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 내 허락 없이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By:  릴리박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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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번역 기자 고은별. 남자에게 미련 따위 없다고 믿었던 그녀의 심장을, 어느 날 나타난 한 남자가 속수무책으로 흔들어 놓는다. 매일 마시는 커피를 기억하고, 다친 손을 붙잡고, 아무렇지 않게 곁으로 파고드는 어린 남자 재훈. 능글맞은 눈빛과 위험할 만큼 직진하는 말에 은별은 번번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하지만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 그는 갑자기 카페를 그만둔다고 선언한다. “서운해요?” “설마요.” “완전 거짓말.” 그리고 이어진 치명적인 한마디. “나, 기자님 좋아해요. 나랑 사귈래요?” 도망치려던 순간, 더 뜨겁게 다가오는 남자. 은별의 평범했던 일상이,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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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1화.

봄이 서서히 퇴색되고 여름으로 넘어가는 문턱이다.

그 계절의 경계를 걸으며 나는 지친 표정으로 단골 카페 ‘Moment’에 들어섰다.

“에스프레소 더블, 주세요.”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남자에게 주문했다.

“오늘 무슨 일 있으셨나 봐요?”

나의 안색을 살피며 남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그렇지 않아도 새로 맡은 일이 진행이 느려 답답한 하루를 보냈었다.

“네. 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어요.”

“흠. 더블인데 절반만 받아드리면 되죠?”

나에게 확인차 물어보던 남자는 이내 몸을 돌려 그라인더 안에 커피를 갈았다.

음료를 만드는 시간은 고작 1분이 되지 않았지만, 나는 등을 돌린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평범한 동네, 평범한 풍경. 카페를 마주 보고 있는 건 이 동네에서 유명한 수제 빵집이었다.

그 짧은 시간, 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 바게트를 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커피 나왔습니다.”

담백한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오늘 남자는 가슴팍이 살짝 보일 정도로 루즈한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

갈색의 얇은 테의 안경을 낀 남자가 커피를 주며 나를 빤히 응시했다.

시원스럽게 뻗은 또렷한 눈매와 날카로우면서도 상냥한, 모순된 눈빛이 오늘따라 심장을 더 간질거리게 했다.

높은 콧대 아래로 립글로스라도 바른 듯 촉촉한 입술을 가지고 있는 어린 남자를 향해 내가 입을 열었다.

“계산 안 했었죠?”

나는 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눈이 몇 번 깜빡거리는 시간 동안 나의 손이 허공에 머물렀다.

왜 안 받아요? 계산해야죠, 하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남자의 시선이 내 핸드폰에 머물고, 아마 손이었을까.

“오늘은, 그냥 드릴게요.”

“…?”

“저… 이제 곧, 그만둬요.”

“아.”

찰나의 시간.

그래서? 나한테 왜 커피를 그냥 주는 건데? 그만두니까 선물하는 거니?

대놓고 묻지 못하는 말을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입을 열면 나와버렸을 아쉬움 때문이었는지도.

남자와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한 지도, 웃기지 않는 말장난을 한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우리는 겨울의 끝자락에 이곳에서 처음 만났었다.

그사이 봄날은 가고, 무더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

그런 날, 네가 마치 내게 이별을 고하듯 말한다.

이곳을 그만둔다고.

고작 커피 한잔, 적선하듯 서비스로 주면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

너, 그동안 나 가지고 놀아서 재밌었겠다? 어리다고 봐줬더니 이렇게 뒤통수야, 진짜.

남자를 향한 서운함은 나의 예민한 신경을 건들었고, 점차 신경질로 변해갔다.

“시급 받는 알바생에게 얻어먹고 싶지는 않네요. 그리고 나 그냥 받는 거 싫어해요.”

그 신경질은 아주 유치하게 그를 향해 발동했다.

나는 핸드폰을 살짝 흔들며 어서 계산하라고 재촉했다.

남자는 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의 눈빛은 점점 안경을 뚫을 것처럼 날카롭게 변해갔다. 이내 피식 입가를 올린다.

이윽고 커다란 상체를 내게 숙이며 은밀한 말을 속삭이듯 말했다.

“그냥, 아닌데.”

그럼 뭔데?

나는 그런 눈빛으로 남자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3개월 내내 남자의 감당 안 되는 말과 행동에 어리숙하게 넋이 나가길 여러 번.

마지막까지 그에게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굳이, 기자님이 싫다니까.”

말을 마친 그가, 내 손에 든 핸드폰을 휙 가져갔다.

뭐야…. 이렇게 순순히 계산할 거였으면서, 왜 사람 마음은 쥐락펴락하는 건데?

나는 유치했던 신경질을 금세 후회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그냥, 어른스럽게 이성적으로 대할 걸 그랬나?

이 남자 앞에서는 왜 이렇게 바보가 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태로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갈 수는 없었다.

“테이크아웃 할게요. 종이컵에 옮겨줘요.”

나도 모르게 말이 퉁명스럽게 튀어나왔다.

“서운해요?”

남자는 나의 속을 다 들여다본 듯 말했다.

“…!”

나는 놀란 토끼 눈을 한 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 그만둔다니까, 서운하냐고요.”

“설마, 서운할 리가요.”

“완전 거짓말.”

또다시 시작된 말 따먹기.

그것도 기분 좋을 때 받아주는 거다. 지금은 아니었다.

“원래 이렇게 헤퍼요? 아님, 내가 헤퍼 보이나?”

“아, 그랬나요? 오해하지 마요. 나 헤픈 사람 아니니까.”

“그럼, 나한테 장난치니? 재밌어?”

“와… 기자님이 나한테 반말하니까 더 섹시해.”

“뭐, 뭐?”

“나, 기자님 좋아해요.”

“…!”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해야 하지? 너 제정신이냐고 물어봐야 하나?

이 남자는 훅하고 들어오는 게 특기인 게 분명했다. 그 공격에 나는 바보처럼 언제나 넋이 나갔다. 어처구니없게도.

“기자님, 나랑 사귈래요?”

“너, 미쳤구나?”

“사랑하면, 원래 미치는 거예요.”

드디어 고은별, 할 말을 잃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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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화.봄이 서서히 퇴색되고 여름으로 넘어가는 문턱이다.그 계절의 경계를 걸으며 나는 지친 표정으로 단골 카페 ‘Moment’에 들어섰다.“에스프레소 더블, 주세요.”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남자에게 주문했다.“오늘 무슨 일 있으셨나 봐요?”나의 안색을 살피며 남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떻게 알았지?그렇지 않아도 새로 맡은 일이 진행이 느려 답답한 하루를 보냈었다.“네. 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어요.”“흠. 더블인데 절반만 받아드리면 되죠?”나에게 확인차 물어보던 남자는 이내 몸을 돌려 그라인더 안에 커피를 갈았다.음료를 만드는 시간은 고작 1분이 되지 않았지만, 나는 등을 돌린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평범한 동네, 평범한 풍경. 카페를 마주 보고 있는 건 이 동네에서 유명한 수제 빵집이었다.그 짧은 시간, 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 바게트를 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커피 나왔습니다.”담백한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오늘 남자는 가슴팍이 살짝 보일 정도로 루즈한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갈색의 얇은 테의 안경을 낀 남자가 커피를 주며 나를 빤히 응시했다.시원스럽게 뻗은 또렷한 눈매와 날카로우면서도 상냥한, 모순된 눈빛이 오늘따라 심장을 더 간질거리게 했다.높은 콧대 아래로 립글로스라도 바른 듯 촉촉한 입술을 가지고 있는 어린 남자를 향해 내가 입을 열었다.“계산 안 했었죠?”나는 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눈이 몇 번 깜빡거리는 시간 동안 나의 손이 허공에 머물렀다.왜 안 받아요? 계산해야죠, 하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남자의 시선이 내 핸드폰에 머물고, 아마 손이었을까.“오늘은, 그냥 드릴게요.”“…?”“저… 이제 곧, 그만둬요.”“아.”찰나의 시간.그래서? 나한테 왜 커피를 그냥 주는 건데? 그만두니까 선물하는 거니?대놓고 묻지 못하는 말을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입을 열면 나와버렸을 아쉬움 때문이었는지도.남자와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한 지도, 웃기지 않는 말장난을 한 지도, 3개월이 지났다.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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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2화.3개월 전.은별은 얼마 전 새로 오픈한 동네 카페에 들렀다.카페 ‘Moment’.카페 사장이 연예인급 외모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지나치게 잘생긴 사장이 은별이 주문한 커피를 트레이에 놓으며 말했다.“카페라테 나왔습니다.”“감사합니다.”은별은 트레이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커피잔에 예쁘게 그려진 라테아트를 잠시 감상하다가 커피잔을 들었다.입안으로 들어오는 우유의 부드러움과 에스프레소의 조화가 절묘했다.제법이네.생긴 것만큼 커피 기술도 좋았다. 순식간에 비워진 잔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탁. 일부러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았다.사장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정리하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에스프레소 더블로 한 잔 더 주세요.”“더블로요?”“네, 추출할 때 10초 정도. 앞부분만 빼서 주세요.”“네?”“죄송해요. 제가 말을 너무 어렵게 했죠?”“아니요. 흔한 주문은 아니라서 잠깐 생각했어요.”“제가, 입맛이 좀 까다로워요.”“커피 맛을 아시니 좋은 거죠. 아, 그리고 방금 주문하신 건 서비스로 드릴게요.”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사장은 대답 없이 웃을 뿐이다.“손님, 여기요.”어느새 은별의 손에는 에스프레소 잔이 들려 있었다. 사장에게 고맙다고 짧게 인사하고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여느 때처럼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켜고 이어폰을 연결했다.얼마 전 받은 음성 파일을 재생시키고, 문서창에 타이핑하기 시작했다.질문과 대답 형식의 인터뷰였다. 은별은 일의 세계로 집중하며 들어가기 시작했다.서른 살, 고은별. 프랑스 자동차 기업의 한국 사보, 번역 기자로 일하고 있다.그녀는 사보일 이외에 프리랜서로 불어 서적도 번역하고 있었다.점심시간이 다되도록 커피만 마셨더니 슬슬 허기가 졌다. 은별은 자리에서 일어나 쇼케이스로 향했다.그녀의 움직임에 사장이 쇼케이스 쪽으로 다가왔다.다양한 종류의 마카롱이 진열된 쇼케이스 안을 바라봤다. 푯말만 있고 텅 비어있는 자리를 보며 은별이 물었다.“티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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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3화.다음 날.주말 아침 카페는 한산했다.은별이 카페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재훈은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아메리카노 주세요.”“저, 어제 형이 그러던데….”“형이요?”형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지?은별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아, 여기 사장님이 제 사촌 형이거든요.”“아, 네.”은별은 재훈의 말에 그를 더 세세히 뜯어보았다.말을 듣고 보니 사촌지간이라 그런지 둘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이 남자 또한 사장 못지않게 잘생긴 얼굴이었다.“형이 알려줬어요. 항상 드시던 거로 드릴까요?”“아… 네. 고마워요. 에스프레소 더블. 앞부분만요.”“네. 잠시만요. 그런데 형만큼 맛을 낼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수줍은 듯 부끄럽게 웃는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은별은 커피를 가득 남겼던 어제의 미안함을 갚고 싶었다.그래서 오늘은 커피가 맛이 없어도 이 남자 앞에서 원샷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잠시 뒤.테이블에 앉아 있는 은별을 향해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커피 나왔습니다.”트레이 위에는 깔끔하게 세팅된 에스프레소 잔과 얼음이 들어간 유리잔, 그리고 어제와 같은 초콜릿이 놓여있었다.시선을 들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저기, 스틱 설탕 있을까요? 2개.”“아, 네. 잠시만요.”에스프레소를 원샷 하려면 설탕이 필요했다.아무리 좋아하는 커피라지만, 쓴 것 그대로를 한 번에 마시는 취미는 없었다. 그것도 에스프레소 더블이 아닌가.어느새 트레이 위에 스틱 설탕 2개가 놓였다.고개를 들어 남자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빙긋 웃으며 말했다.“잠시만요. 곧장 마실 거라서, 빈 잔 가져가셔도 돼요.”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은별은 망설임 없이 스틱 설탕 두 개를 찌익, 찢어 에스프레소에 넣었다. 그러고는 숨도 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원샷 했다.씁쓰름함과 달콤한 조화가 입안 전체를 잠식했다. 순식간에 입안 가득 침이 고이더니 꿀꺽하는 맛있는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넘어갔다.탁.깔끔하게 마신 잔을 내려놓자 남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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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4화.“기태 씨 프랑스 가고 연락 없어?”“몇 번 전화 왔었어.”“뭐라고 해? 너 다시 붙잡지 않던?”“이미 한국에서 다 정리하고 갔는데 무슨. 그냥 안부 전화였어.”그도 외로웠을 것이다.시차의 벽을 넘어 몇 번 전화를 해왔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뜸한 걸 보니 잊어가고 있나 보다 생각했다.스릉.그때 카페 문이 찬 바람과 함께 열렸다. 자연스레 두 사람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그 남자였다. 사장의 사촌 동생.은별의 눈과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안경 너머로 그의 눈이 잠시 반짝거렸던 것 같다.“왔어?”사장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다.“형, 미안. 늦었어.”“아냐. 저녁은?”“아직.”“간단하게 먹고 올래?”“아니. 일 끝나고 집에 가서 먹을게. 지금은 생각이 없어.”두 사람의 대화가 은별의 귀에 너무나도 또렷이 들려왔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첼로의 선율처럼 흐르는 듯한 착각.하, 너무 나갔나.“야, 여기 완전 얼굴 맛집인데?”너무 나간 건 그녀뿐만은 아닌가 보다.“고은별, 사실대로 말해. 너 여기 얼굴 보고 오는 거지?”“됐거든? 여기 커피 맛집이야.”“치, 아닌데. 얼굴 맛집 맞구만, 뭐.”속일 걸 속이라는 듯 선주가 은별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은별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라며 싱겁게 웃었다.선주는 간호사로 3교대 근무를 했다. 그래서 은별과 근처에 살면서도 자주 보지 못했었다.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한참 수다를 떨다가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트레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사장이 테이블로 다가왔다.“주세요. 제가 치워드릴게요.”“아, 네. 고맙습니다.”은별은 허리쯤에 있던 트레이를 들어 제 가슴 위치로 올렸다.사장이 쉽게 건네받길 바라서였다.사장이 손을 뻗어 트레이를 잡는 순간, 은별은 안심하며 트레이를 미련 없이 놓았다.너무 미련 없이 놓아버린 것일까.트레이 위의 빈 유리잔이 중심을 잃고 좌우로 불안하게 흔들거렸다.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은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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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5화.은별은 남자로 인해 제 심장이 반응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쌀쌀맞게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계산이나 해줘요.”더 이상의 간섭은 너에게 권리가 없다는 듯 그녀가 pay 결제를 위해 핸드폰을 건넸다.“손, 다쳤네요.”남자의 시선이 은별의 손에 닿았다. 그의 미간이 잘게 구겨져 갔다.어제, 그러니까 깨진 유리 파편에 다친 것이 아니었다.선주와 맥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서 혼술을 한다고 고추참치 캔 뚜껑을 따다가 생긴 불상사였다.정확히 말하면 오른손 검지의 윗부분에 밴드가 붙여져 있었다.“어쩌다 그랬어요?”은별이 눈을 들어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오늘 꽤 많은 간섭을 한다.그의 눈에 걱정이 서렸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나간 거겠지?“어쩌다 보니 그랬어요.”은별의 말에 남자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술을 꾹 다문 채 핸드폰을 받아들었다.그녀는 계산을 마치고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카페라테가 든 트레이를 들고 테이블로 다가왔다.항상 그렇듯 남자는 투명한 유리잔에 얼음을 가득 넣어 물을 준비해왔다. 초콜릿과 함께 말이다.얼음물과 초콜릿.카페 사장은 하지 않는 어린 남자만의 서비스였다.은별은 얼음이 들어간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한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만 마시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남자의 호의가 싫지 않았다.은별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카페라테를 마시기 전, 찬 얼음물로 입을 축였다.딸그락 소리를 내며 그녀의 입술에 닿는 얼음조각이 서늘하기보다 싱그러운 느낌이었다.은별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성 파일을 들으며 초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한 시간쯤 지났을까.카페 문이 열리며 사장이 들어왔다.은별은 문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저를 보고 환하게 미소 짓는 사장과 눈이 마주쳤다.“앗, 아야!”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아픈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눌러버렸나 보다.은별이 따끔거리는 통증에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사장은 서 있던 자리에서 고개를 기울여 은별을 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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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6화.다음날.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은별은 카페로 향했다.어리디어린 너에게 더는 수줍어하는 우스운 꼴은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그런데 그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리디어린 여자가 은별을 맞았다.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발랄함이 물씬 풍기는 얼굴이었다.“어서 오세요.”은별은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남자를 찾았다.무슨 일이 있는 걸까?그가 제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먼저 들었다.“저기, 직원이 바뀐 건가요?”“아, 아니요.”다행이었다. 알고 보니 어리디어린 여자는 그와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짧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은별은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저의 복잡한 커피 메뉴얼을 말하고 싶지는 않아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준비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을 때였다.남자가 손에 봉투를 들고 카페로 들어왔다.은별은 이어폰을 꽂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싱긋 웃는 싱그러운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이어폰을 귀에 꽂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그에게 인사하려는 순간,“오빠, 밖에 많이 추웠지?”어린 여자가 그에게 살갑게 다가가더니, 그의 손에 들린 봉투를 건네받았다.그의 시선이 금세 어린 여자에게 향했다.“아니, 괜찮았어. 배고플 텐데 커피랑 마셔.”“내가 갔다 온다니까.”“어차피 나도 편의점에서 살 것도 있었어. 그런데 넌 아침부터 그렇게 단 게 입에 들어가?”“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야.”남자가 어린 여자의 말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커피 그라인더를 작동시켰다. 어린 여자가 그의 행동에 반색했다.“내 커피 내려주게?”“응.”“훗. 연하게 해줘. 진하게 마시면 심장 떨리니까.”어린 여자의 말에 피식하고 웃는 남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생동감 있어 보였다.은별은 그들의 대화가 귀에 들리는 게 괜히 싫었다. 이어폰을 마저 꽂고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언제나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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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7화.남자와 아슬아슬 줄을 타는 말장난이 주말마다 이어졌다.그러던 중 카페 사장의 결혼 소식이 들렸다.카페 사장이 결혼 준비로 바빠지면서 평일에도 남자가 카페를 지키기 시작했다.남자와 은별의 말장난이 주말을 넘어 평일까지 지속되던 어느 날.은별이 선주의 집으로 가기로 한 날이었다.음료와 마카롱을 사러 카페에 들렀다.“오셨어요?”이젠 그녀를 보면 싱그럽게 웃기를 먼저 하는 남자가 반가운 목소리로 반겼다.저 안경 너머로 보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은별은 순간 궁금했던 것도 같다.“아메리카노 두 잔이랑 마카롱 일곱 개, 박스에 담아주세요. 테이크아웃 할게요.”“오늘 어디 가세요?”“친구 집에요.”“아… 아쉽다.”이젠 저런 말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 사이 이력이라도 났나 보다.그래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잠시 뒤.그가 마카롱 박스를 들고 그녀 앞에 섰다.그러더니 갑자기, 정말 너무도 당황스럽게, 마치 프로포즈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그녀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은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만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숨마저 멈춘 상태였다.남자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곤 마치 반지 케이스를 열 듯, 마카롱 상자를 열었다.형형색색 들어있는 마카롱들이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나오는 보석처럼 빛나 보였다.남자의 입술이 열리면서 뱉어내는 말이,“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이렇게 일곱 개, 넣어드리면 될까요?”아, 이 말이 뭐라고….난 또, 왜, 잠시… 넋을 잃는 것일까.별것 아닌 마카롱을 건네면서 무릎은 왜 꿇은 거니?이건, 분명 네가 나빴다. 넌 요물이다.은별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네, 일곱 개. 맞네요.”멍해 보이지 않으려 무척 애쓰며, 담임 선생님이 학생의 답안지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듯 답을 확인했다.그것도 잠시.“30 빼기 23. 그것도 7이네요.”“네?”남자는 가끔 뜻 모를 소리를 던질 때가 있다.지금 너, 나랑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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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8화.쿵!집에 들어서자마자 재훈이 은별을 현관 벽으로 밀어붙였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은별은 놀란 숨을 들이켠 채, 눈만 동그랗게 뜰 뿐이다.씨익. 재훈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날렵한 그의 콧날이 그녀의 콧잔등을 살짝 눌렀다.이윽고 쏟아지는 부드럽고 낮은 음성. 뜨거운 숨과 함께 뱉어지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키스할 거예요. 눈 감아요.”“너 뭐 하는.”쪽.그의 입술이 그녀의 말을 막았다.“부드럽게 할게요. 처음이니까.”“흡!”데일 듯 뜨거운 남자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순식간에 비집고 들어왔다. 놀라 도망가는 혀를 낚아채 묶듯이 감아채더니, 제 쪽으로 쭉 잡아당겨 빨아댔다.은별은 갑작스러운 강렬한 접촉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벽과 남자 사이에 갇힌 은별은 두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었으나,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한 팔로 은별의 허리를 휘감아 제 하체에 바짝 붙였다.“으읍!”남자의 혀는 마치 불기둥처럼 은별의 입안 곳곳을 마구 누비며 뜨거운 타액을 남겼다.은별은 숨을 쉬고자 한 번 더 그를 밀었으나, 남자는 바윗돌과 같았다. 고개를 기울여 더 깊이 입안을 침범할 뿐. 은별에게 어떤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밀어내면 낼수록 목구멍까지 파고드는 남자를 어쩌지 못하고 은별은 점차 몸에 힘을 뺐다.하아…, 그래. 주소를 보내고 문을 열어준 게 누구였더라.순진한 척하기엔, 너무 대놓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동정녀인 척하기엔 너무 노련한 나이였다.은별은 그때까지 뜨고 있던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녀가 손을 들어 남자의 목을 감았다. 남자의 입술이 키스를 하면서도 씩, 올라갔다.허락된 키스는 조금 전과 확연히 달랐다.커다란 손이 은별의 가슴을 옷 위에서 밀어 올리며 와락 움켜쥐었다. 읏! 키스할 때부터 젖어 들었던 음부가 남자의 손길에 더 습하게 변해갔다.가슴을 움켜쥐며 주물 거리는 손길과 다르게 남자의 혀는 마치 초콜릿에 휩싸인 마시멜로우처럼 극도로 부드러웠다.은별의 혓바닥을 살살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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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9화.쪽.은별이 놀란 눈을 한 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짐승처럼 빛났던 어젯밤의 눈빛은 어딜 가고, 순한 양인 척, 가느다랗고 큰 눈이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어젯밤, 거칠다고 생각은 했지만, 서툰 느낌은 절대 아니었는데….은별이 미간을 좁힌 채 의문스러운 눈으로 재훈을 쳐다보았다.남자의 눈망울이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맑고 깨끗하게 빛나고 있었다.“보수적인 기자님, 나 책임져요.”“뭐?”“내 처음, 당신이 가져갔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 당신 거라고.”“거짓말하지 마.”“하, 어제부터 내 말 진짜 안 믿지.”재훈이 갑자기 은별의 몸을 홱 돌려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옹달샘처럼 맑은 눈은 어딜 가고, 다시 사나운 짐승의 눈을 하고는 은별을 제 품에 가둔 채 번득이며 내려다본다.“먹튀 할 생각하지 말아요. 지구 끝까지 쫓아갈 거니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은별의 가슴을 머금었다.“흐읏!”그 자극에 은별의 유두는 금세 빳빳해졌다. 재훈은 허기진 아이가 젖을 빨 듯 양쪽 가슴을 번갈아 가며 쪽쪽 빨아댔다. 어젯밤 혹사당한 가슴은 강렬한 혀 놀림에 쓰라리면서도 다시금 흥분에 출렁거렸다.“살살해, 아파….”은별이 제 가슴에 찰싹 붙어있는 재훈의 머리를 한 움큼 세게 쥐고는 흐느끼듯 말했다.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훈은 음부로 손을 내려 음핵을 빙글 굴렸다. 은별은 밀려드는 쾌감에 몸을 비틀며 하아, 더운 숨을 뱉어냈다.가슴이며 음부며 순식간에 습기로 덕지덕지 발라졌다.“으응, 읏, 하앗.”은별은 비음을 흘리며 다리 사이를 꼬았다.힘줄이 도드라진 남자의 팔뚝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껴졌다. 마치 두꺼운 페니스처럼.밤새 시달린 아래는 스멀스멀 벌리고 들어오는 손가락으로 인해 다시금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은별은 밀려드는 욕정에 신음하며 허리를 들썩거렸다.말도 안 되게 컸던 재훈의 페니스가 제 질구 안을 어서 꽉 채워주길 바랐다.미쳤나 봐, 고은별.은별은 제게 이 정도의 성욕이 있을 거라고 꿈에도 몰랐다. 한데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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