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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07:44:40

촬영 둘째 날.

서연은 대기실에서 대본을 넘기다가 한 장이 더 끼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

어제까지 없던 장면이었다.

극 중 서연이 혼자 시장 골목을 걷는 장면, 집 앞에서 멈춰 서는 장면, 거울을 보는 장면까지 세 개가 새로 붙어 있었다.

서연은 조감독을 불렀다.

“이거 언제 추가됐어요?”

“아침에요.”

“감독님이 넣으신 거예요?”

조감독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제작사 쪽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게 이야기상 필요한 장면이에요?”

“배우님 화제성이 좋으니까 조금 더 보여주자는 의견이 있어서요.”

화제성.

듣기 좋은 말이었지만 지금은 뜻을 알 수 있었다.

배우 박서연이 아니라 윤도윤의 연인 박서연을 더 보여주고 싶은 거였다.

“감독님 어디 계세요?”

잠시 뒤 서연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감독에게 새 대본을 내밀었다.

“이 장면들 감독님도 동의하셨어요?”

감독이 한숨을 쉬었다.

“제작사에서 요청했어요. 기사 반응이 좋다고.”

“제 연기 반응이요?”

감독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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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169화

    촬영 둘째 날.서연은 대기실에서 대본을 넘기다가 한 장이 더 끼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어제까지 없던 장면이었다.극 중 서연이 혼자 시장 골목을 걷는 장면, 집 앞에서 멈춰 서는 장면, 거울을 보는 장면까지 세 개가 새로 붙어 있었다.서연은 조감독을 불렀다.“이거 언제 추가됐어요?”“아침에요.”“감독님이 넣으신 거예요?”조감독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제작사 쪽 의견이 있었습니다.”“이게 이야기상 필요한 장면이에요?”“배우님 화제성이 좋으니까 조금 더 보여주자는 의견이 있어서요.”화제성.듣기 좋은 말이었지만 지금은 뜻을 알 수 있었다.배우 박서연이 아니라 윤도윤의 연인 박서연을 더 보여주고 싶은 거였다.“감독님 어디 계세요?”잠시 뒤 서연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감독에게 새 대본을 내밀었다.“이 장면들 감독님도 동의하셨어요?”감독이 한숨을 쉬었다.“제작사에서 요청했어요. 기사 반응이 좋다고.”“제 연기 반응이요?”감독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연은 그걸로 충분했다.“안 찍겠습니다.”옆에 있던 제작사 실장이 놀라 돌아봤다.“배우님.”“필요하면 찍어요. 그런데 저를 더 많이 보여주려고 넣은 거면 안 하겠습니다.”“주연 분량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작품에 좋은 건가요?”실장의 입이 다물어졌다.서연은 추가된 세 장을 다시 넘겼다.“이 장면 없어도 앞뒤 연결되죠?”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됩니다.”“그럼 원래대로 갈게요.”실장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배우가 자기 분량을 줄이겠다는 건 처음 보네요.”서연이 웃지도 않고 답했다.“제 분량이 아니라 작품 분량이니까요.”그 말 뒤로 현장이 잠깐 조용해졌다.서연은 대본을 접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세트 뒤쪽에서 한 남자가 서연을 지켜보고 있었다.극 중 서연의 아버지 역을 맡은 중견 배우 김정석이었다.그는 촬영 시작 전부터 서연에게 필요한 말 외에는 거의 하지 않았다.쉬는 시간에도 다른 배우들과만 대화했다.첫 장면을 준비하는 동안 그가 먼저

  •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168화

    첫 촬영 날, 서연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아직 조명도 다 켜지지 않은 세트 안에서 스태프들이 케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서연은 인사를 건네고 대기실로 향했다.문을 열자 테이블 위에 과일과 간식, 따뜻한 차가 가득 놓여 있었다.서연이 뒤따라온 매니저를 봤다.“이거 누가 준비했어?”“제작사에서요.”“다른 배우들 방도 똑같아?”매니저가 잠깐 눈을 피했다.서연은 바로 알아챘다.“치워달라고 해.”“전부요?”“공용으로 돌려. 나만 받을 이유 없어.”“그래도 첫 촬영인데.”“그래서 더.”서연은 의자에 앉아 대본부터 펼쳤다.잠시 뒤 의상팀 직원이 들어왔다.“박서연 배우님, 오늘 의상은 두 벌 준비했는데요. 혹시 마음에 안 드시면 바로 다른 걸로—”“캐릭터에 맞는 걸로 골라주세요.”“그래도 배우님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서연이 웃었다.“저 말고 이 사람한테 어울리는 걸로요.”대본 속 인물을 가리키자 직원이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제가 생각한 걸로 먼저 입혀볼게요.”“좋아요.”첫 장면은 시장 골목이었다.극 중 서연이 맡은 여자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마주치는 장면.대사는 짧았지만 감정을 오래 참아야 했다.감독이 손을 들었다.“리허설 갑니다.”서연의 상대역이 된 배우가 맞은편에 섰다.167화에서 자신의 테스트 영상을 먼저 보고 들어오겠다고 했던 사람이었다.그가 작게 물었다.“긴장돼요?”서연이 웃었다.“조금요.”“저도요.”“왜요?”“박서연 씨랑 처음 맞춰보니까.”윤도윤이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그 사실만으로도 서연의 어깨가 조금 풀렸다.카메라가 돌기 시작했다.서연은 골목 끝에서 천천히 걸어왔다.상대가 대사를 던졌다.“왔네.”서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집을 떠난 뒤 수년 만에 듣는 말처럼 잠깐 숨을 삼켰다.“응.”그 한마디 뒤로 침묵이 길어졌다.감독은 컷을 외치지 않았다.서연은 상대의 얼굴을 보다가 시선을 피했고, 들고 있던 가방 손잡이를 한 번 고쳐

  •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167화

    “하차했다고?”서연은 명단을 다시 확인했다.어제까지 상대역으로 확정돼 있던 배우 이름이 사라져 있었다.제작사 실장이 곤란한 얼굴로 대답했다.“소속사에서 최종적으로 빠지겠답니다.”“이유가 정말 개인 사정이에요?”실장은 시선을 피했다.그 반응만으로도 충분했다.서연은 조용히 물었다.“저 때문이죠?”“정확히는… 윤 대표님 때문입니다.”예상했는데도 속이 쓰렸다.감독이 회의실 문을 닫으며 들어왔다.“상대 배우 쪽에서 윤도윤 대표와 괜히 엮이고 싶지 않다고 했답니다.”“저랑 작품 하는 게 왜 윤도윤과 엮이는 일이에요?”“그쪽은 그렇게 보는 거죠.”감독은 짜증스럽게 서류를 내려놨다.“잘 보이려고 붙는 사람도 문제지만, 괜히 편으로 보일까 봐 도망가는 사람도 똑같이 골치 아파요.”서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누군가는 도윤 때문에 문을 열어줬고, 누군가는 같은 이유로 문을 닫았다.어느 쪽이든 자신을 보고 결정한 건 아니었다.“대본 리딩은요?”“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왜요?”“상대역이 없잖아요.”서연은 잠시 생각하다 대본을 들었다.“저는 예정대로 하겠습니다.”감독이 고개를 들었다.“혼자서?”“다른 배우들까지 일정 비웠잖아요. 제 상대역 때문에 전부 미루는 건 싫어요.”실장이 난처하게 말했다.“그래도 주연 둘 중 하나가 비는데 진행이 되겠습니까?”“대사는 스태프가 읽어줘도 되잖아요.”감독은 서연을 한참 보다가 웃었다.“오디션 때도 그러더니.”“그때 됐잖아요.”결국 리딩은 예정대로 열렸다.처음에는 분위기가 어색했다.비어 있는 의자 하나가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조연 배우들은 그쪽을 힐끗거리다가 서연을 봤고, 몇몇은 말을 아꼈다.서연은 먼저 대본을 펼쳤다.“시작할까요?”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상대역 대사는 조감독이 맡았다.전문 배우가 아니라 호흡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서연은 끊지 않았다.대사가 늦으면 기다렸고, 감정이 비어 있으면 그 빈자리까지 받아냈다.한 장면이 끝나자 옆에 앉은 중견 배우가 웃었다.

  •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166화

    “윤도윤의 연인.”서연은 기사 제목을 소리 내 읽고 그대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주연 낙점이라는 말보다 앞에 붙은 이름이 더 컸다.도윤은 맞은편에서 화면을 한번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연락할까?”“안 돼.”대답은 즉시 나왔다.“기사 제목 바꾸라고 하는 것도?”“그게 더 싫어.”“그럼 가만히 있으라고?”서연은 잠깐 숨을 골랐다.“응. 지금은.”도윤은 불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서연은 다시 기사를 열었다.본문에는 오디션 이야기도 있었다. 여러 후보를 거쳤고 최종 테스트까지 했다는 설명도 적혀 있었다. 그런데 댓글은 달랐다.윤도윤이면 주연 하나쯤 꽂아줄 수 있지.실력보다 배경이 좋네.오디션은 왜 봤대.서연은 화면을 껐다.그때 주방에서 나오던 서미란이 물었다.“기사 봤어?”“네.”서미란은 잠시 서연을 보다가 말했다.“속상하지.”서연은 웃어보였다.“예상했어요.”“예상한 거랑 안 아픈 건 다르지.”서연의 손이 멈췄다.서연의 어머니도 찌개 냄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누가 뭐래도 네가 오디션 봐서 된 거잖아.”“응.”“그럼 밥 먹어.”서연이 웃었다.“엄마는 맨날 결론이 밥이네.”“굶는다고 기사 제목 바뀌냐?”그 말에 도윤까지 피식 웃었다.하지만 촬영 준비 미팅에 들어가자 웃을 수 없었다.회의실 문이 열리자 제작사 직원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박서연 배우님, 이쪽에 앉으시면 됩니다.”가장 안쪽 자리였다.감독 옆, 중심 자리.서연은 걸음을 멈췄다.“제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나요?”“아, 아니요. 그냥 편하실 것 같아서.”서연은 가장 가까운 빈자리에 앉았다.곧 스태프들이 들어왔다.몇몇은 지나치게 공손했고, 몇몇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의상팀 직원은 가져온 자료를 펼치며 말했다.“원하시는 브랜드나 따로 선호하시는 쪽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맞추겠습니다.”서연이 자료를 넘겼다.“캐릭터에 맞는 걸로 해주세요.”“그래도 배우님 급이 있으셔서.”서연의 손

  •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165화

    “투자사가 반대했다고요?”서연은 감독과 마주 앉자마자 물었다.감독은 책상 위에 놓인 파일을 닫았다.“정확히는 박서연 씨가 싫다는 게 아닙니다.”“그럼요?”“윤도윤 대표 이름이 작품보다 먼저 나오는 걸 부담스러워해요.”서연은 헛웃음을 삼켰다.결국 또 같은 이름이었다.잘해서 올라와도 윤도윤.밀려나도 윤도윤.감독이 말을 이었다.“투자사 쪽에서는 다른 배우로 가면 잡음이 없을 거라고 합니다.”“감독님 생각은요?”감독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박서연 씨 연기가 제일 좋았습니다.”“그럼 그걸로 결정해주세요.”“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저도 압니다.”서연은 무릎 위에 올린 손을 꼭 쥐었다가 천천히 풀었다.“그래도 부탁드릴게요. 저를 윤도윤 때문에 뽑지도 말고, 윤도윤 때문에 빼지도 마세요.”감독의 시선이 멈췄다.“떨어뜨릴 거면 제 연기 때문에 떨어뜨려주세요.”잠시 방 안이 조용해졌다.감독이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한 번 더 볼까요?”서연이 눈을 들었다.“최종 테스트요?”“투자사 관계자도 부르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말씀하세요.”“아무도 박서연 씨 배경 얘기 못 하게 할 겁니다. 장면 하나만 보고 판단하는 자리로 만들죠.”서연은 망설이지 않았다.“하겠습니다.”최종 테스트는 그날 저녁 바로 잡혔다.대본은 현장에서 새로 받았다.처음 보는 장면이었다.죽은 아이의 물건을 정리하던 여자가 끝내 버리지 못한 양말 한 짝을 발견하는 장면.대사는 세 줄뿐이었다.서연은 대본을 읽고 감독에게 물었다.“준비 시간 얼마나 주십니까?”“10분.”“충분합니다.”구석 의자에 앉은 서연은 대사를 외우지 않았다.대신 양말 한 짝을 손에 쥔 사람의 손부터 생각했다.버려야 하는 걸 아는데도 쓰레기봉투에 넣지 못하는 손.자기보다 먼저 기억하는 손.10분 뒤 카메라 앞에 섰다.투자사 관계자 셋이 뒤쪽에 앉아 있었다.누구도 인사하지 않았다.감독이 말했다.“시작하겠습니다.”서연은 작은 서랍을 열

  •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164화

    “상대 배우가 안 온다고요?”서연은 카메라 테스트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조감독이 난처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방금 연락이 왔어요. 소속사 쪽 사정이 생겼답니다.”“오늘 테스트 잡힌 건 일주일 전부터 알고 있었잖아요.”“저희도 그렇게 들었습니다.”대답은 애매했다.서연은 더 묻지 않았다.대기실로 들어가자 메이크업을 받던 배우 한 명이 먼저 말을 걸었다.“서연 씨, 여기 앉아요. 제가 자리 비켜드릴게요.”“괜찮아요.”“아니에요. 먼저 준비하세요. 감독님 기다리시면 안 되잖아요.”지나치게 친절했다.물을 가져다주고, 대본까지 대신 챙기려 했다.서연이 결국 손을 내밀었다.“제가 할게요.”배우는 어색하게 웃었다.“도와드리려고 한 건데.”“알아요. 감사합니다.”그때 복도에서 누군가 말했다.“잘 보여야지. 누군데.”서연의 손이 멈췄다.듣지 못한 척했지만 속이 쓰렸다.도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반대로 누군가는 아예 등을 돌렸다.10분 뒤 감독이 들어왔다.“상대 배우 없이 먼저 찍어봅시다.”서연이 물었다.“정말 개인 사정 때문에 안 온 겁니까?”감독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답이었다.“말씀해주세요.”감독이 한숨을 쉬었다.“소속사에서 부담스럽답니다.”“뭐가요?”“박서연 씨와 같이 테스트하는 것 자체가요.”서연은 웃지도 못했다.“왜요?”“괜히 윤도윤 대표 쪽 사람으로 보일까 봐.”가슴 안쪽이 서늘해졌다.감독이 덧붙였다.“업계가 원래 그래요. 투자도 얽히고 회사끼리 관계도 있으니까.”“저랑 연기 한번 하는 게 편을 드는 일이 됩니까?”“지금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는 거죠.”서연은 대본을 내려다봤다.어제까지는 사람들이 자신을 밀어주려 했다.오늘은 같은 이유로 피하고 있었다.정작 자신은 아무 편도 만들어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그래도 테스트하겠습니다.”“상대가 없는데?”“스태프라도 대사 받아주세요.”감독이 서연을 봤다.“그걸로 괜찮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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