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은별이 욕실로 들어갔을 때, 재훈은 이미 안경을 벗고 상의를 탈의한 채였다.어처구니없는 그의 행동에 기가 막혀 은별이 헛웃음을 뱉어냈다.더 이상의 신경전은 하고 싶지 않아 그의 말에 순응했더니, 정재훈. 이 어린 남자가 날 아주 우습게 봤다.“너, 지금 뭐하니?”“보면 모르겠어? 나 당신, 여기서 안을 거야.”“하아….”은별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래, 백번 양보해서 여기서 그에게 안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처음도 아니었다. 재훈은 장소 불문,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었으니까.하지만 이런 기분으로, 이런 이유로, 그에게 안기고 싶지는 않았다.적어도 은별은 그 행위가 사랑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단지, 기태의 흔적을 보고 화가 난 재훈의 화풀이일 뿐이다. 그 화풀이에 장단 맞춰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홀리듯 넘어가고, 바보처럼 넋을 잃었더니, 머리 위로 야금야금 기어오르는 어린 남자였다.“정재훈, 너 내 집에서 나가.”“뭐라는 거야?”“나가라고. 못 알아들어?”“하! 고은별 씨, 지금 상황 파악 안 돼? 나, 당신한테 무진장 화난 거 안 보이냐고!”“그래서?”“뭐?”“그래서 네가 원하는 데로 여기서 몸을 썩어야 하는 거니?”“뭐? 몸을 썩어?”“그래. 나한테는 여기서 너랑 하는 섹스, 그 정도 의미밖에 안 돼.”“당신 진짜!”“여기서 그러길 원한다면 해줄게. 단, 마지막이란 것만 알아둬.”좀 전까지 화를 주체하지 못하던 재훈의 얼굴이 마지막이라는 말에 삽시간에 새파랗게 굳어져 갔다.하지만 그의 성난 눈빛만큼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은별이 여전히 열기를 품고 있는 그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재훈아,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거야? 너 이렇게 막무가내일 때마다, 사실 나 지쳐.”“은별아, 난….”“그래. 알아. 사랑이겠지. 날 사랑해서 그렇겠지. 하지만, 재훈아. 나한테는 이거 사랑 아니야. 그냥, 투정이야. 어린아이 투정 같다고.”재훈은 어린아이 투정이라고 단정 짓는 그녀가 너무
Last Updated : 2026-08-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