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찍힌 '하성'이라는 세 글자를 보자마자 지연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일부러 태연한 척 목소리를 가다듬고 몇 초를 끌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지연아, 혹시 지금 2층 대강당 쪽으로 와줄 수 있어?]"응? 오빠 지금 경진 오빠랑 있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2층은 왜? 무슨 일 생겼어?"[아니, 건물 관리팀에서 천장에 물이 샌다고 연락이 와서. 지금 급해서 그러는데 네가 와서 상태 좀 확인해 줄래?]지연은 하성의 다급한 목소리에 속아 넘어가, 의심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겉옷만 걸치고 2층 대강당으로 뛰어갔다.끼익—, 굳게 닫힌 강당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디딘 순간.지연의 숨이 그대로 멎어버렸다.캄캄한 어둠 속 대강당 한가운데, 온통 은은한 보랏빛을 띠는 라벤더 꽃다발들이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꽃밭의 정중앙에서, 하성이 로맨틱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다정하게 손짓하고 있었다."이게 다 뭐야……? 아니, 물 샌다며?" "거짓말이야. 정말 눈치는 제로라니깐." "와, 뭐야 진짜…. 너무 예쁘다. 고마워, 오빠! 라벤더 향도 너무 좋아."지연은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에 홀린 듯 걸어가 라벤더 꽃다발 사이로 무릎을 쪼그리고 앉았다. 사방에 퍼지는 싱그러운 꽃향기를 맡으며 감탄하는 사이, 하성이 천천히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그녀의 앞에 섰다. 그리고 지연이 꽃구경에 온 정신이 팔려 있는 틈을 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바닥 위에 반짝이는 금반지를 슬쩍 쥐어주었다.한참 동안 꽃에 취해 있던 지연이 겨우 고개를 들며 제 손을 펴보았다. 순간, 손바닥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는 영롱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발견한 그녀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커졌다."이게 뭐야? 언제 내 손에 들어왔어?" "네가 라벤더에 정신 팔려 있는 사이에." "이 반지… 오빠가 준 거야?" "나 말고 또 있겠어? 너한테 반지 줄 사람. 앞으로 평생 너랑 같이 살겠다고 조를 사람."하성은 천천히 허리를 숙여 지연과 눈높이를 맞추
Last Updated : 2026-08-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