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평소와 다름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비서실. 지연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며 픽풋, 바람 빠지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딩동- 귀에 익은 엘리베이터 도착 알림음이 울렸다. 지연은 서둘러 표정을 싹 지우고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한 채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는 하성과 주영이었다. "아무튼 주영 씨, 이번 홍보 잘 부탁해요. 새로 진행하는 콜라보레이션인 만큼 어려운 점 있으면 바로바로 보고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하성은 습관처럼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표실 쪽으로 걸어갔다. 주영은 그 뒤를 따르다 문득 하성의 왼손을 스쳐 보았고, 그대로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반지. 여태 여자친구가 회사에 찾아온 적도, 사생활을 티 낸 적도 없던 하성이다. 그런데 저 반지는 대체 뭐란 말인가. 하성이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주영은 홀린 듯 지연의 책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 비서님, 혹시 대표님 반지……." "네?" 주영의 시선이 자연스럽고도 날카롭게 지연의 왼손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고야 말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하성의 것과 완벽하게 똑같은 모양의 반지가 지연의 약지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주영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반지, 끼셨네요." "아…… 네." 주영은 깊은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곧이어 결심한 듯 지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비서님이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대표님이랑…… 사귀어요?" "네? 그게 무슨……." "그 반지요.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오늘 대표님 손에도 똑같은 게 있더라고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언젠가 조만간 결혼 소식을 함께 밝힐 계획이었지만, 이렇게 허를 찔릴 줄은 몰랐다. 특히 그 상대가 주영이라면 더더욱. 문득 과거 주영이 사내 휴게실에서 했던 말들이 뇌리를 스쳤다. '대표님 진짜 제 저격 타입이에요. 저런 남자 또 어디 없나?' '완벽 그 자체라니까요.' 그녀가 뱉었던
Last Updated : 2026-08-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