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장 문을 열자 서연은 가장 먼저 자기 이름을 확인했다.박서연.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누구의 연인도, 누구의 아이 엄마도 아닌 이름 세 글자.서연은 접수대에 대본을 내밀었다.“박서연입니다.”직원이 명단을 확인하다가 잠깐 멈췄다.“아… 네. 알고 있습니다.”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귀에 걸렸다.서연은 모르는 척 의자에 앉았다.대기실에는 이미 배우 여섯 명이 와 있었다. 익숙한 얼굴도 있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누군가는 대본을 중얼거렸고, 누군가는 거울을 보며 표정을 고쳤다.서연도 대본을 펼쳤다.이번 배역은 아이를 잃은 뒤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였다.감정을 터뜨리는 장면보다 참는 장면이 더 많았다.서연이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다.오디션 전날에도 도윤은 딱 한 번 물었다.“제작사 대표 이름은 알아도 돼?”서연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알아도 되는데 연락은 하지 마.”“안 해.”“비서한테 확인시키는 것도 안 돼.”“그것도 안 해.”“내가 떨어져도.”그때 도윤은 잠깐 말이 없었다.“그건 내가 제일 싫겠지만, 그래도 안 해.”서연은 그 대답을 믿고 왔다.그래서 더 예민해졌다.도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이미 그의 그림자를 먼저 보고 있었다.자기 실력으로 들어온 자리인지, 누군가가 미리 깔아둔 자리인지 남들이 의심하는 순간부터 증명할 몫은 전부 서연에게 돌아왔다.그녀는 대본 모서리를 엄지로 눌렀다.오늘만큼은 단 한 장면이라도 박서연으로 기억되고 싶었다.휴대폰이 울렸다.도윤이었다.-도착했어?서연은 짧게 답했다.-응.곧바로 답장이 왔다.-끝나면 연락해.그게 전부였다.누구를 만나겠다는 말도, 제작사에 확인하겠다는 말도 없었다.서연은 화면을 끄고 다시 대본을 봤다.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배우 둘의 대화가 들렸다.“쟤 맞지?”“누구?”“윤도윤.”목소리는 작았지만 이름만큼은 정확히 들렸다.서연의 손끝이 멈췄다.“진짜 여기 오디션을 보네.”“이미 정해진 거 아니야?”서연은 고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2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