를 위로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은서는 다민이를 일부러 밀쳐서 넘어뜨렸어. 다민이는 예전부터 몸이 안 좋았어. 혹시나 다민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도 그냥 콱 죽어버릴 거야.”정하윤은 서럽게 울면서 송건호에게 하소연했다.송건호는 마음속 불안을 억누르며 정하윤에게 약속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잘 해결할게.”말을 마친 뒤 송건호는 병실을 나서며 신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가 아예 연결되지 않았다.원래도 어두웠던 송건호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송건호는 대화창을 클릭한 뒤 신유진이 보낸 문자를 보았다.순간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올랐다.송건호는 빠르게 문자를 입력해 신유진을 비난하는 말들을 쏟아냈다.[나는 그냥 은서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지 않았을 뿐이야. 은서가 먼저 다민이를 때렸고 그 때문에 다민이는 아직도 병원에 입원해 있어. 내가 은서를 혼내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지. 왜 화를 내고 난리야?]송건호는 메시지를 작성한 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전송 버튼을 눌렀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1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러다가 우연히 송금 버튼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신유진이 송건호를 완전히 차단해 버린 것이다.송건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화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화면 위에 떠 있는 1이 그 어느 때보다도 눈에 거슬렸다.‘신유진이 진짜 나를 차단했다고?’휴대폰 화면을 끈 뒤 송건호는 어두운 표정을 한 채 병실로 돌아갔다.정다민은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침대에 누워 있던 정다민은 송건호를 본 순간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송건호는 곧바로 다가가서 정다민을 위로했다.정하윤은 옆에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당분간 무리하면 안 되고 몸조리를 잘해야 한대. 하지만 나는 낮에 일을 해야 하
Read more
제10화
송건호는 조금 당황했다.비록 가정부에게 신유진의 짐을 빼라고 했지만 이렇게 빨리 정리가 끝났을 리는 없다고 생각되어 말리려 했다.그러나 정하윤은 이미 문을 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사람이 지내던 방인데 지금은 사람의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옷장 속 옷가지와 화장대 위 화장품들, 그 외의 물건들까지 모두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심지어 침대 시트와 커튼까지 새것으로 바뀌어 있어 마치 손님방처럼 보였다.송건호는 그 자리에서 넋을 놓고 서 있었다.정하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방을 둘러본 뒤 송건호에게 물었다.“나 이 방 써도 돼?”송건호는 안색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정리가 끝난 방이니 정하윤이 써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신유진에게는 나중에 따로 새집을 구해 주면 그만이었다.방을 나선 송건호는 가정부를 바라보다가 문득 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짐을 참 빨리도 뺐네요.”가정부는 송건호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라 설명했다.“신유진 씨가 떠나실 때 짐을 대부분 다 챙겨가셨어요. 그래서 저는 그저 간단히 정리만 했어요. 별거 아니에요.”송건호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잠시 후 송건호는 눈을 크게 뜨고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신유진이 짐을 챙겨갔다고요?”가정부는 송건호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네. 며칠 전부터 짐을 정리하고 계셨는걸요. 저는 대표님께서도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송건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신유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가출이라도 하겠다는 거야?’울컥 화가 치밀어오른 송건호는 주먹을 움켜쥐며 곧장 은서의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똑같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이 보였다.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고는 전혀 남지 않았다.문득 송건호는 신유진과 은서가 평생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그러나 송건호는 이내 그런 생각을 억눌렀다.신유진은 송건호를 너무도 사랑해서 바라는 것 없이 송건호의 곁에 머무르며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