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문이 열리자 서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수척해졌지만 분명 살아 있는 얼굴이었다.“서아야!”“오빠!”서아는 가방을 떨어뜨리고 달려갔다. 도현의 품에 안기는 순간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도현은 여동생의 등을 쓸어내리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서아의 목에 남은 가느다란 상처와 야윈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의 표정이 무너졌다.“혼자 두고 사라져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살아 있으면 됐어. 돌아왔으면 됐어.”공항 근처 카페에서 도현은 그동안의 일을 설명했다. 태준이 비자금 조직의 눈을 돌리고, 안전가옥과 도피 경로를 마련하고, 마지막에는 승계권까지 포기했다는 이야기였다.서아도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숨기지 않았다. 위치 추적과 두 번의 탈출, 비밀방에 있던 십 년의 기록까지 모두 말했다.도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자식이 널 그렇게 보고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어.”“오빠가 부탁했잖아. 나를 지켜 달라고.”“지키라는 말이 가두라는 뜻은 아니었어.”도현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태준이가 내 목숨을 살린 건 사실이야. 그래도 네가 그 빚까지 대신 갚을 필요는 없어. 네 마음이 아니면 돌아가지 마.”서아는 오빠의 말을 들으면서도 태준의 잘못을 지우지 않았다.그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것과, 자신에게서 선택권을 빼앗은 것은 동시에 존재하는 사실이었다.도현은 귀국한 날 오후 태준의 병실을 찾았다.문이 닫힌 뒤 둔탁한 소리가 한 번 들렸다.“내 동생을 십 년이나 감시해 놓고 친구라고 할 수 있어?”도현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복도까지 새어 나왔다.태준은 변명하지 않았다.“미안하다.”“서아가 용서하지 않으면 다시는 앞에 나타나지 마.”“그래.”“네가 구해 준 내 목숨 때문에 서아가 흔들리게 만들지도 말고.”“그럴 생각 없어.”“다시 한 번 몰래 따라붙는 순간, 친구고 뭐고 끝이야.”“이미 끝나도 할 말 없다.”잠시 뒤 도현이 병실에서 나왔다. 굳은 주먹 관절이
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