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어머님, 저희가 약속했던 기한은 10년이었어요.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은서를 데리고 떠나려고요.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건호는 그동안 쭉 은서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실 안에서 신유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신유진은 송건호와 10년 동안 함께 살았으나 끝내 송건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송건호는 신유진과 하룻밤을 보냈고, 그렇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송건호는 신유진에게 별장 한 채를 주었고 아이를 낳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송건호는 대외적으로 계속 미혼인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너랑 결혼할 일은 없어. 그러니까 헛된 희망은 버려. 양육비는 줄게. 하지만 내 아이로 인정할 생각은 없어. 걔는 내 아이가 아니야.”
View More별장을 빠져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송건호를 제압했다.신유진의 부모님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딸을 바라보았다.신유진은 은서를 엄마에게 맡긴 뒤, 뒤돌아 끌려가는 송건호를 한 번 바라보았다.“아마 강제 송환될 거예요.”신유진의 엄마는 화가 난 얼굴로 송건호를 바라봤다. 평소 기품 있기로 유명한 신유진의 엄마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욕설을 참을 수가 없었다.“잘됐네. 앞으로 평생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오늘 정말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다.최지욱은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은 신유진을 바라보다가 물 한 병을 건네며 물었다.“괜찮아요?”신유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사실 신유진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송건호의 집착과 광기에 신유진은 두려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그리고 자신에게 매달리며 화해를 원하는 송건호의 모습이 지난날의 슬픈 기억들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다.신유진은 처연하게 웃으며 자신을 위로하듯 말했다.“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진은 송건호에 대한 처분 결과를 전해 들었다.예상대로 송건호는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었다.물론 다시 이곳으로 올 수는 있었지만 법원에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더 이상 은서와 신유진에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신유진의 아빠는 평소답지 않게 불같이 화를 내며 박정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을 잘 단속하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송건호와 함께 정하윤도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었다.정하윤은 법을 어겼고 앞으로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신유진의 삶은 마침내 평온을 되찾았다.그렇게 1년이 흘렀고 신유진은 일 때문에 잠시 국내로 돌아가게 되었다.신유진의 그림이 전시회에 전시되었고, 한 익명의 구매자가 신유진의 작품을 고가에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익명의 구매자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중개인을 통해 신유진과 협상을 진행했다.계약을 마친 뒤 신유진은 로비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최지욱
식탁 위 음식들은 모두 송건호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알고 지낸 지 10년 만에 신유진은 처음으로 송건호가 요리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눈앞에 정갈하게 차려진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보았지만 신유진은 입맛이 전혀 없었다. 신유진은 그저 비웃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릴 뿐이었다.“정하윤을 위해 요리를 배운 거지?”송건호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정하윤은 송건호의 첫사랑이었고, 두 사람은 한때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했었다.시간은 과거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포장했고, 송건호는 그 추억에 빠져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송건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는 너한테만 요리해 줄게. 응?”송건호는 과거 자신이 누렸던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예전에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소중함을 몰랐고 심지어 매일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하다는 생각까지 했다.하지만 그 일상을 잃고 나서야 자신이 한때 얼마나 소중한 것을 누리고 있었는지 깨달았다.송건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유진아, 어제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건 내가 포기하게끔 만들기 위해서라는 걸 알아.”송건호 역시 신유진을 잘 알고 있었다. 신유진은 이렇게 빨리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리고 송건호는 신유진이 사실은 매우 단호한 성격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신유진은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쉽게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래도 송건호는 한 번만 더 노력해 보고 싶었다.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낸 송건호는 신유진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예전에 네가 그랬잖아. 가장 큰 소원이 나랑 결혼하는 거라고. 그때는 내가 너무 멍청했어. 네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네 기분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 이제야 알겠어. 사랑하는 사람을 얻지 못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나랑 결혼해 달라는 건 아니야. 그냥 너한테 보상해 주고 싶어서, 과거의 나를 대신해서 속
신유진은 곧바로 초조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떻게 된 거예요? 그동안 계속 아주머니가 데리러 갔었잖아요.”가정부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저,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방금 학교에 갔는데 은서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아무도 은서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대요.”신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에요?”최지욱은 신유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신유진은 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만 하고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최지욱도 신유진을 따라 나왔다.“지금 유진 씨 상태로는 운전하면 안 돼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마침 그쪽으로 인맥이 좀 있어서 은서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차분하고 다정한 최지욱의 목소리 덕분에 신유진은 조금이나마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학교에 도착하자 애타는 마음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가정부와 선생님들이 보였다.아무도 은서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학교 CCTV를 확인해 보니 은서는 오후에 잔디밭에 가서 책을 읽었고, 그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신유진은 초조한 마음으로 CCTV 영상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학교 밖을 비추는 장면에서 갑자기 눈이 커졌다.“송건호예요!”CCTV에는 송건호가 은서를 데려가는 모습이 직접 찍히지는 않았지만 송건호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분명히 찍혀 있었다.신유진은 송건호가 어떻게 은서가 다니는 학교를 알아냈는지 알지 못했다.순간 분노가 극에 달한 신유진은 휴대폰을 꺼내 오랫동안 차단 목록에 넣어 두었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송건호는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금방 전화를 받았다.송건호는 술에 취한 듯한 목소리로 풀이 죽어 말했다.“유진아, 드디어 나한테 전화를 하네.”송건호는 신유진이 자신을 차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기에, 신유진이 직접 전화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송건호는 신유진이 은서를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신유진은 미칠 것만 같
그날 송건호는 신유진의 집 앞에서 네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신유진의 부모님은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았고 신유진 역시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송건호는 초라한 모습으로 호텔로 돌아왔다.마치 모든 걸 잃은 도박꾼처럼 송건호는 술을 한가득 사 들고 호텔로 돌아가 술을 진탕 마셨다.호텔에 도착했을 때 박정순이 본 것은 인사불성이 된 아들의 모습이었다.화가 난 박정순은 송건호의 뺨을 한 대 세게 때렸다.“지금 네 꼴 좀 봐! 이게 대체 뭐니?”송건호는 뺨을 맞고도 저항하지 않고 그저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조하듯 말했다.“어머니, 이렇게 된 것도 다 자업자득인 거죠?”박정순은 아들이 안쓰러우면서도 화가 났다.“유진이가 네 곁에 있었을 때 너는 유진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 지금 유진이는 새출발을 했어. 그런데 왜 너는 이런 꼴을 하고 있는 거야? 네가 이런다고 유진이가 다시 돌아올 것 같아?”송건호는 그 말을 듣고 더 괴로워져서 허탈한 표정으로 손에 든 반지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이제는 신유진 앞에서 말을 꺼낼 용기조차 없었다.송건호는 박정순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어머니, 저 좀 도와주세요. 저는 유진이를 잃고 싶지 않아요.”한참 뒤, 박정순은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아들이 안쓰러웠던 박정순은 송건호를 도와주기로 했다.“이제 곧 우리랑 협력하는 해외 회사에서 자선 파티가 열릴 예정인데 아마 유진이도 참석할 거야.”그것이 유일한 기회였다.자선 파티 당일, 신유진은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몸이 나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저 기분 전환할 생각으로 참석한 것인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최지욱을 만나게 되었다.최지욱의 시선이 신유진의 머리로 향했다.“회복이 잘됐네요. 흉터가 남지 않을 것 같아요.”신유진이 몸을 회복하는 동안 최지욱은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었고, 직접 찾아와 살펴보기도 했다.고마운 마음에 막 입을 열려던 순간, 곁눈질로 입구에 서 있는 송건호를 발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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